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탈북민 축구선수…지도자로 인생 2막

입력 2020.10.31 (08:25) 수정 2020.10.31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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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열두살 때 가족과 함께 남한으로 건너와 처음에는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공을 차고 놀던 탈북민 어린이가 있었는데요,

축구의 길로 나선 뒤, 탈북민으로는 처음으로 유소년 축구 국가대표에 발탁됐고, 프로 축구 선수로도 활약했다고 합니다.

유소년 국가대표 때는 남한 대표로 북한과 경기도 치렀다는데요, 최근에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축구 인생 2막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제 지도자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 김창준 코치를 ‘통일로 미래로’에서 만났습니다.

채유나 리포터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날씨가 너무 좋아요.

진짜 가을이 왔다는 게 물씬 느껴지는데요.

제가 오늘 초등학교에 왔습니다.

초등학생들이 장래희망 1순위가 운동선수라고 하잖아요.

오늘 제가 초등학교에 온 이유 딱 하나 있습니다.

특별한 선생님이 있다고 해서 왔는데요.

도대체 어떤 선생님이길래 그렇게 특별하다고 하는지 여러분 저랑 함께 가보시죠.

미래의 축구 꿈나무들이 운동장에서 수준 높은 기량을 펼칩니다.

축구선수를 꿈꾸며 구슬땀을 흘리는 서울 구룡초등학교 축구부 학생들..

코치 선생님의 능숙한 기술에 모두 눈을 떼지 못하네요.

["여러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제가 여기 정말 특별한 선생님이 있다고 해서 찾아왔거든요."]

[김창준/코치/탈북민 : "네 바로 접니다. 여기가 제 모교거든요. 여기 졸업생이고 졸업해서 훈련하다가 다시 돌아와서 아이들을 가르치게 됐습니다."]

김창준 코치는 열두 살 때 가족들과 함께 남한으로 온 탈북민입니다.

어린 시절,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는 홀로 공을 가지고 놀았다고 하는데요.

초등학교 5학년 때 축구부 김영곤 감독의 눈에 띄어 선수의 꿈을 키웠습니다.

[김영곤/구룡초 축구부 감독 : "창준이 초등학교 때 우연히 교회에서 운동하고 노는 걸 보고 소질이 있어 보여서 훈련을 시켰는데 점점 더 실력이 올라가는 모습을 보게 됐죠."]

축구를 시작한 지 3년 만인 2010년, 유소년 축구 국가대표로 발탁돼 북한과 경기를 치르기도 했습니다.

[김창준/코치/탈북민 : "그때 당시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죠. 유소년 대표긴 했지만 그래도 그때 당시 제 느낌으론 정말 내가 열심히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해서 열심히 한 결과가 나오는구나."]

고등학생 때 제주 유나이티드 유스팀에 입단했고대학에선 리그 수비수로 활약했습니다.

프로팀에 입단까지 했지만, 아쉽게도 국가대표 태극마크는 달지 못했습니다.

[김창준/코치/탈북민 : "신체조건 때문에도 주변에서 많이 걱정했고, 제 자리가 수비수다 보니까 프로 경쟁에서 밀리는 건 사실이더라고요. 결국에 마지막 테스트 보면서 프로에선 지금 당장은 힘들 거 같다."]

선수의 길은 접었지만 가장 좋아하는 축구를 포기할 수 없어 지도자를 택했다고 합니다.

[김형준/구룡초 축구부 : "(김창준 코치님이 축구선수였던 거 혹시 알고 있었어요?) 네. 코치님이랑 친한데 코치님이 축구선수였다는 게 뿌듯했어요."]

[허재영/구룡초 축구부 : "슛 때리는 거도 가르쳐 주시고 드리블하는 거랑 리프팅하는 것도 가르쳐주세요."]

지금은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코치입니다.

[김영곤/구룡초 축구부 감독 : "제가 안 올 땐 아이들이 물어보진 않던데 김창준 선생님이 무슨 일 있어서 안 오면 왜 안오냐고 왜 안오시냐고 그럴 땐 조금 서운하더라고요. 제가 가르친 제자지만 지금 봤을 때 너무 대견한 부분이 많은 거 같아요."]

아이들이 모두 집에 돌아간 시간, 김창준 코치는 곧 치를 생활체육지도사 자격증 시험 준비에 쉴 틈이 없습니다.

지도자가 되기 위해선 실전도 중요하지만 이론 공부도 필수라는데요.

[김창준/코치/탈북민 : "실기 가서 구술시험이라든지 면접시험에 있어서 유소년에 대한 유의사항이라든지 갖춰야 할 자질 그리고 스포츠의 규칙들 좀 더 세부적으로 자세하게 알고 있어야..."]

["엄마~"]

창준 씨가 꿈을 향해 나갈 수 있었던 건 묵묵히 자신을 지지해 준 가족의 힘이 컸습니다.

서로의 일을 하다 보니 떨어져 지내는 엄마를 만나는 것도 쉽지 않다고 하는데요.

[[김창준/코치/탈북민 : "(여기는 어떻게 오신 거예요?) 엄마 원하는 거 하나 사드리려고 제가 왔습니다."]

평소에 전하지 못했던 마음,

선물로 듬뿍 담습니다.

["그래, 이런 거 예쁘다. (이거 한번 신어볼까?) 보세요. 이쁘죠. (괜찮네. 바로 신고 가도 되겠다.) "]

["사장님 저희 이걸로 해주시고요. 바로 신고 갈게요."]

["엄마 맘에 들어요? (내 맘에 딱 들어. 너무 예쁘고.) "]

["예쁘다, 근데. (너무나 좋아요.) 다행이다."]

오랜만에 보내는 단란한 시간에 모자는 웃음이 끊이질 않습니다.

["(맛이 어떠세요, 어머니?) 너무 맛있어요. 아들 덕에 너무 맛있는 거 먹네요."]

든든하게 자란 막내아들이 어머니는 대견하기만 합니다.

[김창해/김창준 코치 어머니 : "저도 다른 부모들처럼 시합하고 하면 매일 못 갔거든요. 가지 못해도 창준이가 또 엄마 심정 아니까 엄마 오지마 엄마 오면 자기가 더 축구가 안된다며.."]

선수를 꿈꾸던 학생에서 지도자라는 새로운 미래를 향하는 창준 씨의 마음가짐도 남다릅니다.

[김창준/코치/탈북민 : "꿈을 정했다기보단 앞으로 나아가면서 꿈을 만들려고 해요. 아이들 가르치면서 아이들이 졸업하고 아이들이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기억하고 찾아오고 할 수 있는 그런 지도자가 되고 싶어요, 잘 해서 제자들을 많이 양성해야죠."]

김창준 코치의 축구 인생 2막, 또 한 번 빛나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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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탈북민 축구선수…지도자로 인생 2막
    • 입력 2020-10-31 08:25:21
    • 수정2020-10-31 08:37:07
    남북의 창
[앵커]

열두살 때 가족과 함께 남한으로 건너와 처음에는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공을 차고 놀던 탈북민 어린이가 있었는데요,

축구의 길로 나선 뒤, 탈북민으로는 처음으로 유소년 축구 국가대표에 발탁됐고, 프로 축구 선수로도 활약했다고 합니다.

유소년 국가대표 때는 남한 대표로 북한과 경기도 치렀다는데요, 최근에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축구 인생 2막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제 지도자로 새로운 도전에 나선 김창준 코치를 ‘통일로 미래로’에서 만났습니다.

채유나 리포터가 소개합니다.

[리포트]

날씨가 너무 좋아요.

진짜 가을이 왔다는 게 물씬 느껴지는데요.

제가 오늘 초등학교에 왔습니다.

초등학생들이 장래희망 1순위가 운동선수라고 하잖아요.

오늘 제가 초등학교에 온 이유 딱 하나 있습니다.

특별한 선생님이 있다고 해서 왔는데요.

도대체 어떤 선생님이길래 그렇게 특별하다고 하는지 여러분 저랑 함께 가보시죠.

미래의 축구 꿈나무들이 운동장에서 수준 높은 기량을 펼칩니다.

축구선수를 꿈꾸며 구슬땀을 흘리는 서울 구룡초등학교 축구부 학생들..

코치 선생님의 능숙한 기술에 모두 눈을 떼지 못하네요.

["여러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제가 여기 정말 특별한 선생님이 있다고 해서 찾아왔거든요."]

[김창준/코치/탈북민 : "네 바로 접니다. 여기가 제 모교거든요. 여기 졸업생이고 졸업해서 훈련하다가 다시 돌아와서 아이들을 가르치게 됐습니다."]

김창준 코치는 열두 살 때 가족들과 함께 남한으로 온 탈북민입니다.

어린 시절,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는 홀로 공을 가지고 놀았다고 하는데요.

초등학교 5학년 때 축구부 김영곤 감독의 눈에 띄어 선수의 꿈을 키웠습니다.

[김영곤/구룡초 축구부 감독 : "창준이 초등학교 때 우연히 교회에서 운동하고 노는 걸 보고 소질이 있어 보여서 훈련을 시켰는데 점점 더 실력이 올라가는 모습을 보게 됐죠."]

축구를 시작한 지 3년 만인 2010년, 유소년 축구 국가대표로 발탁돼 북한과 경기를 치르기도 했습니다.

[김창준/코치/탈북민 : "그때 당시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죠. 유소년 대표긴 했지만 그래도 그때 당시 제 느낌으론 정말 내가 열심히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해서 열심히 한 결과가 나오는구나."]

고등학생 때 제주 유나이티드 유스팀에 입단했고대학에선 리그 수비수로 활약했습니다.

프로팀에 입단까지 했지만, 아쉽게도 국가대표 태극마크는 달지 못했습니다.

[김창준/코치/탈북민 : "신체조건 때문에도 주변에서 많이 걱정했고, 제 자리가 수비수다 보니까 프로 경쟁에서 밀리는 건 사실이더라고요. 결국에 마지막 테스트 보면서 프로에선 지금 당장은 힘들 거 같다."]

선수의 길은 접었지만 가장 좋아하는 축구를 포기할 수 없어 지도자를 택했다고 합니다.

[김형준/구룡초 축구부 : "(김창준 코치님이 축구선수였던 거 혹시 알고 있었어요?) 네. 코치님이랑 친한데 코치님이 축구선수였다는 게 뿌듯했어요."]

[허재영/구룡초 축구부 : "슛 때리는 거도 가르쳐 주시고 드리블하는 거랑 리프팅하는 것도 가르쳐주세요."]

지금은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코치입니다.

[김영곤/구룡초 축구부 감독 : "제가 안 올 땐 아이들이 물어보진 않던데 김창준 선생님이 무슨 일 있어서 안 오면 왜 안오냐고 왜 안오시냐고 그럴 땐 조금 서운하더라고요. 제가 가르친 제자지만 지금 봤을 때 너무 대견한 부분이 많은 거 같아요."]

아이들이 모두 집에 돌아간 시간, 김창준 코치는 곧 치를 생활체육지도사 자격증 시험 준비에 쉴 틈이 없습니다.

지도자가 되기 위해선 실전도 중요하지만 이론 공부도 필수라는데요.

[김창준/코치/탈북민 : "실기 가서 구술시험이라든지 면접시험에 있어서 유소년에 대한 유의사항이라든지 갖춰야 할 자질 그리고 스포츠의 규칙들 좀 더 세부적으로 자세하게 알고 있어야..."]

["엄마~"]

창준 씨가 꿈을 향해 나갈 수 있었던 건 묵묵히 자신을 지지해 준 가족의 힘이 컸습니다.

서로의 일을 하다 보니 떨어져 지내는 엄마를 만나는 것도 쉽지 않다고 하는데요.

[[김창준/코치/탈북민 : "(여기는 어떻게 오신 거예요?) 엄마 원하는 거 하나 사드리려고 제가 왔습니다."]

평소에 전하지 못했던 마음,

선물로 듬뿍 담습니다.

["그래, 이런 거 예쁘다. (이거 한번 신어볼까?) 보세요. 이쁘죠. (괜찮네. 바로 신고 가도 되겠다.) "]

["사장님 저희 이걸로 해주시고요. 바로 신고 갈게요."]

["엄마 맘에 들어요? (내 맘에 딱 들어. 너무 예쁘고.) "]

["예쁘다, 근데. (너무나 좋아요.) 다행이다."]

오랜만에 보내는 단란한 시간에 모자는 웃음이 끊이질 않습니다.

["(맛이 어떠세요, 어머니?) 너무 맛있어요. 아들 덕에 너무 맛있는 거 먹네요."]

든든하게 자란 막내아들이 어머니는 대견하기만 합니다.

[김창해/김창준 코치 어머니 : "저도 다른 부모들처럼 시합하고 하면 매일 못 갔거든요. 가지 못해도 창준이가 또 엄마 심정 아니까 엄마 오지마 엄마 오면 자기가 더 축구가 안된다며.."]

선수를 꿈꾸던 학생에서 지도자라는 새로운 미래를 향하는 창준 씨의 마음가짐도 남다릅니다.

[김창준/코치/탈북민 : "꿈을 정했다기보단 앞으로 나아가면서 꿈을 만들려고 해요. 아이들 가르치면서 아이들이 졸업하고 아이들이 성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기억하고 찾아오고 할 수 있는 그런 지도자가 되고 싶어요, 잘 해서 제자들을 많이 양성해야죠."]

김창준 코치의 축구 인생 2막, 또 한 번 빛나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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