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원에 담긴 대구시의 ‘모순’

입력 2020.11.06 (13:20) 수정 2020.11.06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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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가 <재단법인 대구관광재단>을 설립합니다. "관광산업 육성을 전담할 관광전담기관"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평소였다면 납득할 수 있는 정책 결정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지역 사회를 강타했고, 또 대구 경북 행정통합이 추진 중인 2020년, 이 결정에 여러 가지 의문이 제기됩니다.

■ 마른 수건 짜낸다더니…

대구시가 대구시의회에 제출한 출연 계획안에 따르면 대구관광재단의 내년 예산은 20억 원입니다. 내년도 인건비 9억 4천만 원과 운영경비 9억 6천만 원 등이며, 전액 대구시 시비로 편성됐습니다. 평소였다면 대구광역시라는 거대 자치단체 입장에서 20억 원이 큰돈은 아닙니다. 하지만 문제는 시점입니다.

대구는 지난 2월 이후, 신천지 발 코로나19 사태로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후 2차례 긴급 생계 자금을 집행하면서 상당한 예산을 써버렸습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 9월 기자회견에서 "대구시가 지원할 수 있는 부분들은 모든 지방정부 재정이 고갈됐다. 마른 수건을 짜서 예산을 마련해서 전 시민에게 나눠주고 있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시장의 '마른 수건' 발언은 전체적인 긴축 재정 기조로 이어졌죠.

이런 긴축 재정 환경에서 대구관광재단 설립이 지금 당장 추진해야 할 만큼 중요한 사안인지 의문이 제기됩니다.

또 한 가지. 대구관광재단이 설립되면서 임기 3년의 '출자출연 기관 대표' 자리도 새로 생깁니다. 그래서 '낙하산 자리 만들기' 아니냐는 의혹도 나옵니다.

대구시 관계자는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초빙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도 의혹이 제기되는 건 대구시의 여러 전례 때문입니다.

당장 재단법인 대구 평생학습진흥원이 내년 1월 출범하는데, 대구시가 초대 원장으로 내정한 인물은 '대구시 특보 출신'으로, 지난 국회의원 선거 때 예비후보로 활동했던 인사입니다. 신임 원장 내정자의 주요 경력은 '학습'이나 '교육'과는 무관했고, 그래서 낙하산 논란이 제기됐습니다.

대구관광재단은 예외가 될 수 있을까요?

■ 행정 통합한다면서…

대구시와 경상북도는 광역자치단체 행정 통합을 추진 중입니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제안했고, 이를 위한 공론화위원회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권영진 시장은 최근 토론회 자리에서 대구·경북의 행정통합 시한은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2022년 6월'이라고 못 박기도 했습니다.

시장의 의지대로 대구시와 경상북도가 통합된다면, 여러 부서와 기관이 통폐합됩니다. 그리고 관광 분야는 통합 1순위가 될 겁니다. 실제 대구시와 경상북도는 '2020년 대구 경북 관광의 해'를 함께 준비하는 등 관광은 행정기관이 협력하기 가장 좋은 분야 중 하나입니다.

또한, 경북에는 2012년부터 경북문화관광공사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행정통합'이란 변수를 감안한다면, 어쩌면 대구관광재단은 1~2년에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대구시장은 2022년 통합을 외치면서 또 한편으로는 별도의 외부 관광 조직을 만드는 모순, 이것이 현재의 대구시 모습입니다.

대구관광재단이 다채로운 대구를 만들 수 있을까요? 대구관광재단이 다채로운 대구를 만들 수 있을까요?

대구관광재단이 대구시의 주장대로 침체한 대구 관광 산업을 다시 일으킬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을까요?
아니면 또 하나의 예산 낭비 사례, 낙하산 인물 사례로 기록될까요.?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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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억 원에 담긴 대구시의 ‘모순’
    • 입력 2020-11-06 13:20:47
    • 수정2020-11-06 13:22:25
    취재K

대구시가 <재단법인 대구관광재단>을 설립합니다. "관광산업 육성을 전담할 관광전담기관"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평소였다면 납득할 수 있는 정책 결정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지역 사회를 강타했고, 또 대구 경북 행정통합이 추진 중인 2020년, 이 결정에 여러 가지 의문이 제기됩니다.

■ 마른 수건 짜낸다더니…

대구시가 대구시의회에 제출한 출연 계획안에 따르면 대구관광재단의 내년 예산은 20억 원입니다. 내년도 인건비 9억 4천만 원과 운영경비 9억 6천만 원 등이며, 전액 대구시 시비로 편성됐습니다. 평소였다면 대구광역시라는 거대 자치단체 입장에서 20억 원이 큰돈은 아닙니다. 하지만 문제는 시점입니다.

대구는 지난 2월 이후, 신천지 발 코로나19 사태로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후 2차례 긴급 생계 자금을 집행하면서 상당한 예산을 써버렸습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 9월 기자회견에서 "대구시가 지원할 수 있는 부분들은 모든 지방정부 재정이 고갈됐다. 마른 수건을 짜서 예산을 마련해서 전 시민에게 나눠주고 있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시장의 '마른 수건' 발언은 전체적인 긴축 재정 기조로 이어졌죠.

이런 긴축 재정 환경에서 대구관광재단 설립이 지금 당장 추진해야 할 만큼 중요한 사안인지 의문이 제기됩니다.

또 한 가지. 대구관광재단이 설립되면서 임기 3년의 '출자출연 기관 대표' 자리도 새로 생깁니다. 그래서 '낙하산 자리 만들기' 아니냐는 의혹도 나옵니다.

대구시 관계자는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초빙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도 의혹이 제기되는 건 대구시의 여러 전례 때문입니다.

당장 재단법인 대구 평생학습진흥원이 내년 1월 출범하는데, 대구시가 초대 원장으로 내정한 인물은 '대구시 특보 출신'으로, 지난 국회의원 선거 때 예비후보로 활동했던 인사입니다. 신임 원장 내정자의 주요 경력은 '학습'이나 '교육'과는 무관했고, 그래서 낙하산 논란이 제기됐습니다.

대구관광재단은 예외가 될 수 있을까요?

■ 행정 통합한다면서…

대구시와 경상북도는 광역자치단체 행정 통합을 추진 중입니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제안했고, 이를 위한 공론화위원회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권영진 시장은 최근 토론회 자리에서 대구·경북의 행정통합 시한은 지방선거가 치러지는 '2022년 6월'이라고 못 박기도 했습니다.

시장의 의지대로 대구시와 경상북도가 통합된다면, 여러 부서와 기관이 통폐합됩니다. 그리고 관광 분야는 통합 1순위가 될 겁니다. 실제 대구시와 경상북도는 '2020년 대구 경북 관광의 해'를 함께 준비하는 등 관광은 행정기관이 협력하기 가장 좋은 분야 중 하나입니다.

또한, 경북에는 2012년부터 경북문화관광공사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행정통합'이란 변수를 감안한다면, 어쩌면 대구관광재단은 1~2년에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대구시장은 2022년 통합을 외치면서 또 한편으로는 별도의 외부 관광 조직을 만드는 모순, 이것이 현재의 대구시 모습입니다.

대구관광재단이 다채로운 대구를 만들 수 있을까요?
대구관광재단이 대구시의 주장대로 침체한 대구 관광 산업을 다시 일으킬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을까요?
아니면 또 하나의 예산 낭비 사례, 낙하산 인물 사례로 기록될까요.?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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