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IN] ‘표현의 자유’ 투쟁 나선 쿠바 예술가들

입력 2020.12.01 (10:48) 수정 2020.12.01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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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쿠바 예술가들이 표현의 자유를 외치며 단식 투쟁을 하고 대규모 집단 시위를 벌였습니다.

쿠바 정부는 강경한 태도에서 한 발 뒤로 물러서서 대화에 응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는데요.

<지구촌인>에서 살펴보시죠.

[리포트]

["피델! 피델!"]

지난달 26일 밤,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쿠바의 혁명가 피델 카스트로의 이름이 울려 퍼졌습니다.

경찰이 코로나19 보건 지침 위반을 이유로 예술가 10여 명을 강제로 연행해 갔는데요.

이 광경을 목격한 주민들이 연행 차량이 사라질 때까지 예술가들을 지지하며 목소리를 높인 겁니다.

[마테오 모레노/지역 주민·목격자 : "경찰이 의사로 위장해 구급차를 타고 와 본부로 들어갔습니다. 문을 부수고 들어가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경찰이 급습한 장소는 산 이시드로 운동본부 건물.

이른바 반체제 운동가 단체로 지목한 곳입니다.

지난달 초 이 단체 소속 래퍼인 데니스 솔리스가 영장 없이 집에 들어오려는 경찰에 맞서다가 모욕죄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는데요.

예술가들은 솔리스의 석방을 요구하며 단식 투쟁을 이어오다 모두 경찰에 연행됐습니다.

[메이켈 카스티요/래퍼 : "우리가 하는 일은 예술일 뿐입니다. 정부가 데니스를 풀어줄 때까지 단식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쿠바에서는 2017년, 젊은 예술가들이 주축이 돼 작품 활동에 체제 비판적인 목소리를 담기 시작했습니다.

정치적 슬로건이나 혁명적 인물의 모습이 전국 곳곳의 벽화에 등장하자 쿠바 정부는 단속에 나섰는데요.

산 이시드로 운동본부는 2018년 표현의 자유 등을 제한하는 이같은 조치에 항의하며 결성된 단체입니다.

쿠바 정부는 이들이 공산체제 전복을 위해 미국의 지원을 받는 단체라고 주장해 왔는데요.

최근 들어 이들에 대한 제재 수위를 더욱 높여 왔습니다.

경찰에 연행됐던 예술인 대부분은 바로 귀가했지만 몇 명의 행방은 묘연했는데요.

그러자 다음 날인 27일, 쿠바 예술가 수백 명이 문화부 건물 앞에서 집회를 열였습니다.

정부의 잇따른 예술인 탄압 조치에 항의하며, 문화부 장관과의 대화도 요구했습니다.

[호르헤 '피치' 페루고리아/배우 : "대화를 해야 할 시간입니다. 정부가 젊은이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하며, 우리는 그것을 위해 싸울 것입니다."]

시위는 밤늦게까지 이어졌고 마침내 굳게 닫혔던 문화부 건물의 문이 열렸습니다.

문화부 차관이 대화에 응하기로 하면서 정부가 한 걸음 물러선 모습을 보인 건데요.

문밖에 남은 시위대는 협상자들이 나올 때까지 연대의 노래를 이어갔습니다.

첫 협상은 이번 주 문화부 장관과의 재협상을 약속한 것으로 끝이 났습니다.

[타니아 브루게라/예술인 협상 대표 : "만남에서 논의된 모든 주제의 협상이 어려웠습니다. 몇몇 안건은 어느 정도 논의됐지만, 몇몇은 다음 주 문화부 장관과 다시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쿠바 예술가들이 표현의 자유를 되찾기 위해 투쟁해 온지 수 년째.

쿠바 정부가 반체제 단체로 지목한 집단과 대화에 나서기로 한 건 이례적인 일입니다.

국제앰네스티 등 인권단체가 예술가들에게 지지를 보내고 미국 정부가 탄압을 경고한 것도 이 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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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0-12-01 11: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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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예술가들이 표현의 자유를 외치며 단식 투쟁을 하고 대규모 집단 시위를 벌였습니다.

쿠바 정부는 강경한 태도에서 한 발 뒤로 물러서서 대화에 응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는데요.

<지구촌인>에서 살펴보시죠.

[리포트]

["피델! 피델!"]

지난달 26일 밤,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쿠바의 혁명가 피델 카스트로의 이름이 울려 퍼졌습니다.

경찰이 코로나19 보건 지침 위반을 이유로 예술가 10여 명을 강제로 연행해 갔는데요.

이 광경을 목격한 주민들이 연행 차량이 사라질 때까지 예술가들을 지지하며 목소리를 높인 겁니다.

[마테오 모레노/지역 주민·목격자 : "경찰이 의사로 위장해 구급차를 타고 와 본부로 들어갔습니다. 문을 부수고 들어가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경찰이 급습한 장소는 산 이시드로 운동본부 건물.

이른바 반체제 운동가 단체로 지목한 곳입니다.

지난달 초 이 단체 소속 래퍼인 데니스 솔리스가 영장 없이 집에 들어오려는 경찰에 맞서다가 모욕죄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는데요.

예술가들은 솔리스의 석방을 요구하며 단식 투쟁을 이어오다 모두 경찰에 연행됐습니다.

[메이켈 카스티요/래퍼 : "우리가 하는 일은 예술일 뿐입니다. 정부가 데니스를 풀어줄 때까지 단식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쿠바에서는 2017년, 젊은 예술가들이 주축이 돼 작품 활동에 체제 비판적인 목소리를 담기 시작했습니다.

정치적 슬로건이나 혁명적 인물의 모습이 전국 곳곳의 벽화에 등장하자 쿠바 정부는 단속에 나섰는데요.

산 이시드로 운동본부는 2018년 표현의 자유 등을 제한하는 이같은 조치에 항의하며 결성된 단체입니다.

쿠바 정부는 이들이 공산체제 전복을 위해 미국의 지원을 받는 단체라고 주장해 왔는데요.

최근 들어 이들에 대한 제재 수위를 더욱 높여 왔습니다.

경찰에 연행됐던 예술인 대부분은 바로 귀가했지만 몇 명의 행방은 묘연했는데요.

그러자 다음 날인 27일, 쿠바 예술가 수백 명이 문화부 건물 앞에서 집회를 열였습니다.

정부의 잇따른 예술인 탄압 조치에 항의하며, 문화부 장관과의 대화도 요구했습니다.

[호르헤 '피치' 페루고리아/배우 : "대화를 해야 할 시간입니다. 정부가 젊은이들의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하며, 우리는 그것을 위해 싸울 것입니다."]

시위는 밤늦게까지 이어졌고 마침내 굳게 닫혔던 문화부 건물의 문이 열렸습니다.

문화부 차관이 대화에 응하기로 하면서 정부가 한 걸음 물러선 모습을 보인 건데요.

문밖에 남은 시위대는 협상자들이 나올 때까지 연대의 노래를 이어갔습니다.

첫 협상은 이번 주 문화부 장관과의 재협상을 약속한 것으로 끝이 났습니다.

[타니아 브루게라/예술인 협상 대표 : "만남에서 논의된 모든 주제의 협상이 어려웠습니다. 몇몇 안건은 어느 정도 논의됐지만, 몇몇은 다음 주 문화부 장관과 다시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쿠바 예술가들이 표현의 자유를 되찾기 위해 투쟁해 온지 수 년째.

쿠바 정부가 반체제 단체로 지목한 집단과 대화에 나서기로 한 건 이례적인 일입니다.

국제앰네스티 등 인권단체가 예술가들에게 지지를 보내고 미국 정부가 탄압을 경고한 것도 이 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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