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거래허가구역인데 ‘아파트’는 살 수 있나요?

입력 2020.06.18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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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이어 다시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지정됐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파트값이 비싼 지역입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과 서울 강남구 청담동·삼성동·대치동 등 모두 4개 동입니다.


이곳은 학군 수요 때문에 집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곳이죠. 게다가 서울시가 잠실~코엑스 일대에‘국제교류복합지구’를 조성하면서 최근 부동산 시장이 술렁이고 있는 곳입니다. 또 인근에서 영동대로 광역복합환승센터, 현대차 GBC 등 대규모 개발사업을 앞두고 있기도 합니다.

허가 없이 거래하면 징역 2년

앞으로(23일부터) 이 4개 동에서 집을 살 때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허가를 받지 않고 마음대로 거래를 하면 해당 계약은 무효가 되며, 당사자들은 2년 이하 징역 또는 토지가격(개별공시지가)의 30%에 상당하는 금액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합니다.

그럼 어떤 경우에 허가를 받을 수 있을까요? 토지 본연의 목적에 맞는 거래를 하면 됩니다. 아파트의 경우 당연히 '거주 목적'이어야 허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투자나 투기가 아닌 실제로 거주할 목적으로 집을 거래하겠다고 허가를 신청하면 승인받을 수 있다는 얘깁니다. 의무거주 기간은 2년입니다.

실거주하려는 데 이미 세입자가 있다면?

그럼 실거주하기 위해 해당 지역에 전세를 끼고 사는 경우는 어떨까요? 강남구청에 물어보니 "빠른 시일 내에 입주할 예정이면 허가가 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즉 전·월세 만기 날짜가 얼마 남지 않아서 곧 입주하게 될 경우 실거주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이 경우 전·월세 만기 기간의 기준은 "통상 6개월로 본다"고 했습니다. 법령에 정해져 있지 않지만, 등기 후 6개월 이내에 세입자가 나가고 집주인이 전입을 하게 되면 실거주할 목적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18㎡ 이상 토지는 모두 거래허가제 대상…아파트는?

모든 토지가 다 허가대상에 해당하는 건 아닙니다. 기준이 되는 최소 면적 이상의 토지만 해당합니다. '부동산거래신고법 시행령'에 따르면 주거용의 경우 최소 기준이 180㎡입니다. 54.45평입니다. 꽤 넓은 면적입니다. 그래서 허가권자에게 재량권을 줬습니다. 기준면적의 10%~300% 범위에서 별도 공고가 가능하다는 겁니다. 그래서 서울시는 재량권을 최대한 활용해 기준면적의 10%인 18㎡까지 줄였습니다. 18㎡를 초과하는 토지는 반드시 거래 허가를 받고 사고팔 수 있는 겁니다.

18㎡ 면 5.44평입니다. 5.44평 넘는 아파트는 모두 거래 허가제 대상입니다. 서울 강남과 송파에 5.44평이 안 되는 아파트는 없으니 모두가 거래허가 대상이라고요? 아닙니다. 그런 아파트도 있습니다. 아파트는 '대지지분'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아파트는 하나의 넓은 토지를 여러 세대가 공유합니다. 따라서 아파트가 들어선 토지를 각 세대가 나눠 갖게 되는데 이게 '대지지분'입니다. 대지지분은 등기부등본에 나와 있습니다.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 사이트에서도 무료로 조회 가능합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발표가 난 어제(17일)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잠실에 있는 '000 아파트 12평'이 화제가 됐습니다. 000아파트에는 투룸 형태의 공급면적 42㎡ 제곱미터 형이 있는데 대지지분을 확인해보니 18㎡를 넘지 않았다는 겁니다. 실제로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서 확인해보니 해당 아파트의 대지지분은 13㎡였습니다. 규제를 피한 셈입니다.

000아파트의 대지지분. 출처 :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000아파트의 대지지분. 출처 :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

하지만 해당 아파트를 투자나 투기목적으로 매수하는 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미 호가가 9억 원을 넘었기 때문입니다. 전세자금을 대출받은 경우 000아파트를 매수하면 대출금을 회수당합니다. 또 주택담보대출로 살 경우에는 6개월 이내에 전입해 실거주해야 합니다. 오로지 현금으로만 사야 하는데 전세를 끼고 산다고 해도 최소 4~5억 원이 필요합니다.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이런 질문도 올라왔습니다. 거래허가구역에 있는 아파트를 가족 명의로 '지분 쪼개기'해서 사면 되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구청 담당자의 대답은 '불가능하다' 였습니다. 거래 대상 토지가 이미 18㎡를 넘는다면 이후 쪼개기로 구매를 한다고 해도 허가대상이라는 겁니다.

속전속결 지정, 시장에 보내는 경고

용산 정비창 인근에 이어 강남 일대가 속전속결로 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습니다. 개발 계획으로 투기 수요가 유입될 기미가 보인다면, 정부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빠르게 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겠다고 시장에 경고를 보낸 겁니다.

시장의 반응은 뜨겁습니다. '내 돈 주고 내 땅 사는데 국가의 허가를 받는 건 반(反)자본주의'라는 색깔론도 등장했습니다. 토지거래허가제도는 노태우 정권 시절인 1989년 12월 22일 헌법재판소에서 합헌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당시 결정문은 이렇습니다.

"토지거래허가제는 사유재산제도의 부정이라 보기는 어렵고 다만 그 제한의 한 형태라고 보아야 하며, 생산이 자유롭지 않은 토지에 대하여 처분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고 이를 제한할 수 밖에 없음은 실로 부득이한 것으로 토지거래허가제는 헌법이 명문으로 인정하고 있는 재산권의 제한의 한 형태로서 재산권의 본질적인 침해라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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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지’ 거래허가구역인데 ‘아파트’는 살 수 있나요?
    • 입력 2020-06-18 17:55:27
    취재K
용산에 이어 다시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지정됐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파트값이 비싼 지역입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과 서울 강남구 청담동·삼성동·대치동 등 모두 4개 동입니다.


이곳은 학군 수요 때문에 집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곳이죠. 게다가 서울시가 잠실~코엑스 일대에‘국제교류복합지구’를 조성하면서 최근 부동산 시장이 술렁이고 있는 곳입니다. 또 인근에서 영동대로 광역복합환승센터, 현대차 GBC 등 대규모 개발사업을 앞두고 있기도 합니다.

허가 없이 거래하면 징역 2년

앞으로(23일부터) 이 4개 동에서 집을 살 때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허가를 받지 않고 마음대로 거래를 하면 해당 계약은 무효가 되며, 당사자들은 2년 이하 징역 또는 토지가격(개별공시지가)의 30%에 상당하는 금액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합니다.

그럼 어떤 경우에 허가를 받을 수 있을까요? 토지 본연의 목적에 맞는 거래를 하면 됩니다. 아파트의 경우 당연히 '거주 목적'이어야 허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투자나 투기가 아닌 실제로 거주할 목적으로 집을 거래하겠다고 허가를 신청하면 승인받을 수 있다는 얘깁니다. 의무거주 기간은 2년입니다.

실거주하려는 데 이미 세입자가 있다면?

그럼 실거주하기 위해 해당 지역에 전세를 끼고 사는 경우는 어떨까요? 강남구청에 물어보니 "빠른 시일 내에 입주할 예정이면 허가가 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즉 전·월세 만기 날짜가 얼마 남지 않아서 곧 입주하게 될 경우 실거주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이 경우 전·월세 만기 기간의 기준은 "통상 6개월로 본다"고 했습니다. 법령에 정해져 있지 않지만, 등기 후 6개월 이내에 세입자가 나가고 집주인이 전입을 하게 되면 실거주할 목적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18㎡ 이상 토지는 모두 거래허가제 대상…아파트는?

모든 토지가 다 허가대상에 해당하는 건 아닙니다. 기준이 되는 최소 면적 이상의 토지만 해당합니다. '부동산거래신고법 시행령'에 따르면 주거용의 경우 최소 기준이 180㎡입니다. 54.45평입니다. 꽤 넓은 면적입니다. 그래서 허가권자에게 재량권을 줬습니다. 기준면적의 10%~300% 범위에서 별도 공고가 가능하다는 겁니다. 그래서 서울시는 재량권을 최대한 활용해 기준면적의 10%인 18㎡까지 줄였습니다. 18㎡를 초과하는 토지는 반드시 거래 허가를 받고 사고팔 수 있는 겁니다.

18㎡ 면 5.44평입니다. 5.44평 넘는 아파트는 모두 거래 허가제 대상입니다. 서울 강남과 송파에 5.44평이 안 되는 아파트는 없으니 모두가 거래허가 대상이라고요? 아닙니다. 그런 아파트도 있습니다. 아파트는 '대지지분'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아파트는 하나의 넓은 토지를 여러 세대가 공유합니다. 따라서 아파트가 들어선 토지를 각 세대가 나눠 갖게 되는데 이게 '대지지분'입니다. 대지지분은 등기부등본에 나와 있습니다.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 사이트에서도 무료로 조회 가능합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발표가 난 어제(17일)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잠실에 있는 '000 아파트 12평'이 화제가 됐습니다. 000아파트에는 투룸 형태의 공급면적 42㎡ 제곱미터 형이 있는데 대지지분을 확인해보니 18㎡를 넘지 않았다는 겁니다. 실제로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서 확인해보니 해당 아파트의 대지지분은 13㎡였습니다. 규제를 피한 셈입니다.

000아파트의 대지지분. 출처 :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
하지만 해당 아파트를 투자나 투기목적으로 매수하는 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미 호가가 9억 원을 넘었기 때문입니다. 전세자금을 대출받은 경우 000아파트를 매수하면 대출금을 회수당합니다. 또 주택담보대출로 살 경우에는 6개월 이내에 전입해 실거주해야 합니다. 오로지 현금으로만 사야 하는데 전세를 끼고 산다고 해도 최소 4~5억 원이 필요합니다.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이런 질문도 올라왔습니다. 거래허가구역에 있는 아파트를 가족 명의로 '지분 쪼개기'해서 사면 되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구청 담당자의 대답은 '불가능하다' 였습니다. 거래 대상 토지가 이미 18㎡를 넘는다면 이후 쪼개기로 구매를 한다고 해도 허가대상이라는 겁니다.

속전속결 지정, 시장에 보내는 경고

용산 정비창 인근에 이어 강남 일대가 속전속결로 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습니다. 개발 계획으로 투기 수요가 유입될 기미가 보인다면, 정부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빠르게 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겠다고 시장에 경고를 보낸 겁니다.

시장의 반응은 뜨겁습니다. '내 돈 주고 내 땅 사는데 국가의 허가를 받는 건 반(反)자본주의'라는 색깔론도 등장했습니다. 토지거래허가제도는 노태우 정권 시절인 1989년 12월 22일 헌법재판소에서 합헌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당시 결정문은 이렇습니다.

"토지거래허가제는 사유재산제도의 부정이라 보기는 어렵고 다만 그 제한의 한 형태라고 보아야 하며, 생산이 자유롭지 않은 토지에 대하여 처분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고 이를 제한할 수 밖에 없음은 실로 부득이한 것으로 토지거래허가제는 헌법이 명문으로 인정하고 있는 재산권의 제한의 한 형태로서 재산권의 본질적인 침해라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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