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앞까지 간 ‘인국공 사태’…파장 어디까지

입력 2020.06.26 (08:15) 수정 2020.06.26 (09:1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흔히 공기업을 가리켜 꿈의 직장, 혹은 신의 직장이라고 하죠,

그렇다면 이 공기업 중에서도 대학생들이 가장 취업하고 싶은 곳은 어딜까요,

인천국제공항공사입니다.

요즘은 이걸 줄여서 '인국공' 이렇게 부르던데 한 취업사이트 조사 결과 올해 대학생이 가장 들어가고 싶은 공기업 1위, 인천국제공항공사 인국공이 꼽혔습니다.

그것도 3년 연속 1위입니다.

공기업이니까 일단 안정적이죠, 급여도 공무원보다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인국공 신입사원 연봉은 4천5백만 원이 넘어 공기업 1위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에는 35명을 새로 뽑았는데 경쟁률이 무려 156대 1을 기록했습니다.

이런 화제의 직장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요즘 안팎의 거센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일명 '인국공 사태'로 불리는 이번 논란은 지난 22일, 공사측이 비정규직 보안요원 1,902명을 정규직으로 바꾼다는 발표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해당 보안요원 1902명은 인천공항 협력 업체 소속의 비정규직인데요, 공사측이 이들을 청원 경찰 신분의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겠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발표 직후 당장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 반발이 터져나왔습니다.

인천국제공항은 토익 만점자도 간신히 서류를 통과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경쟁이 치열한데, 아르바이트 모집 사이트 등을 통해 보안 요원으로 들어온 비정규직들이 최소한의 경쟁 없이 정규직이 된다면 입사를 희망하며 노력해 온 취준생들은 뭐가 되냐는 것입니다.

취준생들이 공기업을 선호하는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공기업 채용 과정이 투명하고 열심히 노력하면 합격할 수 있다는 믿음도 작용하기 마련이죠.

그런데 이번 인국공 사태를 보면서 그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입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매일 허벅지 찔러가면서 14시간씩 공부했다.

근데 열심히 노력했던 내가 호구가 됐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다" 등 불만을 표출하는 취준생들의 글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열심히 공부할 이유가 없어졌다”며 연필을 두 동강 낸 사진을 공유하는 이른바 ‘부러진펜 운동’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지난 23일 시작된 청와대 국민청원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 그만해 주십시오’에 동의한 사람은 조금 전 오전 8시 기준으로 24만명을 넘었습니다.

[취업준비생/음성변조 : "갑자기 아르바이트하다가 정규직이 되어가지고 고연봉자로 바뀌어서 그런 내용 봤는데 공부하고 있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고..."]

이번 인국공 사태는 취준생들 뿐 아니라 공사내 정규직들의 반발 또한 불러왔습니다.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노조, 어제 청와대 앞까지 몰려 와 항의 집회를 열었습니다.

자신들과 협의 없는 일방적 정규직 전환에 반대한다며 즉각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이들은 왜 반발하고 있을까요.

현재 천5백여 명인 자신들보다 더 많은 수(1902명)가 한꺼번에 직접 고용으로 정규직화된다면 향후 임금 협상 등에서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장기호/인천국제공항 노동조합 위원장 : "(공사 자료에) 정규직 근로자로 전환함에 있어서 청원경찰 제도는 적절한 활용방안이 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정규직 전환 소식을 접한 보안검색요원들은 모두가 반색하고 있을까?

그렇지도 않습니다.

이들 사이에선 입사 날짜에 따라 희비가 갈립니다.

2017년 5월 12일 이후 입사자는 일반 지원자와의 공개 경쟁을 통과해야 공항 공사의 직접 고용, 즉 정규직으로 전환됩니다.

2017년 5월12일 이전 입사자는 서류, 적격심사, 면접만 통과하면 정규직이 될 수 있습니다.

2017년 5월 12일은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 직후 공항 공사로 찾아 와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한 날입니다.

[문재인 대통령/2017년 5월 12일 : "우선 공공부문부터 임기 내에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

그러니까 바로 이 부분, '대통령 방문'이라는 우연한 날짜 때문에 기존 직원들의 운명이 갈린다는 반발이 나오는 것입니다.

비정규직 중에서도 일부에만 특별한 기회가 돌아간다며 '일자리 로또’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공인수/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검색운영노조 위원장 : "이분들도 몰랐죠. 그래서 이게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겁니다. 3년 동안 고생만 하다가 나가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 거죠."]

물론 공항 공사도 할 말은 있습니다.

입장문을 내서 일련의 논란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해명했습니다.

논란이 된 보안검색요원이 알바 수준의 단순직이 아니고, 정규직이 돼도 연봉이 한순간에 5천만 원으로 오르지는 않으며, 공사의 직접 고용은 일정 부분 공개 경쟁을 통해 진행된다는 설명입니다.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도 해명에 나섰습니다.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정규직 전환) 직종은 기존 비정규직 보안검색원 일자리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어서, 현재 공사에 취업 준비를 하는 분들의 일자리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논란의 지점은 여러 개지만, 이번 사태 본질은 백방으로 뛰어다녀도 구직이 하늘의 별 따기인 지금의 현실, 그 가운데 놓인 젊은층의 절박함일 겁니다.

오랜 국내 경기 침체에 코로나19까지 덮치며 심화된 일자리 부족 현상이 결국 사회 구성원 간 갈등으로 분출된 것으로 보입니다.

민감하고 갈등의 소지도 다분한 게 일자리라는 것, 그만큼 정부와 기관의 관련 행보는 세심 또 세심해야 한단 걸 이번 인국공 논란은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청와대 앞까지 간 ‘인국공 사태’…파장 어디까지
    • 입력 2020-06-26 08:17:00
    • 수정2020-06-26 09:19:53
    아침뉴스타임
흔히 공기업을 가리켜 꿈의 직장, 혹은 신의 직장이라고 하죠,

그렇다면 이 공기업 중에서도 대학생들이 가장 취업하고 싶은 곳은 어딜까요,

인천국제공항공사입니다.

요즘은 이걸 줄여서 '인국공' 이렇게 부르던데 한 취업사이트 조사 결과 올해 대학생이 가장 들어가고 싶은 공기업 1위, 인천국제공항공사 인국공이 꼽혔습니다.

그것도 3년 연속 1위입니다.

공기업이니까 일단 안정적이죠, 급여도 공무원보다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인국공 신입사원 연봉은 4천5백만 원이 넘어 공기업 1위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에는 35명을 새로 뽑았는데 경쟁률이 무려 156대 1을 기록했습니다.

이런 화제의 직장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요즘 안팎의 거센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일명 '인국공 사태'로 불리는 이번 논란은 지난 22일, 공사측이 비정규직 보안요원 1,902명을 정규직으로 바꾼다는 발표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해당 보안요원 1902명은 인천공항 협력 업체 소속의 비정규직인데요, 공사측이 이들을 청원 경찰 신분의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겠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발표 직후 당장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서 반발이 터져나왔습니다.

인천국제공항은 토익 만점자도 간신히 서류를 통과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경쟁이 치열한데, 아르바이트 모집 사이트 등을 통해 보안 요원으로 들어온 비정규직들이 최소한의 경쟁 없이 정규직이 된다면 입사를 희망하며 노력해 온 취준생들은 뭐가 되냐는 것입니다.

취준생들이 공기업을 선호하는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공기업 채용 과정이 투명하고 열심히 노력하면 합격할 수 있다는 믿음도 작용하기 마련이죠.

그런데 이번 인국공 사태를 보면서 그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입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매일 허벅지 찔러가면서 14시간씩 공부했다.

근데 열심히 노력했던 내가 호구가 됐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다" 등 불만을 표출하는 취준생들의 글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열심히 공부할 이유가 없어졌다”며 연필을 두 동강 낸 사진을 공유하는 이른바 ‘부러진펜 운동’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지난 23일 시작된 청와대 국민청원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 그만해 주십시오’에 동의한 사람은 조금 전 오전 8시 기준으로 24만명을 넘었습니다.

[취업준비생/음성변조 : "갑자기 아르바이트하다가 정규직이 되어가지고 고연봉자로 바뀌어서 그런 내용 봤는데 공부하고 있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고..."]

이번 인국공 사태는 취준생들 뿐 아니라 공사내 정규직들의 반발 또한 불러왔습니다.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노조, 어제 청와대 앞까지 몰려 와 항의 집회를 열었습니다.

자신들과 협의 없는 일방적 정규직 전환에 반대한다며 즉각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이들은 왜 반발하고 있을까요.

현재 천5백여 명인 자신들보다 더 많은 수(1902명)가 한꺼번에 직접 고용으로 정규직화된다면 향후 임금 협상 등에서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장기호/인천국제공항 노동조합 위원장 : "(공사 자료에) 정규직 근로자로 전환함에 있어서 청원경찰 제도는 적절한 활용방안이 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정규직 전환 소식을 접한 보안검색요원들은 모두가 반색하고 있을까?

그렇지도 않습니다.

이들 사이에선 입사 날짜에 따라 희비가 갈립니다.

2017년 5월 12일 이후 입사자는 일반 지원자와의 공개 경쟁을 통과해야 공항 공사의 직접 고용, 즉 정규직으로 전환됩니다.

2017년 5월12일 이전 입사자는 서류, 적격심사, 면접만 통과하면 정규직이 될 수 있습니다.

2017년 5월 12일은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 직후 공항 공사로 찾아 와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한 날입니다.

[문재인 대통령/2017년 5월 12일 : "우선 공공부문부터 임기 내에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

그러니까 바로 이 부분, '대통령 방문'이라는 우연한 날짜 때문에 기존 직원들의 운명이 갈린다는 반발이 나오는 것입니다.

비정규직 중에서도 일부에만 특별한 기회가 돌아간다며 '일자리 로또’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공인수/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검색운영노조 위원장 : "이분들도 몰랐죠. 그래서 이게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겁니다. 3년 동안 고생만 하다가 나가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 거죠."]

물론 공항 공사도 할 말은 있습니다.

입장문을 내서 일련의 논란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해명했습니다.

논란이 된 보안검색요원이 알바 수준의 단순직이 아니고, 정규직이 돼도 연봉이 한순간에 5천만 원으로 오르지는 않으며, 공사의 직접 고용은 일정 부분 공개 경쟁을 통해 진행된다는 설명입니다.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도 해명에 나섰습니다.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정규직 전환) 직종은 기존 비정규직 보안검색원 일자리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어서, 현재 공사에 취업 준비를 하는 분들의 일자리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논란의 지점은 여러 개지만, 이번 사태 본질은 백방으로 뛰어다녀도 구직이 하늘의 별 따기인 지금의 현실, 그 가운데 놓인 젊은층의 절박함일 겁니다.

오랜 국내 경기 침체에 코로나19까지 덮치며 심화된 일자리 부족 현상이 결국 사회 구성원 간 갈등으로 분출된 것으로 보입니다.

민감하고 갈등의 소지도 다분한 게 일자리라는 것, 그만큼 정부와 기관의 관련 행보는 세심 또 세심해야 한단 걸 이번 인국공 논란은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