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싸게 취급받는 간병 노동…해법으로 제시된 공공돌봄

입력 2020.06.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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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가 줄어드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어지간한 일들은 기계와 로봇이 대체하고 있죠. 돌봄 노동은 어떨까? 기계로 대체할 수 있을까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사람의 감정과 몸 상태를 읽어내야 하는 노동인 만큼, 돌봄은 인간의 손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고령화로 돌봄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지만, 간병 노동은 여전히 '가치 있는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령의 여성들이 평생 본인이 익힌 숙련된 기술(씻기고 먹이고 돌보는 일)을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노동자로 인정해 달라, 국회로 온 간병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 값싸게 취급받는, 비공식적인 간병인의 노동

지난 3월, 코로나19에 걸린 환자를 돌보던 77살의 간병 노동자가 숨졌습니다. 그녀가 돌보던 55살 환자도 숨졌습니다. 당시 환자를 돌보던 간병 노동자는 당뇨·고혈압 등 기저 질환이 있었고 받은 시급은 4,200원이었습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간병 노동자들은 마스크를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간병 노동자들은 항상 질병 감염이 두렵습니다. "옴이나 결핵이 가장 두렵다. 슈퍼 박테리아도 두렵다. 코로나 19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간병 노동자들은 주 6일, 24시간 환자들을 돌보는 사람들입니다. 항시 감염성 질환에 노출되어 있지만, 누구도 이들의 안전을 책임지지 않습니다.

간병 서비스는 반드시 필요한 의료 서비스지만, 비공식적인 영역에 속해 있습니다. 간병 노동자들은 유료 직업소개소를 통해 일자리를 구합니다. 직업소개소에 월급의 상당액을 수수료로 떼주고, 환자와 보호자와 함께 노동 기간을 정하고 일당을 받습니다. 분명히 직업소개소와 환자에게 채용된 노동자이지만, 공식적인 노동의 영역에 속해있지는 않습니다. 간병 노동자들은 '가사 사용인'으로 구분돼 있을 뿐입니다. 이 때문에 근로기준법도, 최저임금법도 적용받지 못합니다. 업무상 질병이 분명하더라도 산재를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간병 노동자는 열악한 노동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 "나이 육십 넘어 여성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요?"

간병 노동자로 일하는 데 큰 자격 요건은 없습니다. 24시간 환자 곁을 지키며 받는 임금은 하루 평균 9만 원에서 10만 원 사이입니다. 시급으로는 4천 원 내외입니다. 토론회에 참석한 간병 노동자들은 자신들은 특별한 기술이 없는, 생계형 가장들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이들 다 키워놓고 나니, 가정을 지키기 위해 본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밖에 없더라는 겁니다. 하지만 최소한 노동자로서 정당하게 보호받고 싶다고 했습니다. 간병 노동자들은 환자나 보호자들이 폭언을 하거나 성추행하는 경우, 임금이 밀리는 경우가 많아도 공식적인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제대로 항의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고 호소했습니다.

"나이 육십 넘어 여성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요?" 문명순 서울대병원 희망간병 사무장은 발언을 하며 눈물을 삼켰습니다. 주 6일 동안 병원에서 생활하다 보니 간병 노동자들에게 병원은 일터이자 생활 공간이지만, 밥을 먹을 공간도, 옷을 갈아입거나 씻을 공간도 마련돼 있지 않다며 최소한의 노동 존중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 양질의 돌봄 일자리…공공이 나서야 할 때

간병 노동자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병원이 간병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청주시립요양병원에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수탁 운영자가 간병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고 있습니다. 간병 노동자들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받고, 병원은 노동자들을 직접 교육하는 등 노동자들에 대한 책임을 집니다.

공적 주체가 돌봄 인력을 관리하는 방안도 있습니다. 지금처럼 민간 재가방문요양센터 같은 기관을 계속 늘리기보다, 정부가 돌봄 인력을 직접 채용하고,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하자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사적 영역에서 해결해온 돌봄 노동이 투명하게 관리될 수 있고, 노동자들은 더욱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될 겁니다.

■ '해묵은 무시' 해결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간병인들은 전체의 절반 이상이 60대이고 배우자가 없는 경우가 40%를 넘어서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장시간, 저임금, 고령 여성이 종사하는 노동에 대한 우리 안의 해묵은 무시가 간병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에 소홀해 왔던 근본 원인이 아닐까요?

간병, 돌봄 노동은 특히 상태가 호전되기 어려운 환자를 돌보는 경우라면 '끝을 알 수 없는 노동'입니다. 열심히 해도 성과가 드러나기 어려운 일이기에 '그림자 노동'이라는 자조까지 나옵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이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간병 노동자들, 이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노동의 가치를 정당하게 인정받는 날이 앞당겨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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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값싸게 취급받는 간병 노동…해법으로 제시된 공공돌봄
    • 입력 2020-06-25 07:00:04
    취재K
일자리가 줄어드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어지간한 일들은 기계와 로봇이 대체하고 있죠. 돌봄 노동은 어떨까? 기계로 대체할 수 있을까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사람의 감정과 몸 상태를 읽어내야 하는 노동인 만큼, 돌봄은 인간의 손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고령화로 돌봄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지만, 간병 노동은 여전히 '가치 있는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령의 여성들이 평생 본인이 익힌 숙련된 기술(씻기고 먹이고 돌보는 일)을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노동자로 인정해 달라, 국회로 온 간병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 값싸게 취급받는, 비공식적인 간병인의 노동

지난 3월, 코로나19에 걸린 환자를 돌보던 77살의 간병 노동자가 숨졌습니다. 그녀가 돌보던 55살 환자도 숨졌습니다. 당시 환자를 돌보던 간병 노동자는 당뇨·고혈압 등 기저 질환이 있었고 받은 시급은 4,200원이었습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간병 노동자들은 마스크를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간병 노동자들은 항상 질병 감염이 두렵습니다. "옴이나 결핵이 가장 두렵다. 슈퍼 박테리아도 두렵다. 코로나 19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간병 노동자들은 주 6일, 24시간 환자들을 돌보는 사람들입니다. 항시 감염성 질환에 노출되어 있지만, 누구도 이들의 안전을 책임지지 않습니다.

간병 서비스는 반드시 필요한 의료 서비스지만, 비공식적인 영역에 속해 있습니다. 간병 노동자들은 유료 직업소개소를 통해 일자리를 구합니다. 직업소개소에 월급의 상당액을 수수료로 떼주고, 환자와 보호자와 함께 노동 기간을 정하고 일당을 받습니다. 분명히 직업소개소와 환자에게 채용된 노동자이지만, 공식적인 노동의 영역에 속해있지는 않습니다. 간병 노동자들은 '가사 사용인'으로 구분돼 있을 뿐입니다. 이 때문에 근로기준법도, 최저임금법도 적용받지 못합니다. 업무상 질병이 분명하더라도 산재를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간병 노동자는 열악한 노동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 "나이 육십 넘어 여성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요?"

간병 노동자로 일하는 데 큰 자격 요건은 없습니다. 24시간 환자 곁을 지키며 받는 임금은 하루 평균 9만 원에서 10만 원 사이입니다. 시급으로는 4천 원 내외입니다. 토론회에 참석한 간병 노동자들은 자신들은 특별한 기술이 없는, 생계형 가장들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이들 다 키워놓고 나니, 가정을 지키기 위해 본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이것밖에 없더라는 겁니다. 하지만 최소한 노동자로서 정당하게 보호받고 싶다고 했습니다. 간병 노동자들은 환자나 보호자들이 폭언을 하거나 성추행하는 경우, 임금이 밀리는 경우가 많아도 공식적인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제대로 항의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고 호소했습니다.

"나이 육십 넘어 여성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요?" 문명순 서울대병원 희망간병 사무장은 발언을 하며 눈물을 삼켰습니다. 주 6일 동안 병원에서 생활하다 보니 간병 노동자들에게 병원은 일터이자 생활 공간이지만, 밥을 먹을 공간도, 옷을 갈아입거나 씻을 공간도 마련돼 있지 않다며 최소한의 노동 존중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 양질의 돌봄 일자리…공공이 나서야 할 때

간병 노동자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병원이 간병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청주시립요양병원에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수탁 운영자가 간병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고 있습니다. 간병 노동자들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받고, 병원은 노동자들을 직접 교육하는 등 노동자들에 대한 책임을 집니다.

공적 주체가 돌봄 인력을 관리하는 방안도 있습니다. 지금처럼 민간 재가방문요양센터 같은 기관을 계속 늘리기보다, 정부가 돌봄 인력을 직접 채용하고,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하자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사적 영역에서 해결해온 돌봄 노동이 투명하게 관리될 수 있고, 노동자들은 더욱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될 겁니다.

■ '해묵은 무시' 해결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간병인들은 전체의 절반 이상이 60대이고 배우자가 없는 경우가 40%를 넘어서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장시간, 저임금, 고령 여성이 종사하는 노동에 대한 우리 안의 해묵은 무시가 간병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에 소홀해 왔던 근본 원인이 아닐까요?

간병, 돌봄 노동은 특히 상태가 호전되기 어려운 환자를 돌보는 경우라면 '끝을 알 수 없는 노동'입니다. 열심히 해도 성과가 드러나기 어려운 일이기에 '그림자 노동'이라는 자조까지 나옵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이제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간병 노동자들, 이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노동의 가치를 정당하게 인정받는 날이 앞당겨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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