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뜬금있는’ 이유…단지 부동산 문제일까?

입력 2020.07.22 (11:46) 수정 2020.07.22 (11:4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지난 20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국회 연설지난 20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국회 연설
 
■ 여당 원내대표의 ‘행정수도 완성’,  뜬금없지 않았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1일 국회 내 행정수도 완성 특별위원회 구성을 공식 제안했다.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행정수도 완성 필요성을 제기한 지 하루 만이다.
 
20일 국회 연설에서 김 대표의 ‘행정수도’ 제안은 다소 뜬금없었다. 그 이슈의 무게에 비해 청와대, 행정부, 여당 등에서 사전에 논의가 흘러나온 것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음엔 여론을 떠보기 위한 애드벌룬처럼 보이기까지 했던, 김 대표의 ‘뜬금’ 제안에 대한 여당 내 반응은 뜨거웠다. 유력 대권주자 등이 앞다퉈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지지를 표했다.
 
이낙연 의원은, 헌재가 행정수도 이전이 (수도가 서울이란) 관습 헌법에 위배된다며 막았던 게 16년 전이라며 “세월이 많이 흘렀다, 헌재에 의견을 다시 묻는 방법이 있다”고 했고, 당 대표 선거에 나선 김부겸 전 의원은 “국토균형발전이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시도했던 철학을 되살려보자는 뜻”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두관 의원은 “(행정수도 이전이) 완성됐다면 수도권 집중에 따른 교육·부동산·교통 정책이 제대로 됐을 것”이라며 이미 ‘신행정수도 특별법’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만난 박병석 국회의장은 "세종 국회가 성사되면 국가 균형 발전 역할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지를 얹었고, 김 지사는 "노무현 대통령이 역점적으로 추진했던 행정복합도시 계획에는 청와대 이전 예정부지까지 있었다, 국회에서 입법적으로 해결해나가자”고 제안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여야가 합의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시대가 바뀌었다"  민주당의 자신감
 
제1야당이자 한나라당 시절 신행정수도를 좌절시킨 바 있는 미래통합당의 주호영 원내대표는, 여당 원내대표의 ‘행정수도 재추진’을 "수도권 집값이 상승하니 행정수도 문제로 관심을 돌리려고 꺼낸 주제"로 판단했다. 즉,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비난을 행정수도 재추진으로 관심을 돌려 해결하려는 시도란 것이다. 김은혜 미래통합당 대변인도 ‘국면전환용 꼼수’라고 거들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헌재가 할 수 없다고 이미 결정했다, 인제 와서 뒤집을 수는 없지 않나”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단지 어떤 문제를 덮을 용도로만 쓰기에는 ‘행정수도’ 이슈의 폭발력이 크다. 노무현 대통령이 ‘신행정수도’를 추진하고 야당은 헌법재판소 결정을 통해서야 좌절시킬 수 있었다는 것은, 격렬한 반대 못잖은 열렬한 찬성도 있었단 얘기다.
 
실제로 김태년 대표의 국회 연설 다음날 곧바로 충청권 4개 시도지사(허태정 대전시장, 이춘희 세종시장, 양승조 충남지사, 이시종 충북지사)는 곧바로 ‘행정수도 완성 지지 표명 환영 충청권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오늘 나온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찬성이 절반을 넘었다. 오마이뉴스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21일 실시한 '청와대·국회 등 세종시 이전 찬반'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3.9%가 '이전을 찬성한다'고 답했다. '이전 반대'가 34.3%, '잘 모름'이  11.8% 였다 . (21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500명(총통화 1만 788명, 응답률 4.7%, 무선(80%)·유선(20%) 자동응답(ARS) 혼용,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4.4%p)
 
자신감의 발로인지 통합당의 ‘국면전환용’ 폄하에 대한 김태년 원내대표의 대응은 다소 공격적이었다. 통합당을 향해 “행정수도 이전과 완성 자체를 반대하는 것인지, 찬성은 하는데 헌재의 위헌 결정 때문에 동의하지 못하고 어렵겠다고 하는 것인지 입장을 밝혀 달라”고 했다.  ‘반대할 테면 해봐라’ ‘무조건 반대는 못 할 거다’란 얘기로 들린다.
 
이처럼 행정수도 재추진의 명분은 뚜렷하다. 수도권 과밀 해소, 국토 균형 발전 등 원래 명분에다가 이제는 전 국민의 일평생 이슈가 돼버린 ‘부동산 문제 해결’의 가장 좋은 대책이 될 수도 있다. 집값만 내릴 수 있다면 뭐라도 하자는 건 정부·여당 뿐 아니라 대다수 서민의 현재의 바람이기도 하다.

또 사회적 성공이 전부라며 말 아닌 사람이 태어나면 서울로 보내라던 꼰대들에 맞서 ‘워라밸’을 외치는 젊은 세대들에게도 '탈서울' 모토의 행정수도는 매력적일 수 있다. 그러니, ‘서울 수도는 관습법’이라며 행정수도 위헌 결정을 내렸던 헌재라고, 새로운 법리적 문제 제기가 나온다면 다른 판단을 하지 말란 법이 없다.
 
게다가 여권에서 ‘행정수도’ 이슈가 제기된 시점에 대해서도 뜯어볼 필요가 있다. 즉 정치적으로도 정부·여당에 나쁘지 않단 뜻이다.


     
세종특별시 전경세종특별시 전경

■ ‘레임덕’ 다가오는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지난 몇 달간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집권 4년 차를 맞은 대통령 지지율로는 이례적으로 핑크빛이었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수준의 코로나19 방역 성공 덕분이다.
 
그러나 전 세계의 코로나19 팬데믹이 가라앉지 않으면서 수출주도형인 우리 경제의 침체가 계속되고, 그 와중에도 20여 번이나 내놓은 정부 부동산대책의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음이 드러나고, 게다가 고 박원순 시장 성추행 의혹에 대한 여권 핵심부의 시대착오적 대응까지 겹치면서, 대통령 지지율의 ‘데드크로스’가 일어났다. 리얼미터의 7월 3주차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가 지난해 조국 법무부 장관 사태 이후 최저로 떨어지며,  긍정 평가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질렀다.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 방역 성공을 연결시킬 대형 정책들을 잇따라 내놓은 바  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나타난 실업 취약계층 문제의 장기적 해결을 위한 ‘전국민 고용보험 제도’ 추진을 천명했고, 코로나19발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판 뉴딜’ 정책도  구체화했다. 

그러나 둘 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기 치적이라 부를 만하게 성과를 내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고용보험’ 에 ‘전국민’이란 말을 붙이려면, 특수고용직 정도가 아니라, '프리랜서'와 '자영업자'까지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 이해관계 조정에 하세월이 걸릴 문제다. ‘한국판 뉴딜’의 핵심은 이른바 ‘디지털’ ‘그린’ 같은 신산업들로 역시 장기적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어 한국판 뉴딜의 많은 과제들이 결국 차기 정부로 넘겨지고 말았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기 정책의 핵심이었던, ‘남북 관계 개선’을 통해 정치, 외교, 군사는 물론 경제까지 돌파구를 마련하자는 계획은 이제 실현이 쉽지 않게 됐다. 악화된 북미 관계를 복원해 타협을 이끌어 국내 성과까지 나게 만들 시간도 없고, 결정적으로 그 계획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였던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장담 못 할 상황이다.
 
자칫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이 계획했던 공약으로부터의 치적이 아니라, 우연한 계기인 코로나19발 치적만 가진 대통령으로 남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5년 임기 대통령의 치적을 어떤 것의 '임기 내 완성’으로만 보지 않고,  전임 또는 차기 대통령기와의 연계 선상에서의 ‘계승적 완성’으로  본다면 얘기가 좀 다를 수 있다.

     

■ 노무현-문재인-차기  대통령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행정수도’ 
 
이해찬 대표, 추미애 법무부장관 등 여권의 수뇌부들은 종종 연속 집권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20년 집권’이란 말이 쉽게 거론될 정도다.  압도적 대권주자도 새로운 시대에 대한 고유의 정책적 대안도 없는 데다 여권의 위기를 지지율 반전으로 이끌어낼 정치적 역량도 발휘하지 못해왔던 야권의 모습을 보면, 여권의 그런 희망이 영 허황돼 보이지만은 않는다.
 
그렇게 ‘친노’에서 ‘친문’으로 이어져 그 계보의 정권 재창출을 꿈꾸는 이들에게, ‘행정수도’ 만큼 매력적인 정책도 없을 거다. 일부 국민들의 열렬한 지지 속에서도 헌재의 ‘수도는 서울이란 관습법’ 논리에 막혔던 노무현 대통령의 의제가,  문재인 대통령기에 합법화적 틀로 완성된다면 , 그래서 차기 대통령기에 실제로 행정수도가  완공된다면,   그들에게 그보다 더 아름다운 그림이 또 있겠는가.
 
‘행정수도’에 대한 논의는 이미 16년 전에 충분히 이뤄졌다. 많은 국민은 이미 마음속에 행정수도에 대한 찬반 의견을 가지고 있다. 이슈를 끌어올리기에 충분한 배경이 이미 조성돼있다는 것이다. 그저 최대 이슈인 ‘부동산 문제 해결’과 맞물리든, 개헌론 등과 연계돼 논의가 확장되든 간에 정부·여당에 의해 주도되는 대형 이슈의 등장은, 집권 말기에 들어선 대통령에게 결코 나쁘지 않은 상황이기도 하다.  ‘행정수도’가 대통령의 레임덕까지 늦출 비책이 될 지 누가 아는가.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행정수도 ‘뜬금있는’ 이유…단지 부동산 문제일까?
    • 입력 2020-07-22 11:46:11
    • 수정2020-07-22 11:46:48
    취재K
지난 20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국회 연설 
■ 여당 원내대표의 ‘행정수도 완성’,  뜬금없지 않았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1일 국회 내 행정수도 완성 특별위원회 구성을 공식 제안했다.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행정수도 완성 필요성을 제기한 지 하루 만이다.
 
20일 국회 연설에서 김 대표의 ‘행정수도’ 제안은 다소 뜬금없었다. 그 이슈의 무게에 비해 청와대, 행정부, 여당 등에서 사전에 논의가 흘러나온 것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음엔 여론을 떠보기 위한 애드벌룬처럼 보이기까지 했던, 김 대표의 ‘뜬금’ 제안에 대한 여당 내 반응은 뜨거웠다. 유력 대권주자 등이 앞다퉈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지지를 표했다.
 
이낙연 의원은, 헌재가 행정수도 이전이 (수도가 서울이란) 관습 헌법에 위배된다며 막았던 게 16년 전이라며 “세월이 많이 흘렀다, 헌재에 의견을 다시 묻는 방법이 있다”고 했고, 당 대표 선거에 나선 김부겸 전 의원은 “국토균형발전이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시도했던 철학을 되살려보자는 뜻”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두관 의원은 “(행정수도 이전이) 완성됐다면 수도권 집중에 따른 교육·부동산·교통 정책이 제대로 됐을 것”이라며 이미 ‘신행정수도 특별법’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만난 박병석 국회의장은 "세종 국회가 성사되면 국가 균형 발전 역할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지를 얹었고, 김 지사는 "노무현 대통령이 역점적으로 추진했던 행정복합도시 계획에는 청와대 이전 예정부지까지 있었다, 국회에서 입법적으로 해결해나가자”고 제안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여야가 합의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시대가 바뀌었다"  민주당의 자신감
 
제1야당이자 한나라당 시절 신행정수도를 좌절시킨 바 있는 미래통합당의 주호영 원내대표는, 여당 원내대표의 ‘행정수도 재추진’을 "수도권 집값이 상승하니 행정수도 문제로 관심을 돌리려고 꺼낸 주제"로 판단했다. 즉,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비난을 행정수도 재추진으로 관심을 돌려 해결하려는 시도란 것이다. 김은혜 미래통합당 대변인도 ‘국면전환용 꼼수’라고 거들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헌재가 할 수 없다고 이미 결정했다, 인제 와서 뒤집을 수는 없지 않나”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단지 어떤 문제를 덮을 용도로만 쓰기에는 ‘행정수도’ 이슈의 폭발력이 크다. 노무현 대통령이 ‘신행정수도’를 추진하고 야당은 헌법재판소 결정을 통해서야 좌절시킬 수 있었다는 것은, 격렬한 반대 못잖은 열렬한 찬성도 있었단 얘기다.
 
실제로 김태년 대표의 국회 연설 다음날 곧바로 충청권 4개 시도지사(허태정 대전시장, 이춘희 세종시장, 양승조 충남지사, 이시종 충북지사)는 곧바로 ‘행정수도 완성 지지 표명 환영 충청권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오늘 나온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찬성이 절반을 넘었다. 오마이뉴스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21일 실시한 '청와대·국회 등 세종시 이전 찬반'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3.9%가 '이전을 찬성한다'고 답했다. '이전 반대'가 34.3%, '잘 모름'이  11.8% 였다 . (21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500명(총통화 1만 788명, 응답률 4.7%, 무선(80%)·유선(20%) 자동응답(ARS) 혼용,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4.4%p)
 
자신감의 발로인지 통합당의 ‘국면전환용’ 폄하에 대한 김태년 원내대표의 대응은 다소 공격적이었다. 통합당을 향해 “행정수도 이전과 완성 자체를 반대하는 것인지, 찬성은 하는데 헌재의 위헌 결정 때문에 동의하지 못하고 어렵겠다고 하는 것인지 입장을 밝혀 달라”고 했다.  ‘반대할 테면 해봐라’ ‘무조건 반대는 못 할 거다’란 얘기로 들린다.
 
이처럼 행정수도 재추진의 명분은 뚜렷하다. 수도권 과밀 해소, 국토 균형 발전 등 원래 명분에다가 이제는 전 국민의 일평생 이슈가 돼버린 ‘부동산 문제 해결’의 가장 좋은 대책이 될 수도 있다. 집값만 내릴 수 있다면 뭐라도 하자는 건 정부·여당 뿐 아니라 대다수 서민의 현재의 바람이기도 하다.

또 사회적 성공이 전부라며 말 아닌 사람이 태어나면 서울로 보내라던 꼰대들에 맞서 ‘워라밸’을 외치는 젊은 세대들에게도 '탈서울' 모토의 행정수도는 매력적일 수 있다. 그러니, ‘서울 수도는 관습법’이라며 행정수도 위헌 결정을 내렸던 헌재라고, 새로운 법리적 문제 제기가 나온다면 다른 판단을 하지 말란 법이 없다.
 
게다가 여권에서 ‘행정수도’ 이슈가 제기된 시점에 대해서도 뜯어볼 필요가 있다. 즉 정치적으로도 정부·여당에 나쁘지 않단 뜻이다.


     세종특별시 전경
■ ‘레임덕’ 다가오는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지난 몇 달간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집권 4년 차를 맞은 대통령 지지율로는 이례적으로 핑크빛이었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수준의 코로나19 방역 성공 덕분이다.
 
그러나 전 세계의 코로나19 팬데믹이 가라앉지 않으면서 수출주도형인 우리 경제의 침체가 계속되고, 그 와중에도 20여 번이나 내놓은 정부 부동산대책의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음이 드러나고, 게다가 고 박원순 시장 성추행 의혹에 대한 여권 핵심부의 시대착오적 대응까지 겹치면서, 대통령 지지율의 ‘데드크로스’가 일어났다. 리얼미터의 7월 3주차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가 지난해 조국 법무부 장관 사태 이후 최저로 떨어지며,  긍정 평가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질렀다.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 방역 성공을 연결시킬 대형 정책들을 잇따라 내놓은 바  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나타난 실업 취약계층 문제의 장기적 해결을 위한 ‘전국민 고용보험 제도’ 추진을 천명했고, 코로나19발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판 뉴딜’ 정책도  구체화했다. 

그러나 둘 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기 치적이라 부를 만하게 성과를 내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고용보험’ 에 ‘전국민’이란 말을 붙이려면, 특수고용직 정도가 아니라, '프리랜서'와 '자영업자'까지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 이해관계 조정에 하세월이 걸릴 문제다. ‘한국판 뉴딜’의 핵심은 이른바 ‘디지털’ ‘그린’ 같은 신산업들로 역시 장기적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어 한국판 뉴딜의 많은 과제들이 결국 차기 정부로 넘겨지고 말았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기 정책의 핵심이었던, ‘남북 관계 개선’을 통해 정치, 외교, 군사는 물론 경제까지 돌파구를 마련하자는 계획은 이제 실현이 쉽지 않게 됐다. 악화된 북미 관계를 복원해 타협을 이끌어 국내 성과까지 나게 만들 시간도 없고, 결정적으로 그 계획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였던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장담 못 할 상황이다.
 
자칫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이 계획했던 공약으로부터의 치적이 아니라, 우연한 계기인 코로나19발 치적만 가진 대통령으로 남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5년 임기 대통령의 치적을 어떤 것의 '임기 내 완성’으로만 보지 않고,  전임 또는 차기 대통령기와의 연계 선상에서의 ‘계승적 완성’으로  본다면 얘기가 좀 다를 수 있다.

     
■ 노무현-문재인-차기  대통령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행정수도’ 
 
이해찬 대표, 추미애 법무부장관 등 여권의 수뇌부들은 종종 연속 집권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20년 집권’이란 말이 쉽게 거론될 정도다.  압도적 대권주자도 새로운 시대에 대한 고유의 정책적 대안도 없는 데다 여권의 위기를 지지율 반전으로 이끌어낼 정치적 역량도 발휘하지 못해왔던 야권의 모습을 보면, 여권의 그런 희망이 영 허황돼 보이지만은 않는다.
 
그렇게 ‘친노’에서 ‘친문’으로 이어져 그 계보의 정권 재창출을 꿈꾸는 이들에게, ‘행정수도’ 만큼 매력적인 정책도 없을 거다. 일부 국민들의 열렬한 지지 속에서도 헌재의 ‘수도는 서울이란 관습법’ 논리에 막혔던 노무현 대통령의 의제가,  문재인 대통령기에 합법화적 틀로 완성된다면 , 그래서 차기 대통령기에 실제로 행정수도가  완공된다면,   그들에게 그보다 더 아름다운 그림이 또 있겠는가.
 
‘행정수도’에 대한 논의는 이미 16년 전에 충분히 이뤄졌다. 많은 국민은 이미 마음속에 행정수도에 대한 찬반 의견을 가지고 있다. 이슈를 끌어올리기에 충분한 배경이 이미 조성돼있다는 것이다. 그저 최대 이슈인 ‘부동산 문제 해결’과 맞물리든, 개헌론 등과 연계돼 논의가 확장되든 간에 정부·여당에 의해 주도되는 대형 이슈의 등장은, 집권 말기에 들어선 대통령에게 결코 나쁘지 않은 상황이기도 하다.  ‘행정수도’가 대통령의 레임덕까지 늦출 비책이 될 지 누가 아는가.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

  • 각 플랫폼에서 최근 1시간 동안 많이 본 KBS 기사를 제공합니다.

  • 각 플랫폼에서 최근 1시간 동안 많이 본 KBS 기사를 제공합니다.

  • 각 플랫폼에서 최근 1시간 동안 많이 본 KBS 기사를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