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더 아플까봐…” 엄마의 모정에 소송으로 응수한 보험사

입력 2020.08.25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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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하나쯤 들어두신 분들 많으시죠. 보험이란 우발적 사고가 일어날 경우를 대비해, 공통으로 그 사고의 위협을 받는 사람들이 미리 일정한 돈을 적립해 두었다가 사고를 당한 사람에게 일정 금액을 주어 손해를 보상하는 제도죠. 가입 목적은 다들 다르지만, 목적은 하나입니다. 만의 하나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죠. 이 때문에 보험 여러 개를 가입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습니다.

KBS는 최근 보험사와 보험계약자 사이의 분쟁을 집중 취재했습니다. 오늘은 가족력을 걱정해 보험 여러 개를 든 장애인 엄마가 희귀병을 앓게 된 후, 보험사가 이 엄마와 미성년자 딸이 보험금 부당 취득 목적으로 가입했다며 가입을 무효로 돌리려 소송을 낸 최신 판례를 소개해 드립니다.

■장애인 모친 희귀병 진단 후 "계약 무효" 소송 낸 보험사

앞서 지체장애 6급의 A 씨는 남편과 이혼한 후 딸을 홀로 키우면서 1997년부터 1년에 하나 꼴로 보험을 들었습니다.

A 씨의 아버지는 관동맥 폐쇄성 질환 및 불안성 협심증, 급성 심근경색 등으로 1997년 수술을 받다 사망했고, 어머니는 고혈압과 상세불명의 말초 혈관질환을 앓는 중이어서, 자신에게도 가족력 발병이 우려됐기 때문입니다.

A 씨는 2007년 B 손해보험에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보험을 들었습니다.

△ 일반상해임시생활비 3만 원 -1) 일반상해로 병, 의원이 1일 이상 입원치료 시 (1일당 가입금액, 180일 한도) 2) 단, 음주무면허사고 보상 안 됨
△ 질병입원비 - 질병으로 병·의원에 1일 이상 입원치료 시 (1일당 가입금액, 180일 한도)
△ 질병입원의료비II 3,000만 원 - 1) 질병으로 병·의원 입원치료 시 약관에 따른 의료실비 2) 발병일로부터 366일 한도, 가입금액 한도 내 보상 3) 국민건강보험 미적용 시 본인이 부담한 금액의 40% 해당액
△ 여성전용질병 치료비 - 1) 여성전용질병의 치료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병·의원에 4일 이상 입원 또는 수술 시 2) 입원 시 3일 초과 1일당 가입금액의 1%(120일 한도) 3) 수술 시 가입금액 전액

그런데 A 씨는 2013년 두통과 어지럼증 등으로 병원에 들러 원인이 알려지지 않은 희귀병인 '모야모야병'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A 씨는 2014년 보험계약의 계약자 및 보험수익자를 자신의 딸로 변경했습니다.

A 씨는 보험계약 체결 이후 2008년 3월부터 4월까지 25일간 늑골 골절, 등뼈의 폐쇄성 골절, 모야모야병, 신경뿌리병증을 동반한 경추간판장애 등으로 입원치료를 받은 것을 비롯해 그 무렵부터 2016년 6월까지 41회에 걸쳐 826일간 입원치료를 받았습니다. B 손해보험은 질병입원비 등 보험금으로 모친에게 3,853만 원, 딸에게 3,994만 원 등 총 7,848여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B 보험사는 2016년 보험계약이 무효임을 주장하며 8,000여만 원을 반환하라며 소송을 냈습니다. '보험 사기'가 의심된다는 것이었습니다.

B 손해보험 측은 "피고들은 다수 보험계약을 체결해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이 사건 보험계약은 민법 제103조의 선량풍속기타사회질서 반해 무효이다. 피고들은 무효인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라 원고로부터 지급받은 보험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B 손보는 예비적으로 "A 씨는 입원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없음에도 병원을 옮겨가면서 부당하게 입원을 반복하였는바, 입원치료 중 99일은 입원의 필요성이 없는 부당한 입원"이라며 "A 씨의 부당한 입원치료로 이 사건 보험계약의 기초가 되는 신뢰관계가 파괴되어 이 계약관계를 그대로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에 이르렀으므로 2020년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송달로 계약을 해지한다는 확인을 구하고, A 씨의 불필요한 입원치료로 원고로부터 지급받은 보험금 297만 원 상당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라"고도 주장했습니다.

■법원 "홀로 딸 키우는 상황서 다수 보험 가입할 충분한 이유 있어"

법원은 그러나 B 손보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보험계약자가 다수의 보험계약을 통하여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 보험계약은 민법 제103조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라는 입장을 취해 왔습니다. 이러한 보험계약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게 하는 것은 보험계약을 악용하여 부정한 이득을 얻고자 하는 사행심을 조장함으로써 사회적 상당성을 일탈하게 될 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위험의 분산이라는 보험제도의 목적을 해치고 위험 발생의 우발성을 파괴하며 다수의 선량한 보험가입자들의 희생을 초래하여 보험제도의 근간을 무너뜨리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그러나 "다수의 생명보험계약이 체결되었고 그 보험료나 보험금이 다액이며 발생경위가 석연치 않은 교통사고로 보험계약자가 사망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생명보험계약 체결의 동기가 자살에 의하여 보험금의 부정취득을 노린 반사회질서적인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도 봐 왔습니다.

법원은 A 씨 모녀가 1997년부터 2015년까지 약 20개의 보장성 보험계약을 체결했고, 계약에 따라 피고 모친이 납입해야 할 월 보험료는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할 당시인 2007년 30만 원, 2013년 최고 67만 원 정도였단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또 A 씨가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신고한 소득신고내역상 최고 1,645만 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기록돼 있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법원은 그러나 이 같은 사실만으로는 "보험금 부정취득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하기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보험사 패소 판결을 했습니다.

법원은 "피고들이 피보험자를 모친으로 20개의 보장성 보험을 체결했으나, 위 보험계약은 단기간 체결된 게 아니라 1997년부터 2015년까지 장기간에 걸쳐 체결됐다"며 "A 씨는 남편과 이혼 후 홀로 딸을 양육해야 하는 상황에서 부모와 같은 질병에 걸릴 것을 걱정해 보장성 보험계약을 체결할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고 볼 수 있고, A 씨의 신체상태, 입원경위, 치료내역 등에 비춰 피고가 보험금 지급 위해 보험계약 체결 후 사고를 일으켰다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또 "A 씨는 2005년부터 2009년까지 하루 8~13만 원 정도 일당을 현금으로 받고 근무했던 것으로 보이고, 2011년부터는 화초 및 산식물 소매업, 2016년부터 화장품소매업을 했는데, 피고가 자영업자로서 세무당국에 신고한 소득이 반드시 실제 소득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A 씨가 딸의 친권자 겸 양육자로서 A 씨의 전 남편이자 딸의 아버지로부터 양육비 등을 받아온 것으로 보인다"고도 봤습니다.

법원은 이어 "피고들은 보험계약 따른 보험료를 원만하게 납입하여 왔고, 달리 자신과 가족의 소득 전부를 보험료로 납입하거나 보험약관대출을 받아 그 돈으로 다른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료를 납입하면서 보험료 지급을 돌려막는 등의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들이 별지2 목록 기재 각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료를 지출하는 것이 피고들의 재산상태에 비해 과다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법원은 A 씨는 질병 및 치료 내역과 병원에서 발급받은 입원확인서 등을 첨부해 보험금을 청구했고 보험사는 이를 바탕으로 독자 심사를 거쳐 보험금을 A 씨에게 지급하였을 것으로 여겨지는데, 당시 보험사가 A 씨가 치료내역이나 상해를 과장하거나 허위로 보험금을 청구했다는 이유로 지급할 보험금을 감액하거나 지급 자체를 거절한 적도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법원은 예비적 청구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A 씨가 입원치료가 필요하지 않음에도 보험금을 받기 위해 허위 또는 과잉으로 입원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보험사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입원 필요성은 입원 당시 환자 건강상태 상황 등에 따라 다를 수 있고 입원기간의 적정성 역시 일률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입원치료에 따른 진료 약물의 처치 및 경과관찰 등은 전문가인 의사가 의학적 판단에 기초해 실시하는 것으로, 의사 판단 신뢰하기 어려울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며 "피고 모친의 입원은 의사들이 직접 면담, 진찰한 후에 의학적 소견에 기초해 결정한 것으로 판단되고, 그 과정에서 피고가 강력히 필요 이상의 입원을 요구했다거나 피고를 진찰한 의사들이 허위 진료기록을 작성했던 것으로 볼 만한 사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826일의 이 사건 입원치료 기간 중 감정기간이 된 기간은 289일에 불과하다. 또 피고가 모야모야병이란 난치병 앓고 있단 사실, 지체장애 6급의 장애인이란 사실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채 평가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환자 진료기록상 드러나는 진단명에 대한 통상적 치료방법 및 입원일수를 기준으로 환자가 그 기준 일수보다 많이 입원했다고 하여 이를 불필요한 입원치료로 단정할 수 없고, 대한한의사협회는 감정대상 된 피고 입원기간과 관련해 그 진단 및 치료 자체엔 특별한 문제가 없단 의견을 밝혔다"고 설명했습니다.

법원은 특히 "입원치료나 통원치료 여부는 환자에게 어느 정도 선택권이 있는 것이고, 치료를 담당한 의사에게도 일정한 범위 내에서 재량권이 있다고 봐야 한다. 통원치료가 가능한 모든 경우엔 입원치료를 해선 안 된다고 볼 것도 아니다"면서 "통원치료가 가능해도 환자의 구체적 정신적 육체적 상태나 병원과의 거리, 가정-병원 오가는 과정에서 돌봐줄 가족이 있는지 여부 등에 따라선 입원치료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고, 그 주된 목적이 질병의 치료에 있는 이상 질병으로 인한 입원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현실적으로 보험처리로 입원치료가 가능한 경우 자비로 입원치료를 받는 경우에 비해 통원치료보다 입원치료를 선택하거나 입원기간을 최소한의 기간보다 다소 연장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 모두를 부당입원으로 단정하고 보험금을 부정 취급한 것으로 본다면, 자칫 보험계약자의 급여청구권을 위축시키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다는 겁니다.

법원은 따라서 보험사의 청구가 모두 이유 없다며 전부 기각했습니다. 이 판결은 올해 중순 확정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B 보험사는 "계속적이거나 반복적으로 보험금수령이 이루어지고 타보험가입사항 및 보험금수령현황의 과다, 발급진단명에 비해 치료기간의 과다함이 노출되어 법원을 통하여 보험계약의 정당성 또는 보험금수령 상황에 대한 법적 타당성의 판단을 구하고자 소송진행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밝혀왔습니다.

B 보험사는 미성년자 딸을 상대로 소송을 낸 것에 대해선 "보험계약무효의 상대방은 보험계약자를 상대로 해야 하는 것이어서, A 씨가 보험계약자를 딸로 바꾼 이상 딸을 상대로 낼 수밖에 없었다"며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희귀병 진단을 이유로 소송을 낸 것이 아니라고도 밝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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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더 아플까봐…” 엄마의 모정에 소송으로 응수한 보험사
    • 입력 2020-08-25 11:24:19
    취재K
보험 하나쯤 들어두신 분들 많으시죠. 보험이란 우발적 사고가 일어날 경우를 대비해, 공통으로 그 사고의 위협을 받는 사람들이 미리 일정한 돈을 적립해 두었다가 사고를 당한 사람에게 일정 금액을 주어 손해를 보상하는 제도죠. 가입 목적은 다들 다르지만, 목적은 하나입니다. 만의 하나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죠. 이 때문에 보험 여러 개를 가입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습니다.

KBS는 최근 보험사와 보험계약자 사이의 분쟁을 집중 취재했습니다. 오늘은 가족력을 걱정해 보험 여러 개를 든 장애인 엄마가 희귀병을 앓게 된 후, 보험사가 이 엄마와 미성년자 딸이 보험금 부당 취득 목적으로 가입했다며 가입을 무효로 돌리려 소송을 낸 최신 판례를 소개해 드립니다.

■장애인 모친 희귀병 진단 후 "계약 무효" 소송 낸 보험사

앞서 지체장애 6급의 A 씨는 남편과 이혼한 후 딸을 홀로 키우면서 1997년부터 1년에 하나 꼴로 보험을 들었습니다.

A 씨의 아버지는 관동맥 폐쇄성 질환 및 불안성 협심증, 급성 심근경색 등으로 1997년 수술을 받다 사망했고, 어머니는 고혈압과 상세불명의 말초 혈관질환을 앓는 중이어서, 자신에게도 가족력 발병이 우려됐기 때문입니다.

A 씨는 2007년 B 손해보험에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보험을 들었습니다.

△ 일반상해임시생활비 3만 원 -1) 일반상해로 병, 의원이 1일 이상 입원치료 시 (1일당 가입금액, 180일 한도) 2) 단, 음주무면허사고 보상 안 됨
△ 질병입원비 - 질병으로 병·의원에 1일 이상 입원치료 시 (1일당 가입금액, 180일 한도)
△ 질병입원의료비II 3,000만 원 - 1) 질병으로 병·의원 입원치료 시 약관에 따른 의료실비 2) 발병일로부터 366일 한도, 가입금액 한도 내 보상 3) 국민건강보험 미적용 시 본인이 부담한 금액의 40% 해당액
△ 여성전용질병 치료비 - 1) 여성전용질병의 치료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병·의원에 4일 이상 입원 또는 수술 시 2) 입원 시 3일 초과 1일당 가입금액의 1%(120일 한도) 3) 수술 시 가입금액 전액

그런데 A 씨는 2013년 두통과 어지럼증 등으로 병원에 들러 원인이 알려지지 않은 희귀병인 '모야모야병'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A 씨는 2014년 보험계약의 계약자 및 보험수익자를 자신의 딸로 변경했습니다.

A 씨는 보험계약 체결 이후 2008년 3월부터 4월까지 25일간 늑골 골절, 등뼈의 폐쇄성 골절, 모야모야병, 신경뿌리병증을 동반한 경추간판장애 등으로 입원치료를 받은 것을 비롯해 그 무렵부터 2016년 6월까지 41회에 걸쳐 826일간 입원치료를 받았습니다. B 손해보험은 질병입원비 등 보험금으로 모친에게 3,853만 원, 딸에게 3,994만 원 등 총 7,848여만 원을 지급했습니다.

B 보험사는 2016년 보험계약이 무효임을 주장하며 8,000여만 원을 반환하라며 소송을 냈습니다. '보험 사기'가 의심된다는 것이었습니다.

B 손해보험 측은 "피고들은 다수 보험계약을 체결해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이 사건 보험계약은 민법 제103조의 선량풍속기타사회질서 반해 무효이다. 피고들은 무효인 이 사건 보험계약에 따라 원고로부터 지급받은 보험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B 손보는 예비적으로 "A 씨는 입원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없음에도 병원을 옮겨가면서 부당하게 입원을 반복하였는바, 입원치료 중 99일은 입원의 필요성이 없는 부당한 입원"이라며 "A 씨의 부당한 입원치료로 이 사건 보험계약의 기초가 되는 신뢰관계가 파괴되어 이 계약관계를 그대로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에 이르렀으므로 2020년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 부본송달로 계약을 해지한다는 확인을 구하고, A 씨의 불필요한 입원치료로 원고로부터 지급받은 보험금 297만 원 상당액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라"고도 주장했습니다.

■법원 "홀로 딸 키우는 상황서 다수 보험 가입할 충분한 이유 있어"

법원은 그러나 B 손보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보험계약자가 다수의 보험계약을 통하여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한 경우 보험계약은 민법 제103조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여 무효"라는 입장을 취해 왔습니다. 이러한 보험계약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게 하는 것은 보험계약을 악용하여 부정한 이득을 얻고자 하는 사행심을 조장함으로써 사회적 상당성을 일탈하게 될 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위험의 분산이라는 보험제도의 목적을 해치고 위험 발생의 우발성을 파괴하며 다수의 선량한 보험가입자들의 희생을 초래하여 보험제도의 근간을 무너뜨리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그러나 "다수의 생명보험계약이 체결되었고 그 보험료나 보험금이 다액이며 발생경위가 석연치 않은 교통사고로 보험계약자가 사망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생명보험계약 체결의 동기가 자살에 의하여 보험금의 부정취득을 노린 반사회질서적인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도 봐 왔습니다.

법원은 A 씨 모녀가 1997년부터 2015년까지 약 20개의 보장성 보험계약을 체결했고, 계약에 따라 피고 모친이 납입해야 할 월 보험료는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할 당시인 2007년 30만 원, 2013년 최고 67만 원 정도였단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또 A 씨가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신고한 소득신고내역상 최고 1,645만 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기록돼 있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법원은 그러나 이 같은 사실만으로는 "보험금 부정취득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하기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보험사 패소 판결을 했습니다.

법원은 "피고들이 피보험자를 모친으로 20개의 보장성 보험을 체결했으나, 위 보험계약은 단기간 체결된 게 아니라 1997년부터 2015년까지 장기간에 걸쳐 체결됐다"며 "A 씨는 남편과 이혼 후 홀로 딸을 양육해야 하는 상황에서 부모와 같은 질병에 걸릴 것을 걱정해 보장성 보험계약을 체결할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고 볼 수 있고, A 씨의 신체상태, 입원경위, 치료내역 등에 비춰 피고가 보험금 지급 위해 보험계약 체결 후 사고를 일으켰다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또 "A 씨는 2005년부터 2009년까지 하루 8~13만 원 정도 일당을 현금으로 받고 근무했던 것으로 보이고, 2011년부터는 화초 및 산식물 소매업, 2016년부터 화장품소매업을 했는데, 피고가 자영업자로서 세무당국에 신고한 소득이 반드시 실제 소득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A 씨가 딸의 친권자 겸 양육자로서 A 씨의 전 남편이자 딸의 아버지로부터 양육비 등을 받아온 것으로 보인다"고도 봤습니다.

법원은 이어 "피고들은 보험계약 따른 보험료를 원만하게 납입하여 왔고, 달리 자신과 가족의 소득 전부를 보험료로 납입하거나 보험약관대출을 받아 그 돈으로 다른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료를 납입하면서 보험료 지급을 돌려막는 등의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들이 별지2 목록 기재 각 보험계약에서 정한 보험료를 지출하는 것이 피고들의 재산상태에 비해 과다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법원은 A 씨는 질병 및 치료 내역과 병원에서 발급받은 입원확인서 등을 첨부해 보험금을 청구했고 보험사는 이를 바탕으로 독자 심사를 거쳐 보험금을 A 씨에게 지급하였을 것으로 여겨지는데, 당시 보험사가 A 씨가 치료내역이나 상해를 과장하거나 허위로 보험금을 청구했다는 이유로 지급할 보험금을 감액하거나 지급 자체를 거절한 적도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법원은 예비적 청구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A 씨가 입원치료가 필요하지 않음에도 보험금을 받기 위해 허위 또는 과잉으로 입원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보험사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법원은 "입원 필요성은 입원 당시 환자 건강상태 상황 등에 따라 다를 수 있고 입원기간의 적정성 역시 일률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입원치료에 따른 진료 약물의 처치 및 경과관찰 등은 전문가인 의사가 의학적 판단에 기초해 실시하는 것으로, 의사 판단 신뢰하기 어려울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며 "피고 모친의 입원은 의사들이 직접 면담, 진찰한 후에 의학적 소견에 기초해 결정한 것으로 판단되고, 그 과정에서 피고가 강력히 필요 이상의 입원을 요구했다거나 피고를 진찰한 의사들이 허위 진료기록을 작성했던 것으로 볼 만한 사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826일의 이 사건 입원치료 기간 중 감정기간이 된 기간은 289일에 불과하다. 또 피고가 모야모야병이란 난치병 앓고 있단 사실, 지체장애 6급의 장애인이란 사실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채 평가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환자 진료기록상 드러나는 진단명에 대한 통상적 치료방법 및 입원일수를 기준으로 환자가 그 기준 일수보다 많이 입원했다고 하여 이를 불필요한 입원치료로 단정할 수 없고, 대한한의사협회는 감정대상 된 피고 입원기간과 관련해 그 진단 및 치료 자체엔 특별한 문제가 없단 의견을 밝혔다"고 설명했습니다.

법원은 특히 "입원치료나 통원치료 여부는 환자에게 어느 정도 선택권이 있는 것이고, 치료를 담당한 의사에게도 일정한 범위 내에서 재량권이 있다고 봐야 한다. 통원치료가 가능한 모든 경우엔 입원치료를 해선 안 된다고 볼 것도 아니다"면서 "통원치료가 가능해도 환자의 구체적 정신적 육체적 상태나 병원과의 거리, 가정-병원 오가는 과정에서 돌봐줄 가족이 있는지 여부 등에 따라선 입원치료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고, 그 주된 목적이 질병의 치료에 있는 이상 질병으로 인한 입원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현실적으로 보험처리로 입원치료가 가능한 경우 자비로 입원치료를 받는 경우에 비해 통원치료보다 입원치료를 선택하거나 입원기간을 최소한의 기간보다 다소 연장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 모두를 부당입원으로 단정하고 보험금을 부정 취급한 것으로 본다면, 자칫 보험계약자의 급여청구권을 위축시키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다는 겁니다.

법원은 따라서 보험사의 청구가 모두 이유 없다며 전부 기각했습니다. 이 판결은 올해 중순 확정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B 보험사는 "계속적이거나 반복적으로 보험금수령이 이루어지고 타보험가입사항 및 보험금수령현황의 과다, 발급진단명에 비해 치료기간의 과다함이 노출되어 법원을 통하여 보험계약의 정당성 또는 보험금수령 상황에 대한 법적 타당성의 판단을 구하고자 소송진행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밝혀왔습니다.

B 보험사는 미성년자 딸을 상대로 소송을 낸 것에 대해선 "보험계약무효의 상대방은 보험계약자를 상대로 해야 하는 것이어서, A 씨가 보험계약자를 딸로 바꾼 이상 딸을 상대로 낼 수밖에 없었다"며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희귀병 진단을 이유로 소송을 낸 것이 아니라고도 밝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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