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약갱신청구권 안 쓸 테니, 이사비 달라?
맞벌이하며 아이를 키우고 있는 김 모 씨는 지난해 7월 직장 근처로 이사하면서 원래 살던 아파트를 전세로 내놨습니다. 이른바 '일시적 1가구 2주택자'가 된 겁니다. 김 씨는 세금을 피하려고 될 수 있는 대로 이른 시일 안에 집을 팔기를 원했고, 마침 1년 전세 계약을 원하는 세입자가 있어서 계약을 맺었습니다. 세입자도 계약이 끝나면 이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 세입자는 1년 뒤 계약이 종료되자, 김 씨의 전화를 피하더니 "임대차법상 계약은 기본 2년이 보장된다"며 1년을 더 살겠다고 통보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1년을 더 기다린 김 씨는 최근 다시 집을 팔려고 내놨는데, 이번에는 세입자가 이사비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김 씨는 "중개사로부터 연락이 가면 집 좀 보여줄 수 있냐고 세입자에게 얘기했더니 '그럼 이사비를 당연히 줘야 하는 거 아니냐'"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7월 말 새 임대차법이 시행되면서 세입자에게 계약갱신청구권이 생기자, 세입자가 계속 살 마음이 없는데도 계약을 갱신하지 않는 조건으로 이사비를 요구했다는 겁니다.
김 씨는 "전세가 껴있는 집은 요즘에 사려고 하는 사람이 없다"면서, "세입자도 이걸 다 아니까 당당하게 아무렇지 않게 이사비를 요구한다"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자신은 돈을 벌려고 집을 2채를 산 것이 아니라, 이사를 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2주택자가 된 것인데 이사비를 달라는 세입자의 요구가 협박처럼 들린다고도 했습니다.
경기 용인에서 살던 아파트를 전세로 주고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서울에 새 아파트를 구입한 이 모 씨는 최근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급하게 집을 팔아야 했습니다. 원래 이사를 나가기로 했던 세입자가 임대차법이 시행된 이후 갑자기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서, 2년 뒤에나 집주인이 실거주 할 수 있는 매물이 되어버린 겁니다. 6.17 부동산 대책에 따르면 1주택자가 규제지역 내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새집을 구입해 다주택자가 된 경우, 6개월 이내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않으면 대출이 회수됩니다. 이 씨는 "시세보다 20% 낮게 팔면서 1억4천만 원 정도 손해를 봤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 계약서에 안 쓰고 월세 50만 원 달라?
전세난에 세입자들도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경남 창원에서 2억짜리 아파트에 사는 이 모 씨는 내년 1월 2년 전세계약 만기를 앞두고 있습니다. 얼마 전 집주인에게 계약갱신 의사를 밝혔더니, 집주인이 월세 50만 원을 추가로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계약 갱신을 하는 대신, 계약서에 쓰지 않고 월세 50만 원을 더 달라며 '이면계약'을 요구한 겁니다. 그러면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들을 실거주시키겠다고 했습니다.
이 씨가 월세 50만 원 추가 부담은 어렵다고 하자, 집주인은 다시 월세 35만 원을 요구했습니다. 이 씨는 "근처 집값이 많이 올라서, 통화할 때마다 집주인이 현재 전세 시세를 계속 언급했다"며, "월세를 계속 직접 언급하는 걸 보면 아들을 실제 거주시키는 게 맞는지 의심이 드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월세 상담 40% 늘어
전세난이 심화하는 가운데 집주인도 세입자도 각자 나름대로 대응에 나서며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습니다.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7월 말부터 10월 말까지, 대한법률구조공단에 접수된 전·월세 관련 상담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 넘게 늘었습니다.
■ 전세대책, '뾰족한 수'가 없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이번 주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30.1입니다. 100을 넘을수록 공급보다 수요가 더 많다는 뜻인데, 감정원이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습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이번 주 0.12% 올라 71주 연속 상승했고, 전국적으로 봐도 오름세가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민간업체인 KB국민은행의 월간 조사에서도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10월 기준 19년 2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고, 지방의 전세 공급 부족도 2016년 2월 이후 최고였습니다.
하지만 한 달 전에 대책을 내놓겠다고 한 정부는 아직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오늘(6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전세 대책에 관해 묻자 "이전에 발표한 전세공급물량 확대 등 여러 정책을 착실하게 추진하는 게 우선이라고 본다"고 답했습니다. 또 전세시장 안정화를 위해 부처 간 협의를 하고 있다고 덧붙이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특출난 대책이 있으면 벌써 정부가 다 했겠죠. 그러나 추가적으로 하여간 할 수 있는 최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씀드립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
사실상 '뾰족한 수'가 없다는 걸 인정한 건데, 전세시장 불안을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홍 부총리는 "정부는 이미 대책을 발표해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고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안정을 찾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특히 정책적 요인도 있지만 약간 계절적 요인도 있어 조금 더 (전세시장이) 불안정성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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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입자도, 집주인도 ‘난리’…이사비 요구·이면계약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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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0-11-07 09:02:35
■ 계약갱신청구권 안 쓸 테니, 이사비 달라?
맞벌이하며 아이를 키우고 있는 김 모 씨는 지난해 7월 직장 근처로 이사하면서 원래 살던 아파트를 전세로 내놨습니다. 이른바 '일시적 1가구 2주택자'가 된 겁니다. 김 씨는 세금을 피하려고 될 수 있는 대로 이른 시일 안에 집을 팔기를 원했고, 마침 1년 전세 계약을 원하는 세입자가 있어서 계약을 맺었습니다. 세입자도 계약이 끝나면 이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 세입자는 1년 뒤 계약이 종료되자, 김 씨의 전화를 피하더니 "임대차법상 계약은 기본 2년이 보장된다"며 1년을 더 살겠다고 통보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1년을 더 기다린 김 씨는 최근 다시 집을 팔려고 내놨는데, 이번에는 세입자가 이사비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김 씨는 "중개사로부터 연락이 가면 집 좀 보여줄 수 있냐고 세입자에게 얘기했더니 '그럼 이사비를 당연히 줘야 하는 거 아니냐'"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7월 말 새 임대차법이 시행되면서 세입자에게 계약갱신청구권이 생기자, 세입자가 계속 살 마음이 없는데도 계약을 갱신하지 않는 조건으로 이사비를 요구했다는 겁니다.
김 씨는 "전세가 껴있는 집은 요즘에 사려고 하는 사람이 없다"면서, "세입자도 이걸 다 아니까 당당하게 아무렇지 않게 이사비를 요구한다"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자신은 돈을 벌려고 집을 2채를 산 것이 아니라, 이사를 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2주택자가 된 것인데 이사비를 달라는 세입자의 요구가 협박처럼 들린다고도 했습니다.
경기 용인에서 살던 아파트를 전세로 주고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서울에 새 아파트를 구입한 이 모 씨는 최근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급하게 집을 팔아야 했습니다. 원래 이사를 나가기로 했던 세입자가 임대차법이 시행된 이후 갑자기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서, 2년 뒤에나 집주인이 실거주 할 수 있는 매물이 되어버린 겁니다. 6.17 부동산 대책에 따르면 1주택자가 규제지역 내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새집을 구입해 다주택자가 된 경우, 6개월 이내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않으면 대출이 회수됩니다. 이 씨는 "시세보다 20% 낮게 팔면서 1억4천만 원 정도 손해를 봤다"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 계약서에 안 쓰고 월세 50만 원 달라?
전세난에 세입자들도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경남 창원에서 2억짜리 아파트에 사는 이 모 씨는 내년 1월 2년 전세계약 만기를 앞두고 있습니다. 얼마 전 집주인에게 계약갱신 의사를 밝혔더니, 집주인이 월세 50만 원을 추가로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계약 갱신을 하는 대신, 계약서에 쓰지 않고 월세 50만 원을 더 달라며 '이면계약'을 요구한 겁니다. 그러면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아들을 실거주시키겠다고 했습니다.
이 씨가 월세 50만 원 추가 부담은 어렵다고 하자, 집주인은 다시 월세 35만 원을 요구했습니다. 이 씨는 "근처 집값이 많이 올라서, 통화할 때마다 집주인이 현재 전세 시세를 계속 언급했다"며, "월세를 계속 직접 언급하는 걸 보면 아들을 실제 거주시키는 게 맞는지 의심이 드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월세 상담 40% 늘어
전세난이 심화하는 가운데 집주인도 세입자도 각자 나름대로 대응에 나서며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습니다.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7월 말부터 10월 말까지, 대한법률구조공단에 접수된 전·월세 관련 상담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 넘게 늘었습니다.
■ 전세대책, '뾰족한 수'가 없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이번 주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30.1입니다. 100을 넘을수록 공급보다 수요가 더 많다는 뜻인데, 감정원이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습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이번 주 0.12% 올라 71주 연속 상승했고, 전국적으로 봐도 오름세가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민간업체인 KB국민은행의 월간 조사에서도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10월 기준 19년 2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고, 지방의 전세 공급 부족도 2016년 2월 이후 최고였습니다.
하지만 한 달 전에 대책을 내놓겠다고 한 정부는 아직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오늘(6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전세 대책에 관해 묻자 "이전에 발표한 전세공급물량 확대 등 여러 정책을 착실하게 추진하는 게 우선이라고 본다"고 답했습니다. 또 전세시장 안정화를 위해 부처 간 협의를 하고 있다고 덧붙이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특출난 대책이 있으면 벌써 정부가 다 했겠죠. 그러나 추가적으로 하여간 할 수 있는 최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씀드립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
사실상 '뾰족한 수'가 없다는 걸 인정한 건데, 전세시장 불안을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홍 부총리는 "정부는 이미 대책을 발표해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고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안정을 찾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특히 정책적 요인도 있지만 약간 계절적 요인도 있어 조금 더 (전세시장이) 불안정성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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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윤 기자 easynew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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