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화가의 한지 원형 찾기 40년…“일제에 의해 품질 훼손”

입력 2020.10.02 (19:14) 수정 2020.10.02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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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직지심체요절과 조선왕조실록, 세계가 인정한 기록 유산들입니다.

만들어진 지 수백 년이 지난 이 기록 유산들은 질 좋은 종이인 한지가 있었기에 보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한지를 만드는 방법도 달라지고, 일부 기술은 사라지기도 했는데요.

60대 수묵화가 한 명이 조선 시대 옛 방식 그대로의 한지를 구현해 내기 위해 40년 외길을 걸어오고 있습니다.

선재희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수백 주의 나무가 자라고 있는 작은 숲, 수묵화가 김호석 씨의 연구실이기도 합니다.

[김호석/수묵화가/63세 : "애기닥나무와 꾸지나무의 씨앗을 가지고 발아를 시켜서 여기서 자연스럽게 1대 잡종을 만들어내려고 하는 과정 중에 있습니다."]

애기닥나무와 꾸지나무의 교잡종에 도전하고 있는 이유.

조선 시대 최고 한지를 만드는 데 쓰인 바로 그 닥나무 품종을 찾아내기 위해서입니다.

[김호석 : "데이터를 구축하고 원형에 대한 씨앗의 종을 보존하고, 길이 후대에 자료로 남겨놔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김 화가가 한지에 관심을 갖게 된 건 1970년대.

[김호석 : "70년, 80년, 90년, 2000년대에 한국을 대표하는 각 지역, 전국의 지장들이 만든 종이를 다 수집하게 된 거죠."]

연구를 계속하다 보니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한지 제조 과정에 큰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종이를 뜨는 전통 발이 일본식으로 바뀌었고, 한지의 표면을 매끄럽게 만드는 이른바 '도침 기술'도 쇠퇴한 겁니다.

그는 한지 도침 기술 연구에 매진해 국내 특허를 취득했습니다.

[김호석 : "종이가 벌써 짱짱하고 옆으로 봐도 보풀이 하나도 일어나지 않아서 붓을 사용하여 섬세한 글씨나 그림을 그리는 데도 전혀 부족함이 없도록 종이가 제조됐어요."]

고려와 조선 시대를 거쳐 최고의 조공 물품으로 꼽힐 정도로 중국과 일본에서도 인정받았던 한지.

품질 측정이 계량화되고, 원형에 대한 연구와 기록, 주재료인 닥나무 품종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진다면 위대한 민족 유산으로서 재평가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선재희입니다.

촬영기자:김제원/영상편집:신승기

[알립니다] 뉴스7에 방송된 선재희 기자 리포트 중 인터뷰 자막에 오류가 있어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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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老화가의 한지 원형 찾기 40년…“일제에 의해 품질 훼손”
    • 입력 2020-10-02 19:14:32
    • 수정2020-10-02 19:58:21
    뉴스 7
[앵커]

직지심체요절과 조선왕조실록, 세계가 인정한 기록 유산들입니다.

만들어진 지 수백 년이 지난 이 기록 유산들은 질 좋은 종이인 한지가 있었기에 보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한지를 만드는 방법도 달라지고, 일부 기술은 사라지기도 했는데요.

60대 수묵화가 한 명이 조선 시대 옛 방식 그대로의 한지를 구현해 내기 위해 40년 외길을 걸어오고 있습니다.

선재희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수백 주의 나무가 자라고 있는 작은 숲, 수묵화가 김호석 씨의 연구실이기도 합니다.

[김호석/수묵화가/63세 : "애기닥나무와 꾸지나무의 씨앗을 가지고 발아를 시켜서 여기서 자연스럽게 1대 잡종을 만들어내려고 하는 과정 중에 있습니다."]

애기닥나무와 꾸지나무의 교잡종에 도전하고 있는 이유.

조선 시대 최고 한지를 만드는 데 쓰인 바로 그 닥나무 품종을 찾아내기 위해서입니다.

[김호석 : "데이터를 구축하고 원형에 대한 씨앗의 종을 보존하고, 길이 후대에 자료로 남겨놔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김 화가가 한지에 관심을 갖게 된 건 1970년대.

[김호석 : "70년, 80년, 90년, 2000년대에 한국을 대표하는 각 지역, 전국의 지장들이 만든 종이를 다 수집하게 된 거죠."]

연구를 계속하다 보니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한지 제조 과정에 큰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종이를 뜨는 전통 발이 일본식으로 바뀌었고, 한지의 표면을 매끄럽게 만드는 이른바 '도침 기술'도 쇠퇴한 겁니다.

그는 한지 도침 기술 연구에 매진해 국내 특허를 취득했습니다.

[김호석 : "종이가 벌써 짱짱하고 옆으로 봐도 보풀이 하나도 일어나지 않아서 붓을 사용하여 섬세한 글씨나 그림을 그리는 데도 전혀 부족함이 없도록 종이가 제조됐어요."]

고려와 조선 시대를 거쳐 최고의 조공 물품으로 꼽힐 정도로 중국과 일본에서도 인정받았던 한지.

품질 측정이 계량화되고, 원형에 대한 연구와 기록, 주재료인 닥나무 품종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진다면 위대한 민족 유산으로서 재평가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선재희입니다.

촬영기자:김제원/영상편집:신승기

[알립니다] 뉴스7에 방송된 선재희 기자 리포트 중 인터뷰 자막에 오류가 있어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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