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공항’ 환경 조사 부실?…보완 요구만 3차례

입력 2020.09.21 (19:29) 수정 2020.09.21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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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제주 최대 현안인 제2공항 사업에 대한 기획 보도입니다.

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해 국토부는 환경부로부터 두 차례에 걸친 보완 요구를 받고 추가 조사를 하고 있는데요,

최근 환경부가 국토부에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또다시 보완하라고 요구했죠.

사실상 세 차례에 걸쳐 보완을 요구한 건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채승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제2공항 예정지에서 250m쯤 떨어진 지점.

우거진 수풀 아래, 돌무덤이 보입니다.

돌무덤을 비집고 들어가니 어른이 거뜬히 설 수 있을 만큼 넓은 공간이 나옵니다.

마을 주민들이 오래전부터 물을 받아먹었다고 전해지는 모남굴입니다.

입구만 3곳에 2층 구조로 된 이 굴은 현재까지 확인된 길이만 200m를 넘습니다.

이전까지 학계에서 연구한 적이 없다 보니 당연히 사전타당성 용역에선 언급조차 없었습니다.

이 모남굴에 대한 조사는 국토부 전략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야 이뤄졌습니다.

조사 대상은 제2공항 예정지 주변 동굴 10곳입니다.

그런데 모남굴의 위치가 천연기념물인 수산굴과 다른 용암동굴인 공젱이굴의 남동쪽으로 뻗어있어 가지 굴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조사엔 땅속으로 전류를 흘러 지하 구조를 조사하는 전기비저항 탐사와 고주파의 전자기파를 이용하는 GPR 탐사 등 2가지 방법이 동원됐습니다.

1차 조사 결과 눈에 띄는 내용이 나왔습니다.

2가지 조사 모두에서 동굴로 의심되는 이상 신호가 감지된 겁니다.

국토부는 2차 조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조사 위치가 문제입니다.

이상 신호가 감지된 곳 주변이 아닌 300m가량 동쪽으로 떨어진 곳입니다.

모남굴의 연장성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국토부 측 설명인데 전문가의 판단은 다릅니다.

[강순석/제주지질연구소장 :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동굴의 이상 신호가 감지된 주변 지역에서는 지하에 공동이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격자식으로 촘촘하게 조사할 필요성이 있죠, 그런 조사가 안 됐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물리탐사에 대한 조사 결과의 신빙성도 문제가 있고.”]

법정 보호종에 대한 조사도 부실했습니다.

2공항 예정지 안 습지에선 멸종위기 2급인 맹꽁이가 다수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국토부 전략환경영향평가 현지 조사에선 맹꽁이의 서식을 실제로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맹꽁이는 6월부터 8월까지 비가 많이 내릴 때만 모습을 드러내는데, 국토부 현지 조사는 2017년 9월에 단 이틀, 지난해에는 8월에 단 사흘만 조사하는 데 그쳤기 때문입니다.

환경부가 국토부에게 맹꽁이를 비롯한 법정 보호종과 동굴 등에 대한 추가 조사를 요구한 이유입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더욱 정밀한 추가 조사를 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김태병/국토교통부 공항항행정책관/지난 7월 : "최근에 측량 기법이나 최첨단 조사를 하고 있고, 그리고 정밀 지형도하고 대비해서 동굴이나 숨골 가능성이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철저히 시추 조사 등도 같이할 계획입니다.“]

국토부는 조만간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 조사 결과를 환경부에 제출할 계획이어서 2공항의 중대한 분수령이 될 협의 과정에 관심이 쏠리게 됐습니다.

KBS 뉴스 채승민 입니다.

촬영기자:고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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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공항’ 환경 조사 부실?…보완 요구만 3차례
    • 입력 2020-09-21 19:29:13
    • 수정2020-09-21 19:43:10
    뉴스7(제주)
[앵커]

제주 최대 현안인 제2공항 사업에 대한 기획 보도입니다.

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해 국토부는 환경부로부터 두 차례에 걸친 보완 요구를 받고 추가 조사를 하고 있는데요,

최근 환경부가 국토부에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또다시 보완하라고 요구했죠.

사실상 세 차례에 걸쳐 보완을 요구한 건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채승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제2공항 예정지에서 250m쯤 떨어진 지점.

우거진 수풀 아래, 돌무덤이 보입니다.

돌무덤을 비집고 들어가니 어른이 거뜬히 설 수 있을 만큼 넓은 공간이 나옵니다.

마을 주민들이 오래전부터 물을 받아먹었다고 전해지는 모남굴입니다.

입구만 3곳에 2층 구조로 된 이 굴은 현재까지 확인된 길이만 200m를 넘습니다.

이전까지 학계에서 연구한 적이 없다 보니 당연히 사전타당성 용역에선 언급조차 없었습니다.

이 모남굴에 대한 조사는 국토부 전략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야 이뤄졌습니다.

조사 대상은 제2공항 예정지 주변 동굴 10곳입니다.

그런데 모남굴의 위치가 천연기념물인 수산굴과 다른 용암동굴인 공젱이굴의 남동쪽으로 뻗어있어 가지 굴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조사엔 땅속으로 전류를 흘러 지하 구조를 조사하는 전기비저항 탐사와 고주파의 전자기파를 이용하는 GPR 탐사 등 2가지 방법이 동원됐습니다.

1차 조사 결과 눈에 띄는 내용이 나왔습니다.

2가지 조사 모두에서 동굴로 의심되는 이상 신호가 감지된 겁니다.

국토부는 2차 조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조사 위치가 문제입니다.

이상 신호가 감지된 곳 주변이 아닌 300m가량 동쪽으로 떨어진 곳입니다.

모남굴의 연장성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국토부 측 설명인데 전문가의 판단은 다릅니다.

[강순석/제주지질연구소장 :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동굴의 이상 신호가 감지된 주변 지역에서는 지하에 공동이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격자식으로 촘촘하게 조사할 필요성이 있죠, 그런 조사가 안 됐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물리탐사에 대한 조사 결과의 신빙성도 문제가 있고.”]

법정 보호종에 대한 조사도 부실했습니다.

2공항 예정지 안 습지에선 멸종위기 2급인 맹꽁이가 다수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국토부 전략환경영향평가 현지 조사에선 맹꽁이의 서식을 실제로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맹꽁이는 6월부터 8월까지 비가 많이 내릴 때만 모습을 드러내는데, 국토부 현지 조사는 2017년 9월에 단 이틀, 지난해에는 8월에 단 사흘만 조사하는 데 그쳤기 때문입니다.

환경부가 국토부에게 맹꽁이를 비롯한 법정 보호종과 동굴 등에 대한 추가 조사를 요구한 이유입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더욱 정밀한 추가 조사를 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김태병/국토교통부 공항항행정책관/지난 7월 : "최근에 측량 기법이나 최첨단 조사를 하고 있고, 그리고 정밀 지형도하고 대비해서 동굴이나 숨골 가능성이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철저히 시추 조사 등도 같이할 계획입니다.“]

국토부는 조만간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 조사 결과를 환경부에 제출할 계획이어서 2공항의 중대한 분수령이 될 협의 과정에 관심이 쏠리게 됐습니다.

KBS 뉴스 채승민 입니다.

촬영기자:고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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