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공천 맞다’던 이재명 “불가피하다면 약속 어겨야”…이틀만에 말 바꾸기?

입력 2020.07.22 (16:02) 수정 2020.07.22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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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정치인은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장사꾼도 신뢰를 유지하려고 손실을 감수합니다 (중략)
정말 아프고 손실이 크더라도 기본적인 약속을 지키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공천하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지난 20일 발언입니다. 이 지사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내년 4월 부산시장과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는 게 맞다고 말했는데요.

당시 이 지사가 들었던 건 민주당 당헌에 있는 이른바 '귀책사유' 규정입니다.

민주당 당헌 제96조 2항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하여 재・ 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지사는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과 관련한 의혹을 "중대 비리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 않냐"며 이 같은 규정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 지사의 이 같은 '무공천 주장'은 단숨에 '화제의 기사'가 됐습니다. 보궐선거 공천 여부에 대해 민주당 내 분위기가 신중한 상태에서, 경기도지사이자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이 지사의 말은 일종의 '사이다 발언'으로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기 때문이었습니다.


■ "'주장' 아니었다…불가피하다면 약속 어겨야"

그런데 이틀 뒤인 오늘(22일) 이 지사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습니다. 이 같은 발언을 언론이 보도하면서 오보를 냈다는 거였습니다.

이 지사는 우선 정치는 현실이고 본인 역시 현실 속 정치인이라며 "당규를 통한 대국민 약속은 지켜져야 하지만 약속 파기가 불가피하다면 형식적 원칙에 매달려서도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만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하고, 석고대죄 수준의 대국민 사과와 당규 개정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여기까지는 앞서 20일 밝힌 '공천 반대론'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지사는 이 같은 의견이 말 그대로 '의견'일 뿐이었지 당 지도부 등을 관철시키려고 한 '주장'은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 한 사람이자 민주당의 책임 있는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이 문제에 의견이 있지만 이를 주장하고 관철하려고 적극적 노력을 기울일 의사는 없습니다. 그것은 당원 의견 수렴을 통해 당 지도부가 결정할 일이고, 저는 당원의 한 사람으로 투표에 참여할 뿐입니다."

당시 인터뷰에서 질문을 받았을 때에 거짓말을 할 수 없어 '이상(理想)'을 사실대로 얘기했는데 이 부분만 떼어서 보도가 됐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당시 인터뷰 전문을 살펴보면 이 지사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무공천하는 게 저는 맞다고 보고.

◇ 김현정> 그렇게 보시는군요.

◆ 이재명> 두 번째로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 이게. 정치적으로. 그러면 저는 당이 국민에게 석고대죄하고 그다음에나 겨우 규정 바꾸고 그건 당연히 내부적으로 당연한 일이고 규정 바꿔준다고 될 일은 아니고 국민한테 석고대죄하는 정도의 사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지난 20일)민주당 최고위원회의(지난 20일)

■ 지도부·이낙연은 '신중론'…김부겸·박주민 "공천해야"

앞서 이 지사의 '무공천' 인터뷰 뒤, 같은 날 열린 비공개 고위전략회의에서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이 지사의 발언에 대한 언급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대표가 이 지사의 발언에 대해 공천 문제가 쟁점화될 것을 우려하며 '저렇게 답변할 필요가 뭐가 있냐'는 말을 했다는 건데요.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당시 상황에 대해 "논의는 있었다"면서도 "이 대표가 화를 낸 것은 아니고, '이것(공천 문제)이 쟁점이 돼서 당에서 이렇다저렇다 말하는 건 좋지 않다'는 취지로 말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내년 4월 공천은 지금 지도부에서 말할 일이 아니니 쟁점화하지 말자는 건데요. 당권 주자 이낙연 의원도 마찬가지 입장입니다.

민주당 이낙연 의원민주당 이낙연 의원

이 의원은 어제(2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며 "지금부터 논란을 당내에서 벌이는 건 현명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도 말했습니다.

한편 이낙연 의원과 함께 당권에 도전하는 김부겸 전 의원과 박주민 의원은 조심스럽게, 공천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최고위원에 출마한 의원들 의견을 봐도 "신중하게 보고 결정해야 한다"(한병도 의원), "다음 지도부에서 해야 할 일이다"(양향자 의원), "사과하고 좋은 후보 내야 한다"(김종민 의원) 등 신중론 내지는 공천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 지사가 오늘 공천 여부에 대한 입장을 다시 밝히면서 '공천할 수도 있다'는 데 방점을 더 찍은 것은 이 같은 당내 분위기에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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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공천 맞다’던 이재명 “불가피하다면 약속 어겨야”…이틀만에 말 바꾸기?
    • 입력 2020-07-22 16:02:41
    • 수정2020-07-22 16:03:24
    취재K
"저는 정치인은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장사꾼도 신뢰를 유지하려고 손실을 감수합니다 (중략)
정말 아프고 손실이 크더라도 기본적인 약속을 지키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공천하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지난 20일 발언입니다. 이 지사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내년 4월 부산시장과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는 게 맞다고 말했는데요.

당시 이 지사가 들었던 건 민주당 당헌에 있는 이른바 '귀책사유' 규정입니다.

민주당 당헌 제96조 2항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하여 재・ 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이 지사는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과 관련한 의혹을 "중대 비리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 않냐"며 이 같은 규정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 지사의 이 같은 '무공천 주장'은 단숨에 '화제의 기사'가 됐습니다. 보궐선거 공천 여부에 대해 민주당 내 분위기가 신중한 상태에서, 경기도지사이자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이 지사의 말은 일종의 '사이다 발언'으로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기 때문이었습니다.


■ "'주장' 아니었다…불가피하다면 약속 어겨야"

그런데 이틀 뒤인 오늘(22일) 이 지사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습니다. 이 같은 발언을 언론이 보도하면서 오보를 냈다는 거였습니다.

이 지사는 우선 정치는 현실이고 본인 역시 현실 속 정치인이라며 "당규를 통한 대국민 약속은 지켜져야 하지만 약속 파기가 불가피하다면 형식적 원칙에 매달려서도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만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하고, 석고대죄 수준의 대국민 사과와 당규 개정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여기까지는 앞서 20일 밝힌 '공천 반대론'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지사는 이 같은 의견이 말 그대로 '의견'일 뿐이었지 당 지도부 등을 관철시키려고 한 '주장'은 아니었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 한 사람이자 민주당의 책임 있는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이 문제에 의견이 있지만 이를 주장하고 관철하려고 적극적 노력을 기울일 의사는 없습니다. 그것은 당원 의견 수렴을 통해 당 지도부가 결정할 일이고, 저는 당원의 한 사람으로 투표에 참여할 뿐입니다."

당시 인터뷰에서 질문을 받았을 때에 거짓말을 할 수 없어 '이상(理想)'을 사실대로 얘기했는데 이 부분만 떼어서 보도가 됐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당시 인터뷰 전문을 살펴보면 이 지사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무공천하는 게 저는 맞다고 보고.

◇ 김현정> 그렇게 보시는군요.

◆ 이재명> 두 번째로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 이게. 정치적으로. 그러면 저는 당이 국민에게 석고대죄하고 그다음에나 겨우 규정 바꾸고 그건 당연히 내부적으로 당연한 일이고 규정 바꿔준다고 될 일은 아니고 국민한테 석고대죄하는 정도의 사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지난 20일)
■ 지도부·이낙연은 '신중론'…김부겸·박주민 "공천해야"

앞서 이 지사의 '무공천' 인터뷰 뒤, 같은 날 열린 비공개 고위전략회의에서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이 지사의 발언에 대한 언급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대표가 이 지사의 발언에 대해 공천 문제가 쟁점화될 것을 우려하며 '저렇게 답변할 필요가 뭐가 있냐'는 말을 했다는 건데요.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당시 상황에 대해 "논의는 있었다"면서도 "이 대표가 화를 낸 것은 아니고, '이것(공천 문제)이 쟁점이 돼서 당에서 이렇다저렇다 말하는 건 좋지 않다'는 취지로 말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내년 4월 공천은 지금 지도부에서 말할 일이 아니니 쟁점화하지 말자는 건데요. 당권 주자 이낙연 의원도 마찬가지 입장입니다.

민주당 이낙연 의원
이 의원은 어제(2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며 "지금부터 논란을 당내에서 벌이는 건 현명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도 말했습니다.

한편 이낙연 의원과 함께 당권에 도전하는 김부겸 전 의원과 박주민 의원은 조심스럽게, 공천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최고위원에 출마한 의원들 의견을 봐도 "신중하게 보고 결정해야 한다"(한병도 의원), "다음 지도부에서 해야 할 일이다"(양향자 의원), "사과하고 좋은 후보 내야 한다"(김종민 의원) 등 신중론 내지는 공천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 지사가 오늘 공천 여부에 대한 입장을 다시 밝히면서 '공천할 수도 있다'는 데 방점을 더 찍은 것은 이 같은 당내 분위기에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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