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재포장 금지’는 어쩌다 ‘할인판매 규제’가 됐을까?
입력 2020.06.23 (10:40)
수정 2020.06.23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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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일 자로 시행되는 '재포장 금지법', 하지만 열흘 앞두고 사실상 시행 시점이 6개월 뒤로 늦춰져 해를 넘기게 됐습니다. 환경부는 업계와 소비자, 전문가 의견을 더 수렴해 적응단계를 거쳐 내년 1월부터 본격 적용한다는 계획입니다.
급작스러운 연기에는 '재포장 금지'가 '할인판매 규제'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 확산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쓰레기 줄이기 위해 포장 여러 번 하지 말자는 법이 왜 할인 판매를 막는 법으로 인식됐을까요?
■ 업계에 배포한 '재포장 관련 가이드라인'에 오해 소지
이 법은 지난해 1월에 입법 예고돼 1년간의 협의를 거쳐 지난 1월 공포됐습니다. 이후 6개월간 현장적용을 위한 준비 기간도 가졌습니다. 그러던 차 이번 달 18일 환경부는 재포장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안)을 업계에 배포했습니다. 그런데 이 가이드라인(안)에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표현이 있었습니다.
규제의 대상인 '재포장'을 정의하는 내용이 담겼는데, 가격 예시를 든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재포장'에 해당하는 경우의 예시를 보면 "2,000원 판매제품 2개를 묶어 2,000원에 판매하거나, 2,000원 제품 2개를 묶어 3,000원에 판매하는 경우"는 '재포장'이라고 들었습니다.
반면, "하나에 2,000원 판매제품 2개를 묶어 4,000원, 3개를 묶어 6,000원에 판매" 하는 경우는 '재포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것만 보면 같은 묶음 제품인데도 가격을 할인하면 '재포장'에 해당해 규제를 받는구나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엔 "현행법에 허용된 종합제품으로써 판촉을 위한 것이 아닌 경우"라는 전제가 있습니다. '종합제품'이란 생산단계에서 이미 여러 개를 묶거나 담아서 만든 제품을 뜻하는 업계 용어입니다.
그러니까 할인 등의 판촉 목적이 아닌데, 생산업체가 제품 여러 개를 묶어서 하나의 제품으로 기획해 생산했다면 그것까지 규제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환경부가 예로 든 종합선물세트 같은 제품이 이에 해당합니다.
■ 재포장 안 해도 할인행사는 얼마든지 가능...소비자도 "포장재 쓰레기 싫다"
환경부는 1+1, 2+1 같은 행사 자체를 규제하는 건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애초에 이 법은 포장재를 줄이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포장만 더 안 한다면 할인 행사를 하든, 안 하든 그것은 제조사와 유통사의 자유입니다.
편의점만 해도 그렇습니다. 굳이 제품을 두 개, 세 개 묶어 놓지 않아도 소비자들이 매대 앞에 할인 정보를 보고 알아서 물건을 골라서 가져갑니다. 그러면 계산할 때 자동 할인되고요. 이런 방식에 익숙해져 있는 소비자들은 왜 대형마트나 슈퍼 등에서는 이렇게 안 하는지 이해가 안 될 뿐입니다. 심지어 환경부는 제품 전체를 감싸지 않는 띠지나 고리 등으로 묶어 놓은 것은 규제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취재를 위해 대형마트를 찾았습니다. 여전히 재포장된 제품이 많았지만 유독 우유 판매대에는 제품 전체를 감싸는 포장 대신 띠지를 둘러 2개를 묶음 제품이 대다수였습니다. 지난 1월 환경부가 우유 판매를 콕 찍어 재포장 사례로 들면서 우유 묶음 판매는 많이 개선되고 있었습니다. 업체들의 의지가 있다면 얼마든지 변화는 가능해 보입니다.
소비자들 의견도 물었습니다. 대부분은 "포장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와서 불만"이라고 했습니다. 또 "한 개씩 사려고 해도 요즘엔 거의 묶음 상품만 팔아서 선택의 기회가 오히려 줄었다"고도 했습니다.
■ 기준 모호·편법 우려..."포장재 규제는 더 강화돼야"
업계 입장에서는 '재포장' 기준 자체가 모호해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라면 묶음 포장이나 종합선물세트는 되면서 제조단계에서 과자 여러 봉지를 다시 포장해 내놓은 제품은 왜 안 되느냐 할 수 있습니다.
제조·생산단계에서 재포장한 것은 규제 대상 밖이라면, 이를 이용한 편법이 나올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사회연구소장은 "처음에는 환경부가 재포장 기준을 바코드 유무로 했다. 그러다 제조단계에서 재포장을 했는지로 기준이 바뀌었다"면서 "이렇게 하면 유통업체들이 생산단계부터 재포장을 해서 보내도록 떠넘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미 지난해부터 예고돼 있던 법인데 업체들이 아직 제대로 준비를 안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생산, 유통업체들도 다양한 판촉 기법들을 발굴해서 쓰레기도 줄이고 소비자 혜택도 늘리는 서비스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환경부도 '재포장' 기준을 새로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을 협의하는 과정이 약 한 달이 채 안 됐다"며 부족한 부분이 있었음을 시인했습니다. 특히 "재포장 판단 기준을 판촉 행위, 가격 할인 여부로 구분하다 보니 가격 할인 자체를 못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으로는 가격 할인이나 판촉이 아닌 통상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기준을 모색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환경단체들은 플라스틱 포장재 규제는 더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녹색연합과 여성환경연대, 환경운동연합은 성명서를 통해 "일부 언론 보도에 환경부가 흔들리지 말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2차 포장 금지대상이 단순히 판촉 행사용 재포장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강도 높은 규제를 촉구했습니다.
포장 쓰레기가 많이 나온다는 소비자들의 불만도 있지만 묶음 판매를 통해 좀 더 저렴하게 상품을 구매하고 싶어하는 소비자의 바람도 있습니다. 또 업계는 업계대로 마케팅의 일환으로 묶음 판매를 통해 매출을 올리고 싶은 것도 당연하고요. 포장재 과다 사용을 줄이면서도 소비자, 업계가 모두 만족하는 세부 지침을 의견 수렴을 통해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급작스러운 연기에는 '재포장 금지'가 '할인판매 규제'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 확산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쓰레기 줄이기 위해 포장 여러 번 하지 말자는 법이 왜 할인 판매를 막는 법으로 인식됐을까요?
■ 업계에 배포한 '재포장 관련 가이드라인'에 오해 소지
이 법은 지난해 1월에 입법 예고돼 1년간의 협의를 거쳐 지난 1월 공포됐습니다. 이후 6개월간 현장적용을 위한 준비 기간도 가졌습니다. 그러던 차 이번 달 18일 환경부는 재포장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안)을 업계에 배포했습니다. 그런데 이 가이드라인(안)에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표현이 있었습니다.
규제의 대상인 '재포장'을 정의하는 내용이 담겼는데, 가격 예시를 든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재포장'에 해당하는 경우의 예시를 보면 "2,000원 판매제품 2개를 묶어 2,000원에 판매하거나, 2,000원 제품 2개를 묶어 3,000원에 판매하는 경우"는 '재포장'이라고 들었습니다.
반면, "하나에 2,000원 판매제품 2개를 묶어 4,000원, 3개를 묶어 6,000원에 판매" 하는 경우는 '재포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것만 보면 같은 묶음 제품인데도 가격을 할인하면 '재포장'에 해당해 규제를 받는구나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엔 "현행법에 허용된 종합제품으로써 판촉을 위한 것이 아닌 경우"라는 전제가 있습니다. '종합제품'이란 생산단계에서 이미 여러 개를 묶거나 담아서 만든 제품을 뜻하는 업계 용어입니다.
그러니까 할인 등의 판촉 목적이 아닌데, 생산업체가 제품 여러 개를 묶어서 하나의 제품으로 기획해 생산했다면 그것까지 규제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환경부가 예로 든 종합선물세트 같은 제품이 이에 해당합니다.
■ 재포장 안 해도 할인행사는 얼마든지 가능...소비자도 "포장재 쓰레기 싫다"
환경부는 1+1, 2+1 같은 행사 자체를 규제하는 건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애초에 이 법은 포장재를 줄이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포장만 더 안 한다면 할인 행사를 하든, 안 하든 그것은 제조사와 유통사의 자유입니다.
편의점만 해도 그렇습니다. 굳이 제품을 두 개, 세 개 묶어 놓지 않아도 소비자들이 매대 앞에 할인 정보를 보고 알아서 물건을 골라서 가져갑니다. 그러면 계산할 때 자동 할인되고요. 이런 방식에 익숙해져 있는 소비자들은 왜 대형마트나 슈퍼 등에서는 이렇게 안 하는지 이해가 안 될 뿐입니다. 심지어 환경부는 제품 전체를 감싸지 않는 띠지나 고리 등으로 묶어 놓은 것은 규제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취재를 위해 대형마트를 찾았습니다. 여전히 재포장된 제품이 많았지만 유독 우유 판매대에는 제품 전체를 감싸는 포장 대신 띠지를 둘러 2개를 묶음 제품이 대다수였습니다. 지난 1월 환경부가 우유 판매를 콕 찍어 재포장 사례로 들면서 우유 묶음 판매는 많이 개선되고 있었습니다. 업체들의 의지가 있다면 얼마든지 변화는 가능해 보입니다.
소비자들 의견도 물었습니다. 대부분은 "포장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와서 불만"이라고 했습니다. 또 "한 개씩 사려고 해도 요즘엔 거의 묶음 상품만 팔아서 선택의 기회가 오히려 줄었다"고도 했습니다.
■ 기준 모호·편법 우려..."포장재 규제는 더 강화돼야"
업계 입장에서는 '재포장' 기준 자체가 모호해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라면 묶음 포장이나 종합선물세트는 되면서 제조단계에서 과자 여러 봉지를 다시 포장해 내놓은 제품은 왜 안 되느냐 할 수 있습니다.
제조·생산단계에서 재포장한 것은 규제 대상 밖이라면, 이를 이용한 편법이 나올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사회연구소장은 "처음에는 환경부가 재포장 기준을 바코드 유무로 했다. 그러다 제조단계에서 재포장을 했는지로 기준이 바뀌었다"면서 "이렇게 하면 유통업체들이 생산단계부터 재포장을 해서 보내도록 떠넘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미 지난해부터 예고돼 있던 법인데 업체들이 아직 제대로 준비를 안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생산, 유통업체들도 다양한 판촉 기법들을 발굴해서 쓰레기도 줄이고 소비자 혜택도 늘리는 서비스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환경부도 '재포장' 기준을 새로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을 협의하는 과정이 약 한 달이 채 안 됐다"며 부족한 부분이 있었음을 시인했습니다. 특히 "재포장 판단 기준을 판촉 행위, 가격 할인 여부로 구분하다 보니 가격 할인 자체를 못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으로는 가격 할인이나 판촉이 아닌 통상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기준을 모색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환경단체들은 플라스틱 포장재 규제는 더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녹색연합과 여성환경연대, 환경운동연합은 성명서를 통해 "일부 언론 보도에 환경부가 흔들리지 말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2차 포장 금지대상이 단순히 판촉 행사용 재포장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강도 높은 규제를 촉구했습니다.
포장 쓰레기가 많이 나온다는 소비자들의 불만도 있지만 묶음 판매를 통해 좀 더 저렴하게 상품을 구매하고 싶어하는 소비자의 바람도 있습니다. 또 업계는 업계대로 마케팅의 일환으로 묶음 판매를 통해 매출을 올리고 싶은 것도 당연하고요. 포장재 과다 사용을 줄이면서도 소비자, 업계가 모두 만족하는 세부 지침을 의견 수렴을 통해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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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일 자로 시행되는 '재포장 금지법', 하지만 열흘 앞두고 사실상 시행 시점이 6개월 뒤로 늦춰져 해를 넘기게 됐습니다. 환경부는 업계와 소비자, 전문가 의견을 더 수렴해 적응단계를 거쳐 내년 1월부터 본격 적용한다는 계획입니다.
급작스러운 연기에는 '재포장 금지'가 '할인판매 규제'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 확산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쓰레기 줄이기 위해 포장 여러 번 하지 말자는 법이 왜 할인 판매를 막는 법으로 인식됐을까요?
■ 업계에 배포한 '재포장 관련 가이드라인'에 오해 소지
이 법은 지난해 1월에 입법 예고돼 1년간의 협의를 거쳐 지난 1월 공포됐습니다. 이후 6개월간 현장적용을 위한 준비 기간도 가졌습니다. 그러던 차 이번 달 18일 환경부는 재포장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안)을 업계에 배포했습니다. 그런데 이 가이드라인(안)에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표현이 있었습니다.
규제의 대상인 '재포장'을 정의하는 내용이 담겼는데, 가격 예시를 든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재포장'에 해당하는 경우의 예시를 보면 "2,000원 판매제품 2개를 묶어 2,000원에 판매하거나, 2,000원 제품 2개를 묶어 3,000원에 판매하는 경우"는 '재포장'이라고 들었습니다.
반면, "하나에 2,000원 판매제품 2개를 묶어 4,000원, 3개를 묶어 6,000원에 판매" 하는 경우는 '재포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것만 보면 같은 묶음 제품인데도 가격을 할인하면 '재포장'에 해당해 규제를 받는구나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엔 "현행법에 허용된 종합제품으로써 판촉을 위한 것이 아닌 경우"라는 전제가 있습니다. '종합제품'이란 생산단계에서 이미 여러 개를 묶거나 담아서 만든 제품을 뜻하는 업계 용어입니다.
그러니까 할인 등의 판촉 목적이 아닌데, 생산업체가 제품 여러 개를 묶어서 하나의 제품으로 기획해 생산했다면 그것까지 규제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환경부가 예로 든 종합선물세트 같은 제품이 이에 해당합니다.
■ 재포장 안 해도 할인행사는 얼마든지 가능...소비자도 "포장재 쓰레기 싫다"
환경부는 1+1, 2+1 같은 행사 자체를 규제하는 건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애초에 이 법은 포장재를 줄이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포장만 더 안 한다면 할인 행사를 하든, 안 하든 그것은 제조사와 유통사의 자유입니다.
편의점만 해도 그렇습니다. 굳이 제품을 두 개, 세 개 묶어 놓지 않아도 소비자들이 매대 앞에 할인 정보를 보고 알아서 물건을 골라서 가져갑니다. 그러면 계산할 때 자동 할인되고요. 이런 방식에 익숙해져 있는 소비자들은 왜 대형마트나 슈퍼 등에서는 이렇게 안 하는지 이해가 안 될 뿐입니다. 심지어 환경부는 제품 전체를 감싸지 않는 띠지나 고리 등으로 묶어 놓은 것은 규제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취재를 위해 대형마트를 찾았습니다. 여전히 재포장된 제품이 많았지만 유독 우유 판매대에는 제품 전체를 감싸는 포장 대신 띠지를 둘러 2개를 묶음 제품이 대다수였습니다. 지난 1월 환경부가 우유 판매를 콕 찍어 재포장 사례로 들면서 우유 묶음 판매는 많이 개선되고 있었습니다. 업체들의 의지가 있다면 얼마든지 변화는 가능해 보입니다.
소비자들 의견도 물었습니다. 대부분은 "포장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와서 불만"이라고 했습니다. 또 "한 개씩 사려고 해도 요즘엔 거의 묶음 상품만 팔아서 선택의 기회가 오히려 줄었다"고도 했습니다.
■ 기준 모호·편법 우려..."포장재 규제는 더 강화돼야"
업계 입장에서는 '재포장' 기준 자체가 모호해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라면 묶음 포장이나 종합선물세트는 되면서 제조단계에서 과자 여러 봉지를 다시 포장해 내놓은 제품은 왜 안 되느냐 할 수 있습니다.
제조·생산단계에서 재포장한 것은 규제 대상 밖이라면, 이를 이용한 편법이 나올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사회연구소장은 "처음에는 환경부가 재포장 기준을 바코드 유무로 했다. 그러다 제조단계에서 재포장을 했는지로 기준이 바뀌었다"면서 "이렇게 하면 유통업체들이 생산단계부터 재포장을 해서 보내도록 떠넘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미 지난해부터 예고돼 있던 법인데 업체들이 아직 제대로 준비를 안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생산, 유통업체들도 다양한 판촉 기법들을 발굴해서 쓰레기도 줄이고 소비자 혜택도 늘리는 서비스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환경부도 '재포장' 기준을 새로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을 협의하는 과정이 약 한 달이 채 안 됐다"며 부족한 부분이 있었음을 시인했습니다. 특히 "재포장 판단 기준을 판촉 행위, 가격 할인 여부로 구분하다 보니 가격 할인 자체를 못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으로는 가격 할인이나 판촉이 아닌 통상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기준을 모색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환경단체들은 플라스틱 포장재 규제는 더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녹색연합과 여성환경연대, 환경운동연합은 성명서를 통해 "일부 언론 보도에 환경부가 흔들리지 말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2차 포장 금지대상이 단순히 판촉 행사용 재포장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강도 높은 규제를 촉구했습니다.
포장 쓰레기가 많이 나온다는 소비자들의 불만도 있지만 묶음 판매를 통해 좀 더 저렴하게 상품을 구매하고 싶어하는 소비자의 바람도 있습니다. 또 업계는 업계대로 마케팅의 일환으로 묶음 판매를 통해 매출을 올리고 싶은 것도 당연하고요. 포장재 과다 사용을 줄이면서도 소비자, 업계가 모두 만족하는 세부 지침을 의견 수렴을 통해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급작스러운 연기에는 '재포장 금지'가 '할인판매 규제'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 확산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쓰레기 줄이기 위해 포장 여러 번 하지 말자는 법이 왜 할인 판매를 막는 법으로 인식됐을까요?
■ 업계에 배포한 '재포장 관련 가이드라인'에 오해 소지
이 법은 지난해 1월에 입법 예고돼 1년간의 협의를 거쳐 지난 1월 공포됐습니다. 이후 6개월간 현장적용을 위한 준비 기간도 가졌습니다. 그러던 차 이번 달 18일 환경부는 재포장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안)을 업계에 배포했습니다. 그런데 이 가이드라인(안)에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표현이 있었습니다.
규제의 대상인 '재포장'을 정의하는 내용이 담겼는데, 가격 예시를 든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재포장'에 해당하는 경우의 예시를 보면 "2,000원 판매제품 2개를 묶어 2,000원에 판매하거나, 2,000원 제품 2개를 묶어 3,000원에 판매하는 경우"는 '재포장'이라고 들었습니다.
반면, "하나에 2,000원 판매제품 2개를 묶어 4,000원, 3개를 묶어 6,000원에 판매" 하는 경우는 '재포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것만 보면 같은 묶음 제품인데도 가격을 할인하면 '재포장'에 해당해 규제를 받는구나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엔 "현행법에 허용된 종합제품으로써 판촉을 위한 것이 아닌 경우"라는 전제가 있습니다. '종합제품'이란 생산단계에서 이미 여러 개를 묶거나 담아서 만든 제품을 뜻하는 업계 용어입니다.
그러니까 할인 등의 판촉 목적이 아닌데, 생산업체가 제품 여러 개를 묶어서 하나의 제품으로 기획해 생산했다면 그것까지 규제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환경부가 예로 든 종합선물세트 같은 제품이 이에 해당합니다.
■ 재포장 안 해도 할인행사는 얼마든지 가능...소비자도 "포장재 쓰레기 싫다"
환경부는 1+1, 2+1 같은 행사 자체를 규제하는 건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애초에 이 법은 포장재를 줄이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포장만 더 안 한다면 할인 행사를 하든, 안 하든 그것은 제조사와 유통사의 자유입니다.
편의점만 해도 그렇습니다. 굳이 제품을 두 개, 세 개 묶어 놓지 않아도 소비자들이 매대 앞에 할인 정보를 보고 알아서 물건을 골라서 가져갑니다. 그러면 계산할 때 자동 할인되고요. 이런 방식에 익숙해져 있는 소비자들은 왜 대형마트나 슈퍼 등에서는 이렇게 안 하는지 이해가 안 될 뿐입니다. 심지어 환경부는 제품 전체를 감싸지 않는 띠지나 고리 등으로 묶어 놓은 것은 규제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취재를 위해 대형마트를 찾았습니다. 여전히 재포장된 제품이 많았지만 유독 우유 판매대에는 제품 전체를 감싸는 포장 대신 띠지를 둘러 2개를 묶음 제품이 대다수였습니다. 지난 1월 환경부가 우유 판매를 콕 찍어 재포장 사례로 들면서 우유 묶음 판매는 많이 개선되고 있었습니다. 업체들의 의지가 있다면 얼마든지 변화는 가능해 보입니다.
소비자들 의견도 물었습니다. 대부분은 "포장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와서 불만"이라고 했습니다. 또 "한 개씩 사려고 해도 요즘엔 거의 묶음 상품만 팔아서 선택의 기회가 오히려 줄었다"고도 했습니다.
■ 기준 모호·편법 우려..."포장재 규제는 더 강화돼야"
업계 입장에서는 '재포장' 기준 자체가 모호해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라면 묶음 포장이나 종합선물세트는 되면서 제조단계에서 과자 여러 봉지를 다시 포장해 내놓은 제품은 왜 안 되느냐 할 수 있습니다.
제조·생산단계에서 재포장한 것은 규제 대상 밖이라면, 이를 이용한 편법이 나올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사회연구소장은 "처음에는 환경부가 재포장 기준을 바코드 유무로 했다. 그러다 제조단계에서 재포장을 했는지로 기준이 바뀌었다"면서 "이렇게 하면 유통업체들이 생산단계부터 재포장을 해서 보내도록 떠넘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미 지난해부터 예고돼 있던 법인데 업체들이 아직 제대로 준비를 안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생산, 유통업체들도 다양한 판촉 기법들을 발굴해서 쓰레기도 줄이고 소비자 혜택도 늘리는 서비스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환경부도 '재포장' 기준을 새로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을 협의하는 과정이 약 한 달이 채 안 됐다"며 부족한 부분이 있었음을 시인했습니다. 특히 "재포장 판단 기준을 판촉 행위, 가격 할인 여부로 구분하다 보니 가격 할인 자체를 못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으로는 가격 할인이나 판촉이 아닌 통상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기준을 모색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환경단체들은 플라스틱 포장재 규제는 더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녹색연합과 여성환경연대, 환경운동연합은 성명서를 통해 "일부 언론 보도에 환경부가 흔들리지 말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2차 포장 금지대상이 단순히 판촉 행사용 재포장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강도 높은 규제를 촉구했습니다.
포장 쓰레기가 많이 나온다는 소비자들의 불만도 있지만 묶음 판매를 통해 좀 더 저렴하게 상품을 구매하고 싶어하는 소비자의 바람도 있습니다. 또 업계는 업계대로 마케팅의 일환으로 묶음 판매를 통해 매출을 올리고 싶은 것도 당연하고요. 포장재 과다 사용을 줄이면서도 소비자, 업계가 모두 만족하는 세부 지침을 의견 수렴을 통해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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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화 기자 evoluti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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