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도 뚫은 과학화경계시스템…오작동·고장 빈번

입력 2020.11.09 (21:39) 수정 2020.11.09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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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북한에서 한 남성이 월남할 때 최전방 철책에서 경보가 울리지 않았는데요.

이러면서 이 시스템이 제 구실을 못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수천억 원을 들여 설치했는데도 고장이나 오작동이 잦아 보완이 시급해 보입니다.

지형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북한과 맞닿은 지역엔 과학화경계시스템이 설치돼 있습니다.

철책의 광케이블이 절단되거나 움직임을 감지하면 경보를 울리고, CCTV가 자동으로 비추게 됩니다.

2012년 노크 귀순 사건을 계기로 도입에 속도가 붙어 지난해까지 2,400억 원 정도가 투입됐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월남한 북한 민간인 남성이 GOP 철책을 넘을 때 경보는 울리지 않았습니다.

다른 감지 장비로 포착했고 저지선 안에서 붙잡았으니 경계 실패는 아니라는 게 군의 입장이지만, 주력 감시 시스템은 제구실을 못한 겁니다.

[서욱/국방부 장관 : "고장나지 않았습니다. 안 울렸던 것은 조금 다른 문제가 있어서 업체랑 같이 (점검해야 하고) 저희는 자체적으로는 점검을 했습니다."]

설계상으론 일정 무게 이상이 감지될 때만 경보가 울려야 합니다.

하지만 작은 야생동물이 건드리거나 물어뜯어도, 심지어 강풍에도 경보가 울리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경계병이 뛰어나가다 보니 아예 센서 감도를 일부러 둔하게 설정해 놓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생긴 고장만 한 해 60여 건, 올해는 폭우로 시스템이 설치된 철책이 쓰러진 경우가 많아 고장이 훨씬 늘었습니다.

이런데도 군은 내년에 과학화 감시 장비 추가 도입에 올해보다 16배나 많은 예산 2천억 원을 편성한 상탭니다.

병력이 줄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 선택이라지만, 장비 설계와 운용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게 더 시급한 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KBS 뉴스 지형철입니다.

영상편집:이윤진/그래픽:고석훈 박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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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간인도 뚫은 과학화경계시스템…오작동·고장 빈번
    • 입력 2020-11-09 21:39:04
    • 수정2020-11-09 22:15:54
    뉴스 9
[앵커]

최근 북한에서 한 남성이 월남할 때 최전방 철책에서 경보가 울리지 않았는데요.

이러면서 이 시스템이 제 구실을 못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수천억 원을 들여 설치했는데도 고장이나 오작동이 잦아 보완이 시급해 보입니다.

지형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북한과 맞닿은 지역엔 과학화경계시스템이 설치돼 있습니다.

철책의 광케이블이 절단되거나 움직임을 감지하면 경보를 울리고, CCTV가 자동으로 비추게 됩니다.

2012년 노크 귀순 사건을 계기로 도입에 속도가 붙어 지난해까지 2,400억 원 정도가 투입됐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월남한 북한 민간인 남성이 GOP 철책을 넘을 때 경보는 울리지 않았습니다.

다른 감지 장비로 포착했고 저지선 안에서 붙잡았으니 경계 실패는 아니라는 게 군의 입장이지만, 주력 감시 시스템은 제구실을 못한 겁니다.

[서욱/국방부 장관 : "고장나지 않았습니다. 안 울렸던 것은 조금 다른 문제가 있어서 업체랑 같이 (점검해야 하고) 저희는 자체적으로는 점검을 했습니다."]

설계상으론 일정 무게 이상이 감지될 때만 경보가 울려야 합니다.

하지만 작은 야생동물이 건드리거나 물어뜯어도, 심지어 강풍에도 경보가 울리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경계병이 뛰어나가다 보니 아예 센서 감도를 일부러 둔하게 설정해 놓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생긴 고장만 한 해 60여 건, 올해는 폭우로 시스템이 설치된 철책이 쓰러진 경우가 많아 고장이 훨씬 늘었습니다.

이런데도 군은 내년에 과학화 감시 장비 추가 도입에 올해보다 16배나 많은 예산 2천억 원을 편성한 상탭니다.

병력이 줄고 있는 상황을 감안한 선택이라지만, 장비 설계와 운용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게 더 시급한 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KBS 뉴스 지형철입니다.

영상편집:이윤진/그래픽:고석훈 박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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