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다 남은 죽 먹여”…보육교사들 부실·불량 급식 사진 공개

입력 2020.07.22 (16:17) 수정 2020.07.22 (16:1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제주평등보육노동조합 기자회견제주평등보육노동조합 기자회견

제주에서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이 부실·불량 급식 사례라고 주장하며 직접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그리고 행정당국의 보여주기식 점검 탓에 아이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직접 거리로 나섰다.

제주지역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구성된 제주평등보육노동조합은 오늘(22일) 기자회견을 열고 "현장 노동자들로부터 부실·불량 급식 등의 사례를 제보받았다"며 사진 일부를 공개했다.

노조에 따르면, 해당 사진이 촬영된 곳은 제주지역 민간과 법인 어린이집 등 3곳으로 해당 어린이집 측에 제대로 점심과 간식을 배식해 달라고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제주평등보육노조가 공개한 급식 사진. 노조 측은 지난해와 올해 촬영됐다고 밝힘.제주평등보육노조가 공개한 급식 사진. 노조 측은 지난해와 올해 촬영됐다고 밝힘.

전·현직 보육교사 "문제 제기했으나 바뀌지 않아"

2018년 1월부터 2년 동안 모 민간어린이집에서 근무했다는 보육교사 A 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이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 돌이 지나면 이유식을 중단하고 유아식으로 바꿔 먹인다. 하지만 아이들이 돌이 지나 우리 나이로 3세인 24개월에서 27개월이 될 때까지 삼구(3가지 반찬용) 식판에 음식을 배식하지 않고, 국에 밥을 말아 반찬 없이 배식해 왔다"고 주장했다.

A 보육교사는 "부실, 불량 급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으나 해당 어린이집 측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평가인증 때 단 하루만 식판에 밥과 국, 반찬이 따로 나와 아이들과 교사들이 당황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2020년 2월까지 모 민간어린이집에서 근무한 보육교사 B 씨도 기자회견에 참여해 "어린이집 식단표에는 오전 간식과 점심, 오후 간식 메뉴가 다르게 계획돼서 가정으로 보내진다. 하지만 제가 맡은 반은 식단표와 다르게 오전에도 오후에도 죽이 배식됐다"고 주장했다.

제주평등보육노조가 공개한 급식 사진.제주평등보육노조가 공개한 급식 사진.

B 씨는 "학기 초에는 그나마 오후에 죽을 새로 만들어줬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식중독 위험을 방지하고자 음식 조리 후 2시간이 지나면 폐기해야 하는 원칙도 무시하고, 오전에 죽을 많이 만들어 두었다가 오후에 배식해주는 행위가 수료식 날까지 반복됐다"고 주장했다.

또 "원장이 새로운 반을 맡으면서 어느 반은 매일 남은 죽을 주거나, 원장 반은 남은 죽에 고구마나 바나나와 떡을 넣는 등 간식 배식에도 차별이 있었다"고 말했다. B 교사는 "이의를 제기했지만, 어린이집 측이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고, 조리사도 원장 가족이라 원장이 시키는 대로 따라갔다"고 말했다.

제주평등보육노조가 공개한 급식 사진.제주평등보육노조가 공개한 급식 사진.

연차를 받지 못해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못한 모 법인어린이집 보육교사 C 씨는 편지로 "오전 당직 당시 냉장고를 열었다가 그날 식단에 쓰일 두부가 보였는데, 콩이 국산이 아닌 외국산이고, 육고기 역시 국산이 아닌 스페인산이었다"며 불량 급식 문제를 제기했다. 노조 측은 해당 어린이집이 식단표에 두부와 돼지고기를 '국내산 사용'으로 명시했다고 밝혔다.

C 씨는 "최근 전국 어린이집 급식 관리에 대한 현장점검 때문에 어린이집에 감찰자가 방문했지만, 냉장고와 식자재 창고, 주방 위생상태, 교직원 건강검진결과 및 보건증 등을 보고 갔다고 한다. 원산지에 대해 점검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제주평등보육노조는 "여전히 행정당국의 전수점검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부실 불량 급식이 제공되는 어린이집들이 있다"며 "제주지역 500여 곳 어린이집의 4천 명에 달하는 보육교사 노동자로부터 직접 신고를 받겠다"고 밝혔다.

제주평등보육노조가 공개한 급식 사진.제주평등보육노조가 공개한 급식 사진.

정부는 지난달 12일 경기도 안산 유치원에서 발생한 집단 식중독 사태 이후 이달 초 전국 유치원·어린이집에 대한 전수 점검을 지시한 바 있다.

제주평등보육노조는 "약속된 식단표에 따라 안전하고 위생적으로 아이들의 급식을 제공하는 많은 모범적인 사례가 있음을 분명하게 밝혀둔다"며 "다만 이번 위생점검 전수 조사에 대한 현장 보육교사 노동자들의 시선은 싸늘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노동조합은 부실 불량 급식과 관련한 노동조합으로 접수된 신고 사례 등과 관련해 지난해 말 제주도 보육행정 당국에 간담회를 여러 차례 요구했으나 이에 응하지 않았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노조 측은 담당 주무관에게 전화와 이메일 등을 통해 관련 제보와 서류 등을 보냈지만 응답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지난해 전화로만 연락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각 행정시에서 이달 말까지 급식 관련 전수점검을 마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실 급식 관련 어린이집 "주장 사실과 달라"

위 사진이 촬영된 모 어린이집 측은 "남은 죽을 준 적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또 "오히려 보육교사가 반찬을 식판에 덜어주는 배식 규정을 따르지 않은 적이 더러 있고, 반찬 등을 먹기 힘든 아이들에게 국에 밥을 말아 배식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현우 제주평등보육노동조합 위원장은 "나머지 2곳 어린이집에 대해서는 제보한 보육교사들이 원치 않아 공개할 수 없다"며 "다음 주쯤 행정 당국에 추가 제보 건 등에 대해 조사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먹다 남은 죽 먹여”…보육교사들 부실·불량 급식 사진 공개
    • 입력 2020-07-22 16:17:14
    • 수정2020-07-22 16:17:36
    취재K
제주평등보육노동조합 기자회견
제주에서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이 부실·불량 급식 사례라고 주장하며 직접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그리고 행정당국의 보여주기식 점검 탓에 아이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직접 거리로 나섰다.

제주지역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구성된 제주평등보육노동조합은 오늘(22일) 기자회견을 열고 "현장 노동자들로부터 부실·불량 급식 등의 사례를 제보받았다"며 사진 일부를 공개했다.

노조에 따르면, 해당 사진이 촬영된 곳은 제주지역 민간과 법인 어린이집 등 3곳으로 해당 어린이집 측에 제대로 점심과 간식을 배식해 달라고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제주평등보육노조가 공개한 급식 사진. 노조 측은 지난해와 올해 촬영됐다고 밝힘.
전·현직 보육교사 "문제 제기했으나 바뀌지 않아"

2018년 1월부터 2년 동안 모 민간어린이집에서 근무했다는 보육교사 A 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아이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 돌이 지나면 이유식을 중단하고 유아식으로 바꿔 먹인다. 하지만 아이들이 돌이 지나 우리 나이로 3세인 24개월에서 27개월이 될 때까지 삼구(3가지 반찬용) 식판에 음식을 배식하지 않고, 국에 밥을 말아 반찬 없이 배식해 왔다"고 주장했다.

A 보육교사는 "부실, 불량 급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으나 해당 어린이집 측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평가인증 때 단 하루만 식판에 밥과 국, 반찬이 따로 나와 아이들과 교사들이 당황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2020년 2월까지 모 민간어린이집에서 근무한 보육교사 B 씨도 기자회견에 참여해 "어린이집 식단표에는 오전 간식과 점심, 오후 간식 메뉴가 다르게 계획돼서 가정으로 보내진다. 하지만 제가 맡은 반은 식단표와 다르게 오전에도 오후에도 죽이 배식됐다"고 주장했다.

제주평등보육노조가 공개한 급식 사진.
B 씨는 "학기 초에는 그나마 오후에 죽을 새로 만들어줬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식중독 위험을 방지하고자 음식 조리 후 2시간이 지나면 폐기해야 하는 원칙도 무시하고, 오전에 죽을 많이 만들어 두었다가 오후에 배식해주는 행위가 수료식 날까지 반복됐다"고 주장했다.

또 "원장이 새로운 반을 맡으면서 어느 반은 매일 남은 죽을 주거나, 원장 반은 남은 죽에 고구마나 바나나와 떡을 넣는 등 간식 배식에도 차별이 있었다"고 말했다. B 교사는 "이의를 제기했지만, 어린이집 측이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고, 조리사도 원장 가족이라 원장이 시키는 대로 따라갔다"고 말했다.

제주평등보육노조가 공개한 급식 사진.
연차를 받지 못해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못한 모 법인어린이집 보육교사 C 씨는 편지로 "오전 당직 당시 냉장고를 열었다가 그날 식단에 쓰일 두부가 보였는데, 콩이 국산이 아닌 외국산이고, 육고기 역시 국산이 아닌 스페인산이었다"며 불량 급식 문제를 제기했다. 노조 측은 해당 어린이집이 식단표에 두부와 돼지고기를 '국내산 사용'으로 명시했다고 밝혔다.

C 씨는 "최근 전국 어린이집 급식 관리에 대한 현장점검 때문에 어린이집에 감찰자가 방문했지만, 냉장고와 식자재 창고, 주방 위생상태, 교직원 건강검진결과 및 보건증 등을 보고 갔다고 한다. 원산지에 대해 점검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제주평등보육노조는 "여전히 행정당국의 전수점검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부실 불량 급식이 제공되는 어린이집들이 있다"며 "제주지역 500여 곳 어린이집의 4천 명에 달하는 보육교사 노동자로부터 직접 신고를 받겠다"고 밝혔다.

제주평등보육노조가 공개한 급식 사진.
정부는 지난달 12일 경기도 안산 유치원에서 발생한 집단 식중독 사태 이후 이달 초 전국 유치원·어린이집에 대한 전수 점검을 지시한 바 있다.

제주평등보육노조는 "약속된 식단표에 따라 안전하고 위생적으로 아이들의 급식을 제공하는 많은 모범적인 사례가 있음을 분명하게 밝혀둔다"며 "다만 이번 위생점검 전수 조사에 대한 현장 보육교사 노동자들의 시선은 싸늘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노동조합은 부실 불량 급식과 관련한 노동조합으로 접수된 신고 사례 등과 관련해 지난해 말 제주도 보육행정 당국에 간담회를 여러 차례 요구했으나 이에 응하지 않았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노조 측은 담당 주무관에게 전화와 이메일 등을 통해 관련 제보와 서류 등을 보냈지만 응답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지난해 전화로만 연락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각 행정시에서 이달 말까지 급식 관련 전수점검을 마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실 급식 관련 어린이집 "주장 사실과 달라"

위 사진이 촬영된 모 어린이집 측은 "남은 죽을 준 적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또 "오히려 보육교사가 반찬을 식판에 덜어주는 배식 규정을 따르지 않은 적이 더러 있고, 반찬 등을 먹기 힘든 아이들에게 국에 밥을 말아 배식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현우 제주평등보육노동조합 위원장은 "나머지 2곳 어린이집에 대해서는 제보한 보육교사들이 원치 않아 공개할 수 없다"며 "다음 주쯤 행정 당국에 추가 제보 건 등에 대해 조사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