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픽] ‘심미안’·‘당연한 권리’

입력 2020.12.08 (19:35) 수정 2020.12.08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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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주요 이슈를 이해하기 쉽게 키워드로 풀어보는 '뉴스픽' 시간입니다.

보도국 백상현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백 기자, 오늘의 첫 번째 키워드 뭡니까?

[기자]

네, 첫 번째 키워드 '심미안'입니다.

아름다움을 찾고 또 알아보는 안목을 뜻하죠.

이번에 열린 충남 학생단편영화제에 이 심미안이 돋보이는 작품이 많았습니다.

먼저, 수상작 중 하나인 거산초등학교 학생들의 작품 같이 보시겠습니다.

학생들이 거리를 두고 천천히 이동합니다.

갑자기 경고음이 들리는데요.

[“삑, 허리를 펴고 이동하세요”]

[“삑, 추천 도서를 펴고 독서 시간을 가지세요.”]

미래 전자기기인 목걸이, '해삡'(Happy Beep)이 내는 소리입니다.

영화에서 학생들은 이 해삡의 경고음에 맞춰 통제된 학교 생활을 합니다.

해삡은 모든 일에 효율성만을 따지는 요즘 세상의 잣대 같은 건데요.

어느날, 이 해삡이 사라집니다.

학생들은 처음에는 갑작스러운 자유에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늘 정해진 가이드라인을 말해주는 해삡 없이 미술 시간에 아름다운 장소나 물건 사진을 내 마음대로 찍어보며 내 마음대로 찍은 사진이 더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느끼게 되고요.

친구들과 사소한 장난도 쳐보며 몰랐던 우정의 가치도 하나 하나 배워갑니다.

그리고, 비 오는 어느날 왼쪽 흑백 학교에서 풍부한 색을 가진 세상으로 학생들이 하나 둘씩 나아가며 영화는 끝으로 달려갑니다.

청소년들의 성장기를 담은 청소년들의 영화 해삡이었습니다.

[앵커]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청소년들이 '성장'에 대해 얘기한다는 게 놀라운데 영화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얘기해볼까요.

[기자]

네, 먼저 영화는 선생님이나 사회의 정해진 규칙에 따라 자라야 '좋은 학생' 소리를 듣는 사회를 꼬집었다고 볼 수 있는데요.

통제가 사라진 순간 오히려 학생들은 아름다움이나 우정 같은 세상의 가치를 스스로 배우게 되죠.

조금 더 나아가서 이 해삡을 평가한 심사평을 보면요.

해삡의 명령에 따라서만 행동하는 학생들을 보여주면서 코로나19 시대에 자칫 전체주의적으로 흐를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꼬집기도 했다 이런 평가도 있었습니다.

물론 학생들이 어떤 생각과 마음을 가지고 이 영화를 만들었냐 하는 건 학생들만 알 겁니다.

하지만, 주제를 선정하고 촬영하는데 제한 투성이인 코로나19 사회에서 이런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분명 대단한 일입니다.

행사를 주최한 충남교육청 유튜브에서 이런 학생들의 작품 30여 편을 언제든 감상할 수 있습니다.

[앵커]

두 번째 키워드 들어볼까요.

[기자]

두 번째 키워드 '당연한 권리'입니다.

당연함과 권리는 흔히 붙여서 쓰는 표현인데요.

하지만 이 권리라는 뜻에는 이미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것'이라는 뜻이 들어있습니다.

즉, 누군가의 권리다라고 하면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야 맞는 건데요.

하지만 여기 '당연한' 권리이긴 한데 증명해내야만 성립하는 이상한 권리가 있습니다.

생리휴가 얘깁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상담사 A씨는 지난 10월 생리휴가를 사용하려다 상사로부터 생리통을 겪어보지 않아 모르기 때문에 확인이 필요하다며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을 들었습니다.

결국 A씨는 병원 진료 확인서를 회사에 제출해야 했습니다.

또 다른 근로자 B씨는 미리 허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생리휴가를 내면 결근 처리가 된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는데요.

결국 이런 일을 겪은 근로자들이 모여서 국가인권위에 차별 시정 진정까지 제출했습니다.

[앵커]

실제로 실태 조사를 해보니까 이 생리휴가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죠.

[기자]

네, 한 생리대 제작 업체가 여성 41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보니까요.

78%가 생리휴가제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면 왜 사용하지 않냐 물어보니까 눈치가 보여서, 주변에 이걸 이용하는 사람이 없어서 그렇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습니다.

근로기준법은 여성 근로자에게 월 하루의 생리휴가를 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요.

정작 그 권리를 행사하려면 실제 사회에서는 고통을 증명을 해야 하거나 지나친 제약이 있다 보니 권리라 부르기 어려운 게 되어버린 겁니다.

권리가 부르기 어려운 법적 권리 '생리휴가' 이야깁니다.

지금까지 뉴스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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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0-12-08 19:48:05
    뉴스7(대전)
[앵커]

주요 이슈를 이해하기 쉽게 키워드로 풀어보는 '뉴스픽' 시간입니다.

보도국 백상현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백 기자, 오늘의 첫 번째 키워드 뭡니까?

[기자]

네, 첫 번째 키워드 '심미안'입니다.

아름다움을 찾고 또 알아보는 안목을 뜻하죠.

이번에 열린 충남 학생단편영화제에 이 심미안이 돋보이는 작품이 많았습니다.

먼저, 수상작 중 하나인 거산초등학교 학생들의 작품 같이 보시겠습니다.

학생들이 거리를 두고 천천히 이동합니다.

갑자기 경고음이 들리는데요.

[“삑, 허리를 펴고 이동하세요”]

[“삑, 추천 도서를 펴고 독서 시간을 가지세요.”]

미래 전자기기인 목걸이, '해삡'(Happy Beep)이 내는 소리입니다.

영화에서 학생들은 이 해삡의 경고음에 맞춰 통제된 학교 생활을 합니다.

해삡은 모든 일에 효율성만을 따지는 요즘 세상의 잣대 같은 건데요.

어느날, 이 해삡이 사라집니다.

학생들은 처음에는 갑작스러운 자유에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늘 정해진 가이드라인을 말해주는 해삡 없이 미술 시간에 아름다운 장소나 물건 사진을 내 마음대로 찍어보며 내 마음대로 찍은 사진이 더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느끼게 되고요.

친구들과 사소한 장난도 쳐보며 몰랐던 우정의 가치도 하나 하나 배워갑니다.

그리고, 비 오는 어느날 왼쪽 흑백 학교에서 풍부한 색을 가진 세상으로 학생들이 하나 둘씩 나아가며 영화는 끝으로 달려갑니다.

청소년들의 성장기를 담은 청소년들의 영화 해삡이었습니다.

[앵커]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청소년들이 '성장'에 대해 얘기한다는 게 놀라운데 영화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얘기해볼까요.

[기자]

네, 먼저 영화는 선생님이나 사회의 정해진 규칙에 따라 자라야 '좋은 학생' 소리를 듣는 사회를 꼬집었다고 볼 수 있는데요.

통제가 사라진 순간 오히려 학생들은 아름다움이나 우정 같은 세상의 가치를 스스로 배우게 되죠.

조금 더 나아가서 이 해삡을 평가한 심사평을 보면요.

해삡의 명령에 따라서만 행동하는 학생들을 보여주면서 코로나19 시대에 자칫 전체주의적으로 흐를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꼬집기도 했다 이런 평가도 있었습니다.

물론 학생들이 어떤 생각과 마음을 가지고 이 영화를 만들었냐 하는 건 학생들만 알 겁니다.

하지만, 주제를 선정하고 촬영하는데 제한 투성이인 코로나19 사회에서 이런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분명 대단한 일입니다.

행사를 주최한 충남교육청 유튜브에서 이런 학생들의 작품 30여 편을 언제든 감상할 수 있습니다.

[앵커]

두 번째 키워드 들어볼까요.

[기자]

두 번째 키워드 '당연한 권리'입니다.

당연함과 권리는 흔히 붙여서 쓰는 표현인데요.

하지만 이 권리라는 뜻에는 이미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것'이라는 뜻이 들어있습니다.

즉, 누군가의 권리다라고 하면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야 맞는 건데요.

하지만 여기 '당연한' 권리이긴 한데 증명해내야만 성립하는 이상한 권리가 있습니다.

생리휴가 얘깁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상담사 A씨는 지난 10월 생리휴가를 사용하려다 상사로부터 생리통을 겪어보지 않아 모르기 때문에 확인이 필요하다며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을 들었습니다.

결국 A씨는 병원 진료 확인서를 회사에 제출해야 했습니다.

또 다른 근로자 B씨는 미리 허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생리휴가를 내면 결근 처리가 된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는데요.

결국 이런 일을 겪은 근로자들이 모여서 국가인권위에 차별 시정 진정까지 제출했습니다.

[앵커]

실제로 실태 조사를 해보니까 이 생리휴가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죠.

[기자]

네, 한 생리대 제작 업체가 여성 41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보니까요.

78%가 생리휴가제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면 왜 사용하지 않냐 물어보니까 눈치가 보여서, 주변에 이걸 이용하는 사람이 없어서 그렇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습니다.

근로기준법은 여성 근로자에게 월 하루의 생리휴가를 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요.

정작 그 권리를 행사하려면 실제 사회에서는 고통을 증명을 해야 하거나 지나친 제약이 있다 보니 권리라 부르기 어려운 게 되어버린 겁니다.

권리가 부르기 어려운 법적 권리 '생리휴가' 이야깁니다.

지금까지 뉴스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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