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IN] 봉쇄령 속 성범죄 급증…국가비상사태 선언까지

입력 2020.09.16 (10:52) 수정 2020.09.1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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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19 봉쇄령의 영향으로 지구촌 곳곳에서 성범죄도 급증했습니다.

관련 범죄가 폭증한 국가에선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전담기구를 만드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데요.

성범죄 근절을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일지, <지구촌인>에서 고민해 보시죠.

[리포트]

요즘 파키스탄에선 최근 벌어진 집단 성폭행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뜨겁습니다.

'성폭행범에게 자비는 없다'는 피켓을 들고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는데요.

이번 시위는 특별히 더 주목받고 있습니다.

성폭행 범죄 근절을 위한 가해자 처벌뿐 아니라 성범죄에 대한 인식 개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알리나 알비/시위대 : "성폭행 사건은 그다지 새로운 범죄가 아닙니다. 문제는 범인을 잡는 것보다 항상 피해자를 탓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시위는 파키스탄 고위 경찰이 성폭행 피해자를 탓하는 발언을 한 것이 발단이 됐습니다.

지난주 아이를 태우고 운전하던 한 여성이 고속도로에서 기름이 떨어져 도움을 요청하고 기다리던 중 남성 십여 명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했는데요.

끔찍한 사건의 전말에도 "피해자가 남성 보호자 없이 밤에 혼자 운전한 것이 잘못"이라는 말을 내뱉은 겁니다.

그러면서 "파키스탄은 프랑스처럼 안전하지 않다며, 차의 기름을 미리 점검하고 안전한 다른 길을 택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는데요.

시위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파키스탄에서 좀처럼 줄지 않는 여성과 아동 성폭행 사건의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바로 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에이만 파이살/학생 : "길을 5분만 걸어도 성추행하려는 눈빛으로 봅니다. 부르카든 청바지든 무엇을 입는 게 문제가 아니라 옷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겁니다."]

이슬람 문화가 강한 파키스탄에선 가부장적 관념에 따른 성차별이 여전해 피해 여성에 대한 보호도 상대적으로 덜 이뤄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피해자의 목소리를 듣기보다 오히려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고 있어 성범죄 근절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데요.

[자르카 칸/학생 : "여러 차례 성범죄 항의 시위를 벌였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우리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범죄는 계속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코로나19 봉쇄 조치의 영향으로 지구촌 곳곳에서 여성폭력 범죄가 크게 늘었습니다.

라이베리아에서는 5월에서 8월 사이 무려 700건에 달하는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는데요.

이에 지난 11일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대책 마련을 지시했습니다.

[조지 웨아/라이베리아 대통령 : "비상사태선포는 최근 성범죄가 증가한 데 따른 조치입니다."]

지난 6월 나이지리아도 봉쇄령 동안 성폭행 범죄가 3배 가량 급증해 비상사태를 선포한 바 있는데요.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성폭력 폭증에 대통령이 나서 강력한 처벌 의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관련 범죄는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는데요.

파키스탄도 올해 초 성범죄 전담반을 설치하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제도 개선만으론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당국의 강력한 처벌 의지가 중요하단 건데요.

가해자 처벌을 회피하고 피해자에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로는 결코 성범죄를 뿌리 뽑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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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IN] 봉쇄령 속 성범죄 급증…국가비상사태 선언까지
    • 입력 2020-09-16 10:52:18
    • 수정2020-09-16 11:04:52
    지구촌뉴스
[앵커]

코로나19 봉쇄령의 영향으로 지구촌 곳곳에서 성범죄도 급증했습니다.

관련 범죄가 폭증한 국가에선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전담기구를 만드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데요.

성범죄 근절을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일지, <지구촌인>에서 고민해 보시죠.

[리포트]

요즘 파키스탄에선 최근 벌어진 집단 성폭행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뜨겁습니다.

'성폭행범에게 자비는 없다'는 피켓을 들고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는데요.

이번 시위는 특별히 더 주목받고 있습니다.

성폭행 범죄 근절을 위한 가해자 처벌뿐 아니라 성범죄에 대한 인식 개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알리나 알비/시위대 : "성폭행 사건은 그다지 새로운 범죄가 아닙니다. 문제는 범인을 잡는 것보다 항상 피해자를 탓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시위는 파키스탄 고위 경찰이 성폭행 피해자를 탓하는 발언을 한 것이 발단이 됐습니다.

지난주 아이를 태우고 운전하던 한 여성이 고속도로에서 기름이 떨어져 도움을 요청하고 기다리던 중 남성 십여 명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했는데요.

끔찍한 사건의 전말에도 "피해자가 남성 보호자 없이 밤에 혼자 운전한 것이 잘못"이라는 말을 내뱉은 겁니다.

그러면서 "파키스탄은 프랑스처럼 안전하지 않다며, 차의 기름을 미리 점검하고 안전한 다른 길을 택했어야 한다"고 덧붙였는데요.

시위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파키스탄에서 좀처럼 줄지 않는 여성과 아동 성폭행 사건의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바로 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에이만 파이살/학생 : "길을 5분만 걸어도 성추행하려는 눈빛으로 봅니다. 부르카든 청바지든 무엇을 입는 게 문제가 아니라 옷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겁니다."]

이슬람 문화가 강한 파키스탄에선 가부장적 관념에 따른 성차별이 여전해 피해 여성에 대한 보호도 상대적으로 덜 이뤄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피해자의 목소리를 듣기보다 오히려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고 있어 성범죄 근절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데요.

[자르카 칸/학생 : "여러 차례 성범죄 항의 시위를 벌였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우리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범죄는 계속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코로나19 봉쇄 조치의 영향으로 지구촌 곳곳에서 여성폭력 범죄가 크게 늘었습니다.

라이베리아에서는 5월에서 8월 사이 무려 700건에 달하는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는데요.

이에 지난 11일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대책 마련을 지시했습니다.

[조지 웨아/라이베리아 대통령 : "비상사태선포는 최근 성범죄가 증가한 데 따른 조치입니다."]

지난 6월 나이지리아도 봉쇄령 동안 성폭행 범죄가 3배 가량 급증해 비상사태를 선포한 바 있는데요.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성폭력 폭증에 대통령이 나서 강력한 처벌 의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관련 범죄는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는데요.

파키스탄도 올해 초 성범죄 전담반을 설치하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제도 개선만으론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당국의 강력한 처벌 의지가 중요하단 건데요.

가해자 처벌을 회피하고 피해자에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로는 결코 성범죄를 뿌리 뽑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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