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규격 맞지 않아” 4억대 음향장비 입찰 두고 잡음

입력 2020.12.01 (19:06) 수정 2020.12.01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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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귀포예술의전당에 도민과 음악인의 활동을 지원하는 '음악창작소'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곳에 들어설 4억 원대 음향 장비 입찰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탐사K 문준영, 박천수 기자입니다.

[리포트]

국비와 지방비 37억 원이 투입된 음악창작소 건축 현장입니다.

1층과 지하엔 창작 활동을 위한 예술 공간과 녹음 스튜디오가 들어서고, 2층은 도립 서귀포합창단 전용 공간으로 사용될 예정입니다.

서귀포시는 최근 이곳에 사용할 4억 원 상당의 음향장비를 조달청에 공개 입찰해 지난달 10일 모 업체를 선정했습니다.

그런데 창작소 설계와 운영을 맡은 제주영상문화진흥원 측에서 일부 규격에 맞지 않는 장비가 낙찰됐다며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진흥원 측이 예술의전당 담당자에게 보낸 장비 검토서입니다.

스피커와 음향을 조정하는 믹서, 카메라와 마이크 등 일부 장비가 규격에 맞지 않거나 성능이 낮다고 적혀 있습니다.

심지어 허위규격을 기재한 품목이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음악창작소 설계에 참여한 한 관계자도 이해할 수 없는 계약이라고 말합니다.

[설계 참여 관계자/음성변조 : "설계 과정만 한 6개월 걸렸어요. 오랫동안 작업을 한 건데 그러고 입찰이 나왔는데 엉뚱한 제품이 들어오게 된 거죠."]

규격서와 업체의 제안서를 평가한 자문위원 점수표를 확인해봤습니다.

입찰 참여 업체는 모두 4곳.

낙찰된 업체의 평균 점수는 86점으로, 1점 차로 낙찰 조건을 통과했습니다.

심사 위원 5명 가운데 4명이 이 업체에 가장 낮은 점수를 매겼지만, 나머지 한 심사위원이 최고인 100점을 주면서 낙찰 자격을 충족했습니다.

가까스로 낙찰 자격 점수를 넘긴 업체는 가장 낮은 금액을 제안해 계약을 따냈습니다.

KBS와 연락이 닿은 심사위원 4명 가운데 3명은 규격서에 맞춰 점수를 차등해 줬다고 설명했습니다.

100점을 준 심사위원은 규격서보다 스튜디오에 적합한 장비에 더 높은 점수를 줬다며 해당 업체를 알지 못하고, 특혜도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심사위원/음성변조 : "(음악창작소는) 레코딩(녹음) 스튜디오가 주고, 스튜디오가 90% 이상의 비율이죠. (다른 업체가) 제시한 장비들은 사실은 스튜디오 규격엔 잘 맞지 않는다고 저는 판단을 했고."]

낙찰된 업체 역시 제품 규격에 문제 없다며 심사위원이 누군지도 알지 못한다고 밝혔습니다.

논란이 불거지자 서귀포예술의전당 측은 규격에 이상이 없는지 검토에 나섰습니다.

[변태호/서귀포예술의전당 시설관리팀장 : "계약에 문제는 없었고요. 주변에서 일부 규격에 맞지 않는 품목이 있다고 해서 자문위원회에서 제외된 다른 전문가한테 규격에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논란이 불거진 데에는 평가 점수 제도의 허점이 있었습니다.

입찰 금액과 기술 평가가 한 번에 이뤄지는 '협상에 의한 계약'은 최고·최저점을 뺀 나머지 점수로 평균을 내 낙찰 업체를 정합니다.

평가위원 한 명이 점수 몰아주기로 낙찰 업체를 정하는 등의 공정성이 훼손되는 일을 막기 위해섭니다.

하지만 이번 사례처럼 기술 평가를 먼저 받은 뒤 가격 경쟁을 하는 '규격 가격 동시 입찰'은 이러한 규정 자체가 없습니다.

평가 위원 한 명의 점수 몰아주기로 심사 공정성에 논란이 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설계 참여 관계자/음성변조 : "2단계 입찰에서 이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거든요. 그러니까 규격에 벗어났는데 한 사람의 위원에 의해서 바뀌는 경우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거든요."]

이번에 참여한 평가위원들 역시 최고·최저점을 빼지 않은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의아해 합니다.

[평가위원 A/음성변조 : "통상적으로는 빼시는데 그걸 우리가 빼라 말라 하는 권한도 없는 거고. 근데 최고 최저 안 뺐어요?"]

[평가위원 B/음성변조 : "규격을 제대로 안 보고 감정으로 평가하는 평가자들이 혹시 있을 수 있거든요. 그래서 최고 점수, 최저 점수를 무조건 빼야 되는 거예요. 그걸 왜 안 뺐을까 우리는 그런 생각이 드는 거지."]

서귀포시는 관련 법에 규정이 없어 최고·최저점을 빼지 않았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장혜영/국회의원/국회 기획재정위원회 :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았던 제도가 가지고 있는 미비점이나 흠결로 인해 입찰 과정에서 오해의 소지가 불필요하게 발생한다면 이런 제도는 분명히 개선해야 합니다."]

행정안전부는 서귀포예술의전당 음악창작소 음향장비 입찰 논란과 관련해 조사에 나설 계획이라며 문제가 확인되면 관련법 개정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탐사K입니다.

촬영기자:조세준/그래픽:김민수·조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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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2-01 19:06:53
    • 수정2020-12-01 19: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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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귀포예술의전당에 도민과 음악인의 활동을 지원하는 '음악창작소'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곳에 들어설 4억 원대 음향 장비 입찰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탐사K 문준영, 박천수 기자입니다.

[리포트]

국비와 지방비 37억 원이 투입된 음악창작소 건축 현장입니다.

1층과 지하엔 창작 활동을 위한 예술 공간과 녹음 스튜디오가 들어서고, 2층은 도립 서귀포합창단 전용 공간으로 사용될 예정입니다.

서귀포시는 최근 이곳에 사용할 4억 원 상당의 음향장비를 조달청에 공개 입찰해 지난달 10일 모 업체를 선정했습니다.

그런데 창작소 설계와 운영을 맡은 제주영상문화진흥원 측에서 일부 규격에 맞지 않는 장비가 낙찰됐다며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진흥원 측이 예술의전당 담당자에게 보낸 장비 검토서입니다.

스피커와 음향을 조정하는 믹서, 카메라와 마이크 등 일부 장비가 규격에 맞지 않거나 성능이 낮다고 적혀 있습니다.

심지어 허위규격을 기재한 품목이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음악창작소 설계에 참여한 한 관계자도 이해할 수 없는 계약이라고 말합니다.

[설계 참여 관계자/음성변조 : "설계 과정만 한 6개월 걸렸어요. 오랫동안 작업을 한 건데 그러고 입찰이 나왔는데 엉뚱한 제품이 들어오게 된 거죠."]

규격서와 업체의 제안서를 평가한 자문위원 점수표를 확인해봤습니다.

입찰 참여 업체는 모두 4곳.

낙찰된 업체의 평균 점수는 86점으로, 1점 차로 낙찰 조건을 통과했습니다.

심사 위원 5명 가운데 4명이 이 업체에 가장 낮은 점수를 매겼지만, 나머지 한 심사위원이 최고인 100점을 주면서 낙찰 자격을 충족했습니다.

가까스로 낙찰 자격 점수를 넘긴 업체는 가장 낮은 금액을 제안해 계약을 따냈습니다.

KBS와 연락이 닿은 심사위원 4명 가운데 3명은 규격서에 맞춰 점수를 차등해 줬다고 설명했습니다.

100점을 준 심사위원은 규격서보다 스튜디오에 적합한 장비에 더 높은 점수를 줬다며 해당 업체를 알지 못하고, 특혜도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심사위원/음성변조 : "(음악창작소는) 레코딩(녹음) 스튜디오가 주고, 스튜디오가 90% 이상의 비율이죠. (다른 업체가) 제시한 장비들은 사실은 스튜디오 규격엔 잘 맞지 않는다고 저는 판단을 했고."]

낙찰된 업체 역시 제품 규격에 문제 없다며 심사위원이 누군지도 알지 못한다고 밝혔습니다.

논란이 불거지자 서귀포예술의전당 측은 규격에 이상이 없는지 검토에 나섰습니다.

[변태호/서귀포예술의전당 시설관리팀장 : "계약에 문제는 없었고요. 주변에서 일부 규격에 맞지 않는 품목이 있다고 해서 자문위원회에서 제외된 다른 전문가한테 규격에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논란이 불거진 데에는 평가 점수 제도의 허점이 있었습니다.

입찰 금액과 기술 평가가 한 번에 이뤄지는 '협상에 의한 계약'은 최고·최저점을 뺀 나머지 점수로 평균을 내 낙찰 업체를 정합니다.

평가위원 한 명이 점수 몰아주기로 낙찰 업체를 정하는 등의 공정성이 훼손되는 일을 막기 위해섭니다.

하지만 이번 사례처럼 기술 평가를 먼저 받은 뒤 가격 경쟁을 하는 '규격 가격 동시 입찰'은 이러한 규정 자체가 없습니다.

평가 위원 한 명의 점수 몰아주기로 심사 공정성에 논란이 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설계 참여 관계자/음성변조 : "2단계 입찰에서 이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거든요. 그러니까 규격에 벗어났는데 한 사람의 위원에 의해서 바뀌는 경우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거든요."]

이번에 참여한 평가위원들 역시 최고·최저점을 빼지 않은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의아해 합니다.

[평가위원 A/음성변조 : "통상적으로는 빼시는데 그걸 우리가 빼라 말라 하는 권한도 없는 거고. 근데 최고 최저 안 뺐어요?"]

[평가위원 B/음성변조 : "규격을 제대로 안 보고 감정으로 평가하는 평가자들이 혹시 있을 수 있거든요. 그래서 최고 점수, 최저 점수를 무조건 빼야 되는 거예요. 그걸 왜 안 뺐을까 우리는 그런 생각이 드는 거지."]

서귀포시는 관련 법에 규정이 없어 최고·최저점을 빼지 않았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는 입장입니다.

[장혜영/국회의원/국회 기획재정위원회 :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았던 제도가 가지고 있는 미비점이나 흠결로 인해 입찰 과정에서 오해의 소지가 불필요하게 발생한다면 이런 제도는 분명히 개선해야 합니다."]

행정안전부는 서귀포예술의전당 음악창작소 음향장비 입찰 논란과 관련해 조사에 나설 계획이라며 문제가 확인되면 관련법 개정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탐사K입니다.

촬영기자:조세준/그래픽:김민수·조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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