‘전두환 고향’ 합천서만 더딘 흔적 지우기

입력 2020.06.18 (13:37) 수정 2020.06.18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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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인 올해, 전두환 씨의 흔적을 지워 역사를 바로 세우자는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이어지고 있는데요.

전두환 씨의 고향인 경남 합천에서도 전 씨의 잔재를 청산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그 속도는 더디기만 합니다.

전 씨의 고향마을 김애린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경상남도 합천군에 있는 전두환 씨의 생가입니다.

생가 앞 안내문에는 '국가의 총체적 위기를 수습한' 그리고 '임기를 마치고 스스로 물러난 최초의 대통령'으로 전 씨를 소개합니다.

방 안에는 전 씨의 사진을 전시해놨습니다.

합천군 공유재산으로 등록된 이곳에는 한 해 청소관리비로만 천만 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됩니다.

합천군 황강을 따라 조성된 '일해 공원'.

'새천년 생명의 숲'이라는 명칭은 지난 2007년 전두환 씨의 호를 딴 '일해공원'으로 변경됐습니다.

지역 시민단체는 공원의 이름을 바꾸고, 전 씨의 생가를 군 공유재산 목록에서도 제외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박종철/적폐청산과 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 집행위원장 : "일해공원의 명칭을 변경하고 전두환 생가에 국민 세금이 투입되지 않는 것. 그리고 전두환이 대통령 시절에 식수했던 나무들에 대한 흔적을 지우는 것은 전두환 흔적 지우기가 아니라 역사 바로 세우는 것입니다."]

합천군은 군민 의견을 물어 공원 명칭 변경을 검토하기로 했지만, 생가를 군 공유재산에서 제외하는 것은 지역 정서상 어려운 일이라고 답합니다.

[합천군 관계자/음성변조 : "또 한편 무시할 수 없는 것은 그 당시를 기억하고 계신 고향에 계신 여러분들이 같이 계시거든요. 어디를 보나 기본적인 정서라는 것은 말을 안 해도 공감을 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곳 외에도 전 씨의 흔적은 합천군 곳곳에 남아있습니다.

합천군청 앞 정원입니다.

정원 한쪽에 있는 향나무 아래를 보면 1980년 9월 5일 전 씨가 심은 기념식수 표지석이 놓여있습니다. 

80년 5월 광주 시민들을 무참히 짓밟고, 그해 대통령에 오른 지 나흘 뒤 고향에 식수한 겁니다.

또 임진왜란 당시 희생된 지역 의병들의 넋을 기리는 '창의사' 사당에도 전 씨의 낙관이 찍힌 친필 현판이 버젓이 걸려 있습니다.

독재자의 흔적을 지우고 역사 바로 세우자는 움직임이 전국에서 확산하고 있지만, 전 씨의 고향에선 여전히 논란으로 남아 있습니다.

KBS 뉴스 김애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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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두환 고향’ 합천서만 더딘 흔적 지우기
    • 입력 2020-06-18 13:37:36
    • 수정2020-06-18 14:19:24
    930뉴스(광주)
[앵커]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인 올해, 전두환 씨의 흔적을 지워 역사를 바로 세우자는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이어지고 있는데요. 전두환 씨의 고향인 경남 합천에서도 전 씨의 잔재를 청산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그 속도는 더디기만 합니다. 전 씨의 고향마을 김애린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경상남도 합천군에 있는 전두환 씨의 생가입니다. 생가 앞 안내문에는 '국가의 총체적 위기를 수습한' 그리고 '임기를 마치고 스스로 물러난 최초의 대통령'으로 전 씨를 소개합니다. 방 안에는 전 씨의 사진을 전시해놨습니다. 합천군 공유재산으로 등록된 이곳에는 한 해 청소관리비로만 천만 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됩니다. 합천군 황강을 따라 조성된 '일해 공원'. '새천년 생명의 숲'이라는 명칭은 지난 2007년 전두환 씨의 호를 딴 '일해공원'으로 변경됐습니다. 지역 시민단체는 공원의 이름을 바꾸고, 전 씨의 생가를 군 공유재산 목록에서도 제외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박종철/적폐청산과 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 집행위원장 : "일해공원의 명칭을 변경하고 전두환 생가에 국민 세금이 투입되지 않는 것. 그리고 전두환이 대통령 시절에 식수했던 나무들에 대한 흔적을 지우는 것은 전두환 흔적 지우기가 아니라 역사 바로 세우는 것입니다."] 합천군은 군민 의견을 물어 공원 명칭 변경을 검토하기로 했지만, 생가를 군 공유재산에서 제외하는 것은 지역 정서상 어려운 일이라고 답합니다. [합천군 관계자/음성변조 : "또 한편 무시할 수 없는 것은 그 당시를 기억하고 계신 고향에 계신 여러분들이 같이 계시거든요. 어디를 보나 기본적인 정서라는 것은 말을 안 해도 공감을 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곳 외에도 전 씨의 흔적은 합천군 곳곳에 남아있습니다. 합천군청 앞 정원입니다. 정원 한쪽에 있는 향나무 아래를 보면 1980년 9월 5일 전 씨가 심은 기념식수 표지석이 놓여있습니다.  80년 5월 광주 시민들을 무참히 짓밟고, 그해 대통령에 오른 지 나흘 뒤 고향에 식수한 겁니다. 또 임진왜란 당시 희생된 지역 의병들의 넋을 기리는 '창의사' 사당에도 전 씨의 낙관이 찍힌 친필 현판이 버젓이 걸려 있습니다. 독재자의 흔적을 지우고 역사 바로 세우자는 움직임이 전국에서 확산하고 있지만, 전 씨의 고향에선 여전히 논란으로 남아 있습니다. KBS 뉴스 김애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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