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비판활동’ 등 이유로 노조 가입 거부당한 근로자…법원 “위법”

입력 2020.07.22 (14:05) 수정 2020.07.22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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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노동조합을 비판하는 활동을 했다는 등의 이유로 특정 근로자의 가입 신청을 노조가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부(윤승은 이예슬 송오섭 부장판사)는 전(前) 한국타이어 근로자 박 모 씨가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를 상대로 "조합원 지위가 있음을 확인해달라"며 낸 소송 항소심에서, 금속노조 측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이 원고 승소 판결했습니다.

1995년 한국타이어에서 해고된 박 씨는 2016년 금속노조에 조합원 가입신청서를 제출했지만 가입을 거절 당했습니다.

금속노조는 박 씨의 가입을 거절한 근거로 ▲과거 박 씨가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의 경쟁단체 설립 기자회견을 열어 지회의 조직 확장을 방해했고 ▲금속노조 조합원에게 조합 탈퇴를 종용했고 ▲온라인에 금속노조를 비방하는 글을 올렸다는 점을 내세웠습니다. 금속노조 조합원 가입절차 전결규정에 따르면 "명백히 조합의 자주적 활동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가입을 거부할 수 있는데, 박 씨가 이에 해당한다는 주장입니다. 금속노조는 또 박 씨가 이미 비정규직을 위한 지역 내 노동조합에 가입돼 있어, 금속노조에 가입할 경우 노조 내의 이중가입 금지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고도 주장했습니다.

박 씨는 이같은 결정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고, 1심은 금속노조의 가입 거부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며 박 씨가 금속노조 조합원 자격을 취득했다고 봐야한다고 판결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박 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금속노조의 관련 규약에 따르면 "명백히 조합의 자주적 활동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노조위원장의 승인을 받아 "예외적으로 가입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어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조합원 가입신청에 대해 거부할 수 없음이 원칙"이고, 금속노조가 문제삼은 박 씨의 활동은 노조 가입을 거부할 수 있는 예외적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경쟁단체 설립 기자회견을 열고 온라인에 금속노조 비판 글을 게시한 행위를 금속노조의 "본질적 기능이나 존재 의의 자체를 부인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워, 박 씨를 조합 가입에서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재판부는 또 박 씨가 금속노조 조합원에게 노조 탈퇴를 종용했다고 볼 증거도 부족하고, 설사 탈퇴 종용이 사실이라고 인정하더라도 이는 "명백히 조합의 자주적 활동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아울러 박 씨가 2018년 가입돼 있던 지역 내 노동조합에서 이미 탈퇴했다며, 금속노조가 내세운 노조 내 이중가입 금지 원칙을 누군가가 조합원이 되기 위한 "적극적인 선결 조건"으로 "일체의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여야 한다"는 뜻으로까지 해석할 것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또 근로자가 가입한 복수의 노동조합이 서로 경쟁관계에 있어 이해가 상충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노동조합의 내부적 통제로 이중가입 제한이 허용된다고 봐야 하지, 다른 노조에 중복해 가입하는 것 자체를 노조가 "일률적이고 절대적으로" 제한할 수는 없다고도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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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조 비판활동’ 등 이유로 노조 가입 거부당한 근로자…법원 “위법”
    • 입력 2020-07-22 14:05:11
    • 수정2020-07-22 14:27:33
    사회
과거 노동조합을 비판하는 활동을 했다는 등의 이유로 특정 근로자의 가입 신청을 노조가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부(윤승은 이예슬 송오섭 부장판사)는 전(前) 한국타이어 근로자 박 모 씨가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를 상대로 "조합원 지위가 있음을 확인해달라"며 낸 소송 항소심에서, 금속노조 측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이 원고 승소 판결했습니다.

1995년 한국타이어에서 해고된 박 씨는 2016년 금속노조에 조합원 가입신청서를 제출했지만 가입을 거절 당했습니다.

금속노조는 박 씨의 가입을 거절한 근거로 ▲과거 박 씨가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의 경쟁단체 설립 기자회견을 열어 지회의 조직 확장을 방해했고 ▲금속노조 조합원에게 조합 탈퇴를 종용했고 ▲온라인에 금속노조를 비방하는 글을 올렸다는 점을 내세웠습니다. 금속노조 조합원 가입절차 전결규정에 따르면 "명백히 조합의 자주적 활동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가입을 거부할 수 있는데, 박 씨가 이에 해당한다는 주장입니다. 금속노조는 또 박 씨가 이미 비정규직을 위한 지역 내 노동조합에 가입돼 있어, 금속노조에 가입할 경우 노조 내의 이중가입 금지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고도 주장했습니다.

박 씨는 이같은 결정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고, 1심은 금속노조의 가입 거부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며 박 씨가 금속노조 조합원 자격을 취득했다고 봐야한다고 판결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박 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금속노조의 관련 규약에 따르면 "명백히 조합의 자주적 활동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노조위원장의 승인을 받아 "예외적으로 가입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어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이상 조합원 가입신청에 대해 거부할 수 없음이 원칙"이고, 금속노조가 문제삼은 박 씨의 활동은 노조 가입을 거부할 수 있는 예외적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경쟁단체 설립 기자회견을 열고 온라인에 금속노조 비판 글을 게시한 행위를 금속노조의 "본질적 기능이나 존재 의의 자체를 부인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워, 박 씨를 조합 가입에서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재판부는 또 박 씨가 금속노조 조합원에게 노조 탈퇴를 종용했다고 볼 증거도 부족하고, 설사 탈퇴 종용이 사실이라고 인정하더라도 이는 "명백히 조합의 자주적 활동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아울러 박 씨가 2018년 가입돼 있던 지역 내 노동조합에서 이미 탈퇴했다며, 금속노조가 내세운 노조 내 이중가입 금지 원칙을 누군가가 조합원이 되기 위한 "적극적인 선결 조건"으로 "일체의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여야 한다"는 뜻으로까지 해석할 것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또 근로자가 가입한 복수의 노동조합이 서로 경쟁관계에 있어 이해가 상충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노동조합의 내부적 통제로 이중가입 제한이 허용된다고 봐야 하지, 다른 노조에 중복해 가입하는 것 자체를 노조가 "일률적이고 절대적으로" 제한할 수는 없다고도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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