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K] 텐트 난방 때문에…가스 중독 ‘주의’

입력 2020.10.15 (19:30) 수정 2020.10.15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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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부안의 한 캠핑장.

한글날 연휴를 앞두고 일찌감치 모여든 캠핑객들이 텐트를 치고 있습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숯불을 피우고 고기를 구워가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습니다.

[강미영/캠핑객 : "야외에서 뭔가를 해 먹는다는 거 자체 때문에 (많이 오고) 코로나 때문에 너무 갇혀 지내는 시간이 많았는데 바다 앞에 텐트 치고 하니까 좋아서 자주 다니는 편입니다."]

[김민채/캠핑객 : "열 번 넘게 왔고요. 엄마 아빠가 회사 갔다 와서 잘 못 놀아주는데 그래도 캠핑와서 놀아주니까 좋아요."]

같은 날, 김제의 또 다른 캠핑장.

텐트를 설치해두고 오랜 기간 수시로 이용하는 이른바 '장박' 캠핑객이 늘면서 평일에도 빈 자리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코로나19로 실내 활동이 어려워지자, 자연 속 캠핑장을 찾는 발길이 늘었습니다.

[이경희/캠핑객 : "오히려 더 캠핑장이 안전하다고 생각이 들었고요. 텐트 안에서만큼은 마스크를 벗고 편하게 아이들이 놀 공간이 필요해서 캠핑을 자주 오게 됐습니다."]

[문희/캠핑장 관계자 : "40동 정도 칠 수 있는 공간인데요. 다음 주까지도 실질적으로 다 예약이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평균보다 약 50% 이상 문의가 많이 와요."]

하지만 캠핑객이 늘어난 만큼,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5년간 캠핑장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는 모두 196건.

낙상과 추락 등 물리적 충격에 의한 사고가 93건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화재와 가스 중독 등 화기에 의한 사고가 50건으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최윤선/한국소비자원 위해예방팀장 :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과 자연을 즐기면서 여가를 보내는 캠핑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안전사고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 약 2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난방으로 인한 가스 중독은 사망사고로까지 이어집니다.

지난해 4월 경기도의 한 캠핑장에서 불을 지핀 채 잠을 자던 일가족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진 채 발견되는가 하면, 같은 해 12월에는 완주에서 캠핑을 하던 부부가 역시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한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밀폐된 텐트 안에서 난방 기구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며, 꼭 필요한 경우엔 환기구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일산화탄소를 감지하는 경보기가 시중에 유통되고 있지만, 맹신할 수 없습니다.

실제 취재진이 밀폐된 텐트에 경보기를 설치하고, 가스난로를 켜둔 채 경보음이 울릴 때까지 지켜봤습니다.

실험이 시작된 지 두 시간 반째, 텐트 밖에서도 느껴질 정도로 열기가 뿜어져 나오고 가스 냄새가 새어 나오지만, 경보음은 울리지 않습니다.

위험 수치가 최소 한 시간 이상 지속돼야 경보가 울리도록 설정된 탓입니다.

[최윤선/한국 소비자원 위해예방팀장 : "국가 인증을 받은 제품인지, 유해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는지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소비자원에서 시험 검사한 결과, 일산화탄소 경보기 같은 경우 불량품이 많기 때문에 두세 개 정도 보완 설치하셔서 그 실효성을 높이는 것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렇게 보시다시피 공기가 전혀 통하지 않을 정도로 밀폐되어 있는 데다, 최근에 나오는 텐트는 대부분 이중삼중으로 둘러 쌓여있어서 난로를 틀고 잠이 들게 될 경우 사고 위험에 더 크게 노출될 수 있습니다.

텐트 자체가 불에 잘 타는 재질인 만큼, 큰 화재로 이어지지 않게 캠핑장 내 안전시설을 갖추는 것도 필수입니다.

실제로 이렇게 화기를 사용하는 캠핑장에서는 캠핑장 두 개 동당 하나의 소화기를 설치하는 것이 의무 사항으로 규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사설 캠핑장을 중심으로 소화기가 없는 곳이 많습니다.

[조창현/김제소방서 119구조대장 : "(운영자는) 잔불 처리 시설은 별도 공간에 마련하고 소화기와 방화사를 비치해야 합니다. 대부분이 산속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출동로가 좁고 험합니다. 3분 정도 이내가 되면 전소가 됩니다. 그러면 저희가 출동했을 때 다 전소가 된 상태이기 때문에 구조작업이 이루어질 수 없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선택한 캠핑.

안전하게 즐기기 위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KBS 뉴스 길금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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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전K] 텐트 난방 때문에…가스 중독 ‘주의’
    • 입력 2020-10-15 19:30:55
    • 수정2020-10-15 19:41:48
    뉴스7(전주)
지난 8일, 부안의 한 캠핑장.

한글날 연휴를 앞두고 일찌감치 모여든 캠핑객들이 텐트를 치고 있습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숯불을 피우고 고기를 구워가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습니다.

[강미영/캠핑객 : "야외에서 뭔가를 해 먹는다는 거 자체 때문에 (많이 오고) 코로나 때문에 너무 갇혀 지내는 시간이 많았는데 바다 앞에 텐트 치고 하니까 좋아서 자주 다니는 편입니다."]

[김민채/캠핑객 : "열 번 넘게 왔고요. 엄마 아빠가 회사 갔다 와서 잘 못 놀아주는데 그래도 캠핑와서 놀아주니까 좋아요."]

같은 날, 김제의 또 다른 캠핑장.

텐트를 설치해두고 오랜 기간 수시로 이용하는 이른바 '장박' 캠핑객이 늘면서 평일에도 빈 자리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코로나19로 실내 활동이 어려워지자, 자연 속 캠핑장을 찾는 발길이 늘었습니다.

[이경희/캠핑객 : "오히려 더 캠핑장이 안전하다고 생각이 들었고요. 텐트 안에서만큼은 마스크를 벗고 편하게 아이들이 놀 공간이 필요해서 캠핑을 자주 오게 됐습니다."]

[문희/캠핑장 관계자 : "40동 정도 칠 수 있는 공간인데요. 다음 주까지도 실질적으로 다 예약이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평균보다 약 50% 이상 문의가 많이 와요."]

하지만 캠핑객이 늘어난 만큼,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5년간 캠핑장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는 모두 196건.

낙상과 추락 등 물리적 충격에 의한 사고가 93건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화재와 가스 중독 등 화기에 의한 사고가 50건으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최윤선/한국소비자원 위해예방팀장 :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과 자연을 즐기면서 여가를 보내는 캠핑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안전사고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 약 2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난방으로 인한 가스 중독은 사망사고로까지 이어집니다.

지난해 4월 경기도의 한 캠핑장에서 불을 지핀 채 잠을 자던 일가족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진 채 발견되는가 하면, 같은 해 12월에는 완주에서 캠핑을 하던 부부가 역시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한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전문가들은 밀폐된 텐트 안에서 난방 기구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며, 꼭 필요한 경우엔 환기구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일산화탄소를 감지하는 경보기가 시중에 유통되고 있지만, 맹신할 수 없습니다.

실제 취재진이 밀폐된 텐트에 경보기를 설치하고, 가스난로를 켜둔 채 경보음이 울릴 때까지 지켜봤습니다.

실험이 시작된 지 두 시간 반째, 텐트 밖에서도 느껴질 정도로 열기가 뿜어져 나오고 가스 냄새가 새어 나오지만, 경보음은 울리지 않습니다.

위험 수치가 최소 한 시간 이상 지속돼야 경보가 울리도록 설정된 탓입니다.

[최윤선/한국 소비자원 위해예방팀장 : "국가 인증을 받은 제품인지, 유해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는지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소비자원에서 시험 검사한 결과, 일산화탄소 경보기 같은 경우 불량품이 많기 때문에 두세 개 정도 보완 설치하셔서 그 실효성을 높이는 것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렇게 보시다시피 공기가 전혀 통하지 않을 정도로 밀폐되어 있는 데다, 최근에 나오는 텐트는 대부분 이중삼중으로 둘러 쌓여있어서 난로를 틀고 잠이 들게 될 경우 사고 위험에 더 크게 노출될 수 있습니다.

텐트 자체가 불에 잘 타는 재질인 만큼, 큰 화재로 이어지지 않게 캠핑장 내 안전시설을 갖추는 것도 필수입니다.

실제로 이렇게 화기를 사용하는 캠핑장에서는 캠핑장 두 개 동당 하나의 소화기를 설치하는 것이 의무 사항으로 규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사설 캠핑장을 중심으로 소화기가 없는 곳이 많습니다.

[조창현/김제소방서 119구조대장 : "(운영자는) 잔불 처리 시설은 별도 공간에 마련하고 소화기와 방화사를 비치해야 합니다. 대부분이 산속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출동로가 좁고 험합니다. 3분 정도 이내가 되면 전소가 됩니다. 그러면 저희가 출동했을 때 다 전소가 된 상태이기 때문에 구조작업이 이루어질 수 없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선택한 캠핑.

안전하게 즐기기 위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KBS 뉴스 길금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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