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K] ‘긴급대피명령’ 그 후 6년…익산 모현 우남아파트

입력 2020.10.19 (19:48) 수정 2020.10.19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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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주민 : “일이 년이면 무너진다고 했는데, 지금 6년간을 살고 있잖아요. 저희들 고통 속에서 진짜 여기 서민층들이 이렇게 어렵게 살고 있어요. 그러면 잘못되었다는 게 입증이 되었으니까 대피명령을 풀어줘야지요. 당연하잖아요, 그게요.”]

지난 2002년, 안전진단 결과 D등급 판정을 받고 부실시공 논란을 빚은 익산시 모현동 우남아파트.

익산시는 이를 토대로 건물 붕괴위험이 있다며 2014년에 긴급 대피명령을 내렸습니다.

재난 위험 건물로 지정된 이후 총 103세대 중 절반이 넘는 가구가 떠났지만, 지금까지 거주하고 있는 입주민은 45세대.

그 중 몇몇 세대는 이주하여 전월세 집을 전전하다 경제 사정 등의 이유로 다시 돌아와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긴급대피명령에 묶인 집은 재난 위험 시설로부터 주민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전입신고조차 할 수 없는 상황.

2014년 긴급대피명령 이후 공론화위원회를 꾸린 익산시는 올 3월에서야 6,900만 원을 들여 우남아파트에 대하여 안전진단을 처음으로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2002년과 마찬가지로 D등급이 나왔고, 매달 해온 안전점검 용역 결과에서도 별다른 이상이 없는 걸로 파악되었습니다.

[김혁주/익신시 주택과 주무관 : “우남아파트 안전점검을 2014년 대피명령 내린 이후로 매달 용역을 하고 있는데요. 용역 결과를 보면, 급격한 변이는 없는 걸로 파악이 되고 있습니다.”]

거처를 옮기지 않고 아직까지 살고 있는 주민들이 익산시에 긴급대피명령을 해제시켜 달라며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아파트 주민 : "행정이 너무 잘못된 것 아닙니까. 그러면 이제라도 반성해서 우리가 무슨 책임을 져달라는 것도 아니고, 보상을 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적게 우리, 내 개인 재산권 행사할 수 있게끔 대피명령만 좀 빨리 풀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익산시는 등급 상향이 안 된 상태에서는 긴급대피명령을 풀어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민경수/익산시 주택과 계장 : “시 입장에서는 D등급이 나왔는데요. 보수 보강해서 C등급이나 B등급으로 상향이 안 된 상태에서 아무 결과 없이 대피명령을 풀 수는 없잖아요."]

안전진단 평가는 100점 만점인 A등급부터 30점 미만의 E등급까지 나뉘는데, D등급이면 보수・보강하여 사람이 살 수 있는 조건입니다.

1970년에 시공된 익산 시청사 또한 2005년 건물 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았지만, 보수·보강을 통해 현재는 재난 위험 시설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익산시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40조’만을 근거로 정밀 안전진단을 실시하지도 않고 섣불리 긴급대피명령을 내린 것은 졸속행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임형택/익산시의원 : “일반적으로 긴급대피명령이라고 하는 것은, 거의 곧 무너질 위험이 있을 때 내리는 겁니다. 주민들도 모르는 사이에 긴급대피명령이 내려졌기 때문에 이 행정 행위 자체가 대단히 부실하고, 졸속행정으로 진행이 됐다 생각을 합니다.”]

[김혁주/익신시 주택과 주무관 : “아쉬운 점은 그거죠. 저희가 지금 와서 판단을 했을 때는 주민 의견을 좀더 수렴하고, 안전진단도 별도로 좀 해서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진행을 했었으면….”]

1992년 준공된 15층 규모의 우남아파트는 한 개 동 아홉 라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보 철근 누락, 슬래브 균열 등의 문제가 발생한 것은 6라인과 9라인.

긴급대피명령이 내려질 당시, 문제가 되었던 6라인에 거주하는 주민은 살던 곳을 떠날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아파트 주민 : “아니 여기가 무너지고 그럴 것 같으면 겁이 나서 못 살 지요. 우리는 시골에 시어머니 살던 집 옛날 집도 있기는 하는데, 그냥 여기서 사는 거예요. 그리고 앞으로도 또 살 거고요.”]

오히려 주민들은 무너질 위험성은 없다고 주장합니다.

[아파트 주민 대표 : “무너진다고 그러면 이 보가 이지러지고 다 찌그러져요. 그런데 아무 이상이 없기 때문에 이 보가 다 건재한 거예요.”]

우남아파트의 경우, 안전등급을 올리기 위한 보수·보강 비용은 대략 36억 원.

익산시는 주민들의 노력만으로는 안전 등급을 올리기에 턱없이 부족한데다 개인 재산권에 세금 예산 투입을 하는 데도 모순이 있다고 말합니다.

결국 주민들은 3년여 전부터 십 수 년 방치되고, 절반 가까이 빈 아파트를 스스로 고쳐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아파트 외벽 페인트칠과 옥상 방수처리는 물론, 계단이며 승강기, 계량기 등 부서지고 고장 난 부분도 수리했습니다.

한 주민의 집은 아예 리모델링까지 마쳤습니다.

[아파트 주민 : “너무 살기 좋습니다. 그리고 아무런 불편이 없어요. 또한 새로 지은 집 이상으로 저희가 이렇게 리모델링하고 보니까 깨끗하고 참 좋습니다.”]

익산시는 이번 정밀안전진단 결과마저 주민들이나 공론화위원회에 보고하지 않고 미루고 있는 상황.

이에 주민들과 공론화위원회에서는 익산시가 여전히 일방적으로 재개발・재건축을 진행하고 있다고 의심합니다.

당장 무너질 것처럼 긴급대피명령을 내렸지만 사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는 익산시.

이제, 주민들은 묻고 있습니다.

긴급대피명령이 과연 합당했는지, 명령을 취소하거나 조건부 유예를 내린 뒤 안전등급을 끌어올릴 방안을 함께 마련해줄 수는 없는지 말입니다.

날은 점점 추워지고, 정문 입구에는 아직도 긴급대피명령 안내문이 적힌 게시판이 주민들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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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K] ‘긴급대피명령’ 그 후 6년…익산 모현 우남아파트
    • 입력 2020-10-19 19:48:26
    • 수정2020-10-19 19:54:36
    뉴스7(전주)
[아파트 주민 : “일이 년이면 무너진다고 했는데, 지금 6년간을 살고 있잖아요. 저희들 고통 속에서 진짜 여기 서민층들이 이렇게 어렵게 살고 있어요. 그러면 잘못되었다는 게 입증이 되었으니까 대피명령을 풀어줘야지요. 당연하잖아요, 그게요.”]

지난 2002년, 안전진단 결과 D등급 판정을 받고 부실시공 논란을 빚은 익산시 모현동 우남아파트.

익산시는 이를 토대로 건물 붕괴위험이 있다며 2014년에 긴급 대피명령을 내렸습니다.

재난 위험 건물로 지정된 이후 총 103세대 중 절반이 넘는 가구가 떠났지만, 지금까지 거주하고 있는 입주민은 45세대.

그 중 몇몇 세대는 이주하여 전월세 집을 전전하다 경제 사정 등의 이유로 다시 돌아와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긴급대피명령에 묶인 집은 재난 위험 시설로부터 주민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전입신고조차 할 수 없는 상황.

2014년 긴급대피명령 이후 공론화위원회를 꾸린 익산시는 올 3월에서야 6,900만 원을 들여 우남아파트에 대하여 안전진단을 처음으로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2002년과 마찬가지로 D등급이 나왔고, 매달 해온 안전점검 용역 결과에서도 별다른 이상이 없는 걸로 파악되었습니다.

[김혁주/익신시 주택과 주무관 : “우남아파트 안전점검을 2014년 대피명령 내린 이후로 매달 용역을 하고 있는데요. 용역 결과를 보면, 급격한 변이는 없는 걸로 파악이 되고 있습니다.”]

거처를 옮기지 않고 아직까지 살고 있는 주민들이 익산시에 긴급대피명령을 해제시켜 달라며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아파트 주민 : "행정이 너무 잘못된 것 아닙니까. 그러면 이제라도 반성해서 우리가 무슨 책임을 져달라는 것도 아니고, 보상을 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적게 우리, 내 개인 재산권 행사할 수 있게끔 대피명령만 좀 빨리 풀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익산시는 등급 상향이 안 된 상태에서는 긴급대피명령을 풀어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민경수/익산시 주택과 계장 : “시 입장에서는 D등급이 나왔는데요. 보수 보강해서 C등급이나 B등급으로 상향이 안 된 상태에서 아무 결과 없이 대피명령을 풀 수는 없잖아요."]

안전진단 평가는 100점 만점인 A등급부터 30점 미만의 E등급까지 나뉘는데, D등급이면 보수・보강하여 사람이 살 수 있는 조건입니다.

1970년에 시공된 익산 시청사 또한 2005년 건물 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았지만, 보수·보강을 통해 현재는 재난 위험 시설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익산시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40조’만을 근거로 정밀 안전진단을 실시하지도 않고 섣불리 긴급대피명령을 내린 것은 졸속행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임형택/익산시의원 : “일반적으로 긴급대피명령이라고 하는 것은, 거의 곧 무너질 위험이 있을 때 내리는 겁니다. 주민들도 모르는 사이에 긴급대피명령이 내려졌기 때문에 이 행정 행위 자체가 대단히 부실하고, 졸속행정으로 진행이 됐다 생각을 합니다.”]

[김혁주/익신시 주택과 주무관 : “아쉬운 점은 그거죠. 저희가 지금 와서 판단을 했을 때는 주민 의견을 좀더 수렴하고, 안전진단도 별도로 좀 해서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진행을 했었으면….”]

1992년 준공된 15층 규모의 우남아파트는 한 개 동 아홉 라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보 철근 누락, 슬래브 균열 등의 문제가 발생한 것은 6라인과 9라인.

긴급대피명령이 내려질 당시, 문제가 되었던 6라인에 거주하는 주민은 살던 곳을 떠날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아파트 주민 : “아니 여기가 무너지고 그럴 것 같으면 겁이 나서 못 살 지요. 우리는 시골에 시어머니 살던 집 옛날 집도 있기는 하는데, 그냥 여기서 사는 거예요. 그리고 앞으로도 또 살 거고요.”]

오히려 주민들은 무너질 위험성은 없다고 주장합니다.

[아파트 주민 대표 : “무너진다고 그러면 이 보가 이지러지고 다 찌그러져요. 그런데 아무 이상이 없기 때문에 이 보가 다 건재한 거예요.”]

우남아파트의 경우, 안전등급을 올리기 위한 보수·보강 비용은 대략 36억 원.

익산시는 주민들의 노력만으로는 안전 등급을 올리기에 턱없이 부족한데다 개인 재산권에 세금 예산 투입을 하는 데도 모순이 있다고 말합니다.

결국 주민들은 3년여 전부터 십 수 년 방치되고, 절반 가까이 빈 아파트를 스스로 고쳐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아파트 외벽 페인트칠과 옥상 방수처리는 물론, 계단이며 승강기, 계량기 등 부서지고 고장 난 부분도 수리했습니다.

한 주민의 집은 아예 리모델링까지 마쳤습니다.

[아파트 주민 : “너무 살기 좋습니다. 그리고 아무런 불편이 없어요. 또한 새로 지은 집 이상으로 저희가 이렇게 리모델링하고 보니까 깨끗하고 참 좋습니다.”]

익산시는 이번 정밀안전진단 결과마저 주민들이나 공론화위원회에 보고하지 않고 미루고 있는 상황.

이에 주민들과 공론화위원회에서는 익산시가 여전히 일방적으로 재개발・재건축을 진행하고 있다고 의심합니다.

당장 무너질 것처럼 긴급대피명령을 내렸지만 사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는 익산시.

이제, 주민들은 묻고 있습니다.

긴급대피명령이 과연 합당했는지, 명령을 취소하거나 조건부 유예를 내린 뒤 안전등급을 끌어올릴 방안을 함께 마련해줄 수는 없는지 말입니다.

날은 점점 추워지고, 정문 입구에는 아직도 긴급대피명령 안내문이 적힌 게시판이 주민들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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