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이면 50만 원이 5백만 원 된다더니”…주부 울리는 SNS 사기
입력 2020.06.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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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투자, 고수익. 30분 만에 10배로 불려 드립니다."
50만 원을 투자하면 30분 안에 500만 원으로 불려 주겠다는 제안이 들어온다면 어떨까요. 혹하는 마음 한 켠, 이거 사기 아닌가 하는 의심도 생길 겁니다. 하지만 이미 이 방법으로 큰 수익을 본 사람이 있다는 후기를 본다면 점점 믿게 되겠죠. 게다가 아이를 낳아 기르느라 경력이 단절돼 직장을 구하기 어려운 주부라면 더욱 그럴 겁니다. 하지만 소액으로 고수익을 내주겠다는 이 이야기, 사기였습니다.
■ "신규 회원이라서, 개인 정보가 달라서…'추가입금' 해주셔야 합니다."
수법은 이렇습니다. 사기꾼들은 '00맘' 등 이름의 SNS 계정으로 피해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접근합니다. 적은 금액으로, 짧은 시간 안에, 고수익을 낼 수 있는 부업이 있는데 해보지 않겠느냐고요. 이때 이들의 SNS에는 도용한 아기 사진이나 가족사진, 그리고 이른바 '투자 성공 사례' 게시물이 가득합니다. 수많은 후기, 그리고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는 동질감에 피해자들은 '투자를 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합니다.
그러면 이들은 카카오톡 ID를 알려주고, 피해자들이 연락하면 웹사이트 주소를 알려줍니다. 이 사이트는 인터넷 도박 사이트로, 피해자들이 이 사이트에 가입한 뒤 일정 금액을 충전하면, 그걸 가지고 자신들이 대신 게임을 해서 수익을 내주겠다는 겁니다. 피해자들이 반신반의하며 돈을 입금하고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주면 "동시 접속하면 안 되니, 30분 동안 접속하지 마라."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30분이 지난 뒤, 대략 10배가 넘는 돈을 땄다고 연락을 합니다. 실제로 웹사이트에서도 10배 불어난 수익금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뭔가 이상합니다. 피해자가 수익금을 출금하려고 하면 '신규 회원치고 너무 많은 수익을 얻어서 출금이 안 된다'며 3백만 원을 추가로 입금하라고 합니다. 입금하면, 수수료가 저절로 빠져나가 정확히 3백만 원이 입금되지 않았으니 수수료만큼을 더해서 다시 삼백만 원을 입금하라고 합니다. 정확히 입금하면 이번에는 개인 정보가 다르게 적혀있으니, 이를 바로잡는 프로그램 이용료를 추가 입금하라고 합니다. 이렇게 별별 이유를 대면서 '출금을 하기 위한' 추가 입금을 유도하는 겁니다.
이런 방법으로 A 씨는 약 5천만 원을, B 씨는 6백여만 원을 잃었습니다. 피해자는 A 씨와 B 씨만이 아닙니다. A 씨는 이 같은 사기에 당한 피해자들이 모인 카톡방 두 곳에 참여하고 있는데 한 곳에는 25명, 다른 한 곳에는 10명의 피해자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피해 금액도 적게는 몇백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 가까이 되는데, 이들이 돈을 입금한 계좌도 대부분 일치합니다.
■ "살림에 보탬이 되고 싶어서, 나중엔 원금이라도 받고 싶어서…"
그렇다면 왜 이런 사기에 걸려들게 된 걸까요. 취재진이 만난 피해자들은 "일을 하고 싶었고, 살림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라고 말합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경력이 단절됐고, 코로나19 여파로 소소한 부업 자리도 줄어들면서 일을 할 곳이 없어졌다는 것입니다. 그러던 차에 30분이면 소액을 투자해도 적게는 5배, 많게는 10배의 수익을 보장해준다는 일종의 제안을 받았다는 거죠.
일확천금을 노린 것도 아닙니다. 아이 옷을 사줄 수 있을 정도로, 남편이나 부모님께 용돈을 드릴 수 있을 정도로, 혹은 만일을 위한 비상금을 마련할 수 있을 정도로만 돈을 벌고 싶었지만, 이제는 전부 잃었습니다.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추가 입금을 요구했을 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느냐고 묻자 "출금이 아예 안 되는 상황이니, 수익금은 고사하고 원금이라도 돌려받고 싶다는 마음에 출금이라도 될 수 있도록 추가입금을 할 수밖에 없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피해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범인을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이런 식으로 SNS 사기 피해를 본 피해자들이 너무 많아 수사에만 수개월이 걸리고, 피해자들이 입금한 계좌가 분실 계좌라 누구에게 돈을 입금했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경찰에서는 피해자들이 가입한 사이트가 불법 도박 사이트라 오히려 피해자들이 처벌받을 수도 있다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피해자들의 돈을 갈취한 사기도박사이트는 여전히 접속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들은 잃은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돌려받기 어렵다면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인터뷰에 응한 것도 자신들이 당한 사기 수법이 널리 알려져 더 이상의 피해가 없길 바란다고 말이죠. 이들의 소망처럼 가계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주부들의 마음이 더는 범죄에 악용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50만 원을 투자하면 30분 안에 500만 원으로 불려 주겠다는 제안이 들어온다면 어떨까요. 혹하는 마음 한 켠, 이거 사기 아닌가 하는 의심도 생길 겁니다. 하지만 이미 이 방법으로 큰 수익을 본 사람이 있다는 후기를 본다면 점점 믿게 되겠죠. 게다가 아이를 낳아 기르느라 경력이 단절돼 직장을 구하기 어려운 주부라면 더욱 그럴 겁니다. 하지만 소액으로 고수익을 내주겠다는 이 이야기, 사기였습니다.
피해자들에게 접촉한 SNS 계정 중 하나(왼쪽)과 피해자들이 가입한 도박 사이트(오른쪽)
■ "신규 회원이라서, 개인 정보가 달라서…'추가입금' 해주셔야 합니다."
수법은 이렇습니다. 사기꾼들은 '00맘' 등 이름의 SNS 계정으로 피해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접근합니다. 적은 금액으로, 짧은 시간 안에, 고수익을 낼 수 있는 부업이 있는데 해보지 않겠느냐고요. 이때 이들의 SNS에는 도용한 아기 사진이나 가족사진, 그리고 이른바 '투자 성공 사례' 게시물이 가득합니다. 수많은 후기, 그리고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는 동질감에 피해자들은 '투자를 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합니다.
그러면 이들은 카카오톡 ID를 알려주고, 피해자들이 연락하면 웹사이트 주소를 알려줍니다. 이 사이트는 인터넷 도박 사이트로, 피해자들이 이 사이트에 가입한 뒤 일정 금액을 충전하면, 그걸 가지고 자신들이 대신 게임을 해서 수익을 내주겠다는 겁니다. 피해자들이 반신반의하며 돈을 입금하고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주면 "동시 접속하면 안 되니, 30분 동안 접속하지 마라."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30분이 지난 뒤, 대략 10배가 넘는 돈을 땄다고 연락을 합니다. 실제로 웹사이트에서도 10배 불어난 수익금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뭔가 이상합니다. 피해자가 수익금을 출금하려고 하면 '신규 회원치고 너무 많은 수익을 얻어서 출금이 안 된다'며 3백만 원을 추가로 입금하라고 합니다. 입금하면, 수수료가 저절로 빠져나가 정확히 3백만 원이 입금되지 않았으니 수수료만큼을 더해서 다시 삼백만 원을 입금하라고 합니다. 정확히 입금하면 이번에는 개인 정보가 다르게 적혀있으니, 이를 바로잡는 프로그램 이용료를 추가 입금하라고 합니다. 이렇게 별별 이유를 대면서 '출금을 하기 위한' 추가 입금을 유도하는 겁니다.
이런 방법으로 A 씨는 약 5천만 원을, B 씨는 6백여만 원을 잃었습니다. 피해자는 A 씨와 B 씨만이 아닙니다. A 씨는 이 같은 사기에 당한 피해자들이 모인 카톡방 두 곳에 참여하고 있는데 한 곳에는 25명, 다른 한 곳에는 10명의 피해자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피해 금액도 적게는 몇백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 가까이 되는데, 이들이 돈을 입금한 계좌도 대부분 일치합니다.
SNS 사기 피해자
■ "살림에 보탬이 되고 싶어서, 나중엔 원금이라도 받고 싶어서…"
그렇다면 왜 이런 사기에 걸려들게 된 걸까요. 취재진이 만난 피해자들은 "일을 하고 싶었고, 살림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라고 말합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경력이 단절됐고, 코로나19 여파로 소소한 부업 자리도 줄어들면서 일을 할 곳이 없어졌다는 것입니다. 그러던 차에 30분이면 소액을 투자해도 적게는 5배, 많게는 10배의 수익을 보장해준다는 일종의 제안을 받았다는 거죠.
일확천금을 노린 것도 아닙니다. 아이 옷을 사줄 수 있을 정도로, 남편이나 부모님께 용돈을 드릴 수 있을 정도로, 혹은 만일을 위한 비상금을 마련할 수 있을 정도로만 돈을 벌고 싶었지만, 이제는 전부 잃었습니다.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추가 입금을 요구했을 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느냐고 묻자 "출금이 아예 안 되는 상황이니, 수익금은 고사하고 원금이라도 돌려받고 싶다는 마음에 출금이라도 될 수 있도록 추가입금을 할 수밖에 없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피해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범인을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이런 식으로 SNS 사기 피해를 본 피해자들이 너무 많아 수사에만 수개월이 걸리고, 피해자들이 입금한 계좌가 분실 계좌라 누구에게 돈을 입금했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경찰에서는 피해자들이 가입한 사이트가 불법 도박 사이트라 오히려 피해자들이 처벌받을 수도 있다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피해자들의 돈을 갈취한 사기도박사이트는 여전히 접속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들은 잃은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돌려받기 어렵다면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인터뷰에 응한 것도 자신들이 당한 사기 수법이 널리 알려져 더 이상의 피해가 없길 바란다고 말이죠. 이들의 소망처럼 가계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주부들의 마음이 더는 범죄에 악용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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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0-06-23 08:00:20
"소액투자, 고수익. 30분 만에 10배로 불려 드립니다."
50만 원을 투자하면 30분 안에 500만 원으로 불려 주겠다는 제안이 들어온다면 어떨까요. 혹하는 마음 한 켠, 이거 사기 아닌가 하는 의심도 생길 겁니다. 하지만 이미 이 방법으로 큰 수익을 본 사람이 있다는 후기를 본다면 점점 믿게 되겠죠. 게다가 아이를 낳아 기르느라 경력이 단절돼 직장을 구하기 어려운 주부라면 더욱 그럴 겁니다. 하지만 소액으로 고수익을 내주겠다는 이 이야기, 사기였습니다.
■ "신규 회원이라서, 개인 정보가 달라서…'추가입금' 해주셔야 합니다."
수법은 이렇습니다. 사기꾼들은 '00맘' 등 이름의 SNS 계정으로 피해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접근합니다. 적은 금액으로, 짧은 시간 안에, 고수익을 낼 수 있는 부업이 있는데 해보지 않겠느냐고요. 이때 이들의 SNS에는 도용한 아기 사진이나 가족사진, 그리고 이른바 '투자 성공 사례' 게시물이 가득합니다. 수많은 후기, 그리고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는 동질감에 피해자들은 '투자를 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합니다.
그러면 이들은 카카오톡 ID를 알려주고, 피해자들이 연락하면 웹사이트 주소를 알려줍니다. 이 사이트는 인터넷 도박 사이트로, 피해자들이 이 사이트에 가입한 뒤 일정 금액을 충전하면, 그걸 가지고 자신들이 대신 게임을 해서 수익을 내주겠다는 겁니다. 피해자들이 반신반의하며 돈을 입금하고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주면 "동시 접속하면 안 되니, 30분 동안 접속하지 마라."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30분이 지난 뒤, 대략 10배가 넘는 돈을 땄다고 연락을 합니다. 실제로 웹사이트에서도 10배 불어난 수익금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뭔가 이상합니다. 피해자가 수익금을 출금하려고 하면 '신규 회원치고 너무 많은 수익을 얻어서 출금이 안 된다'며 3백만 원을 추가로 입금하라고 합니다. 입금하면, 수수료가 저절로 빠져나가 정확히 3백만 원이 입금되지 않았으니 수수료만큼을 더해서 다시 삼백만 원을 입금하라고 합니다. 정확히 입금하면 이번에는 개인 정보가 다르게 적혀있으니, 이를 바로잡는 프로그램 이용료를 추가 입금하라고 합니다. 이렇게 별별 이유를 대면서 '출금을 하기 위한' 추가 입금을 유도하는 겁니다.
이런 방법으로 A 씨는 약 5천만 원을, B 씨는 6백여만 원을 잃었습니다. 피해자는 A 씨와 B 씨만이 아닙니다. A 씨는 이 같은 사기에 당한 피해자들이 모인 카톡방 두 곳에 참여하고 있는데 한 곳에는 25명, 다른 한 곳에는 10명의 피해자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피해 금액도 적게는 몇백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 가까이 되는데, 이들이 돈을 입금한 계좌도 대부분 일치합니다.
■ "살림에 보탬이 되고 싶어서, 나중엔 원금이라도 받고 싶어서…"
그렇다면 왜 이런 사기에 걸려들게 된 걸까요. 취재진이 만난 피해자들은 "일을 하고 싶었고, 살림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라고 말합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경력이 단절됐고, 코로나19 여파로 소소한 부업 자리도 줄어들면서 일을 할 곳이 없어졌다는 것입니다. 그러던 차에 30분이면 소액을 투자해도 적게는 5배, 많게는 10배의 수익을 보장해준다는 일종의 제안을 받았다는 거죠.
일확천금을 노린 것도 아닙니다. 아이 옷을 사줄 수 있을 정도로, 남편이나 부모님께 용돈을 드릴 수 있을 정도로, 혹은 만일을 위한 비상금을 마련할 수 있을 정도로만 돈을 벌고 싶었지만, 이제는 전부 잃었습니다.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추가 입금을 요구했을 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느냐고 묻자 "출금이 아예 안 되는 상황이니, 수익금은 고사하고 원금이라도 돌려받고 싶다는 마음에 출금이라도 될 수 있도록 추가입금을 할 수밖에 없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피해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범인을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이런 식으로 SNS 사기 피해를 본 피해자들이 너무 많아 수사에만 수개월이 걸리고, 피해자들이 입금한 계좌가 분실 계좌라 누구에게 돈을 입금했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경찰에서는 피해자들이 가입한 사이트가 불법 도박 사이트라 오히려 피해자들이 처벌받을 수도 있다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피해자들의 돈을 갈취한 사기도박사이트는 여전히 접속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들은 잃은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돌려받기 어렵다면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인터뷰에 응한 것도 자신들이 당한 사기 수법이 널리 알려져 더 이상의 피해가 없길 바란다고 말이죠. 이들의 소망처럼 가계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주부들의 마음이 더는 범죄에 악용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50만 원을 투자하면 30분 안에 500만 원으로 불려 주겠다는 제안이 들어온다면 어떨까요. 혹하는 마음 한 켠, 이거 사기 아닌가 하는 의심도 생길 겁니다. 하지만 이미 이 방법으로 큰 수익을 본 사람이 있다는 후기를 본다면 점점 믿게 되겠죠. 게다가 아이를 낳아 기르느라 경력이 단절돼 직장을 구하기 어려운 주부라면 더욱 그럴 겁니다. 하지만 소액으로 고수익을 내주겠다는 이 이야기, 사기였습니다.
■ "신규 회원이라서, 개인 정보가 달라서…'추가입금' 해주셔야 합니다."
수법은 이렇습니다. 사기꾼들은 '00맘' 등 이름의 SNS 계정으로 피해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접근합니다. 적은 금액으로, 짧은 시간 안에, 고수익을 낼 수 있는 부업이 있는데 해보지 않겠느냐고요. 이때 이들의 SNS에는 도용한 아기 사진이나 가족사진, 그리고 이른바 '투자 성공 사례' 게시물이 가득합니다. 수많은 후기, 그리고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는 동질감에 피해자들은 '투자를 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합니다.
그러면 이들은 카카오톡 ID를 알려주고, 피해자들이 연락하면 웹사이트 주소를 알려줍니다. 이 사이트는 인터넷 도박 사이트로, 피해자들이 이 사이트에 가입한 뒤 일정 금액을 충전하면, 그걸 가지고 자신들이 대신 게임을 해서 수익을 내주겠다는 겁니다. 피해자들이 반신반의하며 돈을 입금하고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주면 "동시 접속하면 안 되니, 30분 동안 접속하지 마라."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30분이 지난 뒤, 대략 10배가 넘는 돈을 땄다고 연락을 합니다. 실제로 웹사이트에서도 10배 불어난 수익금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뭔가 이상합니다. 피해자가 수익금을 출금하려고 하면 '신규 회원치고 너무 많은 수익을 얻어서 출금이 안 된다'며 3백만 원을 추가로 입금하라고 합니다. 입금하면, 수수료가 저절로 빠져나가 정확히 3백만 원이 입금되지 않았으니 수수료만큼을 더해서 다시 삼백만 원을 입금하라고 합니다. 정확히 입금하면 이번에는 개인 정보가 다르게 적혀있으니, 이를 바로잡는 프로그램 이용료를 추가 입금하라고 합니다. 이렇게 별별 이유를 대면서 '출금을 하기 위한' 추가 입금을 유도하는 겁니다.
이런 방법으로 A 씨는 약 5천만 원을, B 씨는 6백여만 원을 잃었습니다. 피해자는 A 씨와 B 씨만이 아닙니다. A 씨는 이 같은 사기에 당한 피해자들이 모인 카톡방 두 곳에 참여하고 있는데 한 곳에는 25명, 다른 한 곳에는 10명의 피해자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피해 금액도 적게는 몇백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 가까이 되는데, 이들이 돈을 입금한 계좌도 대부분 일치합니다.
■ "살림에 보탬이 되고 싶어서, 나중엔 원금이라도 받고 싶어서…"
그렇다면 왜 이런 사기에 걸려들게 된 걸까요. 취재진이 만난 피해자들은 "일을 하고 싶었고, 살림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라고 말합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경력이 단절됐고, 코로나19 여파로 소소한 부업 자리도 줄어들면서 일을 할 곳이 없어졌다는 것입니다. 그러던 차에 30분이면 소액을 투자해도 적게는 5배, 많게는 10배의 수익을 보장해준다는 일종의 제안을 받았다는 거죠.
일확천금을 노린 것도 아닙니다. 아이 옷을 사줄 수 있을 정도로, 남편이나 부모님께 용돈을 드릴 수 있을 정도로, 혹은 만일을 위한 비상금을 마련할 수 있을 정도로만 돈을 벌고 싶었지만, 이제는 전부 잃었습니다.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추가 입금을 요구했을 때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느냐고 묻자 "출금이 아예 안 되는 상황이니, 수익금은 고사하고 원금이라도 돌려받고 싶다는 마음에 출금이라도 될 수 있도록 추가입금을 할 수밖에 없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피해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범인을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이런 식으로 SNS 사기 피해를 본 피해자들이 너무 많아 수사에만 수개월이 걸리고, 피해자들이 입금한 계좌가 분실 계좌라 누구에게 돈을 입금했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경찰에서는 피해자들이 가입한 사이트가 불법 도박 사이트라 오히려 피해자들이 처벌받을 수도 있다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피해자들의 돈을 갈취한 사기도박사이트는 여전히 접속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들은 잃은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돌려받기 어렵다면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인터뷰에 응한 것도 자신들이 당한 사기 수법이 널리 알려져 더 이상의 피해가 없길 바란다고 말이죠. 이들의 소망처럼 가계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주부들의 마음이 더는 범죄에 악용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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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주 기자 khj@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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