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돌산도 ‘갓박사’ 탄생…탈북민의 귀농일기

입력 2020.11.07 (08:30) 수정 2020.11.07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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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힘겨운 탈북 과정을 거쳐 남한으로 왔지만 탈북민에게 도시 정착은 낯설고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경쟁적인 도시보다는 좀 더 익숙한 농촌으로 발길을 돌리는 탈북민이 점차 늘고 있습니다.

도시 생활을 하다 5년 전 여수시 돌산으로 들어와 지역특산물인 ‘갓’ 농사로 정착한 탈북민이 있는데요.

오늘 ‘통일로 미래로’에서는 여수 갓 박사라 불리는 유지현 씨를 채유나 리포터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남해의 푸른 바다를 품고 있는 전라남도 여수.

육지와 다리로 연결된 돌산은 섬이지만 토양이 비옥해 농산물로도 유명한 곳입니다.

여러분 여기가 어딘 줄 아세요?

여수입니다.

여수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명물 중의 하나가 바로 돌산 갓인데요.

시원한 바람이 부는 지금이 가장 맛있는 시기라고 합니다.

돌산 갓의 매력에 흠뻑 빠져서 귀농한 탈북민이 있다고 합니다.

저쪽에서 수확이 한창이라고 하는데요.

함께 가보시죠.

초록빛이 가득한 밭에서 탈북민 유지현 씨가 지난여름 파종한 갓을 수확하고 있습니다.

마을 어르신들도 나서서 일손을 보태고 있는데요.

["(갓김치 고장 돌산, 제가 제대로 온 거 맞나요?) 네, 맞습니다. (뭐하고 계셨어요?) 갓 작업 하고 있어요. 김장철도 되고 지금 한창 바빠요."]

2003년 탈북한 지현 씨는 처음엔 도시에 정착해 10년 넘게 공장과 음식점 등을 오가며 일을 했습니다.

북한과 다른 환경에다 특별한 기술이 없어 정착이 쉽지 않았다는데요.

우연히 갓을 수확하는 밭에 일손을 돕기 위해 왔다가 농사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합니다.

[유지현/탈북 영농인 : "처음에는 농사 기본 목적으로 들어온 것이 아니고 우리 아저씨 고향이니까 여기 갓을 많이 재배하니까 첨에 그냥 일한다고 왔다가 귀농하게 됐죠."]

언제나 응원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 든든한 남편 태진 씨도 지현 씨의 선택을 존중했습니다.

[김태진/유지현 씨 남편 : "(아내 보면 어때요?) 타지에서 와서 고생을 많이 했는데 너무 힘들고 너무 안쓰럽죠. 농사라는 게 안 힘듭니까."]

어느덧 귀농 5년 째.. 초보 농사꾼이었던 지현 씨는 만 2천 평의 갓밭을 일구는 어엿한 농부가 되었습니다.

[유지현/탈북 영농인 : "식당일도 하고 회사도 다니고 여기저기 쫓아다녔는데 내가 직접 할 수 있는 일을 가지게 된 것이 행복하죠. 내가 열심히 살고 부지런히 노력한 것만큼 살아가는 데 많이 도움이 되고 하니까."]

[김태진/유지현 씨 남편 : "떠돌이 인생 살다가 정착하니까 사람 마음이 안정도 되고 그렇지."]

북한에서 왔다고 낯설어하던 마을 어르신들과도 이제는 마음을 나누는 이웃이 되었습니다.

[이정자/이웃 주민 : "우리들한테도 잘하고 굉장히 잘해. 친절해 사람이. 그만큼 생활력이 강해. (야무지신가 봐요.) 야무져. 차도 잘 몰고."]

[정수덕/이웃 주민 : "완전히 성실하고 이런 것도 잘하고 모르는 게 없어. 1등이야, 1등. 갓에 대해선 박사야 박사."]

갓 수확 작업은 씨 뿌리기나 비료 주기와 달리 직접 손으로 하나하나 작업해야 한다는데요.

[유지현/탈북 영농인 : "많은 양을 재배하다 보니까 재배하려면 둘이 힘으로 할 수 없는 것이 갓 캐는거거든요. 우리 어머니들이 도와주니까..."]

저도 오늘만큼은 어르신들과 함께 일손을 보태기로 했습니다.

["(어머니 생각보다 쉬운데요.) 빨리 빨리 해봐. 빨리 빨리. (어머니 일하시면서 힘들 때 어떻게 해요?) 노래도 부르고 즐겁게 이야기도 하고 그러지요. 돌산 갓은 맛이 좋아요~"]

돌산 갓은 독특한 향과 톡 쏘는 매운맛이 일품이라고 하는데요.

여러분 보이시나요.

갓 정말 실하죠.

오늘 제가 직접 수확한 갓입니다.

생으로 먹어도 맛있지만요, 역시 갓은 김치로 먹어야 제일이죠.

직접 수확한 갓으로 김치를 만들러 가볼 건데요.

그 맛이 너무 기대됩니다. 함께 가보시죠.

여수에서 1시간 넘게 달려 도착한 전라남도 구례군.

최근 유지현 씨는 갓 김치 담는 법을 배우기 위해 김치 명인을 찾아 수업을 받고 있는데요.

[김영희/남도김치 명인 : "줄기가 절여질 수 있도록 10% 소금물에 12시간 정도 절여야 해요. 그래야 갓김치로서는 최상의 맛이 납니다."]

단순히 농사만 짓는 게 아니라 갓김치를 담가 상품으로 내놓을 예정입니다.

[유지현/탈북 영농인 : "(김치 만드는 법을 배우는 이유가 있을까요?) 돌산에는 명품이잖아요, 갓이. 갓이 명품이니까 저도 김치까지 담아야 완벽하게 갓 재배를 한다고 할 수 있죠. 남도 김치를 배우려면 여기 와야만 배울 수 있잖아요."]

일주일에 두 번씩 이곳을 방문해 감칠맛을 내기 위한 요리법을 배우고 있는데요. 이곳에선 이미 유명 인사입니다.

[김종복/충청북도 영동군 : "탈북해서 정착해서 농사일하면서 교육받는 게 쉽지 않은데 열의가 대단합니다."]

지현 씨가 농사지은 갓으로 만든 갓김치, 과연 그 맛은 어떨까요?

["생각보다 짜지 않네요. 젓갈 맛이 엄청 진하게 나요."]

[김영희/전남 김치 명인 : "(지현 씨 갓은 몇 점인가요?) 100점 만점에 101점. 오늘 갓 보니까 적당하게 잘 키웠어요. 크기도 알맞고 매운맛도 적당하고. 이 갓은 아마 이 맛으로 담으면 우리나라 최고의 맛으로 평가를 받을 거예요."]

농사일부터 김치까지 돌산 갓의 매력에 푹 빠진 유지현 씨.

그 어느 때보다 갓을 키우면서부터 남한 땅에 두 발로 제대로 정착할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유지현/탈북 영농인 : "갓은 선물 같은 존재거든요. 갓은 잘 재배해서 터득했는데요. 아직까진 김치는 잘 담지 못하니까 열심히 배우고 부지런히 해서 김치도 잘 담는 박사로 불리고 싶습니다."]

이제는 농사에 이어 상품 판로까지 구상하고 있다는데요.

돌산 ‘갓 박사’의 새로운 도전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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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돌산도 ‘갓박사’ 탄생…탈북민의 귀농일기
    • 입력 2020-11-07 08:30:15
    • 수정2020-11-07 08:4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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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힘겨운 탈북 과정을 거쳐 남한으로 왔지만 탈북민에게 도시 정착은 낯설고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경쟁적인 도시보다는 좀 더 익숙한 농촌으로 발길을 돌리는 탈북민이 점차 늘고 있습니다.

도시 생활을 하다 5년 전 여수시 돌산으로 들어와 지역특산물인 ‘갓’ 농사로 정착한 탈북민이 있는데요.

오늘 ‘통일로 미래로’에서는 여수 갓 박사라 불리는 유지현 씨를 채유나 리포터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남해의 푸른 바다를 품고 있는 전라남도 여수.

육지와 다리로 연결된 돌산은 섬이지만 토양이 비옥해 농산물로도 유명한 곳입니다.

여러분 여기가 어딘 줄 아세요?

여수입니다.

여수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명물 중의 하나가 바로 돌산 갓인데요.

시원한 바람이 부는 지금이 가장 맛있는 시기라고 합니다.

돌산 갓의 매력에 흠뻑 빠져서 귀농한 탈북민이 있다고 합니다.

저쪽에서 수확이 한창이라고 하는데요.

함께 가보시죠.

초록빛이 가득한 밭에서 탈북민 유지현 씨가 지난여름 파종한 갓을 수확하고 있습니다.

마을 어르신들도 나서서 일손을 보태고 있는데요.

["(갓김치 고장 돌산, 제가 제대로 온 거 맞나요?) 네, 맞습니다. (뭐하고 계셨어요?) 갓 작업 하고 있어요. 김장철도 되고 지금 한창 바빠요."]

2003년 탈북한 지현 씨는 처음엔 도시에 정착해 10년 넘게 공장과 음식점 등을 오가며 일을 했습니다.

북한과 다른 환경에다 특별한 기술이 없어 정착이 쉽지 않았다는데요.

우연히 갓을 수확하는 밭에 일손을 돕기 위해 왔다가 농사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합니다.

[유지현/탈북 영농인 : "처음에는 농사 기본 목적으로 들어온 것이 아니고 우리 아저씨 고향이니까 여기 갓을 많이 재배하니까 첨에 그냥 일한다고 왔다가 귀농하게 됐죠."]

언제나 응원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 든든한 남편 태진 씨도 지현 씨의 선택을 존중했습니다.

[김태진/유지현 씨 남편 : "(아내 보면 어때요?) 타지에서 와서 고생을 많이 했는데 너무 힘들고 너무 안쓰럽죠. 농사라는 게 안 힘듭니까."]

어느덧 귀농 5년 째.. 초보 농사꾼이었던 지현 씨는 만 2천 평의 갓밭을 일구는 어엿한 농부가 되었습니다.

[유지현/탈북 영농인 : "식당일도 하고 회사도 다니고 여기저기 쫓아다녔는데 내가 직접 할 수 있는 일을 가지게 된 것이 행복하죠. 내가 열심히 살고 부지런히 노력한 것만큼 살아가는 데 많이 도움이 되고 하니까."]

[김태진/유지현 씨 남편 : "떠돌이 인생 살다가 정착하니까 사람 마음이 안정도 되고 그렇지."]

북한에서 왔다고 낯설어하던 마을 어르신들과도 이제는 마음을 나누는 이웃이 되었습니다.

[이정자/이웃 주민 : "우리들한테도 잘하고 굉장히 잘해. 친절해 사람이. 그만큼 생활력이 강해. (야무지신가 봐요.) 야무져. 차도 잘 몰고."]

[정수덕/이웃 주민 : "완전히 성실하고 이런 것도 잘하고 모르는 게 없어. 1등이야, 1등. 갓에 대해선 박사야 박사."]

갓 수확 작업은 씨 뿌리기나 비료 주기와 달리 직접 손으로 하나하나 작업해야 한다는데요.

[유지현/탈북 영농인 : "많은 양을 재배하다 보니까 재배하려면 둘이 힘으로 할 수 없는 것이 갓 캐는거거든요. 우리 어머니들이 도와주니까..."]

저도 오늘만큼은 어르신들과 함께 일손을 보태기로 했습니다.

["(어머니 생각보다 쉬운데요.) 빨리 빨리 해봐. 빨리 빨리. (어머니 일하시면서 힘들 때 어떻게 해요?) 노래도 부르고 즐겁게 이야기도 하고 그러지요. 돌산 갓은 맛이 좋아요~"]

돌산 갓은 독특한 향과 톡 쏘는 매운맛이 일품이라고 하는데요.

여러분 보이시나요.

갓 정말 실하죠.

오늘 제가 직접 수확한 갓입니다.

생으로 먹어도 맛있지만요, 역시 갓은 김치로 먹어야 제일이죠.

직접 수확한 갓으로 김치를 만들러 가볼 건데요.

그 맛이 너무 기대됩니다. 함께 가보시죠.

여수에서 1시간 넘게 달려 도착한 전라남도 구례군.

최근 유지현 씨는 갓 김치 담는 법을 배우기 위해 김치 명인을 찾아 수업을 받고 있는데요.

[김영희/남도김치 명인 : "줄기가 절여질 수 있도록 10% 소금물에 12시간 정도 절여야 해요. 그래야 갓김치로서는 최상의 맛이 납니다."]

단순히 농사만 짓는 게 아니라 갓김치를 담가 상품으로 내놓을 예정입니다.

[유지현/탈북 영농인 : "(김치 만드는 법을 배우는 이유가 있을까요?) 돌산에는 명품이잖아요, 갓이. 갓이 명품이니까 저도 김치까지 담아야 완벽하게 갓 재배를 한다고 할 수 있죠. 남도 김치를 배우려면 여기 와야만 배울 수 있잖아요."]

일주일에 두 번씩 이곳을 방문해 감칠맛을 내기 위한 요리법을 배우고 있는데요. 이곳에선 이미 유명 인사입니다.

[김종복/충청북도 영동군 : "탈북해서 정착해서 농사일하면서 교육받는 게 쉽지 않은데 열의가 대단합니다."]

지현 씨가 농사지은 갓으로 만든 갓김치, 과연 그 맛은 어떨까요?

["생각보다 짜지 않네요. 젓갈 맛이 엄청 진하게 나요."]

[김영희/전남 김치 명인 : "(지현 씨 갓은 몇 점인가요?) 100점 만점에 101점. 오늘 갓 보니까 적당하게 잘 키웠어요. 크기도 알맞고 매운맛도 적당하고. 이 갓은 아마 이 맛으로 담으면 우리나라 최고의 맛으로 평가를 받을 거예요."]

농사일부터 김치까지 돌산 갓의 매력에 푹 빠진 유지현 씨.

그 어느 때보다 갓을 키우면서부터 남한 땅에 두 발로 제대로 정착할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유지현/탈북 영농인 : "갓은 선물 같은 존재거든요. 갓은 잘 재배해서 터득했는데요. 아직까진 김치는 잘 담지 못하니까 열심히 배우고 부지런히 해서 김치도 잘 담는 박사로 불리고 싶습니다."]

이제는 농사에 이어 상품 판로까지 구상하고 있다는데요.

돌산 ‘갓 박사’의 새로운 도전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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