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물난리까지…日 구마모토를 가다

입력 2020.07.11 (21:41) 수정 2020.07.11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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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 일본은 코로나19에 기록적인 폭우까지 더해져 상황이 심각합니다.

특히 일본 서남부 규슈 지역에 물난리 피해가 집중됐는데요.

현장에 다녀온 도쿄 특파원을 연결하겠습니다.

황현택 특파원? 폭우가 시작된 게 지난 4일, 토요일부터였죠?

벌써 일주일째 굵은 빗줄기가 계속되고 있는 건데 현재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폭우는 일본 서남부 규슈에서 중부 혼슈 지역으로 확대된 양상입니다.

예보 상으로는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내일까지 이어지고, 다음 주에도 산발적인 집중 호우가 계속될 수 있다고 합니다.

기록적인 폭우에 강의 범람과 저지대 침수.

여기에 지반까지 약해진 상태여서 산사태와 토사 붕괴 등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앵커]

그중에서도 특히 규슈 구마모토현의 피해가 무척 심각한 상황인데요.

국내 언론사 중 유일하게 직접 현장에 다녀오셨다고요?

[기자]

네, 이번 폭우로 지금까지 규슈 지역을 중심으로 사망자 65명을 포함해 모두 82명의 인명 피해가 났습니다.

특히 제가 다녀온 구마모토현의 '히토요시'라는 마을은 폭우 초기, 강이 범람하면서 주민 18명이 숨진 지역입니다.

또 현재 가족이나 지인과 연락이 닿지 않는 사람도 18명이나 됩니다.

코로나19에 폭우 피해까지 겹친 히토요시의 모습을 취재했습니다.

[NHK 뉴스/지난 4일 : "지금까지 경험한 적이 없는 폭우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일본 구마모토현 남부를 흐르는 구마가와.

기록적인 폭우에 제방이 무너지고, 모두 11곳이 범람했습니다.

[NHK 뉴스/지난 4일 : "어디까지가 강인지 알 수 없게 됐습니다. 다리 중간 부분도 휩쓸려 내려갔습니다."]

침수 면적만 1천ha.

강과 마을의 경계가 사라졌고 필사적인 구조 활동이 이어집니다.

하지만 희생은 컸습니다.

[희생자 유족 :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뭐라고 말해야 할지..."]

폭우 나흘째.

빗줄기가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마을에 진입했습니다.

강가 주변의 민가들은 죄다 폭삭 주저앉았습니다.

[시미즈/히토요시 주민 : "저 뒤편에 제방이 붕괴하면서 물이 들이닥쳤어요. 만약 댐까지 방류를 했으면 가족 3명이 목숨을 잃었을 거예요. 여기까지 물이 찼거든요."]

극적으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던 71살 기쿠치 할머니.

목까지 물이 차오른 상태에서 기둥을 붙잡고 버티고, 또 버텼습니다.

[기쿠치/히토요시 주민 : "여기에 올라섰는데 점점 깊어져서 차가 점점 보이지 않고, 집 천장들도 보이지 않았어요."]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길 4시간여. 할머니에게 구조대 보트가 다가왔습니다.

[기쿠치/히토요시 주민 : "(반대편 건물 사람들이) 계속 '힘 내세요'고 외쳤고, 그 덕분에 구조대가 올 때까지 버틸 수 있었어요."]

하지만 수마가 남긴 상처는 크고 깊었습니다.

거리는 전쟁을 치른 듯 순식간에 폐허로 변했습니다.

인근 제방이 터지면서 이렇게 마을 전체가 물에 잠겼습니다.

1200년이 넘은 일본의 국보, 아오이 신사.

신사로 향하는 다리는 산산이 부서졌고, 육중한 석탑의 상륜부도 맥없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바로 옆에는 물살에 밀린 차들이 연못에 처박혔습니다.

15개의 노선을 운영하던 버스 회사.

맹렬한 비가 쏟아붓던 당시의 영상입니다.

버스가 둥둥 떠서 뒤편 버스와 부닥치는 모습입니다.

세탁기와 냉장고, 목재 같은 게 흙탕물에 둥둥 떠내려왔고요.

시민의 발이 된 버스 23대 모두를 폐차해야 할 처지입니다.

[무라구치/버스회사 사장 : "코로나19 와중에 천재까지 겹쳐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구마모토대학 조사 결과, 히토요시의 시가지 침수는 무려 4.3m.

50여 년 전인 1965년, 2.1m의 두 배가 넘는 역대 최대치였습니다.

침수 속도는 얼마나 빨랐을까.

집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1층에 내걸린 시계가 멈춘 시간은 지난 5일 아침 8시쯤.

피난 지시는 이보다 앞선 5시 반쯤이었습니다.

불과 2시간여 만에 1층 전체가 물에 잠겼다는 얘깁니다.

특히 일요일 새벽 시간대라 피해가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바/히토요시 주민 : "피난을 갈 때 순식간에 계단까지 물이 차올라왔어요. 엄청난 양이었어요."]

규슈 지역을 포함한 전체 피난민은 무려 140만 명.

소중했던 일상을 빼앗기고.

[히토요시 이재민 : "울고 싶지만 지금까지는 잘 참아왔는데... 왜 이런 시련을 겪어야 하는지..."]

여기에 전염병까지 비상입니다.

[기무라/히토요시 이재민 : "코로나19가 유행하고 있어서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물난리까지 나서 큰 걱정입니다."]

탁구장 칸막이를 동원해 이른바 '거리 두기'를 시행 중인 피난소.

평소 1,000명 정도의 이재민을 수용하던 이 피난소도 코로나19 방지 대책을 위해 지금은 3분의 1, 300명 수준으로 줄였습니다.

매일 이재민들의 체온을 재고, 마스크도 한 장씩 나눠주지만, 모두가 처음 겪는 일에 우왕좌왕입니다.

[사코다/재해대책본부 관계자 : "예를 들어 '안면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조처를 하는데 무더위 속에 열사병 대응 등을 포함해 어려운 점들이 많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피난 자체를 주저했다는 이재민까지 있습니다.

[우에무라/히토요시 주민 : "헬기로 구조됐었다면 피난소에 갔었겠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처음부터 갈 생각이 없었어요. 그래서 3층으로 도망쳤어요."]

일본 정부는 이번 폭우를 새 연호인 '레이와 2년', 즉 '2020년 7월 호우'로 명명했습니다.

일본이 수해에 공식 이름을 붙인 건 2년 만입니다.

[아베 신조/일본 총리/지난 6일 : "이재민 구조와 지원, 실종자 수색 등에 계속해 전력을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레이와 시대'의 첫 번째 사례로 기록된 이번 폭우.

피해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구마모토에서 황현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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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에 물난리까지…日 구마모토를 가다
    • 입력 2020-07-11 21:49:10
    • 수정2020-07-11 22:3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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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 일본은 코로나19에 기록적인 폭우까지 더해져 상황이 심각합니다.

특히 일본 서남부 규슈 지역에 물난리 피해가 집중됐는데요.

현장에 다녀온 도쿄 특파원을 연결하겠습니다.

황현택 특파원? 폭우가 시작된 게 지난 4일, 토요일부터였죠?

벌써 일주일째 굵은 빗줄기가 계속되고 있는 건데 현재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네, 폭우는 일본 서남부 규슈에서 중부 혼슈 지역으로 확대된 양상입니다.

예보 상으로는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내일까지 이어지고, 다음 주에도 산발적인 집중 호우가 계속될 수 있다고 합니다.

기록적인 폭우에 강의 범람과 저지대 침수.

여기에 지반까지 약해진 상태여서 산사태와 토사 붕괴 등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앵커]

그중에서도 특히 규슈 구마모토현의 피해가 무척 심각한 상황인데요.

국내 언론사 중 유일하게 직접 현장에 다녀오셨다고요?

[기자]

네, 이번 폭우로 지금까지 규슈 지역을 중심으로 사망자 65명을 포함해 모두 82명의 인명 피해가 났습니다.

특히 제가 다녀온 구마모토현의 '히토요시'라는 마을은 폭우 초기, 강이 범람하면서 주민 18명이 숨진 지역입니다.

또 현재 가족이나 지인과 연락이 닿지 않는 사람도 18명이나 됩니다.

코로나19에 폭우 피해까지 겹친 히토요시의 모습을 취재했습니다.

[NHK 뉴스/지난 4일 : "지금까지 경험한 적이 없는 폭우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일본 구마모토현 남부를 흐르는 구마가와.

기록적인 폭우에 제방이 무너지고, 모두 11곳이 범람했습니다.

[NHK 뉴스/지난 4일 : "어디까지가 강인지 알 수 없게 됐습니다. 다리 중간 부분도 휩쓸려 내려갔습니다."]

침수 면적만 1천ha.

강과 마을의 경계가 사라졌고 필사적인 구조 활동이 이어집니다.

하지만 희생은 컸습니다.

[희생자 유족 :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뭐라고 말해야 할지..."]

폭우 나흘째.

빗줄기가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마을에 진입했습니다.

강가 주변의 민가들은 죄다 폭삭 주저앉았습니다.

[시미즈/히토요시 주민 : "저 뒤편에 제방이 붕괴하면서 물이 들이닥쳤어요. 만약 댐까지 방류를 했으면 가족 3명이 목숨을 잃었을 거예요. 여기까지 물이 찼거든요."]

극적으로 목숨을 구할 수 있었던 71살 기쿠치 할머니.

목까지 물이 차오른 상태에서 기둥을 붙잡고 버티고, 또 버텼습니다.

[기쿠치/히토요시 주민 : "여기에 올라섰는데 점점 깊어져서 차가 점점 보이지 않고, 집 천장들도 보이지 않았어요."]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길 4시간여. 할머니에게 구조대 보트가 다가왔습니다.

[기쿠치/히토요시 주민 : "(반대편 건물 사람들이) 계속 '힘 내세요'고 외쳤고, 그 덕분에 구조대가 올 때까지 버틸 수 있었어요."]

하지만 수마가 남긴 상처는 크고 깊었습니다.

거리는 전쟁을 치른 듯 순식간에 폐허로 변했습니다.

인근 제방이 터지면서 이렇게 마을 전체가 물에 잠겼습니다.

1200년이 넘은 일본의 국보, 아오이 신사.

신사로 향하는 다리는 산산이 부서졌고, 육중한 석탑의 상륜부도 맥없이 떨어져 나갔습니다.

바로 옆에는 물살에 밀린 차들이 연못에 처박혔습니다.

15개의 노선을 운영하던 버스 회사.

맹렬한 비가 쏟아붓던 당시의 영상입니다.

버스가 둥둥 떠서 뒤편 버스와 부닥치는 모습입니다.

세탁기와 냉장고, 목재 같은 게 흙탕물에 둥둥 떠내려왔고요.

시민의 발이 된 버스 23대 모두를 폐차해야 할 처지입니다.

[무라구치/버스회사 사장 : "코로나19 와중에 천재까지 겹쳐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구마모토대학 조사 결과, 히토요시의 시가지 침수는 무려 4.3m.

50여 년 전인 1965년, 2.1m의 두 배가 넘는 역대 최대치였습니다.

침수 속도는 얼마나 빨랐을까.

집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1층에 내걸린 시계가 멈춘 시간은 지난 5일 아침 8시쯤.

피난 지시는 이보다 앞선 5시 반쯤이었습니다.

불과 2시간여 만에 1층 전체가 물에 잠겼다는 얘깁니다.

특히 일요일 새벽 시간대라 피해가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바/히토요시 주민 : "피난을 갈 때 순식간에 계단까지 물이 차올라왔어요. 엄청난 양이었어요."]

규슈 지역을 포함한 전체 피난민은 무려 140만 명.

소중했던 일상을 빼앗기고.

[히토요시 이재민 : "울고 싶지만 지금까지는 잘 참아왔는데... 왜 이런 시련을 겪어야 하는지..."]

여기에 전염병까지 비상입니다.

[기무라/히토요시 이재민 : "코로나19가 유행하고 있어서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물난리까지 나서 큰 걱정입니다."]

탁구장 칸막이를 동원해 이른바 '거리 두기'를 시행 중인 피난소.

평소 1,000명 정도의 이재민을 수용하던 이 피난소도 코로나19 방지 대책을 위해 지금은 3분의 1, 300명 수준으로 줄였습니다.

매일 이재민들의 체온을 재고, 마스크도 한 장씩 나눠주지만, 모두가 처음 겪는 일에 우왕좌왕입니다.

[사코다/재해대책본부 관계자 : "예를 들어 '안면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조처를 하는데 무더위 속에 열사병 대응 등을 포함해 어려운 점들이 많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피난 자체를 주저했다는 이재민까지 있습니다.

[우에무라/히토요시 주민 : "헬기로 구조됐었다면 피난소에 갔었겠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처음부터 갈 생각이 없었어요. 그래서 3층으로 도망쳤어요."]

일본 정부는 이번 폭우를 새 연호인 '레이와 2년', 즉 '2020년 7월 호우'로 명명했습니다.

일본이 수해에 공식 이름을 붙인 건 2년 만입니다.

[아베 신조/일본 총리/지난 6일 : "이재민 구조와 지원, 실종자 수색 등에 계속해 전력을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레이와 시대'의 첫 번째 사례로 기록된 이번 폭우.

피해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구마모토에서 황현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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