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출신 최연소 차관에 ‘술렁’…최종건 합류한 외교부 어디로

입력 2020.08.18 (05:00) 수정 2020.08.18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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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영 전 외교부 1차관이 이임식도 하지 않고 외교부를 떠났습니다. 조세영 전 차관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코로나 19 사태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국민에게 사랑받는 외교부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이 무엇보다 뿌듯했다"고 밝혔습니다. 조 전 차관은 2019년 5월 외교부 차관으로 입성한 뒤, 1년 넘게 한일 관계 개선과 코로나 19 사태 대응 등에 힘썼습니다.

조 전 차관이 갑작스레 떠나고, 최종건 신임 외교부 1차관이 임명되자 외교부는 술렁이는 분위기입니다. 외교부 출신이 아닌 차관은 처음인 데다, 최 차관이 역대 최연소 차관 기록도 갈아치웠기 때문입니다. 최 차관은 올해 46살로, 외교부 과장이나 심의관들과 동년배입니다.

외교부 1차관은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요 국가와의 양자 관계는 물론 인사와 예산 등 외교부 조직 관리까지 책임지는 조직의 2인자 자리입니다. 그동안은 외교부 내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외교관이 맡아왔습니다.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을 비롯해, 신각수 전 주일대사,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 김성한 전 외교통상부 장관, 임성남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입니다.

외교부의 한 과장급 인사는 "최종건 차관 임명은 정말 예상치 못했다"면서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 정책 핵심 인사인 만큼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으로 거론되긴 했지만, 차관으로 올 줄은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 최종건은 누구?…9·19 군사합의 주도한 외교·안보진용 '핵심'

최종건 차관은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이후 호주 올세인트컬리지 고등학교로 유학을 간 뒤, 미국 로체스터 대학교 정치학과, 연세대 정치학과 석사,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정치학 박사를 거쳤습니다. 이후 북한대학원대학교 조교수,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일했습니다. 문정인 대통령외교안보특보,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과 함께 '연정라인(연세대 정치외교학과)'으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그러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1기 멤버로 국가안보실에 합류했습니다. 청와대 평화군비통제비서관, 평화기획비서관 등을 거쳤는데, 문 대통령 외교·안보 구상의 '핵심'이라는 평이 나왔습니다. 2018년 4·27 판문점 선언과 9·19 군사합의 등을 주도했습니다.

2018년 4월 27일, 당시 최 차관은 페이스북에 "판문점으로 가는 새벽 길, 돌아오는 밤길, 지난 시간이 스쳤습니다. 코끝이 시큼해지고 눈물이 나기도 했습니다. 이 봄을 맞이한 사람들은 이제 하나의 고개를 넘었을 뿐, 이 고개가 끝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더 험한 길도 나올 것입니다. 큰 산을 향해 가는 길이 시작되었을 뿐입니다. '작심'하고 나서는 길입니다."라고 썼습니다.

학계에서는 대표적인 '자주파'로 분류됩니다. 학계에 발표한 주요 논문에서 자주적인 국방력 강화와 현실적이고 실리적인 한미동맹, 중국과의 협력 등을 강조해왔습니다.


■ 대표적 '자주파' 학자…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은?

[남북 관계]

학자로서 최종건 차관은 '평화체제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해왔습니다. 2016년 통일전략포럼 토론에서는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한국식의 논리와 비전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최 차관은 "대북제재 일변도의 경직된 정책 환경에서 벗어나, 평화체제를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2018년 4·27 판문점 선언과 9·19 군사합의 등도 이러한 흐름에서 진행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평화체제 구축' 논의는 중단된 상태입니다. 미국과 북한을 모두 대화의 장으로 불러 내야 하는 어려운 문제인데, 한미 관계를 주로 다루는 외교부에서 최 차관이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됩니다.

[한미동맹]

최 차관은 '한미동맹'의 중요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한미동맹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은 지속해서 이야기했습니다. 2006년 한 논문에서 최 차관은 "오늘날 한미동맹 관계는 새로운 환경과 도전들에 직면하고 있다. 경제 성장과 민주화 성취에 따른 한국인의 '자주권'에 대한 인식의 제고 등은 한미 관계의 근본적 변화를 추동하는 변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교착 상태에 빠진 미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에서도 '실리'를 추구할 거란 예측이 가능한 대목입니다.

[한중 관계]

최 차관은 2000년 이후 중국의 부상에 관심을 가지고, 중국과의 협력을 강조해왔습니다. 2009년 논문에서는 "중국이 자국의 일방적 이익을 위해 강압적, 혹은 폭력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적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주한미군 사드 배치가 논란이 된 이후에는 "북한 비핵화를 위해 중국과의 협력이 매우 중요한 상황에서 중국이 안보 위협으로 인식하는 사드 배치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습니다. 올해 안으로 예상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등을 계기로 외교부가 획기적인 한중 관계 개선에 나설 거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특히 중국을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활용할 거란 분석이 나옵니다. 다만 더욱 첨예해지고 있는 '미·중 갈등' 상황에서 자칫 균형감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 또한 나오고 있습니다.

[한일 관계]

최 차관은 학자 시절 한일 관계에 대한 연구는 거의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조세영 전 1차관이 대표적인 일본통으로 아키바 일본 정무차관과 직접 소통했던 것에 비하면 큰 차이입니다. 다만 지난해 11월 있었던 일본의 경제보복과 지소미아 종료 사태 때 최 차관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보면 최 차관의 대일 인식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순 있습니다. 당시 최 차관은 '지소미아 관련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브리핑' 내용을 올리면서 "일본 정부 지도자로서 과연 양심을 갖고 할 수 있는 말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을 인용해 썼습니다. "Try me"라는 태그도 붙였습니다. 이 말은 당시 정 실장이 일본을 향해 사용한 표현으로, 거칠게 번역하면 "어디 한번 해봐"라는 뜻입니다.


■ 외교부 입성 최종건의 과제는?

최종건 차관의 외교부 입성으로 현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는 힘이 실릴 것으로 보입니다. 남북 관계를 다루는 통일부와의 팀워크도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칫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등을 지나치게 유연하게 다룰 경우, 추후 이란 제재 때와 같은 곤경에 처할 수 있는 만큼, 외교부 2인자로서 균형감 있는 접근을 할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의 긴밀한 협력도 필요한 부분입니다.

최종건 차관이 외교부 경험이 전혀 없다는 점도 과제로 남습니다. 마치 거미줄처럼 '전문' 등을 통해 전 세계 재외공관이 소통하는 외교부 특유의 업무 방식을 이른 시일 안에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외교부 1차관은 모든 주요 양자 관계는 물론 조직 운영에 대해 보고를 받는 자리입니다. 중요한 결정은 모두 외교부 1차관을 거쳐 외교부 장관에게 보고됩니다. 특히 올해 초반에는 외교부 1차관은 다른 양자 현안보다는 코로나 19 사태에 대처하느라 대부분 시간을 쏟았습니다. 최종건 차관이 대부분 실·국장들보다 연배가 어리다는 점에서, 조직 운영을 어떻게 잘 이끌어나갈지 시험대에 올랐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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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부 출신 최연소 차관에 ‘술렁’…최종건 합류한 외교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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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0-08-18 06: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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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영 전 외교부 1차관이 이임식도 하지 않고 외교부를 떠났습니다. 조세영 전 차관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코로나 19 사태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국민에게 사랑받는 외교부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이 무엇보다 뿌듯했다"고 밝혔습니다. 조 전 차관은 2019년 5월 외교부 차관으로 입성한 뒤, 1년 넘게 한일 관계 개선과 코로나 19 사태 대응 등에 힘썼습니다. 조 전 차관이 갑작스레 떠나고, 최종건 신임 외교부 1차관이 임명되자 외교부는 술렁이는 분위기입니다. 외교부 출신이 아닌 차관은 처음인 데다, 최 차관이 역대 최연소 차관 기록도 갈아치웠기 때문입니다. 최 차관은 올해 46살로, 외교부 과장이나 심의관들과 동년배입니다. 외교부 1차관은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주요 국가와의 양자 관계는 물론 인사와 예산 등 외교부 조직 관리까지 책임지는 조직의 2인자 자리입니다. 그동안은 외교부 내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외교관이 맡아왔습니다.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을 비롯해, 신각수 전 주일대사,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 김성한 전 외교통상부 장관, 임성남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입니다. 외교부의 한 과장급 인사는 "최종건 차관 임명은 정말 예상치 못했다"면서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 정책 핵심 인사인 만큼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으로 거론되긴 했지만, 차관으로 올 줄은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 최종건은 누구?…9·19 군사합의 주도한 외교·안보진용 '핵심' 최종건 차관은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이후 호주 올세인트컬리지 고등학교로 유학을 간 뒤, 미국 로체스터 대학교 정치학과, 연세대 정치학과 석사,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정치학 박사를 거쳤습니다. 이후 북한대학원대학교 조교수,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일했습니다. 문정인 대통령외교안보특보,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과 함께 '연정라인(연세대 정치외교학과)'으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그러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1기 멤버로 국가안보실에 합류했습니다. 청와대 평화군비통제비서관, 평화기획비서관 등을 거쳤는데, 문 대통령 외교·안보 구상의 '핵심'이라는 평이 나왔습니다. 2018년 4·27 판문점 선언과 9·19 군사합의 등을 주도했습니다. 2018년 4월 27일, 당시 최 차관은 페이스북에 "판문점으로 가는 새벽 길, 돌아오는 밤길, 지난 시간이 스쳤습니다. 코끝이 시큼해지고 눈물이 나기도 했습니다. 이 봄을 맞이한 사람들은 이제 하나의 고개를 넘었을 뿐, 이 고개가 끝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더 험한 길도 나올 것입니다. 큰 산을 향해 가는 길이 시작되었을 뿐입니다. '작심'하고 나서는 길입니다."라고 썼습니다. 학계에서는 대표적인 '자주파'로 분류됩니다. 학계에 발표한 주요 논문에서 자주적인 국방력 강화와 현실적이고 실리적인 한미동맹, 중국과의 협력 등을 강조해왔습니다. ■ 대표적 '자주파' 학자…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은? [남북 관계] 학자로서 최종건 차관은 '평화체제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해왔습니다. 2016년 통일전략포럼 토론에서는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한국식의 논리와 비전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최 차관은 "대북제재 일변도의 경직된 정책 환경에서 벗어나, 평화체제를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2018년 4·27 판문점 선언과 9·19 군사합의 등도 이러한 흐름에서 진행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평화체제 구축' 논의는 중단된 상태입니다. 미국과 북한을 모두 대화의 장으로 불러 내야 하는 어려운 문제인데, 한미 관계를 주로 다루는 외교부에서 최 차관이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됩니다. [한미동맹] 최 차관은 '한미동맹'의 중요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았습니다. 다만 한미동맹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은 지속해서 이야기했습니다. 2006년 한 논문에서 최 차관은 "오늘날 한미동맹 관계는 새로운 환경과 도전들에 직면하고 있다. 경제 성장과 민주화 성취에 따른 한국인의 '자주권'에 대한 인식의 제고 등은 한미 관계의 근본적 변화를 추동하는 변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교착 상태에 빠진 미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에서도 '실리'를 추구할 거란 예측이 가능한 대목입니다. [한중 관계] 최 차관은 2000년 이후 중국의 부상에 관심을 가지고, 중국과의 협력을 강조해왔습니다. 2009년 논문에서는 "중국이 자국의 일방적 이익을 위해 강압적, 혹은 폭력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적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주한미군 사드 배치가 논란이 된 이후에는 "북한 비핵화를 위해 중국과의 협력이 매우 중요한 상황에서 중국이 안보 위협으로 인식하는 사드 배치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습니다. 올해 안으로 예상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등을 계기로 외교부가 획기적인 한중 관계 개선에 나설 거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특히 중국을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활용할 거란 분석이 나옵니다. 다만 더욱 첨예해지고 있는 '미·중 갈등' 상황에서 자칫 균형감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 또한 나오고 있습니다. [한일 관계] 최 차관은 학자 시절 한일 관계에 대한 연구는 거의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조세영 전 1차관이 대표적인 일본통으로 아키바 일본 정무차관과 직접 소통했던 것에 비하면 큰 차이입니다. 다만 지난해 11월 있었던 일본의 경제보복과 지소미아 종료 사태 때 최 차관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보면 최 차관의 대일 인식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순 있습니다. 당시 최 차관은 '지소미아 관련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브리핑' 내용을 올리면서 "일본 정부 지도자로서 과연 양심을 갖고 할 수 있는 말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을 인용해 썼습니다. "Try me"라는 태그도 붙였습니다. 이 말은 당시 정 실장이 일본을 향해 사용한 표현으로, 거칠게 번역하면 "어디 한번 해봐"라는 뜻입니다. ■ 외교부 입성 최종건의 과제는? 최종건 차관의 외교부 입성으로 현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는 힘이 실릴 것으로 보입니다. 남북 관계를 다루는 통일부와의 팀워크도 기대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칫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등을 지나치게 유연하게 다룰 경우, 추후 이란 제재 때와 같은 곤경에 처할 수 있는 만큼, 외교부 2인자로서 균형감 있는 접근을 할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의 긴밀한 협력도 필요한 부분입니다. 최종건 차관이 외교부 경험이 전혀 없다는 점도 과제로 남습니다. 마치 거미줄처럼 '전문' 등을 통해 전 세계 재외공관이 소통하는 외교부 특유의 업무 방식을 이른 시일 안에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외교부 1차관은 모든 주요 양자 관계는 물론 조직 운영에 대해 보고를 받는 자리입니다. 중요한 결정은 모두 외교부 1차관을 거쳐 외교부 장관에게 보고됩니다. 특히 올해 초반에는 외교부 1차관은 다른 양자 현안보다는 코로나 19 사태에 대처하느라 대부분 시간을 쏟았습니다. 최종건 차관이 대부분 실·국장들보다 연배가 어리다는 점에서, 조직 운영을 어떻게 잘 이끌어나갈지 시험대에 올랐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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