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재능 기부로 “탈북민 도와요”

입력 2020.07.04 (08:20) 수정 2020.07.04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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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70년 동안 분단이 이어지면서 남북 간 문화 차이로 인한 갈등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정서와 문화, 언어는 긴 시간 적응이 필요한 일인데, 남한에 정착하는 탈북민들에겐 적지 않은 어려움을 주고 있습니다.

자신의 재능을 살려 탈북민들을 돕기 위해 앞장선 분이 있는데요.

KBS 성우로 활동하는 이규석 씨입니다.

탈북민들과 남한 사람들 간 만남 자리를 주선하는 등 하나 된 남북을 위해 노력하는 이규석 씨를 채유나 리포터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대학 캠퍼스 한 건물에서 음악이 울려 퍼집니다.

노랫소리도 들리는데요.

이곳에서 오늘 특별한 만남이 이뤄졌습니다.

남한의 대학생들과 탈북민 배우가 만나 특별한 공연을 하고 있는 건데요.

[최민정/숙명여대 1학년 : "생활 속의 북한 알기라는 수업에서 북한과 관련된 연극을 진행하는 데 참여하고 있어요. 조연으로 약간 말괄량이고 장난기 있는 캐릭터예요."]

남한에서 살게 된 탈북민 여주인공이 남한 사람들과 터놓고 인연을 만들어가며 어려움을 극복해가는 과정을 그린 연극입니다.

[백유미/탈북민 : "(저는) 북한에서 왔고 이번 소우주라는 역 자체가 (저와) 너무 비슷한 역이라서 몰입을 더 잘해야 할 것 같아요."]

남한 정착 과정에서 겪는 크고 작은 이야기들이 녹아 있습니다.

연극 기획자는 22년 차 KBS의 베테랑 성우 이규석 씨.

진품명품, 동물의 세계 등 KBS 장수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힘 있는 목소리로 시청자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섰습니다.

이규석 씨는 이처럼 통일을 주제로 한 연극을 2016년부터 매년 하고 있는데요.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특별히 영상을 촬영하기도 했습니다.

성우라는 본업을 두고 통일 교육에 팔을 걷어붙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랑합니다. 고객님. 고객님께서 현재 사용 중인 요금제가 변경되어 연락드렸는데요. (아니, 그런 말을 어떻게 전화로? 저를 만난 적이 있습니까?) 네? (아니! 당신의 정체가 뭡니까? 정체를 밝히시라요.)"]

공연장을 찾는 대신 대학생 수백 명이 수업의 일환으로 이 연극 영상을 보게 될 겁니다.

연극에 출연까지 한 학생들은 특히 느낀 점이 많다고 하는데요.

[김하연/숙명여대 2학년 : "통일을 꼭 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거든요. 연극을 참여하게 되면서 통일을 꼭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다시 드는 것 같아요."]

2015년부터 탈북민들에게 언어 교육을 하며 자신의 재능을 통해 통일운동에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이규석/KBS 성우 : "음절이 "내 말이 어찌 그리 얘기하갔어!" 이렇게 얘길 한다든가 경상도랑 비슷하죠. 니 밥 뭇나? 뭇나에서 올라가면 다른 말들도 비슷한 범위에서 올라가잖아요."]

[이규석/KBS 성우 : "싸우는 사람 기분 나쁜 사람처럼 들리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거죠. 특성들이.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부분에서 언어 교육을 생각하게 됐던 겁니다."]

이규석 씨가 또 다른 도전에 나선 현장인데요.

탈북민들과 남한 대학생들의 특별한 만남.

[이규석/KBS 성우 : "'톡! 터놓고 말합시다'라는 제목의 수업인데요. 북한 이탈 주민과 학생들 간의 서로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고 대답하는 형식의 교육 목적의 영상입니다."]

촬영을 위해 준비한 시간만 석 달.

북한에 대해 궁금한 게 뭔지 대학생 300여 명으로부터 설문한 결과를 토대로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습니다.

[김유림/숙명여대 1학년 : "(남한의) 영화나 드라마 같은 데서 재연해 내는 북한의 모습과 실제 북한의 모습이 많이 닮았나요?"]

[한세인(가명)/탈북민 : "인민반장이란 역할이 나와요. 모자 쓰고 이렇게 하는 거랑 그리고 아기들이 새벽에 율동체조하고 어디까지 왔니? 노래 부르면서 학교 가는 그런 건 실제 모습인 것 같고..."]

[이나인(가명)/탈북민 : "(북한에서) 조개구이 하는 거 실제 그렇게 구워서 먹거든요. 철판에 넣고 불 질러서 그런 것들은 공감이 되더라고요."]

[김승주/숙명여대 1학년 : "그래도 어느 정도 고증돼 있다고 생각하니까 신기하네요."]

시간이 지나면서 분위기가 점차 무르익어 갑니다.

[한세인(가명)/탈북민 : "(북한은) 군대 복무기간이 여자는 8년이고 남자는 10년. 19살, 18살, 17살에 졸업하게 되면 거의 20대 몽땅 군대에 다 바치는 거예요.'"]

탈북민 이나인 씨는 북한군 간부로 평양에서 살 때 남한의 먹거리를 처음 접했던 경험도 털어놨습니다.

[이나인(가명)/탈북민 : "(북한에) 한국 거 초코파이 많이 들어오거든요. 개성공단 생겨서. 그래서 애들이 북한 과자 잘 안 먹어요. 초코파이 많이 먹더라고요."]

[김승주/숙명여대 1학년 : "북한 친구들과 초코파이 먹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북한의 대학입시, 전염병에 대처하는 방법 등 다양한 이야기가 오갑니다.

["북한 사람들도 한국에 대해 엄청 궁금해해요. (북한 주민분들은 통일을 바라시나요?) 엄청 바라는 것 같은데요."]

이 자리는 남북 간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낮춰가기 위해 마련했는데요.

이규석 씨는 앞으로 통일 후에도 이 활동을 계속 이어나갈 계획입니다.

허심탄회한 대화가 오간 자리는 탈북민과 남한 학생들 모두에게 뜻깊은 자리가 됐는데요.

[김승주/숙명여대 1학년 : "북한의 생활 상태를 많이 알 수 있어서 굉장히 재밌고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북한 주민들께서도 통일을 바라신다고 하니까 저희가 같이 노력하면 통일이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김유림/숙명여대 1학년 : "매스컴을 통해서 듣는 정보들은 한계가 있는데 직접 만나서 들어보는 건 정말 특별한 기회인 것 같습니다."]

[한세인(가명)/탈북민 : "북한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고 북한과 남한의 다른 점에 대해서 많이 알아가는 이런 자리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이규석 씨는 언제나 남북이 새롭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며 자신의 역할이 통일의 다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합니다.

탈북민들이 남한 환경 적응에 뒤처지지 않도록 원격화상 강의가 가능한 쌍방향 언어 교육 시스템도 준비 중이라고 하는데요.

[이규석/KBS 성우 : "영화도 좋고 드라마도 좋고 아니면 강의도 좋고 뭐든 다 좋으니까 그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서 다양한 색깔의 통일운동이 일상생활에서 나와주길 바라는 거죠."]

간절히 바라면 꿈은 반드시 이뤄진다고 하죠.

묵묵히 쌓아온 규석 씨의 노력이 언젠가 하나 된 남북을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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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재능 기부로 “탈북민 도와요”
    • 입력 2020-07-04 08:28:45
    • 수정2020-07-04 08:3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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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70년 동안 분단이 이어지면서 남북 간 문화 차이로 인한 갈등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정서와 문화, 언어는 긴 시간 적응이 필요한 일인데, 남한에 정착하는 탈북민들에겐 적지 않은 어려움을 주고 있습니다.

자신의 재능을 살려 탈북민들을 돕기 위해 앞장선 분이 있는데요.

KBS 성우로 활동하는 이규석 씨입니다.

탈북민들과 남한 사람들 간 만남 자리를 주선하는 등 하나 된 남북을 위해 노력하는 이규석 씨를 채유나 리포터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대학 캠퍼스 한 건물에서 음악이 울려 퍼집니다.

노랫소리도 들리는데요.

이곳에서 오늘 특별한 만남이 이뤄졌습니다.

남한의 대학생들과 탈북민 배우가 만나 특별한 공연을 하고 있는 건데요.

[최민정/숙명여대 1학년 : "생활 속의 북한 알기라는 수업에서 북한과 관련된 연극을 진행하는 데 참여하고 있어요. 조연으로 약간 말괄량이고 장난기 있는 캐릭터예요."]

남한에서 살게 된 탈북민 여주인공이 남한 사람들과 터놓고 인연을 만들어가며 어려움을 극복해가는 과정을 그린 연극입니다.

[백유미/탈북민 : "(저는) 북한에서 왔고 이번 소우주라는 역 자체가 (저와) 너무 비슷한 역이라서 몰입을 더 잘해야 할 것 같아요."]

남한 정착 과정에서 겪는 크고 작은 이야기들이 녹아 있습니다.

연극 기획자는 22년 차 KBS의 베테랑 성우 이규석 씨.

진품명품, 동물의 세계 등 KBS 장수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힘 있는 목소리로 시청자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섰습니다.

이규석 씨는 이처럼 통일을 주제로 한 연극을 2016년부터 매년 하고 있는데요.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특별히 영상을 촬영하기도 했습니다.

성우라는 본업을 두고 통일 교육에 팔을 걷어붙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랑합니다. 고객님. 고객님께서 현재 사용 중인 요금제가 변경되어 연락드렸는데요. (아니, 그런 말을 어떻게 전화로? 저를 만난 적이 있습니까?) 네? (아니! 당신의 정체가 뭡니까? 정체를 밝히시라요.)"]

공연장을 찾는 대신 대학생 수백 명이 수업의 일환으로 이 연극 영상을 보게 될 겁니다.

연극에 출연까지 한 학생들은 특히 느낀 점이 많다고 하는데요.

[김하연/숙명여대 2학년 : "통일을 꼭 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거든요. 연극을 참여하게 되면서 통일을 꼭 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다시 드는 것 같아요."]

2015년부터 탈북민들에게 언어 교육을 하며 자신의 재능을 통해 통일운동에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이규석/KBS 성우 : "음절이 "내 말이 어찌 그리 얘기하갔어!" 이렇게 얘길 한다든가 경상도랑 비슷하죠. 니 밥 뭇나? 뭇나에서 올라가면 다른 말들도 비슷한 범위에서 올라가잖아요."]

[이규석/KBS 성우 : "싸우는 사람 기분 나쁜 사람처럼 들리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거죠. 특성들이.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부분에서 언어 교육을 생각하게 됐던 겁니다."]

이규석 씨가 또 다른 도전에 나선 현장인데요.

탈북민들과 남한 대학생들의 특별한 만남.

[이규석/KBS 성우 : "'톡! 터놓고 말합시다'라는 제목의 수업인데요. 북한 이탈 주민과 학생들 간의 서로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고 대답하는 형식의 교육 목적의 영상입니다."]

촬영을 위해 준비한 시간만 석 달.

북한에 대해 궁금한 게 뭔지 대학생 300여 명으로부터 설문한 결과를 토대로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습니다.

[김유림/숙명여대 1학년 : "(남한의) 영화나 드라마 같은 데서 재연해 내는 북한의 모습과 실제 북한의 모습이 많이 닮았나요?"]

[한세인(가명)/탈북민 : "인민반장이란 역할이 나와요. 모자 쓰고 이렇게 하는 거랑 그리고 아기들이 새벽에 율동체조하고 어디까지 왔니? 노래 부르면서 학교 가는 그런 건 실제 모습인 것 같고..."]

[이나인(가명)/탈북민 : "(북한에서) 조개구이 하는 거 실제 그렇게 구워서 먹거든요. 철판에 넣고 불 질러서 그런 것들은 공감이 되더라고요."]

[김승주/숙명여대 1학년 : "그래도 어느 정도 고증돼 있다고 생각하니까 신기하네요."]

시간이 지나면서 분위기가 점차 무르익어 갑니다.

[한세인(가명)/탈북민 : "(북한은) 군대 복무기간이 여자는 8년이고 남자는 10년. 19살, 18살, 17살에 졸업하게 되면 거의 20대 몽땅 군대에 다 바치는 거예요.'"]

탈북민 이나인 씨는 북한군 간부로 평양에서 살 때 남한의 먹거리를 처음 접했던 경험도 털어놨습니다.

[이나인(가명)/탈북민 : "(북한에) 한국 거 초코파이 많이 들어오거든요. 개성공단 생겨서. 그래서 애들이 북한 과자 잘 안 먹어요. 초코파이 많이 먹더라고요."]

[김승주/숙명여대 1학년 : "북한 친구들과 초코파이 먹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북한의 대학입시, 전염병에 대처하는 방법 등 다양한 이야기가 오갑니다.

["북한 사람들도 한국에 대해 엄청 궁금해해요. (북한 주민분들은 통일을 바라시나요?) 엄청 바라는 것 같은데요."]

이 자리는 남북 간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낮춰가기 위해 마련했는데요.

이규석 씨는 앞으로 통일 후에도 이 활동을 계속 이어나갈 계획입니다.

허심탄회한 대화가 오간 자리는 탈북민과 남한 학생들 모두에게 뜻깊은 자리가 됐는데요.

[김승주/숙명여대 1학년 : "북한의 생활 상태를 많이 알 수 있어서 굉장히 재밌고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북한 주민들께서도 통일을 바라신다고 하니까 저희가 같이 노력하면 통일이 좀 더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김유림/숙명여대 1학년 : "매스컴을 통해서 듣는 정보들은 한계가 있는데 직접 만나서 들어보는 건 정말 특별한 기회인 것 같습니다."]

[한세인(가명)/탈북민 : "북한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고 북한과 남한의 다른 점에 대해서 많이 알아가는 이런 자리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이규석 씨는 언제나 남북이 새롭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며 자신의 역할이 통일의 다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합니다.

탈북민들이 남한 환경 적응에 뒤처지지 않도록 원격화상 강의가 가능한 쌍방향 언어 교육 시스템도 준비 중이라고 하는데요.

[이규석/KBS 성우 : "영화도 좋고 드라마도 좋고 아니면 강의도 좋고 뭐든 다 좋으니까 그들이 서로 머리를 맞대서 다양한 색깔의 통일운동이 일상생활에서 나와주길 바라는 거죠."]

간절히 바라면 꿈은 반드시 이뤄진다고 하죠.

묵묵히 쌓아온 규석 씨의 노력이 언젠가 하나 된 남북을 만드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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