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숙하겠다던 CJ 4세…그룹 지원 속 1조 원 사업 ‘무사통과’

입력 2020.11.20 (21:23) 수정 2020.11.20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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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렇게 범죄 행위로 유죄판결을 받은 재벌 3,4세 또 있죠.

지난해 마약 투약 혐의로 징역형이 선고된 재계 순위 13위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 씨입니다.

이 씨 측은 "자숙하겠다"고 했었는데, 이 씨가 최대 주주로 있는 한 회사가 최근 CJ그룹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1조 원대 해상풍력발전 사업 허가를 받은 걸로 드러났습니다.

서재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인천에서 배로 3시간. 천혜의 자연을 지닌 굴업도입니다.

평화롭던 이 섬이 최근 술렁이고 있습니다.

앞 바다에 발전기 42기를 세우겠다는 해상 풍력발전 사업안이 정부 허가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최신엽/굴업도 어민 : "여기 작업하는 배들이 이 근처 200척 돼요. 그 배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 거예요."]

허가를 따낸 업체는 CJ그룹 계열사인 씨앤아이레저산업.

주소를 찾아가보니 SG생활안전이란 회사가 나옵니다.

["(여기 '씨앤아이'인 건 맞아요?) 있어요. (사무실이 따로 있어요?) 있어요. 있다고 그러잖아요."]

공시자료를 확인해보니 직원은 단 한 명 뿐, 2017년도와 2018년도에는 영업이익과 매출이 아예 없습니다.

회사 대표이사와 이사, 그리고 감사까지 모두 CJ그룹 계열사와 본사 임원들이 겸직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들은 씨앤아이레저로부터는 보수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

[김우찬/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 "독립된 법인체라기보다는 인력을 제공해준 나머지 계열사들이 어떻게 보면 지원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죠."]

과연 어떤 회사일까? 지분구조를 확인해봤습니다.

CJ 이재현 회장의 아들 이선호 씨가 지분율 51%로 최대 주주, 나머지는 딸과 사위 등이 보유한 100% 가족 회사입니다.

최대주주 이씨는 지난해 마약 투약 혐의로 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인물입니다.

[이선호/CJ 회장 장남/2월 6일 : "(항소심 선고 나왔는데 앞으로 계획이나 이런 거 전혀 없으신가요?) ..."]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CJ 측은 "이 씨가 정직 처분을 받고 현재 자숙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KBS가 입수한 산업부의 발전사업 허가안입니다.

씨앤아이레저의 재무능력 입증 자료로 이씨의 '주식잔고 증명서'가 첨부됐습니다.

발급일자는 2월 10일, 이 씨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지 불과 나흘 뒤였습니다.

씨앤아이레저는 이씨의 주식 등을 담보로 한 대출금 1700억 원에다 타인자본, 즉 사모펀드로 1조 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내고 심사를 통과했습니다.

기술능력 심사에서는 계열사가 동원됐습니다.

대관령 풍력발전 공사를 했던 CJ대한통운의 협력의향서를 제출한 겁니다.

씨앤아이레저는 해상풍력단지가 준공되면 해마다 1천억 원에 달하는 영업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자체 분석을 내놨습니다.

[허선규/인천해양도서연구소 대표 : "재벌들의 돈벌이 수단으로밖에 생각할 수가 없어요. 공개적으로 승계하기가 어려우니까 돌려서 그런 형태로 해서 승계하는 게 아니냐 하는 생각이 많이 드는 거죠."]

이에 대해 CJ그룹 측은 "풍력발전 경영권 승계 작업과는 무관한 씨앤아이레저의 단독사업일 뿐이며, 씨앤아이레저의 등기이사는 상시업무를 수행하는 사내이사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서재희입니다.

촬영기자:김태석/영상편집:여동용/그래픽: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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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숙하겠다던 CJ 4세…그룹 지원 속 1조 원 사업 ‘무사통과’
    • 입력 2020-11-20 21:23:54
    • 수정2020-11-20 22:05:04
    뉴스 9
[앵커]

이렇게 범죄 행위로 유죄판결을 받은 재벌 3,4세 또 있죠.

지난해 마약 투약 혐의로 징역형이 선고된 재계 순위 13위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 씨입니다.

이 씨 측은 "자숙하겠다"고 했었는데, 이 씨가 최대 주주로 있는 한 회사가 최근 CJ그룹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1조 원대 해상풍력발전 사업 허가를 받은 걸로 드러났습니다.

서재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인천에서 배로 3시간. 천혜의 자연을 지닌 굴업도입니다.

평화롭던 이 섬이 최근 술렁이고 있습니다.

앞 바다에 발전기 42기를 세우겠다는 해상 풍력발전 사업안이 정부 허가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최신엽/굴업도 어민 : "여기 작업하는 배들이 이 근처 200척 돼요. 그 배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 거예요."]

허가를 따낸 업체는 CJ그룹 계열사인 씨앤아이레저산업.

주소를 찾아가보니 SG생활안전이란 회사가 나옵니다.

["(여기 '씨앤아이'인 건 맞아요?) 있어요. (사무실이 따로 있어요?) 있어요. 있다고 그러잖아요."]

공시자료를 확인해보니 직원은 단 한 명 뿐, 2017년도와 2018년도에는 영업이익과 매출이 아예 없습니다.

회사 대표이사와 이사, 그리고 감사까지 모두 CJ그룹 계열사와 본사 임원들이 겸직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들은 씨앤아이레저로부터는 보수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

[김우찬/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 "독립된 법인체라기보다는 인력을 제공해준 나머지 계열사들이 어떻게 보면 지원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죠."]

과연 어떤 회사일까? 지분구조를 확인해봤습니다.

CJ 이재현 회장의 아들 이선호 씨가 지분율 51%로 최대 주주, 나머지는 딸과 사위 등이 보유한 100% 가족 회사입니다.

최대주주 이씨는 지난해 마약 투약 혐의로 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인물입니다.

[이선호/CJ 회장 장남/2월 6일 : "(항소심 선고 나왔는데 앞으로 계획이나 이런 거 전혀 없으신가요?) ..."]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CJ 측은 "이 씨가 정직 처분을 받고 현재 자숙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KBS가 입수한 산업부의 발전사업 허가안입니다.

씨앤아이레저의 재무능력 입증 자료로 이씨의 '주식잔고 증명서'가 첨부됐습니다.

발급일자는 2월 10일, 이 씨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지 불과 나흘 뒤였습니다.

씨앤아이레저는 이씨의 주식 등을 담보로 한 대출금 1700억 원에다 타인자본, 즉 사모펀드로 1조 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내고 심사를 통과했습니다.

기술능력 심사에서는 계열사가 동원됐습니다.

대관령 풍력발전 공사를 했던 CJ대한통운의 협력의향서를 제출한 겁니다.

씨앤아이레저는 해상풍력단지가 준공되면 해마다 1천억 원에 달하는 영업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자체 분석을 내놨습니다.

[허선규/인천해양도서연구소 대표 : "재벌들의 돈벌이 수단으로밖에 생각할 수가 없어요. 공개적으로 승계하기가 어려우니까 돌려서 그런 형태로 해서 승계하는 게 아니냐 하는 생각이 많이 드는 거죠."]

이에 대해 CJ그룹 측은 "풍력발전 경영권 승계 작업과는 무관한 씨앤아이레저의 단독사업일 뿐이며, 씨앤아이레저의 등기이사는 상시업무를 수행하는 사내이사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서재희입니다.

촬영기자:김태석/영상편집:여동용/그래픽: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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