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IN] 코로나19로 세계 ‘기아’ 문제 빨간불

입력 2020.07.29 (10:48) 수정 2020.07.2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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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랜 내전과 가난에 허덕이던 나라들에서 코로나19까지 확산하며 굶주림에 시달리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국제 구호 기부금이 줄고 봉쇄 조처로 구호물자 전달이 차질을 빚으며 상황이 더욱 악화하고 있는데요.

<지구촌인>에서 살펴보시죠.

[리포트]

태어난 지 3개월 된 마시라(Masirah)는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몸무게는 또래 평균(6.3kg)의 절반(2.4kg)에도 못 미칩니다.

눈을 뜨는 것조차 힘들어 주사기를 통해 겨우 우유를 받아먹습니다.

[마시라의 할머니 : "마시라는 음식과 치료가 필요합니다. 병원에 약이 있으면 다행이지만, 없을 땐 직접 찾아 나서야 합니다."]

생후 몇 개월 밖에 되지 않은 하부(Haboue)는 몸무게가 정상 체중의 절반밖에 안 됩니다.

엄마 역시 만성적인 영양실조로 아이에게 젖을 물릴 수 없는데요.

오랜 내전 등으로 가난에 허덕이던 나라들에서 코로나19까지 확산하며 굶주림에 시달리는 어린이가 늘고 있습니다.

상황이 심각한 예멘의 경우,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영양실조 아동이 240만 명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유니세프는 경고했습니다.

[아민 알아이자리/예멘 의사 : "어린이들이 영양실조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음식이 필요합니다. 예멘 어린이들은 매시간 죽어가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의 대규모 기근 위기는 코로나19 사태로 국제 구호단체들의 기부금이 줄어든 영향이 큽니다.

예멘만 해도 전체 인구의 80%가 구호 단체의 지원에 식량과 보건 등 광범위한 부분을 의존해 살아가고 있는데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봉쇄 조처도 구호 활동에 걸림돌이 됐습니다.

유엔의 예멘 지원 프로그램의 75%가량이 중단되거나 축소됐고, 산하 기관인 세계식량계획은 식량 지원을 절반으로 줄였습니다

[리스 그란데/예멘 UN 코디네이터 : "기금 위기 이전엔 세계식량계획을 통해 1300만 명을 도울 수 있었지만, 지금은 한 달에 800여만 명에게 식량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유니세프는 최근 예멘 긴급 구호 지원금(4억 9200만 달러) 모금을 시작했지만 절반도 모이지 않은 상탭니다.

이런 가운데 가장 큰 문제는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영양실조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사람이 줄었다는 겁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선 코로나19 확산 이후 소아청소년과 병원을 찾는 어린이가 평소의 절반 아래로 줄었습니다.

[아미나타 만데/영양실조 딸의 엄마 : "팬데믹 전에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는데, 이제는 질병 말고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요."]

의사들은 안 그래도 심각했던 기아문제가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쿰보 볼리/부르키나파소 의사 : "11월이나 12월쯤엔 평년보다 영양실조 환자가 2~3배에서 많게는 5배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세계식량계획은 코로나19 사태로 재앙적 수준의 기아를 겪는 사람이 지난해 비해 약 80% 증가한 2억 7천만 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굶주림으로 전 세계에서 하루에 1만 2천 명씩 숨질 것으로 예측했는데요.

이미 분쟁과 가난 속 망가진 식량 공급체계로 고통받던 사람들에게 코로나19가 최후의 결정타가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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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29 10:50:20
    • 수정2020-07-29 11: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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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랜 내전과 가난에 허덕이던 나라들에서 코로나19까지 확산하며 굶주림에 시달리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국제 구호 기부금이 줄고 봉쇄 조처로 구호물자 전달이 차질을 빚으며 상황이 더욱 악화하고 있는데요.

<지구촌인>에서 살펴보시죠.

[리포트]

태어난 지 3개월 된 마시라(Masirah)는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몸무게는 또래 평균(6.3kg)의 절반(2.4kg)에도 못 미칩니다.

눈을 뜨는 것조차 힘들어 주사기를 통해 겨우 우유를 받아먹습니다.

[마시라의 할머니 : "마시라는 음식과 치료가 필요합니다. 병원에 약이 있으면 다행이지만, 없을 땐 직접 찾아 나서야 합니다."]

생후 몇 개월 밖에 되지 않은 하부(Haboue)는 몸무게가 정상 체중의 절반밖에 안 됩니다.

엄마 역시 만성적인 영양실조로 아이에게 젖을 물릴 수 없는데요.

오랜 내전 등으로 가난에 허덕이던 나라들에서 코로나19까지 확산하며 굶주림에 시달리는 어린이가 늘고 있습니다.

상황이 심각한 예멘의 경우,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영양실조 아동이 240만 명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유니세프는 경고했습니다.

[아민 알아이자리/예멘 의사 : "어린이들이 영양실조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음식이 필요합니다. 예멘 어린이들은 매시간 죽어가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의 대규모 기근 위기는 코로나19 사태로 국제 구호단체들의 기부금이 줄어든 영향이 큽니다.

예멘만 해도 전체 인구의 80%가 구호 단체의 지원에 식량과 보건 등 광범위한 부분을 의존해 살아가고 있는데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봉쇄 조처도 구호 활동에 걸림돌이 됐습니다.

유엔의 예멘 지원 프로그램의 75%가량이 중단되거나 축소됐고, 산하 기관인 세계식량계획은 식량 지원을 절반으로 줄였습니다

[리스 그란데/예멘 UN 코디네이터 : "기금 위기 이전엔 세계식량계획을 통해 1300만 명을 도울 수 있었지만, 지금은 한 달에 800여만 명에게 식량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유니세프는 최근 예멘 긴급 구호 지원금(4억 9200만 달러) 모금을 시작했지만 절반도 모이지 않은 상탭니다.

이런 가운데 가장 큰 문제는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영양실조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사람이 줄었다는 겁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선 코로나19 확산 이후 소아청소년과 병원을 찾는 어린이가 평소의 절반 아래로 줄었습니다.

[아미나타 만데/영양실조 딸의 엄마 : "팬데믹 전에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는데, 이제는 질병 말고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요."]

의사들은 안 그래도 심각했던 기아문제가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쿰보 볼리/부르키나파소 의사 : "11월이나 12월쯤엔 평년보다 영양실조 환자가 2~3배에서 많게는 5배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세계식량계획은 코로나19 사태로 재앙적 수준의 기아를 겪는 사람이 지난해 비해 약 80% 증가한 2억 7천만 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굶주림으로 전 세계에서 하루에 1만 2천 명씩 숨질 것으로 예측했는데요.

이미 분쟁과 가난 속 망가진 식량 공급체계로 고통받던 사람들에게 코로나19가 최후의 결정타가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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