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광고’ 유튜버 처벌 못하는 이유는?

입력 2020.09.0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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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팔로워 16만 명의 요리크리에이터 A 씨. 최근 이전 게시물 한 건을 황급히 삭제했습니다. 한 대형마트로부터 '자체 제품 활용 레시피 이벤트' 관련 영상 제작을 의뢰받았는데, 여기에 서울 을지로에 있는 한 유명 주점의 대표메뉴를 자신의 것처럼 쓰다가 비판받았기 때문입니다.

A 씨가 유명 주점의 레시피를 본떠 올린 게시물을 대형마트 계정에서 리그램(전재)한 것. 광고 표시가 없다.A 씨가 유명 주점의 레시피를 본떠 올린 게시물을 대형마트 계정에서 리그램(전재)한 것. 광고 표시가 없다.

지금은 사라진 그 게시물. 살펴보니 '광고' 표시도 없었습니다. 다른 레시피를 가져다 상업적 게시물에 쓰는 건 상도의 차원의 문제라고 해도, 경제적 이익을 받고 제대로 표시하지 않은 것 표시·광고법 위반 소지가 있습니다.

글을 지웠으니 A 씨는 이제 법적 책임에서 벗어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어제 '추천보증심사지침: 경제적 이해관계 표시 안내서'를 공개하면서 "경제적 이해관계를 뒤늦게 표시한 기존 광고행위도 위법성 소지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 표시 없는 예전 게시물도 '불법'…지금이라도 '광고' 표시해야

오늘(1일)부터 시행되는 추천보증심사지침은 경제적 이해관계를 표시하는 요건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표시·광고법은 이미 경제적 이익을 표시하지 않은 '뒷광고'를 금지하고 있어 지침 여부와 관계없이 과거 게시물도 위법이라는 게 공정위의 원칙적 입장입니다.

다만, 공정위는 "해당 광고가 자진 시정됐는지 여부가 공정위 조사·심의 과정에서 조치 수준을 정할 때 종합적으로 고려될 수 있다"며 "사후에라도 수정해 경제적 이해관계를 공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습니다.

다이슨 코리아 제품을 협찬받고도 표시하지 않은 인스타그램 게시물. 공정위는 지난해 해당 혐의로 다이슨 코리아를 제재했다.다이슨 코리아 제품을 협찬받고도 표시하지 않은 인스타그램 게시물. 공정위는 지난해 해당 혐의로 다이슨 코리아를 제재했다.

예전에 썼던 광고 글이 여전히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여전히 소셜미디어에는 표시가 미비한 광고가 눈에 띄고 있습니다. 지난해 다이슨 코리아로부터 제품을 받아 "곰손도 쉽게 고데기를 할 수 있다"고 올렸던 인플루언서 B 씨. 게시글을 살펴보니 여전히 예전 글에는 광고표시가 미비한 글이 눈에 띄었습니다.

■ #ad, #sponsored 등 영어 표현도 '부적절'…첫 줄에 알아보기 쉽게

광고 표시가 여전히 기준 미달인 게시글은 크게 2가지입니다. 표시가 게시글 한참 아래에 있거나, #ad, #sponsored, #partnership 등 영어로 표시한 경우입니다. 이번 심사지침 개정안에는 경제적 이익을 표시할 때 접근성과 언어 동일성, 인식 가능성, 명확성 등 4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아래쪽에 표시하는 건 접근성을, 영어로 표시하는 건 언어 동일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공정위가 어제 공개한 안내서에는 요건을 어떻게 갖춰야 하는지 자세한 설명이 담겼습니다. 먼저 접근성의 경우 인스타그램과 같은 사진 게시물은 사진 내 또는 게시물 첫머리에 광고 여부를 표시하도록 했습니다.


유튜브 등 동영상 콘텐츠는 영상 내에 표시하거나 영상 위에 '유료 광고 포함' 등의 배너를 삽입하면 됩니다. 블로그 등 글 위주 게시물은 콘텐츠는 제목이나 본문 첫 줄에 표시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반대로 게시글의 댓글, '더 보기'를 눌러야 볼 수 있는 해시태그, 유튜브 영상설명 또는 고정댓글에 표시하는 것은 부적절한 사례입니다. 해시태그 첫 번째가 아니거나, 프로필, 실시간 방송 채팅장에 쓰는 것도 충분한 표시로 볼 수 없습니다.

언어 동일성은 말 그대로 한국어로 광고할 땐 한국어로 표시하라는 뜻입니다. 지침이 만들어지기 전 상당수 인플루언서가 #ad, #sponsored, #partnership, #collaboration 등의 영어표현을 즐겨 썼는데, 모두 제대로 표시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지침은 이 밖에 배경색을 고려해 두드러지게 표시(인식 가능성)하도록 하고, '체험단'. '숙제', '홍보성 글', #브랜드명, #상품명 등의 형태로 모호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 '사후 협찬' 핑계도 통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광고를 표시해야 하는 인플루언서의 범위는 어떻게 정할까. 지침에 따르면 팔로워 수보다 게시물을 보는 사람의 관점이 더 중요합니다. 예컨대 화장품 회사 사장인 C 씨가 자사 제품의 효과를 후기형태로 올리더라도 일반 소비자 관점에서 C 씨가 사장인 것을 알지 못하는 상황이면 표시할 의무가 생깁니다. 임직원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정위는 특정 브랜드의 모델로 활동하는 연예인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제품 사용 후기를 올릴 때도 소비자가 광고라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할 수 없다면 표시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광고주가 인플루언서 계정을 사들여 직접 홍보영상을 올리면서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샀음)', '광고 아님' 등의 표현을 쓰는 것도 법을 어기는 행위입니다.

뒷광고 사실이 드러난 많은 유튜버가 핑계로 댄 '사후협찬'에 대한 기준도 나왔습니다. 처음엔 순수한 후기로 올렸다가 '사후협찬'을 받거나 사례비 등 경제적 이익을 받으면, 받는 시점에 즉시 이러한 사실을 표시해야 합니다.

■ 뒷광고 유튜버 왜 직접 처벌 안 해?

뒷광고가 법적인 제재까지 가하기 시작한 것은 2014년부터 입니다. 공정위는 파워블로거에 후기를 의뢰하면서 광고 목적을 감췄던 오비맥주와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등을 제재하면서 처음으로 후기 등 추천 보증에 대한 표시 기준을 세웠습니다.

지난해에는 인스타그램 후기 글을 의뢰하면서 제대로 표시하지 않은 로레알코리아, LVMH코스메틱스,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다이슨 코리아 등 국내외 대형 사업자를 제재하면서 영역을 모바일 등으로 넓혔습니다.

두 사건에서 제재 대상은 모두 광고주였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 유명인들이 자신의 유튜브에서 '내돈내산'이라며 기만적인 콘텐츠를 내보낸 것이 드러났을 때 소비자들 사이에서 "유튜버를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인플루언서를 직접 표시·광고법으로 처벌하기는 어렵다는 견해입니다. 소비자가 알아야 할 중요한 정보를 빠뜨리거나 왜곡해 시장의 경쟁질서를 침해하면 안 된다는 게 법의 취지이고, 경제적 이익을 얻은 사업자를 제재하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정위는 안내서에서 "법이 사업자나 사업자단체를 표시·광고 주체로 정하고 있다"며 "수행한 역할과 관여한 정도, 책임 여부, 경제적 효과의 귀속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책임성을 판단한다"고 했습니다.

다만, 대형 유튜버나 다수의 유튜버가 모인 다중채널네트워크(MCN) 등 사업자 성격의 인플루언서에 대해서는 법을 위반하는지 감시하면서 때에 따라 제재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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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뒷광고’ 유튜버 처벌 못하는 이유는?
    • 입력 2020-09-01 10:16:36
    취재K
인스타그램 팔로워 16만 명의 요리크리에이터 A 씨. 최근 이전 게시물 한 건을 황급히 삭제했습니다. 한 대형마트로부터 '자체 제품 활용 레시피 이벤트' 관련 영상 제작을 의뢰받았는데, 여기에 서울 을지로에 있는 한 유명 주점의 대표메뉴를 자신의 것처럼 쓰다가 비판받았기 때문입니다.

A 씨가 유명 주점의 레시피를 본떠 올린 게시물을 대형마트 계정에서 리그램(전재)한 것. 광고 표시가 없다.
지금은 사라진 그 게시물. 살펴보니 '광고' 표시도 없었습니다. 다른 레시피를 가져다 상업적 게시물에 쓰는 건 상도의 차원의 문제라고 해도, 경제적 이익을 받고 제대로 표시하지 않은 것 표시·광고법 위반 소지가 있습니다.

글을 지웠으니 A 씨는 이제 법적 책임에서 벗어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어제 '추천보증심사지침: 경제적 이해관계 표시 안내서'를 공개하면서 "경제적 이해관계를 뒤늦게 표시한 기존 광고행위도 위법성 소지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 표시 없는 예전 게시물도 '불법'…지금이라도 '광고' 표시해야

오늘(1일)부터 시행되는 추천보증심사지침은 경제적 이해관계를 표시하는 요건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표시·광고법은 이미 경제적 이익을 표시하지 않은 '뒷광고'를 금지하고 있어 지침 여부와 관계없이 과거 게시물도 위법이라는 게 공정위의 원칙적 입장입니다.

다만, 공정위는 "해당 광고가 자진 시정됐는지 여부가 공정위 조사·심의 과정에서 조치 수준을 정할 때 종합적으로 고려될 수 있다"며 "사후에라도 수정해 경제적 이해관계를 공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습니다.

다이슨 코리아 제품을 협찬받고도 표시하지 않은 인스타그램 게시물. 공정위는 지난해 해당 혐의로 다이슨 코리아를 제재했다.
예전에 썼던 광고 글이 여전히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여전히 소셜미디어에는 표시가 미비한 광고가 눈에 띄고 있습니다. 지난해 다이슨 코리아로부터 제품을 받아 "곰손도 쉽게 고데기를 할 수 있다"고 올렸던 인플루언서 B 씨. 게시글을 살펴보니 여전히 예전 글에는 광고표시가 미비한 글이 눈에 띄었습니다.

■ #ad, #sponsored 등 영어 표현도 '부적절'…첫 줄에 알아보기 쉽게

광고 표시가 여전히 기준 미달인 게시글은 크게 2가지입니다. 표시가 게시글 한참 아래에 있거나, #ad, #sponsored, #partnership 등 영어로 표시한 경우입니다. 이번 심사지침 개정안에는 경제적 이익을 표시할 때 접근성과 언어 동일성, 인식 가능성, 명확성 등 4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아래쪽에 표시하는 건 접근성을, 영어로 표시하는 건 언어 동일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공정위가 어제 공개한 안내서에는 요건을 어떻게 갖춰야 하는지 자세한 설명이 담겼습니다. 먼저 접근성의 경우 인스타그램과 같은 사진 게시물은 사진 내 또는 게시물 첫머리에 광고 여부를 표시하도록 했습니다.


유튜브 등 동영상 콘텐츠는 영상 내에 표시하거나 영상 위에 '유료 광고 포함' 등의 배너를 삽입하면 됩니다. 블로그 등 글 위주 게시물은 콘텐츠는 제목이나 본문 첫 줄에 표시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반대로 게시글의 댓글, '더 보기'를 눌러야 볼 수 있는 해시태그, 유튜브 영상설명 또는 고정댓글에 표시하는 것은 부적절한 사례입니다. 해시태그 첫 번째가 아니거나, 프로필, 실시간 방송 채팅장에 쓰는 것도 충분한 표시로 볼 수 없습니다.

언어 동일성은 말 그대로 한국어로 광고할 땐 한국어로 표시하라는 뜻입니다. 지침이 만들어지기 전 상당수 인플루언서가 #ad, #sponsored, #partnership, #collaboration 등의 영어표현을 즐겨 썼는데, 모두 제대로 표시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지침은 이 밖에 배경색을 고려해 두드러지게 표시(인식 가능성)하도록 하고, '체험단'. '숙제', '홍보성 글', #브랜드명, #상품명 등의 형태로 모호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 '사후 협찬' 핑계도 통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광고를 표시해야 하는 인플루언서의 범위는 어떻게 정할까. 지침에 따르면 팔로워 수보다 게시물을 보는 사람의 관점이 더 중요합니다. 예컨대 화장품 회사 사장인 C 씨가 자사 제품의 효과를 후기형태로 올리더라도 일반 소비자 관점에서 C 씨가 사장인 것을 알지 못하는 상황이면 표시할 의무가 생깁니다. 임직원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정위는 특정 브랜드의 모델로 활동하는 연예인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제품 사용 후기를 올릴 때도 소비자가 광고라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할 수 없다면 표시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광고주가 인플루언서 계정을 사들여 직접 홍보영상을 올리면서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샀음)', '광고 아님' 등의 표현을 쓰는 것도 법을 어기는 행위입니다.

뒷광고 사실이 드러난 많은 유튜버가 핑계로 댄 '사후협찬'에 대한 기준도 나왔습니다. 처음엔 순수한 후기로 올렸다가 '사후협찬'을 받거나 사례비 등 경제적 이익을 받으면, 받는 시점에 즉시 이러한 사실을 표시해야 합니다.

■ 뒷광고 유튜버 왜 직접 처벌 안 해?

뒷광고가 법적인 제재까지 가하기 시작한 것은 2014년부터 입니다. 공정위는 파워블로거에 후기를 의뢰하면서 광고 목적을 감췄던 오비맥주와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등을 제재하면서 처음으로 후기 등 추천 보증에 대한 표시 기준을 세웠습니다.

지난해에는 인스타그램 후기 글을 의뢰하면서 제대로 표시하지 않은 로레알코리아, LVMH코스메틱스,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다이슨 코리아 등 국내외 대형 사업자를 제재하면서 영역을 모바일 등으로 넓혔습니다.

두 사건에서 제재 대상은 모두 광고주였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 유명인들이 자신의 유튜브에서 '내돈내산'이라며 기만적인 콘텐츠를 내보낸 것이 드러났을 때 소비자들 사이에서 "유튜버를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인플루언서를 직접 표시·광고법으로 처벌하기는 어렵다는 견해입니다. 소비자가 알아야 할 중요한 정보를 빠뜨리거나 왜곡해 시장의 경쟁질서를 침해하면 안 된다는 게 법의 취지이고, 경제적 이익을 얻은 사업자를 제재하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정위는 안내서에서 "법이 사업자나 사업자단체를 표시·광고 주체로 정하고 있다"며 "수행한 역할과 관여한 정도, 책임 여부, 경제적 효과의 귀속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책임성을 판단한다"고 했습니다.

다만, 대형 유튜버나 다수의 유튜버가 모인 다중채널네트워크(MCN) 등 사업자 성격의 인플루언서에 대해서는 법을 위반하는지 감시하면서 때에 따라 제재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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