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부동산 정책, 시장을 두려워 해야

입력 2020.08.12 (07:43) 수정 2020.08.12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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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해설위원

약 이백 삼십년 전이죠? 프랑스 대혁명 직후 우유값이 올랐습니다. 규제당국은 이른바, '민감 생필품'인 우윳값을 낮춰 묶어버렸습니다. 그러자 낙농가들이 젖소 사육을 포기했죠. 그 값으론 건초값 대기도 버겁다는 겁니다. 당국이 건초값까지 묶자 건초 공급선도 무너졌죠. 결국 우윳값은 더욱 폭등합니다. 정책이 규제일변도 보다는 시장원리를 존중해야 하는 이유죠?

앞서 사례에서 보듯 한 규제가 안 통하면 또 다른 규제로 막아 보려 하게 되죠? 우리 부동산 대책들은 어땠나요? 스물 두 차례라는 숫자가 상징하듯 '규제이후 또 규제'. 결과는 이백 삼십년 전 프랑스 우윳값과 닮은 꼴 궤적을 그렸구요. 모처럼 시장 원리를 의식한 지난 주 공급대책, 즉, 스물 세번째 대책 마저 규제가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예를 들어, 이 대책의 핵심이 공공 재건축인데, 개발 이익의 구십 퍼센트까지 환수하겠다는 건, 시장의 호응을 얻기 힘든 규제라는 거죠. 게다가 정부와 서울시라는 양대 규제 주체간, 엇박자 모습으로 신뢰까지 손상됐구요.

이런 와중에 지금 전세 값까지 급등 중입니다. 전세값 잡겠다는 강력한 규제법안들을, 초단기간에 통과시켰는데도 말이죠. 서울은 오십 팔주 연속, 이전 주 보다 더 올라 칠 개월만에 최고치입니다. 당장 전세매물이 없다고 아우성입니다. 특히, 전세 매물이 월세로 전환돼 버릴 수 있다는 절박한 우려까지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자 이번엔 월세 전환율을 낮추겠다는 또 다른 규제안이 거론되네요. "모든 프랑스 어린이는 우유를 마실 권리가 있다" 이백 삽십년전 우유값 규제를 하면서 프랑스 당국자가 앞세운 명분이랍니다. 그러나 시장은 명분이 아니라, 시장원리에 반응합니다. 정책을 펼 때 시장을 두려워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뉴스 해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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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부동산 정책, 시장을 두려워 해야
    • 입력 2020-08-12 07:50:17
    • 수정2020-08-12 07:5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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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해설위원

약 이백 삼십년 전이죠? 프랑스 대혁명 직후 우유값이 올랐습니다. 규제당국은 이른바, '민감 생필품'인 우윳값을 낮춰 묶어버렸습니다. 그러자 낙농가들이 젖소 사육을 포기했죠. 그 값으론 건초값 대기도 버겁다는 겁니다. 당국이 건초값까지 묶자 건초 공급선도 무너졌죠. 결국 우윳값은 더욱 폭등합니다. 정책이 규제일변도 보다는 시장원리를 존중해야 하는 이유죠?

앞서 사례에서 보듯 한 규제가 안 통하면 또 다른 규제로 막아 보려 하게 되죠? 우리 부동산 대책들은 어땠나요? 스물 두 차례라는 숫자가 상징하듯 '규제이후 또 규제'. 결과는 이백 삼십년 전 프랑스 우윳값과 닮은 꼴 궤적을 그렸구요. 모처럼 시장 원리를 의식한 지난 주 공급대책, 즉, 스물 세번째 대책 마저 규제가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예를 들어, 이 대책의 핵심이 공공 재건축인데, 개발 이익의 구십 퍼센트까지 환수하겠다는 건, 시장의 호응을 얻기 힘든 규제라는 거죠. 게다가 정부와 서울시라는 양대 규제 주체간, 엇박자 모습으로 신뢰까지 손상됐구요.

이런 와중에 지금 전세 값까지 급등 중입니다. 전세값 잡겠다는 강력한 규제법안들을, 초단기간에 통과시켰는데도 말이죠. 서울은 오십 팔주 연속, 이전 주 보다 더 올라 칠 개월만에 최고치입니다. 당장 전세매물이 없다고 아우성입니다. 특히, 전세 매물이 월세로 전환돼 버릴 수 있다는 절박한 우려까지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자 이번엔 월세 전환율을 낮추겠다는 또 다른 규제안이 거론되네요. "모든 프랑스 어린이는 우유를 마실 권리가 있다" 이백 삽십년전 우유값 규제를 하면서 프랑스 당국자가 앞세운 명분이랍니다. 그러나 시장은 명분이 아니라, 시장원리에 반응합니다. 정책을 펼 때 시장을 두려워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뉴스 해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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