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종전 75주년…올해도 외면한 ‘반성·책임’

입력 2020.08.17 (07:45) 수정 2020.08.17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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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주 해설위원

그제 15일은 75주년 광복절이자 일본에게는 종전기념일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강제징용 문제 해결을 위해 언제든 마주앉을 준비가 돼있다고 하면서 일본에 대화를 촉구했습니다. 인류 보편의 가치인 인권을 대전제로 놓고 머리를 맞대 매듭을 풀어보자는 제안입니다.
그 시각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일본 야스쿠니 신사는 인파로 붐볐습니다. 폭염에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하루 천 명을 웃돌았지만 거리낌 없었습니다. 일부는 군가를 부르고 일왕 만세를 외치기도 했습니다. 문부과학상을 비롯한 아베 내각 각료 4명도 이 곳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일본 현직 각료의 종전기념일 야스쿠니 참배는 2016년 이후 4년 만입니다. 아베 총리는 참배하지 않았지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바친다는 메시지와 함께 공물을 보냈습니다.올해도 반성과 가해 책임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습니다. 오히려 스스로의 힘으로 안보를 지킨다는 이른바 '적극적 평화주의'를 다시 강조했습니다.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바꾼다는 속내가 깔려 있는 개념입니다. 지난 해 즉위한 나루히토 일왕은 올해도 '깊은 반성'을 거듭 언급했습니다. 25년 전 침략 전쟁을 사죄하는 담화를 냈던 무라야마 전 총리도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자세는 일본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라면서 각성을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아베 정부와 일본 우익세력들이 이런 목소리에 아랑곳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아베 총리는 기회 있을 때마다 평화를 강조해왔습니다. 세계평화를 위해 일본이 해야할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8년째 전쟁 가해 책임과 반성을 외면하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이웃 국가들의 상처를 보듬기는 커녕 다시 헤집는 행보 앞에 평화에 관한 그의 언급들은 공허해 보일 뿐입니다. 지우고 싶은 과거사를 외면한다고 해서 역사가 바뀌진 않습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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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종전 75주년…올해도 외면한 ‘반성·책임’
    • 입력 2020-08-17 07:49:10
    • 수정2020-08-17 07:5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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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주 해설위원

그제 15일은 75주년 광복절이자 일본에게는 종전기념일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강제징용 문제 해결을 위해 언제든 마주앉을 준비가 돼있다고 하면서 일본에 대화를 촉구했습니다. 인류 보편의 가치인 인권을 대전제로 놓고 머리를 맞대 매듭을 풀어보자는 제안입니다.
그 시각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일본 야스쿠니 신사는 인파로 붐볐습니다. 폭염에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하루 천 명을 웃돌았지만 거리낌 없었습니다. 일부는 군가를 부르고 일왕 만세를 외치기도 했습니다. 문부과학상을 비롯한 아베 내각 각료 4명도 이 곳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일본 현직 각료의 종전기념일 야스쿠니 참배는 2016년 이후 4년 만입니다. 아베 총리는 참배하지 않았지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바친다는 메시지와 함께 공물을 보냈습니다.올해도 반성과 가해 책임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습니다. 오히려 스스로의 힘으로 안보를 지킨다는 이른바 '적극적 평화주의'를 다시 강조했습니다.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바꾼다는 속내가 깔려 있는 개념입니다. 지난 해 즉위한 나루히토 일왕은 올해도 '깊은 반성'을 거듭 언급했습니다. 25년 전 침략 전쟁을 사죄하는 담화를 냈던 무라야마 전 총리도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자세는 일본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라면서 각성을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아베 정부와 일본 우익세력들이 이런 목소리에 아랑곳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아베 총리는 기회 있을 때마다 평화를 강조해왔습니다. 세계평화를 위해 일본이 해야할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8년째 전쟁 가해 책임과 반성을 외면하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이웃 국가들의 상처를 보듬기는 커녕 다시 헤집는 행보 앞에 평화에 관한 그의 언급들은 공허해 보일 뿐입니다. 지우고 싶은 과거사를 외면한다고 해서 역사가 바뀌진 않습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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