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에 무슨 일이? 변해가는 극지방 “남의 일 아니다”

입력 2020.11.07 (06:47) 수정 2020.11.07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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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무려 50일 넘게 계속됐던 올 여름 장마, 기억하실 겁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시베리아 이상 기후가 한반도에까지 영향을 미친 건데요.

영구동토층이라던 시베리아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지구 온난화와 이로 인한 감염병 출현이 되풀이되는 현장을 최창봉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인간이 사는 가장 추운 곳 중 하나로 꼽히는 북극권 내 야말 반도.

모스크바를 출발해 꼬박 이틀을 이동하면 툰드라 유목 지대에 도착합니다.

이곳에서 대대손손 순록을 치며 살아온 유목민 가족을 만났습니다.

예전엔 여름철에도 섭씨 20도를 넘는 날이 거의 없었는데, 몇 해 전부턴 30도를 넘나드는 날이 잦아졌다고 합니다.

[바짐/툰드라 유목민 : "순록들한테 발굽병이 돌기 시작했어요. 땅이 건조해지면 바닥이 순록의 발을 찔러 다리를 절기 시작해요. (더위 때문에요?) 네 맞아요."]

겨울에 눈이 줄어 땅이 건조해지고 여름은 더 더워지면서 순록은 살기 어려워졌습니다.

["여기 이 발 부분이 부풀어 오릅니다. 여기 상처 보이시죠?"]

["이리 와! 이쪽, 이쪽으로!"]

["모기가 많아서 집을 만들어줬어요. 이렇게 순록들이 알아서 드나들어요."]

어머니 안나 씨는 최근 전기 냉동고를 장만했습니다.

길어진 여름 탓에 이제 냉동고는 생활의 일부가 됐습니다.

[안나/툰드라 유목민 : "예전에는 땅을 파서 음식물을 보관했죠. 지금은 고기를 다 냉동고에 보관해요. 오래 두고 먹을 수 있어서 좋죠. 전에는 6월에도 계속 눈이 와 쌓이는데 올해는 6월에 눈이 없었어요."]

이 지역의 한 호수에선 올해 7월, 고대 매머드 화석이 발견됐습니다.

만년 전 사체지만 얼음 속에 파묻혀있어 근육과 연골, 섬유조직이 고스란히 보존됐습니다.

사체 안에 어떤 미생물이나 바이러스가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뜻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빙하와 영구동토층이 잇따라 녹으면서 잠자고 있던 병원체 발견이 속속 보고되고 있습니다.

[키릴 이스토민/유럽대 북극사회연구소 선임연구원 : "만약 (고대의) 신종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침투한다면 그 정체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4년 전에도 시베리아 영구동토가 녹으면서 얼어있던 순록이 드러났습니다.

사체 속 탄저균이 되살아나 12살 소년이 숨지고 유목민 20여 명이 감염됐으며 순록 수백 마리가 폐사하기도 했습니다.

[바짐/툰드라 유목민 : "탄저병이 다시 돌면 순록들은 다 죽어요. 모든 게 더위에 달려 있어요. 여름에 선선해야 순록들이 잘 삽니다."]

이 거대한 분화구는 녹아내린 영구동토층에서 막대한 양의 메탄가스가 방출되면서 형성된 구덩이입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수십 배 강력한 온실가스입니다.

온난화로 얼음이 녹고 여기서 나온 온실가스가 다시 온난화를 부추기며, 이 때문에 병원체가 출현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입니다.

시베리아의 이상 고온은 이제 안나 씨 가족만의 문제가 아닌, 바로 인류 생존의 문제입니다.

KBS 뉴스 최창봉입니다.

러시아 취재PD:박정곤/러시아 촬영:알렉산더 신/영상편집:여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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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베리아에 무슨 일이? 변해가는 극지방 “남의 일 아니다”
    • 입력 2020-11-07 06:47:54
    • 수정2020-11-07 07: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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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무려 50일 넘게 계속됐던 올 여름 장마, 기억하실 겁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시베리아 이상 기후가 한반도에까지 영향을 미친 건데요.

영구동토층이라던 시베리아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지구 온난화와 이로 인한 감염병 출현이 되풀이되는 현장을 최창봉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인간이 사는 가장 추운 곳 중 하나로 꼽히는 북극권 내 야말 반도.

모스크바를 출발해 꼬박 이틀을 이동하면 툰드라 유목 지대에 도착합니다.

이곳에서 대대손손 순록을 치며 살아온 유목민 가족을 만났습니다.

예전엔 여름철에도 섭씨 20도를 넘는 날이 거의 없었는데, 몇 해 전부턴 30도를 넘나드는 날이 잦아졌다고 합니다.

[바짐/툰드라 유목민 : "순록들한테 발굽병이 돌기 시작했어요. 땅이 건조해지면 바닥이 순록의 발을 찔러 다리를 절기 시작해요. (더위 때문에요?) 네 맞아요."]

겨울에 눈이 줄어 땅이 건조해지고 여름은 더 더워지면서 순록은 살기 어려워졌습니다.

["여기 이 발 부분이 부풀어 오릅니다. 여기 상처 보이시죠?"]

["이리 와! 이쪽, 이쪽으로!"]

["모기가 많아서 집을 만들어줬어요. 이렇게 순록들이 알아서 드나들어요."]

어머니 안나 씨는 최근 전기 냉동고를 장만했습니다.

길어진 여름 탓에 이제 냉동고는 생활의 일부가 됐습니다.

[안나/툰드라 유목민 : "예전에는 땅을 파서 음식물을 보관했죠. 지금은 고기를 다 냉동고에 보관해요. 오래 두고 먹을 수 있어서 좋죠. 전에는 6월에도 계속 눈이 와 쌓이는데 올해는 6월에 눈이 없었어요."]

이 지역의 한 호수에선 올해 7월, 고대 매머드 화석이 발견됐습니다.

만년 전 사체지만 얼음 속에 파묻혀있어 근육과 연골, 섬유조직이 고스란히 보존됐습니다.

사체 안에 어떤 미생물이나 바이러스가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뜻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빙하와 영구동토층이 잇따라 녹으면서 잠자고 있던 병원체 발견이 속속 보고되고 있습니다.

[키릴 이스토민/유럽대 북극사회연구소 선임연구원 : "만약 (고대의) 신종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침투한다면 그 정체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4년 전에도 시베리아 영구동토가 녹으면서 얼어있던 순록이 드러났습니다.

사체 속 탄저균이 되살아나 12살 소년이 숨지고 유목민 20여 명이 감염됐으며 순록 수백 마리가 폐사하기도 했습니다.

[바짐/툰드라 유목민 : "탄저병이 다시 돌면 순록들은 다 죽어요. 모든 게 더위에 달려 있어요. 여름에 선선해야 순록들이 잘 삽니다."]

이 거대한 분화구는 녹아내린 영구동토층에서 막대한 양의 메탄가스가 방출되면서 형성된 구덩이입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수십 배 강력한 온실가스입니다.

온난화로 얼음이 녹고 여기서 나온 온실가스가 다시 온난화를 부추기며, 이 때문에 병원체가 출현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입니다.

시베리아의 이상 고온은 이제 안나 씨 가족만의 문제가 아닌, 바로 인류 생존의 문제입니다.

KBS 뉴스 최창봉입니다.

러시아 취재PD:박정곤/러시아 촬영:알렉산더 신/영상편집:여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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