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 작가’ 김초엽 “SF는 현실을 ‘다르게’ 보게 하는 장르”

입력 2020.10.19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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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세지감입니다. SF를 순수 문학으로부터 단절시켜온 벽이 허물어졌습니다. 순수문학 / 장르문학이라는 상투적인 구분은 이제 의미가 없어졌죠. 변화를 이끄는 주인공은 김초엽 작가이고, 발 빠르게 화답한 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적인 문학잡지들입니다. 계간 《문학과 사회》가 2020년 가을호(통권 131호)에 김초엽의 새 단편 <최후의 라이오니>를, 앞서 계간 《문학동네》가 2020년 여름호(통권 103호)에 김초엽의 단편 <오래된 협약>을 실었습니다.

덩달아 소설 판매가 늘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려왔습니다. 교보문고 집계를 보면, 올해 1월 1일부터 9월 20일까지 한국소설 판매가 지난해보다 30.1% 늘었다는군요. 한국소설이 정점을 찍었던 2012년과 비교해도 4.3% 많은 수치라고 합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SF/공상과학소설 판매가 약 5.5배나 늘었다는 점입니다. 이런 상승세를 견인한 것이 바로 김초엽 작가의 화제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었죠.

베스트셀러에 오른 김초엽의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베스트셀러에 오른 김초엽의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에 홍보 모델로도 참여한 김초엽 작가의 강연은 그래서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올해 도서전의 주제는 '얽힘'입니다. 국내적으로 보나 전 지구적으로 보나 여러 가지로 얽혀 있는 복잡하고 심대한 문제들이 많죠. 대표적인 것이 바로 코로나19 상황입니다. 코로나는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들을 참 많이도 바꿔 놓았습니다. 뜻하지 않은, 예측하기 힘든 변화들은 지금도 진행 중이고요.

김초엽 작가의 강연은 지난 16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명동거리 안에 있는 문화공간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진행됐습니다. 사전 예약한 청중 50명이 자리를 채웠죠. 강연 주제는 '얽힘을 담아내는 장르로서의 SF'. 코로나 때문에 대면 강연을 할 일이 그동안 별로 없어서 반갑고 긴장도 된다고 운을 뗀 작가는 '얽힘'이라는 도서전 주제어에 담긴 의미를 풀이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올해 3월에 국내에서 출간되며 반향을 얻은 장애·환경·퀴어·노동운동가 일라이 클레어의 책 《망명과 자긍심》(현실문화, 2020)에서 굉장히 인상 깊은 대목이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정리하면 이런 내용입니다. 벌목 노동자로 일하던 사람이 도시로 갑니다. 그런데 도시 사람들은 벌목이 환경을 파괴한다며 멈추라고 하죠. 그런데 벌목이 환경파괴가 맞다 하더라도 그럼 벌목 노동자의 삶, 생계, 노동은 어떻게 해야 하나. 한 가지로만 볼 수 없는 문제들이 다양하게 얽혀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면서 작가는 이런 말을 하죠. 이번 강연 주제인 '얽힘'이란 것은 작가가 쓰고 있는 장르인 SF가 조금 더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다고.

"인간은 사실 자연 세계와 동떨어진 채 인간만의 세계에서 살아오지 않았습니다. 인간에 대해 정의할 때 우리는 그동안 인간에 관해서만 이야기했죠. 그게 철학이 되고 사회과학이 되었는데, 그것만으로 우리 삶과 인간 자체에 관해 설명할 수 없다는 겁니다. 자연과 공간, 인공물, 기술, 과학 같은, 인간이 아닌 비인간적인 것들도 사회의 핵심적인 구성원으로 봐야 합니다. 그런 것들을 배경으로 볼 것이 아니라 인간과 동등한 '존재'로 봐야 한다는 겁니다."

김초엽 작가는 어느 책을 읽으면서 SF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런 관점을 내재하고 있는 장르라고 했습니다. SF는 인간도 중요하게 보지만, 인간을 둘러싼 세계, 구조,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과학기술 등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는 거죠. 한마디로 인간과 사물을 동등하게 다루는 장르라는 겁니다.

"SF는 항상 우리가 지구환경, 우주, 우리 몸이 기술로부터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 유전적 공학을 통해 어떤 괴물들이 만들어졌는지를 다뤄왔습니다. 그래서 SF는 '얽힘'을 다루기 좋은 장르에요. SF를 통해서 현재의 얽힘에 대해서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SF는 미래를 얘기하는 것 같지만, 그것은 분명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여기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자기 소설이 특별해서 그런 게 아니고, SF란 장르가 일정하게 그런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요.


그러면서 이런 비유도 했습니다. SF라는 게 굉장히 특별한 장르라기보다는 우리가 가진 여러 그릇 중에서 '이상한' 그릇이라고요. 밥을 먹을 때 우리는 흔히 납작한 접시를 씁니다. 납작한 접시 위에 재료들을 배열하죠. 그런데 만약 지금까지 상상해보지 않은 정글짐 같은 그릇이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동안의 일상적인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재료를 놓게 되겠죠. 재료가 재료들 사이에 다른 각도로, 다른 방식으로 배열돼야 합니다. 이 비유를 통해서 작가가 강조하는 부분은 이겁니다.

"우리가 어떤 것을 바라보는 시야가 달라지면 우리가 보는 풍경이 달라집니다. 여러분은 관객석, 저는 여기에 앉아 있으니 우리가 보는 풍경이 다르죠. 영화관에 갔을 때 좌석을 고르잖아요. 앉아 있는 자리에 따라 보이는 풍경이 너무나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SF의 재료들은 다른 문학과 똑같이 현실로부터 온 겁니다. SF 작가도 현실을 살아가는 인간이기 때문에, 아무리 독특해도 결국은 인간으로서 공감이 반드시 있죠. SF가 제아무리 달라 보여도, 소재는 현실에서 온 겁니다. 갈등, 감정… 그렇다면 배열이 완전히 달라지는 거예요. 같은 재료라도 각도를 달리 해보면 우리가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게 되는 겁니다."

SF의 역할은 이 문제들을 풀어서 다른 방식으로 엮는 것이라고 김초엽 작가는 말합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조금 다르게 묶는 것. 그러면 우리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장면들을 보게 된다고요.

"SF라는 장르는 다른 각도로 보게 하는, 현실을 기울여서 보게 하는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문학에는 '낯설게 보기'라는 기법이 있어요. 낯설게 보기, 낯설기 하기를 가장 극단적으로 표현한 장르가 SF라고 생각해요. SF가 사고실험으로서 굉장히 유용하다는 뜻이죠."

"SF의 특징은 체계와 구조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는 겁니다. 개인은 현실을 완전히 바꿀 수 없어요. 영화를 보면 한 명의 영웅이 지구 전체를 바꾸는 이야기 나오잖아요. 현실 문학에 이런 게 나오면 사람들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생각할 거예요. 그래서 영웅이 등장하는 영화는 대부분 실화에 기반을 두고 있죠. 제가 생각하는 SF의 장점은 개인의 이야기가 세계를 바꾸는 이야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현실적인 문학에서는 불가능하지만요. SF 독자들은 좀 더 마음을 열고 읽습니다. SF는 구조와 세계에 과감한 질문을 던지기에 좋은 장르에요. 한 요소를 극대화해서 개인의 이야기와 연결해서 풀어나가는 게 가능하니까요."

작가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포스트휴먼'이라 불리는 비인간 존재들로 이어졌습니다. 기술과 과학의 발전으로 등장한 인간 이후의 신인류. 사이보그, 로봇, 인공 팔이 결합한 사이보그들. 가령 스마트폰과 우리의 자아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죠. 기술과 긴밀한 관계를 맺는 인류도 넓게 보면 포스트휴먼이라고 작가는 말합니다. 그래서 신 인류적인, 초월적인 의미에서 인간 바깥의 존재들을 이야기해보고 싶다고 하죠.

1931년에 제작된 영화 〈프랑켄슈타인〉의 한 장면1931년에 제작된 영화 〈프랑켄슈타인〉의 한 장면

그러면서 작가가 예로 든 작품이 바로 SF의 '시초'라 불리는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이었습니다. 무려 200년 전에 쓰인 소설이죠. 소설을 안 읽은 사람도 프랑켄슈타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얼굴에 못을 박은 괴물. 그런데 사실 이런 이미지는 소설과 다르게 영화, 연극으로 각색되면서 생긴 이미지입니다.

프랑켄슈타인은 많은 포스트휴먼의 최초입니다. 그런데 실은 그 괴물이 아니라 괴물을 만든 과학자의 이름이죠.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괴물을 만들었을 때, 그 끔찍하고 징그러운 외모에 경악해 도망쳐 버립니다. 그 때문에 자신이 만들어낸 창작물을 책임지지 않는다는 원망을 받으면서 처참한 복수를 당하죠. 인간이 만들어낸 로봇, 인공지능에 의해서 인간이 종말을 맞는 이야기, 로봇 혁명 같은 것들은 현재 우리에게 익숙한 클리셰(낯익은 표현이나 개념)가 됐습니다. 프랑켄슈타인에서 모티브를 얻은 거죠. 프랑켄슈타인을 이야기하면서 작가는 이런 말을 합니다.

"인간이 만들어낸 것에 대한 책임이 아니라 괴물이 느끼는 감정에 관해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프랑켄슈타인 이야기가 과학기술에 대한 공포나 혐오로 많이 해석됐다가, 몇십 년 전부터 나온 새로운 해석은 타자(他者)의 이야기라는 겁니다. 인간이지만 인간이 아닌 것으로 여겨져 온 존재를 비유한 거죠. 휴머니즘이라고 이야기할 때 우리는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인간을 상정하잖아요. 그런데 모든 사람이 독립적이고 주체적일 수 있는가,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요."

작가는 인간으로 태어났지만, 인간으로 여겨지지 못하는 삶을 살아온, 그래서 프랑켄슈타인 이야기에 공감이 간다고 했습니다. 괴물의 이야기가 마치 우리 사회에서 밀려난 사람들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한다는 거죠. 그 이후에 나온 괴물 이야기를 보면 로봇과 사이보그들은 주로 인간에게 적대적인 모습으로 많이 등장합니다.

1982년에 제작된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블레이드러너〉의 한 장면1982년에 제작된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블레이드러너〉의 한 장면

1920년에 카렐 차페크(Karel Capek)가 로봇이란 말을 처음 썼을 때는 노동자 계급을 비유한 것이었습니다. 그때 로봇은 인간의 대립 항처럼 여겨졌죠. 하지만 시대가 흐르고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 같은 게 등장하면서 로봇은 인간과 공존하는 존재로 여겨집니다. 영화 <블레이드러너>를 보면 복제인간, 안드로이드는 인간을 갈망하죠. 인간성이라고 부르는 성품들을 성취하려고 합니다. 이렇게 비인간이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이야기가 한동안 SF 문학을 지배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

"더 이상 현대 SF에서는 비인간 존재들이 인간이 되기를 갈망하지 않아요. 《머더봇 다이어리》에 등장하는 로봇 캐릭터가 흥미로워요. 인간들이 자기를 지배해서 서포터로 쓰려는 걸 해킹해서 자아를 갖게 되고 나니까 인간들이 만든 드라마가 너무 재밌는 거예요. 그래서 자기가 인간에게 지배를 당하는 것처럼 연기하죠. 과학자들에게 명령을 잘 듣는 것처럼 행동합니다. 시키는 거 빨리 끝내고 넷플릭스나 보자, 이런 식으로요. 인간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아요. 그러면서 인간과 자신의 차이는 분명히 인식하죠. 지금까지 등장한 인간을 갈망하는, 적대하는 캐릭터를 탈피해서 로봇으로 살아가는 캐릭터를 구축한 겁니다. 이런 것이 현대 SF에 많이 등장해요."

이번 강연에서 김초엽 작가는 인상 깊게 읽은 여러 SF 소설을 소개합니다. 특히 비인간 이야기를 읽으면서 다른 시선으로 인간을 바라봐야 한다는 생각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최근 한국 SF가 많은 주목을 받는데,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고 합니다. 인간적인 SF다! SF의 껍질을 쓰고 있지만, 상당히 인간적이다! 작가는 이런 말 들으면 몇 가지 의문이 든다고 했습니다. 원래 SF는 인간 이야기인데, 왜 이것만 특별하게 생각할까. SF에서 인간이 그렇게 중요할까. 비인간적인 SF도 충분히 훌륭할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2017년에 제작된 영화 〈스탠바이, 웬디〉의 한 장면 [사진 출처 : 씨네21]2017년에 제작된 영화 〈스탠바이, 웬디〉의 한 장면 [사진 출처 : 씨네21]

이어지는 강연의 소주제는 'SF와 젠더, 민족, 계급'이었습니다. SF에서 요즘 외계인이란 존재가 사회적 소외감을 느끼는 소수자라는 이야기가 정말 많아졌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작가는 <스탠바이, 웬디>란 영화를 소개했습니다. 자폐를 가진 주인공이 유일하게 좋아하는 게 SF 시리즈였죠. 스타트랙. 주인공은 왜 그렇게 열광할까. 결론은 이랬습니다. SF 시리즈에 등장하는 외계인은 감정을 처리하는 데 서투릅니다. 자폐인의 특성과 비슷한 점이라는 거죠. 그래서 주인공이 외계인에게 동질감을 느낀 게 아니냐는 추측을 하게 된답니다.

실제로 자폐인이 SF에 열광하는 경우가 대단히 많다고 합니다. SF라는 세계가 외계인, 사이보그, 이런 비인간 존재들이 인간의 동료로 등장하기도 하고 주목받기도 하고, 이런 인물들을 보면서 사회에서 소외감을 느낀 사람들이 이 세계에 자기 자리가 있다고 느낀 게 아닐까 하고 작가는 말했습니다. 갈등하기도 하고 공존하기도 하는 이야기를 보면 현실과 많이 겹쳐진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러면서 역시 자폐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엘리자베스 문의 《어둠의 속도》를 추천했습니다.

명망 있는 휴고상을 3년 연속 휩쓴 흑인 여성 작가 N.K.제미신명망 있는 휴고상을 3년 연속 휩쓴 흑인 여성 작가 N.K.제미신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으로 작가는 현대 SF에서 가장 주도적인 흐름이 흑인 여성 작가들의 부상이라고 강조합니다. 실제로 유명 SF 상들을 흑인 여성들이 휩쓸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휴고상을 3년 연속 독식한 N.K.제미신이 대표적이죠. 이와 함께 중국의 여성 작가 하오징팡의 작품도 주목했습니다.

강연이 끝난 뒤 질의응답을 통해서 여러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벌새'로 존재감을 한껏 높인 창작자 김보라 감독이 김초엽 작가의 <스펙트럼>을 영화화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독자들은 벌써 상당한 기대감을 품고 있는 듯했습니다. 어떤 영화가 됐으면 좋겠느냐는 물음에 작가는 영화와 소설의 상상력은 다르다면서 "좋아하는 감독님이 어떻게 해석하실지 궁금하다."고 했습니다.

배명훈, 김초엽 등 여섯 작가의 작품을 실은 소설집 《팬데믹, 여섯 개의 세계》배명훈, 김초엽 등 여섯 작가의 작품을 실은 소설집 《팬데믹, 여섯 개의 세계》

팬데믹 시대에 최고의 작품을 뽑아달라는 어느 독자의 요청에는 답변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면서도 최근에 출간된 코로나 앤솔로지 《팬데믹》에 수록된 배명훈 작가의 <차카타파의 열망으로>를 꼽더군요. 전염병이 세계를 휩쓴 이후 침이 안 튀는 방식으로 대화하기 시작한 사람들의 이야기. 배명훈 작가만 쓸 수 있는 소설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김초엽 작가도 이 소설집에 <최후의 라이오니>를 실었습니다. 계간 《문학과 사회》가 2020년 가을호에 수록된 바로 그 작품이죠.

흔히 SF를 접해보지 않은 독자들은 이런 질문을 곧잘 합니다. 과학을 잘 몰라도 SF를 즐길 수 있느냐고. 이 질문에 대한 작가의 대답은 분명합니다.

"SF에 나오는 과학이 진짜 과학이라고 생각하는데 대부분 오해에요. SF 작가들이 흔히 쓰는 기법의 하나가 진짜 과학처럼 지어내는 것이거든요. 복잡하고 어려운 단어들을 써놓고 진짜처럼 설명하죠. 그런데 실제로는 아예 없는 엉터리도 많아요. 과학과 SF가 연관이 없는 건 아니지만, 실제 과학보다 엉터리 과학이 범위가 좀 더 넓어요. 과학을 잘 아는 것도 물론 좋지만, SF 작품을 많이 읽는 게 SF를 쓰는 데 더 도움이 됩니다. 일상적인 것만 알아도 얼마든지 쓸 수 있어요."

오랜만에 독자들 만나는 자리가 좋았다, 서울국제도서전을 즐겨달라는 말로 강연은 마무리됐고, 원래 순서에 없었던 즉석 싸인회가 진행됐습니다. 대세 작가답게 열혈 독자들이 길게 줄을 서 작가를 직접 만나는 기회를 얻었죠. 김초엽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SF에 관해 갖고 있던 그간의 여러 오해를 풀 수 있었고, SF라는 장르의 매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음 독서 목표는 김초엽 작가의 첫 장편소설 《지구 끝의 온실》(밀리의서재, 2020)로 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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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세 작가’ 김초엽 “SF는 현실을 ‘다르게’ 보게 하는 장르”
    • 입력 2020-10-19 08:01:11
    취재K
격세지감입니다. SF를 순수 문학으로부터 단절시켜온 벽이 허물어졌습니다. 순수문학 / 장르문학이라는 상투적인 구분은 이제 의미가 없어졌죠. 변화를 이끄는 주인공은 김초엽 작가이고, 발 빠르게 화답한 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적인 문학잡지들입니다. 계간 《문학과 사회》가 2020년 가을호(통권 131호)에 김초엽의 새 단편 <최후의 라이오니>를, 앞서 계간 《문학동네》가 2020년 여름호(통권 103호)에 김초엽의 단편 <오래된 협약>을 실었습니다.

덩달아 소설 판매가 늘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려왔습니다. 교보문고 집계를 보면, 올해 1월 1일부터 9월 20일까지 한국소설 판매가 지난해보다 30.1% 늘었다는군요. 한국소설이 정점을 찍었던 2012년과 비교해도 4.3% 많은 수치라고 합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SF/공상과학소설 판매가 약 5.5배나 늘었다는 점입니다. 이런 상승세를 견인한 것이 바로 김초엽 작가의 화제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었죠.

베스트셀러에 오른 김초엽의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에 홍보 모델로도 참여한 김초엽 작가의 강연은 그래서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올해 도서전의 주제는 '얽힘'입니다. 국내적으로 보나 전 지구적으로 보나 여러 가지로 얽혀 있는 복잡하고 심대한 문제들이 많죠. 대표적인 것이 바로 코로나19 상황입니다. 코로나는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들을 참 많이도 바꿔 놓았습니다. 뜻하지 않은, 예측하기 힘든 변화들은 지금도 진행 중이고요.

김초엽 작가의 강연은 지난 16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명동거리 안에 있는 문화공간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진행됐습니다. 사전 예약한 청중 50명이 자리를 채웠죠. 강연 주제는 '얽힘을 담아내는 장르로서의 SF'. 코로나 때문에 대면 강연을 할 일이 그동안 별로 없어서 반갑고 긴장도 된다고 운을 뗀 작가는 '얽힘'이라는 도서전 주제어에 담긴 의미를 풀이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올해 3월에 국내에서 출간되며 반향을 얻은 장애·환경·퀴어·노동운동가 일라이 클레어의 책 《망명과 자긍심》(현실문화, 2020)에서 굉장히 인상 깊은 대목이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정리하면 이런 내용입니다. 벌목 노동자로 일하던 사람이 도시로 갑니다. 그런데 도시 사람들은 벌목이 환경을 파괴한다며 멈추라고 하죠. 그런데 벌목이 환경파괴가 맞다 하더라도 그럼 벌목 노동자의 삶, 생계, 노동은 어떻게 해야 하나. 한 가지로만 볼 수 없는 문제들이 다양하게 얽혀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면서 작가는 이런 말을 하죠. 이번 강연 주제인 '얽힘'이란 것은 작가가 쓰고 있는 장르인 SF가 조금 더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다고.

"인간은 사실 자연 세계와 동떨어진 채 인간만의 세계에서 살아오지 않았습니다. 인간에 대해 정의할 때 우리는 그동안 인간에 관해서만 이야기했죠. 그게 철학이 되고 사회과학이 되었는데, 그것만으로 우리 삶과 인간 자체에 관해 설명할 수 없다는 겁니다. 자연과 공간, 인공물, 기술, 과학 같은, 인간이 아닌 비인간적인 것들도 사회의 핵심적인 구성원으로 봐야 합니다. 그런 것들을 배경으로 볼 것이 아니라 인간과 동등한 '존재'로 봐야 한다는 겁니다."

김초엽 작가는 어느 책을 읽으면서 SF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런 관점을 내재하고 있는 장르라고 했습니다. SF는 인간도 중요하게 보지만, 인간을 둘러싼 세계, 구조,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과학기술 등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는 거죠. 한마디로 인간과 사물을 동등하게 다루는 장르라는 겁니다.

"SF는 항상 우리가 지구환경, 우주, 우리 몸이 기술로부터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 유전적 공학을 통해 어떤 괴물들이 만들어졌는지를 다뤄왔습니다. 그래서 SF는 '얽힘'을 다루기 좋은 장르에요. SF를 통해서 현재의 얽힘에 대해서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SF는 미래를 얘기하는 것 같지만, 그것은 분명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여기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자기 소설이 특별해서 그런 게 아니고, SF란 장르가 일정하게 그런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요.


그러면서 이런 비유도 했습니다. SF라는 게 굉장히 특별한 장르라기보다는 우리가 가진 여러 그릇 중에서 '이상한' 그릇이라고요. 밥을 먹을 때 우리는 흔히 납작한 접시를 씁니다. 납작한 접시 위에 재료들을 배열하죠. 그런데 만약 지금까지 상상해보지 않은 정글짐 같은 그릇이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동안의 일상적인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재료를 놓게 되겠죠. 재료가 재료들 사이에 다른 각도로, 다른 방식으로 배열돼야 합니다. 이 비유를 통해서 작가가 강조하는 부분은 이겁니다.

"우리가 어떤 것을 바라보는 시야가 달라지면 우리가 보는 풍경이 달라집니다. 여러분은 관객석, 저는 여기에 앉아 있으니 우리가 보는 풍경이 다르죠. 영화관에 갔을 때 좌석을 고르잖아요. 앉아 있는 자리에 따라 보이는 풍경이 너무나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SF의 재료들은 다른 문학과 똑같이 현실로부터 온 겁니다. SF 작가도 현실을 살아가는 인간이기 때문에, 아무리 독특해도 결국은 인간으로서 공감이 반드시 있죠. SF가 제아무리 달라 보여도, 소재는 현실에서 온 겁니다. 갈등, 감정… 그렇다면 배열이 완전히 달라지는 거예요. 같은 재료라도 각도를 달리 해보면 우리가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게 되는 겁니다."

SF의 역할은 이 문제들을 풀어서 다른 방식으로 엮는 것이라고 김초엽 작가는 말합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조금 다르게 묶는 것. 그러면 우리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장면들을 보게 된다고요.

"SF라는 장르는 다른 각도로 보게 하는, 현실을 기울여서 보게 하는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문학에는 '낯설게 보기'라는 기법이 있어요. 낯설게 보기, 낯설기 하기를 가장 극단적으로 표현한 장르가 SF라고 생각해요. SF가 사고실험으로서 굉장히 유용하다는 뜻이죠."

"SF의 특징은 체계와 구조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는 겁니다. 개인은 현실을 완전히 바꿀 수 없어요. 영화를 보면 한 명의 영웅이 지구 전체를 바꾸는 이야기 나오잖아요. 현실 문학에 이런 게 나오면 사람들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생각할 거예요. 그래서 영웅이 등장하는 영화는 대부분 실화에 기반을 두고 있죠. 제가 생각하는 SF의 장점은 개인의 이야기가 세계를 바꾸는 이야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겁니다. 현실적인 문학에서는 불가능하지만요. SF 독자들은 좀 더 마음을 열고 읽습니다. SF는 구조와 세계에 과감한 질문을 던지기에 좋은 장르에요. 한 요소를 극대화해서 개인의 이야기와 연결해서 풀어나가는 게 가능하니까요."

작가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포스트휴먼'이라 불리는 비인간 존재들로 이어졌습니다. 기술과 과학의 발전으로 등장한 인간 이후의 신인류. 사이보그, 로봇, 인공 팔이 결합한 사이보그들. 가령 스마트폰과 우리의 자아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죠. 기술과 긴밀한 관계를 맺는 인류도 넓게 보면 포스트휴먼이라고 작가는 말합니다. 그래서 신 인류적인, 초월적인 의미에서 인간 바깥의 존재들을 이야기해보고 싶다고 하죠.

1931년에 제작된 영화 〈프랑켄슈타인〉의 한 장면
그러면서 작가가 예로 든 작품이 바로 SF의 '시초'라 불리는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이었습니다. 무려 200년 전에 쓰인 소설이죠. 소설을 안 읽은 사람도 프랑켄슈타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얼굴에 못을 박은 괴물. 그런데 사실 이런 이미지는 소설과 다르게 영화, 연극으로 각색되면서 생긴 이미지입니다.

프랑켄슈타인은 많은 포스트휴먼의 최초입니다. 그런데 실은 그 괴물이 아니라 괴물을 만든 과학자의 이름이죠.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괴물을 만들었을 때, 그 끔찍하고 징그러운 외모에 경악해 도망쳐 버립니다. 그 때문에 자신이 만들어낸 창작물을 책임지지 않는다는 원망을 받으면서 처참한 복수를 당하죠. 인간이 만들어낸 로봇, 인공지능에 의해서 인간이 종말을 맞는 이야기, 로봇 혁명 같은 것들은 현재 우리에게 익숙한 클리셰(낯익은 표현이나 개념)가 됐습니다. 프랑켄슈타인에서 모티브를 얻은 거죠. 프랑켄슈타인을 이야기하면서 작가는 이런 말을 합니다.

"인간이 만들어낸 것에 대한 책임이 아니라 괴물이 느끼는 감정에 관해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프랑켄슈타인 이야기가 과학기술에 대한 공포나 혐오로 많이 해석됐다가, 몇십 년 전부터 나온 새로운 해석은 타자(他者)의 이야기라는 겁니다. 인간이지만 인간이 아닌 것으로 여겨져 온 존재를 비유한 거죠. 휴머니즘이라고 이야기할 때 우리는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인간을 상정하잖아요. 그런데 모든 사람이 독립적이고 주체적일 수 있는가,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요."

작가는 인간으로 태어났지만, 인간으로 여겨지지 못하는 삶을 살아온, 그래서 프랑켄슈타인 이야기에 공감이 간다고 했습니다. 괴물의 이야기가 마치 우리 사회에서 밀려난 사람들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한다는 거죠. 그 이후에 나온 괴물 이야기를 보면 로봇과 사이보그들은 주로 인간에게 적대적인 모습으로 많이 등장합니다.

1982년에 제작된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블레이드러너〉의 한 장면
1920년에 카렐 차페크(Karel Capek)가 로봇이란 말을 처음 썼을 때는 노동자 계급을 비유한 것이었습니다. 그때 로봇은 인간의 대립 항처럼 여겨졌죠. 하지만 시대가 흐르고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 같은 게 등장하면서 로봇은 인간과 공존하는 존재로 여겨집니다. 영화 <블레이드러너>를 보면 복제인간, 안드로이드는 인간을 갈망하죠. 인간성이라고 부르는 성품들을 성취하려고 합니다. 이렇게 비인간이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이야기가 한동안 SF 문학을 지배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

"더 이상 현대 SF에서는 비인간 존재들이 인간이 되기를 갈망하지 않아요. 《머더봇 다이어리》에 등장하는 로봇 캐릭터가 흥미로워요. 인간들이 자기를 지배해서 서포터로 쓰려는 걸 해킹해서 자아를 갖게 되고 나니까 인간들이 만든 드라마가 너무 재밌는 거예요. 그래서 자기가 인간에게 지배를 당하는 것처럼 연기하죠. 과학자들에게 명령을 잘 듣는 것처럼 행동합니다. 시키는 거 빨리 끝내고 넷플릭스나 보자, 이런 식으로요. 인간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아요. 그러면서 인간과 자신의 차이는 분명히 인식하죠. 지금까지 등장한 인간을 갈망하는, 적대하는 캐릭터를 탈피해서 로봇으로 살아가는 캐릭터를 구축한 겁니다. 이런 것이 현대 SF에 많이 등장해요."

이번 강연에서 김초엽 작가는 인상 깊게 읽은 여러 SF 소설을 소개합니다. 특히 비인간 이야기를 읽으면서 다른 시선으로 인간을 바라봐야 한다는 생각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최근 한국 SF가 많은 주목을 받는데,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고 합니다. 인간적인 SF다! SF의 껍질을 쓰고 있지만, 상당히 인간적이다! 작가는 이런 말 들으면 몇 가지 의문이 든다고 했습니다. 원래 SF는 인간 이야기인데, 왜 이것만 특별하게 생각할까. SF에서 인간이 그렇게 중요할까. 비인간적인 SF도 충분히 훌륭할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2017년에 제작된 영화 〈스탠바이, 웬디〉의 한 장면 [사진 출처 : 씨네21]
이어지는 강연의 소주제는 'SF와 젠더, 민족, 계급'이었습니다. SF에서 요즘 외계인이란 존재가 사회적 소외감을 느끼는 소수자라는 이야기가 정말 많아졌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작가는 <스탠바이, 웬디>란 영화를 소개했습니다. 자폐를 가진 주인공이 유일하게 좋아하는 게 SF 시리즈였죠. 스타트랙. 주인공은 왜 그렇게 열광할까. 결론은 이랬습니다. SF 시리즈에 등장하는 외계인은 감정을 처리하는 데 서투릅니다. 자폐인의 특성과 비슷한 점이라는 거죠. 그래서 주인공이 외계인에게 동질감을 느낀 게 아니냐는 추측을 하게 된답니다.

실제로 자폐인이 SF에 열광하는 경우가 대단히 많다고 합니다. SF라는 세계가 외계인, 사이보그, 이런 비인간 존재들이 인간의 동료로 등장하기도 하고 주목받기도 하고, 이런 인물들을 보면서 사회에서 소외감을 느낀 사람들이 이 세계에 자기 자리가 있다고 느낀 게 아닐까 하고 작가는 말했습니다. 갈등하기도 하고 공존하기도 하는 이야기를 보면 현실과 많이 겹쳐진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러면서 역시 자폐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엘리자베스 문의 《어둠의 속도》를 추천했습니다.

명망 있는 휴고상을 3년 연속 휩쓴 흑인 여성 작가 N.K.제미신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으로 작가는 현대 SF에서 가장 주도적인 흐름이 흑인 여성 작가들의 부상이라고 강조합니다. 실제로 유명 SF 상들을 흑인 여성들이 휩쓸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휴고상을 3년 연속 독식한 N.K.제미신이 대표적이죠. 이와 함께 중국의 여성 작가 하오징팡의 작품도 주목했습니다.

강연이 끝난 뒤 질의응답을 통해서 여러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벌새'로 존재감을 한껏 높인 창작자 김보라 감독이 김초엽 작가의 <스펙트럼>을 영화화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독자들은 벌써 상당한 기대감을 품고 있는 듯했습니다. 어떤 영화가 됐으면 좋겠느냐는 물음에 작가는 영화와 소설의 상상력은 다르다면서 "좋아하는 감독님이 어떻게 해석하실지 궁금하다."고 했습니다.

배명훈, 김초엽 등 여섯 작가의 작품을 실은 소설집 《팬데믹, 여섯 개의 세계》
팬데믹 시대에 최고의 작품을 뽑아달라는 어느 독자의 요청에는 답변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면서도 최근에 출간된 코로나 앤솔로지 《팬데믹》에 수록된 배명훈 작가의 <차카타파의 열망으로>를 꼽더군요. 전염병이 세계를 휩쓴 이후 침이 안 튀는 방식으로 대화하기 시작한 사람들의 이야기. 배명훈 작가만 쓸 수 있는 소설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김초엽 작가도 이 소설집에 <최후의 라이오니>를 실었습니다. 계간 《문학과 사회》가 2020년 가을호에 수록된 바로 그 작품이죠.

흔히 SF를 접해보지 않은 독자들은 이런 질문을 곧잘 합니다. 과학을 잘 몰라도 SF를 즐길 수 있느냐고. 이 질문에 대한 작가의 대답은 분명합니다.

"SF에 나오는 과학이 진짜 과학이라고 생각하는데 대부분 오해에요. SF 작가들이 흔히 쓰는 기법의 하나가 진짜 과학처럼 지어내는 것이거든요. 복잡하고 어려운 단어들을 써놓고 진짜처럼 설명하죠. 그런데 실제로는 아예 없는 엉터리도 많아요. 과학과 SF가 연관이 없는 건 아니지만, 실제 과학보다 엉터리 과학이 범위가 좀 더 넓어요. 과학을 잘 아는 것도 물론 좋지만, SF 작품을 많이 읽는 게 SF를 쓰는 데 더 도움이 됩니다. 일상적인 것만 알아도 얼마든지 쓸 수 있어요."

오랜만에 독자들 만나는 자리가 좋았다, 서울국제도서전을 즐겨달라는 말로 강연은 마무리됐고, 원래 순서에 없었던 즉석 싸인회가 진행됐습니다. 대세 작가답게 열혈 독자들이 길게 줄을 서 작가를 직접 만나는 기회를 얻었죠. 김초엽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SF에 관해 갖고 있던 그간의 여러 오해를 풀 수 있었고, SF라는 장르의 매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음 독서 목표는 김초엽 작가의 첫 장편소설 《지구 끝의 온실》(밀리의서재, 2020)로 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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