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K] 전통 농법 보전하는 완주 ‘봉동 생강’

입력 2020.11.09 (19:24) 수정 2020.11.09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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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실산 아래 만경강을 끼고 있는 전라북도 완주군 봉동.

국내 최초 생강 시배지라는 명성이 있는 만큼 수확철을 맞아 생강 캐기가 한창입니다.

몸의 냉증을 없애주고 소화를 도와주며, 구토를 없앤다고 하여 예로부터 약용으로 사용되어온 생강.

알싸한 맛을 내는 진저롤이 함유되어 있어 항암・항산화 등 약용으로서의 효능이 탁월하다는 연구 보고도 잇따릅니다.

특히 봉동 일대에서 생산된 생강은 뿌리가 굵고 섬유질이 적으며, 매운 맛이 덜하고 향이 깊어 조선시대 임금님의 진상품이었습니다.

[이정란/완주군 둔산리 : “다른 생강은 일단 약간 매운 맛이 되게 강해요. 매운 맛이 강한데, 여기는 조금 달큰하다고 표현을 해야 되나. 그러니까 약간 달달한 맛. 끝 맛이 개운한 맛.”]

지난해 12월, '완주 생강 전통농업시스템'이 국가중요농업유산 제13호로 등재되었습니다.

겨울철 생강 종자 보관을 위해 토굴을 활용한 저장시스템으로 농가의 아궁이 열을 이용한 온돌 방식, 수직강하 방식 등이 보전 가치를 인정받은 겁니다.

완주군은 전통 농업 시범단지를 조성해 그 위상을 알리고 토종 재배를 장려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용국/완주생강전통농업시스템 보존위원회 위원장 : “우리 것을 보존하기 위한 방법도 있지만, 또 소비자들의 선호도에 의해서 토종 생강의 재배 면적을 많이 늘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완주 봉동 지역은 물 빠짐이 좋은 사질 토양아래 농수로가 거미줄처럼 분포되어 있어 수분이 올라와 물마름 없이 생강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지리적 특성이 있습니다.

통기성이 좋지 않아 생강 생육에 지장을 주는 비닐을 덮는 멀칭재배법 대신, 이곳에서는 상수리잎처럼 넓은 잎이나 짚으로 흙을 덮는 일명 ‘생강풀 농법’을 고수합니다.

예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전통적으로 행해온 생강풀 농법은 생강 대가 올라오거나, 농사에 도움이 되는 미생물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이용국/완주생강전통농업시스템 보존위원회 위원장 : “(비닐을 덮는) 멀칭재배도 시도해보고 다른 방법도 시도를 해봤는데 결국에는 짚만 한 것이 없었고, 풀 덮는 것 만한 것이 없었다는 결론이 있거든요. 그래서 결국에는, 요즘에는 다른 작물은 멀칭재배를 해도 생강만은 멀칭재배를 않고 있습니다.”]

봉동 낙평리의 한 고택.

사람이 살지 않아 낡을 대로 낡은 집이지만,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되어 복원 계획에 있습니다.

고온성 작물인데다 무르기 쉬운 생강 종자를 겨울에 얼지 않게 전통적인 방식으로 보존하던 온돌식 생강굴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정희/완주군식품명품화사업단 사무국장 : “여기는 완주군 봉동에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생강을 보존하던 생강굴인데요. 아열대 작물인 생강을 한국 기후인 우리나라 기후에 맞게끔 겨울에 보관을 하기 위해서 조상님들이 개발한 방법입니다.”]

높이가 약 1.3~1.5m 정도 되는 생강굴은, 입구는 좁지만 안으로 들어가 보면 폭이 2m에 이르는 넉넉한 공간이 나옵니다.

50kg짜리 생강 포대 3,40개 정도는 보관이 가능한 이 생강굴의 비밀은 우리나라 전통가옥인 ‘온돌’에 있습니다.

구들장 밑으로 ‘고래’라 불리는 고랑을 파서 저장굴을 만들고, 아궁이의 열기로 바윗돌을 데워주는 겁니다.

그러면 굴 안의 온도는 12도에서 13도, 습도는 80에서 90%로 항상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오정희/완주군식품명품화사업단 사무국장 : “부엌에서 겨울에 난방을 위해 불을 때면 그 열기가 온돌, 안방의 온돌을 지나고 이 굴 안에를 보시면 위에 상판이 있는데요. 그 온돌과 상판 사이에 열기가 지나면서 이 굴 안에 온도를 유지하게 해줍니다.”]

독창적이고 과학적인 이러한 전통 농업 방식의 온돌식 생강굴은 봉동 지역에서만 500여 곳이 발견되었습니다.

인근에는 구릉지대의 황토 지형을 활용해 5~9m 정도 깊이의 땅을 파고 생강을 저장하는 수직강하식 생강굴도 있습니다.

사다리를 타고 안으로 내려서자, 무게 3톤에 이르는 150여 포대의 생강이 차곡차곡 저장되어 있습니다.

1930년대 이후 대규모 생강 생산이 이루어지면서 수직강하식 생강굴 336곳, 수평식 21곳 등 다양하게 밀집・분포된 겁니다.

1970년대까지 봉동 생강은 전국 생강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약용에서 식용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값싸고 재배 조건이 쉬운 중국산 수입 품종에 밀리게 됩니다.

[이용국/완주생강전통농업시스템 보존위원회 위원장 : “생강이 약용에서 식용으로 바뀌면서 토종 생강의 명맥이 위축을 받고, 생산량이 많이 나오는 중국 생강을 가져다 많이 심었어요.”]

토종 생강의 특징은 싹눈이 붉고, 씨알이 작으며, 잎과 줄기가 가늘고, 키가 작다는 것.

특유의 맛과 향은 중국산 수입 품종이 따라올 수 없을 만큼 월등한 차이를 보입니다.

[조명자/완주군 봉동읍 : “한국 생강은 이렇게 보면 빨간색이 나잖아요. 생강을 딱 잘라보면 파란 색도 약간 돌아요. 그런데 중국산 외국산은 노래요. 껍질을 벗겨보면 노래요. 그래가지고 무심심하니 맛이 없어요. 향도 없고. 그러니까 안 먹어.”]

고산면의 한 영농조합은 봉동 생강만을 고집하며 26년째 편강을 만들고 있습니다.

지금은 만경강이 품고 키워온 완주 봉동 생강이 지역의 대표 농산물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는 게 목표입니다.

[임학진/완주봉상생강조합 팀장 : “편강을 기존에는 6,70대 장년층만 많이 찾으시다가 봉동 편강의 쫄깃함과 달콤한 맛에 4,50대 중장년층 그리고 최근에는 소포장을 해서 2,30대도 많이 찾아주시고 계십니다.”]

1,300 년을 이어온 우리 토종 생강과 그 생강을 보관하던 생강굴의 뛰어난 우수성으로 이어온 완주 생강의 역사가 계속되기를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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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K] 전통 농법 보전하는 완주 ‘봉동 생강’
    • 입력 2020-11-09 19:24:57
    • 수정2020-11-09 20:01:02
    뉴스7(전주)
봉실산 아래 만경강을 끼고 있는 전라북도 완주군 봉동.

국내 최초 생강 시배지라는 명성이 있는 만큼 수확철을 맞아 생강 캐기가 한창입니다.

몸의 냉증을 없애주고 소화를 도와주며, 구토를 없앤다고 하여 예로부터 약용으로 사용되어온 생강.

알싸한 맛을 내는 진저롤이 함유되어 있어 항암・항산화 등 약용으로서의 효능이 탁월하다는 연구 보고도 잇따릅니다.

특히 봉동 일대에서 생산된 생강은 뿌리가 굵고 섬유질이 적으며, 매운 맛이 덜하고 향이 깊어 조선시대 임금님의 진상품이었습니다.

[이정란/완주군 둔산리 : “다른 생강은 일단 약간 매운 맛이 되게 강해요. 매운 맛이 강한데, 여기는 조금 달큰하다고 표현을 해야 되나. 그러니까 약간 달달한 맛. 끝 맛이 개운한 맛.”]

지난해 12월, '완주 생강 전통농업시스템'이 국가중요농업유산 제13호로 등재되었습니다.

겨울철 생강 종자 보관을 위해 토굴을 활용한 저장시스템으로 농가의 아궁이 열을 이용한 온돌 방식, 수직강하 방식 등이 보전 가치를 인정받은 겁니다.

완주군은 전통 농업 시범단지를 조성해 그 위상을 알리고 토종 재배를 장려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용국/완주생강전통농업시스템 보존위원회 위원장 : “우리 것을 보존하기 위한 방법도 있지만, 또 소비자들의 선호도에 의해서 토종 생강의 재배 면적을 많이 늘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완주 봉동 지역은 물 빠짐이 좋은 사질 토양아래 농수로가 거미줄처럼 분포되어 있어 수분이 올라와 물마름 없이 생강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지리적 특성이 있습니다.

통기성이 좋지 않아 생강 생육에 지장을 주는 비닐을 덮는 멀칭재배법 대신, 이곳에서는 상수리잎처럼 넓은 잎이나 짚으로 흙을 덮는 일명 ‘생강풀 농법’을 고수합니다.

예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전통적으로 행해온 생강풀 농법은 생강 대가 올라오거나, 농사에 도움이 되는 미생물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이용국/완주생강전통농업시스템 보존위원회 위원장 : “(비닐을 덮는) 멀칭재배도 시도해보고 다른 방법도 시도를 해봤는데 결국에는 짚만 한 것이 없었고, 풀 덮는 것 만한 것이 없었다는 결론이 있거든요. 그래서 결국에는, 요즘에는 다른 작물은 멀칭재배를 해도 생강만은 멀칭재배를 않고 있습니다.”]

봉동 낙평리의 한 고택.

사람이 살지 않아 낡을 대로 낡은 집이지만,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되어 복원 계획에 있습니다.

고온성 작물인데다 무르기 쉬운 생강 종자를 겨울에 얼지 않게 전통적인 방식으로 보존하던 온돌식 생강굴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정희/완주군식품명품화사업단 사무국장 : “여기는 완주군 봉동에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생강을 보존하던 생강굴인데요. 아열대 작물인 생강을 한국 기후인 우리나라 기후에 맞게끔 겨울에 보관을 하기 위해서 조상님들이 개발한 방법입니다.”]

높이가 약 1.3~1.5m 정도 되는 생강굴은, 입구는 좁지만 안으로 들어가 보면 폭이 2m에 이르는 넉넉한 공간이 나옵니다.

50kg짜리 생강 포대 3,40개 정도는 보관이 가능한 이 생강굴의 비밀은 우리나라 전통가옥인 ‘온돌’에 있습니다.

구들장 밑으로 ‘고래’라 불리는 고랑을 파서 저장굴을 만들고, 아궁이의 열기로 바윗돌을 데워주는 겁니다.

그러면 굴 안의 온도는 12도에서 13도, 습도는 80에서 90%로 항상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오정희/완주군식품명품화사업단 사무국장 : “부엌에서 겨울에 난방을 위해 불을 때면 그 열기가 온돌, 안방의 온돌을 지나고 이 굴 안에를 보시면 위에 상판이 있는데요. 그 온돌과 상판 사이에 열기가 지나면서 이 굴 안에 온도를 유지하게 해줍니다.”]

독창적이고 과학적인 이러한 전통 농업 방식의 온돌식 생강굴은 봉동 지역에서만 500여 곳이 발견되었습니다.

인근에는 구릉지대의 황토 지형을 활용해 5~9m 정도 깊이의 땅을 파고 생강을 저장하는 수직강하식 생강굴도 있습니다.

사다리를 타고 안으로 내려서자, 무게 3톤에 이르는 150여 포대의 생강이 차곡차곡 저장되어 있습니다.

1930년대 이후 대규모 생강 생산이 이루어지면서 수직강하식 생강굴 336곳, 수평식 21곳 등 다양하게 밀집・분포된 겁니다.

1970년대까지 봉동 생강은 전국 생강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약용에서 식용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값싸고 재배 조건이 쉬운 중국산 수입 품종에 밀리게 됩니다.

[이용국/완주생강전통농업시스템 보존위원회 위원장 : “생강이 약용에서 식용으로 바뀌면서 토종 생강의 명맥이 위축을 받고, 생산량이 많이 나오는 중국 생강을 가져다 많이 심었어요.”]

토종 생강의 특징은 싹눈이 붉고, 씨알이 작으며, 잎과 줄기가 가늘고, 키가 작다는 것.

특유의 맛과 향은 중국산 수입 품종이 따라올 수 없을 만큼 월등한 차이를 보입니다.

[조명자/완주군 봉동읍 : “한국 생강은 이렇게 보면 빨간색이 나잖아요. 생강을 딱 잘라보면 파란 색도 약간 돌아요. 그런데 중국산 외국산은 노래요. 껍질을 벗겨보면 노래요. 그래가지고 무심심하니 맛이 없어요. 향도 없고. 그러니까 안 먹어.”]

고산면의 한 영농조합은 봉동 생강만을 고집하며 26년째 편강을 만들고 있습니다.

지금은 만경강이 품고 키워온 완주 봉동 생강이 지역의 대표 농산물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는 게 목표입니다.

[임학진/완주봉상생강조합 팀장 : “편강을 기존에는 6,70대 장년층만 많이 찾으시다가 봉동 편강의 쫄깃함과 달콤한 맛에 4,50대 중장년층 그리고 최근에는 소포장을 해서 2,30대도 많이 찾아주시고 계십니다.”]

1,300 년을 이어온 우리 토종 생강과 그 생강을 보관하던 생강굴의 뛰어난 우수성으로 이어온 완주 생강의 역사가 계속되기를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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