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억 들인 ‘해상 내비게이션’, 선박 80%는 이용 불가

입력 2020.10.07 (21:35) 수정 2020.10.07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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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막대한 세금이 제값을 못한 사례는 다양합니다.

선박 사고를 줄이기 위해 1천 3백억을 들여 구축한 해상 길안내 시스템이 내년에 시작될 예정이지만,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선박은 전체에 20%에 불과합니다.

왜 그런지, 이 소식은 경제부 김소영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선박은 항해할 때 레이더와 해상 지도에 의존합니다.

넓은 바다를 오가는 배와 초고속 통신망을 연결하기 어려워 내비게이션 체계가 없기 때문입니다.

[문병찬/어선 선장 : "안개 꼈을 적에 이 좁은 수로에 유조선이 많이 다녀요. 어선들이 운항하기가 좀 불편하죠."]

특히 작은 선박들의 사고 위험이 높습니다.

3년 전 15명이 숨진 인천 영흥도 낚싯배 전복사고.

당시 낚싯배를 들이받은 급유선 선장은 "레이더 감도가 좋지 않아 낚싯배가 보였다 사라졌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래서 구상된 게 '한국형 e-내비게이션' 서비스입니다.

초고속 해상무선통신망을 이용해 사고 위험 정보는 물론 주변에 운항 중인 배의 위치까지 알려주고, 긴급 버튼을 누르면 해수부 관제센터와 실시간 영상통화까지 할 수 있습니다.

들어간 예산만 1,300억 원, 세계 최초로 내년에 상용화 예정인데, 정작 소형 선박을 포함한 전체의 80%는 이 서비스를 못 쓰게 됐습니다.

기획재정부가 예산이 부족하다며 내비게이션 보급 대상을 3톤 이상 선박으로 제한했기 때문입니다.

가뜩이나 기지국 설치 장소를 두고 부처 간 의견이 충돌해 사업이 2년이나 지연된 상황에서 대상까지 확 줄어든 것입니다.

[정운천/국민의힘 의원 : "그 사고 선박이 해당이 안 되면 e-내비게이션 개발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그 예산이 더 확대될 수 있도록…."]

최근 5년간 해양 사고의 4분의 1은 3톤 미만 소형 어선에서 일어났습니다.

KBS 뉴스 김소영입니다.

촬영기자:임동수 조은경/영상편집:최민경/그래픽:이희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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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00억 들인 ‘해상 내비게이션’, 선박 80%는 이용 불가
    • 입력 2020-10-07 21:35:07
    • 수정2020-10-07 22: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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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막대한 세금이 제값을 못한 사례는 다양합니다.

선박 사고를 줄이기 위해 1천 3백억을 들여 구축한 해상 길안내 시스템이 내년에 시작될 예정이지만,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선박은 전체에 20%에 불과합니다.

왜 그런지, 이 소식은 경제부 김소영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선박은 항해할 때 레이더와 해상 지도에 의존합니다.

넓은 바다를 오가는 배와 초고속 통신망을 연결하기 어려워 내비게이션 체계가 없기 때문입니다.

[문병찬/어선 선장 : "안개 꼈을 적에 이 좁은 수로에 유조선이 많이 다녀요. 어선들이 운항하기가 좀 불편하죠."]

특히 작은 선박들의 사고 위험이 높습니다.

3년 전 15명이 숨진 인천 영흥도 낚싯배 전복사고.

당시 낚싯배를 들이받은 급유선 선장은 "레이더 감도가 좋지 않아 낚싯배가 보였다 사라졌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래서 구상된 게 '한국형 e-내비게이션' 서비스입니다.

초고속 해상무선통신망을 이용해 사고 위험 정보는 물론 주변에 운항 중인 배의 위치까지 알려주고, 긴급 버튼을 누르면 해수부 관제센터와 실시간 영상통화까지 할 수 있습니다.

들어간 예산만 1,300억 원, 세계 최초로 내년에 상용화 예정인데, 정작 소형 선박을 포함한 전체의 80%는 이 서비스를 못 쓰게 됐습니다.

기획재정부가 예산이 부족하다며 내비게이션 보급 대상을 3톤 이상 선박으로 제한했기 때문입니다.

가뜩이나 기지국 설치 장소를 두고 부처 간 의견이 충돌해 사업이 2년이나 지연된 상황에서 대상까지 확 줄어든 것입니다.

[정운천/국민의힘 의원 : "그 사고 선박이 해당이 안 되면 e-내비게이션 개발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그 예산이 더 확대될 수 있도록…."]

최근 5년간 해양 사고의 4분의 1은 3톤 미만 소형 어선에서 일어났습니다.

KBS 뉴스 김소영입니다.

촬영기자:임동수 조은경/영상편집:최민경/그래픽:이희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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