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 속에 훼손되는 민간인 학살 현장

입력 2020.06.25 (08:39) 수정 2020.06.25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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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6·25 전쟁 당시, 충북에서도 수많은 주민이 이념 분쟁에 휘말려, 군인과 경찰에게 집단 학살당했는데요.

수십 년이 지나도록 유해 발굴과 진상 규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6·25 전쟁 70주년을 맞아 KBS가 마련한 연속 기획, 오늘은 첫 순서로 무관심 속에 훼손되고 있는 민간인 학살 현장을 살펴봅니다.

정진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무장독립단체인 의열단에서 활동한 홍가륵 선생의 아들 홍우영 씨가 청주시 낭성면 '도장골'을 찾았습니다.

홍가륵 선생의 유해가 이 산속 어딘가에 방치돼 있기 때문입니다.

홍 선생은 6·25 당시 인민군에 동조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다른 민간인 100여 명과 함께 우리 군·경에게 학살당했습니다.

[홍우영/독립운동가 홍가륵 선생 유족 : "아버지 생각만 하면…. 어릴 때 5살 때, 우리 삼형제가 '너희들 여기 있으면 다 죽는다', 그래서…."]

2008년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이곳을 민간인 학살 우선 발굴 대상지로 선정했습니다.

하지만 지자체의 사방댐 공사와 간벌 사업으로 현재 이곳 지형은 완전히 훼손됐습니다.

또 다른 집단 학살 현장입니다.

최소 수십 명이 억울하게 숨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2008년 진실화해위의 현장 조사 당시 실제로 유해 여섯 구가 발굴됐습니다.

하지만 현재 이 일대는 전원주택 단지 조성으로 크게 훼손됐습니다.

청주와 괴산의 보도연맹원 170여 명의 유해가 묻힌 '옥녀봉'도 경작지로 개간된 지 오래입니다.

[박만순/충북역사문화연대 대표 : "지방자치단체가 6·25 때 억울하게 학살된 유해 매장지를 철저하게 현장 보존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표지판 하나만 세워놔서는 보존될 수가 없어요."]

2006년 진실화해위는 각종 증언을 토대로, 충북의 유해 발굴지 19곳을 선정했습니다.

하지만 15년이 흐른 지금까지, 단 3곳만 발굴된 상태입니다.

[박선주/제1기 진실화해위원회 유해발굴단장 : "조직이 없잖아요. 국가 예산 뒷받침도 없고, 법적 근거도 없고. 단순히 민간인 자원봉사자들이 뜻을 모아서 하는 건데 한계가 있죠."]

유해 발굴, 진실 규명에 대한 자치단체의 무관심과 제도적 한계 속에, 공권력에 희생 당한 민간인 유해지는 개발과 유실로 점점 훼손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정진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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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관심 속에 훼손되는 민간인 학살 현장
    • 입력 2020-06-25 08:39:44
    • 수정2020-06-25 21:42:45
    뉴스광장(청주)
[앵커] 6·25 전쟁 당시, 충북에서도 수많은 주민이 이념 분쟁에 휘말려, 군인과 경찰에게 집단 학살당했는데요. 수십 년이 지나도록 유해 발굴과 진상 규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6·25 전쟁 70주년을 맞아 KBS가 마련한 연속 기획, 오늘은 첫 순서로 무관심 속에 훼손되고 있는 민간인 학살 현장을 살펴봅니다. 정진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무장독립단체인 의열단에서 활동한 홍가륵 선생의 아들 홍우영 씨가 청주시 낭성면 '도장골'을 찾았습니다. 홍가륵 선생의 유해가 이 산속 어딘가에 방치돼 있기 때문입니다. 홍 선생은 6·25 당시 인민군에 동조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다른 민간인 100여 명과 함께 우리 군·경에게 학살당했습니다. [홍우영/독립운동가 홍가륵 선생 유족 : "아버지 생각만 하면…. 어릴 때 5살 때, 우리 삼형제가 '너희들 여기 있으면 다 죽는다', 그래서…."] 2008년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이곳을 민간인 학살 우선 발굴 대상지로 선정했습니다. 하지만 지자체의 사방댐 공사와 간벌 사업으로 현재 이곳 지형은 완전히 훼손됐습니다. 또 다른 집단 학살 현장입니다. 최소 수십 명이 억울하게 숨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2008년 진실화해위의 현장 조사 당시 실제로 유해 여섯 구가 발굴됐습니다. 하지만 현재 이 일대는 전원주택 단지 조성으로 크게 훼손됐습니다. 청주와 괴산의 보도연맹원 170여 명의 유해가 묻힌 '옥녀봉'도 경작지로 개간된 지 오래입니다. [박만순/충북역사문화연대 대표 : "지방자치단체가 6·25 때 억울하게 학살된 유해 매장지를 철저하게 현장 보존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표지판 하나만 세워놔서는 보존될 수가 없어요."] 2006년 진실화해위는 각종 증언을 토대로, 충북의 유해 발굴지 19곳을 선정했습니다. 하지만 15년이 흐른 지금까지, 단 3곳만 발굴된 상태입니다. [박선주/제1기 진실화해위원회 유해발굴단장 : "조직이 없잖아요. 국가 예산 뒷받침도 없고, 법적 근거도 없고. 단순히 민간인 자원봉사자들이 뜻을 모아서 하는 건데 한계가 있죠."] 유해 발굴, 진실 규명에 대한 자치단체의 무관심과 제도적 한계 속에, 공권력에 희생 당한 민간인 유해지는 개발과 유실로 점점 훼손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정진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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