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이 2002년 가을의 전설을 썼을 때, 마운드에서 고개를 숙였던 한 남자가 있었다. 바로 최원호였다.
한국시리즈 6차전 9회 말 LG 김성근 감독은 이상훈이 이승엽에게 동점 3점 홈런을 허용하자 곧바로 최원호를 마운드에 올렸다. 곧이어 9-9 동점으로 맞선 9회 말 최원호는 마해영에게 끝내기 1점 홈런을 맞았다.
한국 프로야구 최초로 한국시리즈 마지막 경기에서 끝내기 홈런을 허용한 투수가 된 것이다. 그라운드를 돈 뒤 안경을 찾으며 희열을 느낀 마해영과 마운드 위에서 주저앉아 고개 숙인 최원호 감독 대행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린 날이었다.
1998년 현대에 입단한 최원호 감독 대행은 14시즌 동안 309경기에 출장해 67승 73패, 3세이브 3홀드를 기록했다.
평균 자책점이 4.64였고 수비 무관 자책점이 4.79를 나타냈다. 대체 선수 대비 승기 기여도 WAR는 14.15를 기록하고 은퇴했다.

프로 야구 선수 출신 박사 타이틀도 마해영과 관련이 깊다.
최 대행은 2017년 단국대학교 대학원 체육학과에서 ‘야구 투구 동작 시 주관절 손상 여부에 따른 고관절 움직임의 생체역학적 특성 분석’이라는 주제로 졸업 논문을 통과해 ‘박사’가 됐다.
프로야구 선수 출신 박사는 2015년 스포츠 심리학으로 학위를 딴 마해영이 먼저다. 하지만 까다로운 운동 역학을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딴 건 최 대행이 처음이다.
최 대행은 체계적인 재활 원리에 접근해 후배들에게 효과적인 방법을 전수하고자 자신의 이름을 건 피칭연구소도 운영했다. 만학의 꿈을 펼쳐 5년여에 걸쳐 연구한 끝에 박사모도 쓰게 됐다.
접근 방법도 색다르다. 최 대행은 그동안의 투수에 관한 연구가 어깨와 팔꿈치에 한정됐던 것과 달리 하체에 관한 연구를 시도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
최 대행은 “투수들의 부상 방지와 기술적인 향상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에서 공부를 시작했다”면서 “투수들 부상의 70% 이상이 어깨, 팔꿈치 부상입니다. 그런데 이 부상의 원인 대부분은 고관절의 움직임에서 오거든요. 확실히 고관절의 움직임이 좋았던 선수들이 부상 빈도가 낮았고 고관절 움직이 좋지 않았던 선수들이 부상 빈도가 높다는 결과를 얻었어요."라고 고관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선수 우선, 승리 차선이라는 철학으로 지도자를 시작했습니다."
KBS 카메라 앞에서 밝힌 최 대행의 야구 지도자 철학이다. 꼴찌팀 감독 대행, 100패 위기에 빠졌던 사령탑이란 꼬리표도 있지만, 투수 보호를 제1 원칙으로 지켜가며 한화 투수 왕국을 조립 중이다.
선발 중책을 맡았던 장시환(33)과 김민우(25) 등의 조기 시즌 아웃 역시 선수의 미래를 보고 최 대행이 과감하게 결단을 내린 것이다.
특히 장시환은 생애 첫 규정이닝이라는 훈장을 앞에 두고 공을 놓고 싶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최 대행은 "장시환은 뼛조각이 원래부터 돌아다니는 증상이 있었다"며 "그 와중에도 1년 동안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았기 때문에 정말 많은 노력을 했던 투수"라며 지금이 수술 적기라고 설명했다.
장시환은 올 시즌 26경기에 선발로 나와 132⅔이닝을 소화해 규정이닝까지 11⅓이닝만을 남겨둔 시점이라 크게 아쉬워했다.
김민우는 몸 상태에 이상이 있어서가 아니다. 부상을 조심하는 차원의 시즌 아웃으로 최 대행이 설득했다. 향후 김민우가 에이스의 반열에 오른다면 최 대행 특유의 조기 시즌 아웃 시행의 첫 작품이 될 수 있다.
이 밖에 최 대행은 김범수에 대해서도 "예전부터 고관절 움직임에 문제가 있었다"며 "운영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향후 의사 소견 등을 고려해 어떤 포지션에서 어떤 방법으로 투입하는 게 효과적일지 의논해봐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화는 현재 43승 92패로 탈꼴찌가 힘겨워 보인다. 그러나 오늘보다 내일을 더 중요시하는 최 대행의 지도로 현재 독수리 마운드엔 강재민과 윤대경, 김진영과 김진욱 등 신 진급 선수들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거물급 외국인 투수 2명을 영입한다면 2021시즌부터는 진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최 대행은 최하위 팀 대행이 인터뷰를 길게 하면 안 된다며 젊은 투수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한화의 젊은 투수들이 연일 좋은 투구를 보여주고 있어요. 그 선수들의 1구 1구는 결과를 떠나서 절실하고 열심히 던지는 공입니다. 공 1개 1개에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에게 성원을 보내 주시면 내년에도 좋은 투구로 보답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끝까지 응원 많이 해주세요."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박사 출신 꼴찌팀 감독 대행의 “선수 우선, 승리 차선” 원칙
-
- 입력 2020-10-19 15:46:53

삼성이 2002년 가을의 전설을 썼을 때, 마운드에서 고개를 숙였던 한 남자가 있었다. 바로 최원호였다.
한국시리즈 6차전 9회 말 LG 김성근 감독은 이상훈이 이승엽에게 동점 3점 홈런을 허용하자 곧바로 최원호를 마운드에 올렸다. 곧이어 9-9 동점으로 맞선 9회 말 최원호는 마해영에게 끝내기 1점 홈런을 맞았다.
한국 프로야구 최초로 한국시리즈 마지막 경기에서 끝내기 홈런을 허용한 투수가 된 것이다. 그라운드를 돈 뒤 안경을 찾으며 희열을 느낀 마해영과 마운드 위에서 주저앉아 고개 숙인 최원호 감독 대행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린 날이었다.
1998년 현대에 입단한 최원호 감독 대행은 14시즌 동안 309경기에 출장해 67승 73패, 3세이브 3홀드를 기록했다.
평균 자책점이 4.64였고 수비 무관 자책점이 4.79를 나타냈다. 대체 선수 대비 승기 기여도 WAR는 14.15를 기록하고 은퇴했다.

프로 야구 선수 출신 박사 타이틀도 마해영과 관련이 깊다.
최 대행은 2017년 단국대학교 대학원 체육학과에서 ‘야구 투구 동작 시 주관절 손상 여부에 따른 고관절 움직임의 생체역학적 특성 분석’이라는 주제로 졸업 논문을 통과해 ‘박사’가 됐다.
프로야구 선수 출신 박사는 2015년 스포츠 심리학으로 학위를 딴 마해영이 먼저다. 하지만 까다로운 운동 역학을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딴 건 최 대행이 처음이다.
최 대행은 체계적인 재활 원리에 접근해 후배들에게 효과적인 방법을 전수하고자 자신의 이름을 건 피칭연구소도 운영했다. 만학의 꿈을 펼쳐 5년여에 걸쳐 연구한 끝에 박사모도 쓰게 됐다.
접근 방법도 색다르다. 최 대행은 그동안의 투수에 관한 연구가 어깨와 팔꿈치에 한정됐던 것과 달리 하체에 관한 연구를 시도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
최 대행은 “투수들의 부상 방지와 기술적인 향상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에서 공부를 시작했다”면서 “투수들 부상의 70% 이상이 어깨, 팔꿈치 부상입니다. 그런데 이 부상의 원인 대부분은 고관절의 움직임에서 오거든요. 확실히 고관절의 움직임이 좋았던 선수들이 부상 빈도가 낮았고 고관절 움직이 좋지 않았던 선수들이 부상 빈도가 높다는 결과를 얻었어요."라고 고관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선수 우선, 승리 차선이라는 철학으로 지도자를 시작했습니다."
KBS 카메라 앞에서 밝힌 최 대행의 야구 지도자 철학이다. 꼴찌팀 감독 대행, 100패 위기에 빠졌던 사령탑이란 꼬리표도 있지만, 투수 보호를 제1 원칙으로 지켜가며 한화 투수 왕국을 조립 중이다.
선발 중책을 맡았던 장시환(33)과 김민우(25) 등의 조기 시즌 아웃 역시 선수의 미래를 보고 최 대행이 과감하게 결단을 내린 것이다.
특히 장시환은 생애 첫 규정이닝이라는 훈장을 앞에 두고 공을 놓고 싶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최 대행은 "장시환은 뼛조각이 원래부터 돌아다니는 증상이 있었다"며 "그 와중에도 1년 동안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았기 때문에 정말 많은 노력을 했던 투수"라며 지금이 수술 적기라고 설명했다.
장시환은 올 시즌 26경기에 선발로 나와 132⅔이닝을 소화해 규정이닝까지 11⅓이닝만을 남겨둔 시점이라 크게 아쉬워했다.
김민우는 몸 상태에 이상이 있어서가 아니다. 부상을 조심하는 차원의 시즌 아웃으로 최 대행이 설득했다. 향후 김민우가 에이스의 반열에 오른다면 최 대행 특유의 조기 시즌 아웃 시행의 첫 작품이 될 수 있다.
이 밖에 최 대행은 김범수에 대해서도 "예전부터 고관절 움직임에 문제가 있었다"며 "운영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향후 의사 소견 등을 고려해 어떤 포지션에서 어떤 방법으로 투입하는 게 효과적일지 의논해봐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화는 현재 43승 92패로 탈꼴찌가 힘겨워 보인다. 그러나 오늘보다 내일을 더 중요시하는 최 대행의 지도로 현재 독수리 마운드엔 강재민과 윤대경, 김진영과 김진욱 등 신 진급 선수들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거물급 외국인 투수 2명을 영입한다면 2021시즌부터는 진짜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최 대행은 최하위 팀 대행이 인터뷰를 길게 하면 안 된다며 젊은 투수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한화의 젊은 투수들이 연일 좋은 투구를 보여주고 있어요. 그 선수들의 1구 1구는 결과를 떠나서 절실하고 열심히 던지는 공입니다. 공 1개 1개에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에게 성원을 보내 주시면 내년에도 좋은 투구로 보답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끝까지 응원 많이 해주세요."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