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UP!] 이윤보다 생명을…중대재해기업처벌법 요구

입력 2020.12.08 (19:36) 수정 2020.12.08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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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해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법전 대신 자신을 불사른 전태일 열사 50주기입니다.

노동계에서는 다양한 50주기 행사와 더불어 열사의 정신을 잇기 위해 전태일 3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죠.

경남 업그레이드 프로젝트에서는 전태일 3법은 무엇이고, 노동계가 제정을 왜 바라는지 앞으로 3주 동안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첫 시간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알아봅니다.

[리포트]

50m 높이 타워크레인의 팔이 힘없이 꺾여 땅바닥에 내려앉았습니다.

골리앗 크레인과 부딪힌 타워크레인 팔이 부러지듯 떨어지면서 쉬고 있던 노동자들을 덮친 겁니다.

이 사고로 6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쳤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지금까지 원청인 삼성중공업은 이 사고로부터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사고가 일어난 건 공교롭게도 노동절이었던 2017년 5월 1일.

항소심 법원은 삼성중공업 책임 관리자와 하청업체 대표에게는 금고형 등을 선고했지만, 원청인 삼성중공업에는 법적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불과 석 달 뒤인 2017년 8월, STX조선에서 폭발사고로 하청업체 직원 4명이 숨졌습니다.

이때도 STX조선에 내려진 처분은 벌금 2천만 원이 전부였습니다.

[곽순철/금속노조 조선하청지회 조직부장 : "엄중하게 벌을 해야 산업재해라든지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고 등이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솜방망이 처벌이다 보니까 사업주는 이익 추구를 위해서 안전을 너무 소홀히 하고 그렇기 때문에 또다시 재발하고 계속 순환되는 것 같습니다."]

최근 5년 산업재해 사망자는 4,700여 명.

이 가운데 건설업이 51%를 차지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특히 사망사고 가운데도 안전장비나 보호시설 미흡이 대부분인 추락사고 비중이 건설업에서 74.5%를 차지합니다.

노동계에서는 이토록 추락사망사고 비중이 높은 건 반복되는 관리부실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강호경/건설노조 부울경지부 사무국장 : "(건설현장에서) 대부분 추락사가 많습니다. 안전 통로를 확보하지 못하여 안전 통로가 부실하게 시공되고 관리가 부실해서 추락, 낙하하는 사고로서 많은 노동자가 산재를 당하고 돌아가시고 있습니다."]

지난해 산업재해 사망자 850여 명.

하루 평균 2명 넘는 노동자들이 일터로 나섰다가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산업재해 사업장의 사고 재발률은 97%.

한 번 사고가 난 사업장은 대부분 또 사고가 나고 있다는 겁니다.

반면에 중대재해가 난 사업장의 책임자에게 실형이 선고되는 비율은 0.4%, 산업재해로 노동자 한 명이 숨졌을 때, 기업이 내는 벌금은 평균 450만 원정도였습니다.

노동계가 중대재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입니다.

[이성희/민주노총 경남본부 사무처장 : "기업을 처벌할 수 있는 특별법을 만들어서 우리 사회가 노동자들에 대한 안전과 노동자들의 생명을 중시하는 사회로 바꾸자, 이게 중대재해처벌법의 저희가 제정을 요구하는 근본 취지다 이렇게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특히, 노동계는 50인 이하의 사업장이 산재 사망사고의 절반을 차지한다며 적용 범위 확대를 강조합니다.

[김병훈/마창거제 산재추방 운동연합 : "4년간 유예하겠다는 것은 50인 이하 사업장에서 준비할 기간을 주겠다는 건데, 다시 말하면 준비할 기간 동안 노동자들이 사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있는 거죠."]

이전에도 정의당 등 진보정당을 중심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들려는 노력이 있었습니다.

고 노회찬 의원은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생기면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를 형사처벌하고 담당 공무원에게도 책임을 묻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김순희/정의당 경남도당 사무처장 : "그동안은 개인 부주의로만 치부되어 왔던 이것을 하나의 회사 내에 매뉴얼화되어서 더는 다치거나 죽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법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거대정당들도 이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들겠다 나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행시기와 사업장 규모를 놓고 저마다 다르게 규정하고 있어 이견만 확인하다가 좌초될 거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게다가 경영계는 현행법의 처벌 수준만으로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반대합니다.

[임우택/경총 안전보건본부장/지난 2일 : "중소기업의 경우 재정적 또 여러 가지 인력의 부족으로 가혹한 처벌에 노출되어 기업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울 것으로 생각됩니다."]

기업에는 노동자 가운데 한 명이지만, 누군가의 자식이거나, 누군가의 남편이거나 아내이고, 아이들에게는 아버지나 어머니입니다.

삶을 이어가기 위한 노동이 삶을 끝내는 수단이 되지 않도록, 가족에게 다녀오겠다고 한 아침의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중대 재해를 없애야 한다는 요구에 정치권이 응답할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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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 UP!] 이윤보다 생명을…중대재해기업처벌법 요구
    • 입력 2020-12-08 19:36:51
    • 수정2020-12-08 19:45:08
    뉴스7(창원)
[앵커]

올해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법전 대신 자신을 불사른 전태일 열사 50주기입니다.

노동계에서는 다양한 50주기 행사와 더불어 열사의 정신을 잇기 위해 전태일 3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죠.

경남 업그레이드 프로젝트에서는 전태일 3법은 무엇이고, 노동계가 제정을 왜 바라는지 앞으로 3주 동안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첫 시간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알아봅니다.

[리포트]

50m 높이 타워크레인의 팔이 힘없이 꺾여 땅바닥에 내려앉았습니다.

골리앗 크레인과 부딪힌 타워크레인 팔이 부러지듯 떨어지면서 쉬고 있던 노동자들을 덮친 겁니다.

이 사고로 6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쳤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지금까지 원청인 삼성중공업은 이 사고로부터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사고가 일어난 건 공교롭게도 노동절이었던 2017년 5월 1일.

항소심 법원은 삼성중공업 책임 관리자와 하청업체 대표에게는 금고형 등을 선고했지만, 원청인 삼성중공업에는 법적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불과 석 달 뒤인 2017년 8월, STX조선에서 폭발사고로 하청업체 직원 4명이 숨졌습니다.

이때도 STX조선에 내려진 처분은 벌금 2천만 원이 전부였습니다.

[곽순철/금속노조 조선하청지회 조직부장 : "엄중하게 벌을 해야 산업재해라든지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고 등이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솜방망이 처벌이다 보니까 사업주는 이익 추구를 위해서 안전을 너무 소홀히 하고 그렇기 때문에 또다시 재발하고 계속 순환되는 것 같습니다."]

최근 5년 산업재해 사망자는 4,700여 명.

이 가운데 건설업이 51%를 차지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특히 사망사고 가운데도 안전장비나 보호시설 미흡이 대부분인 추락사고 비중이 건설업에서 74.5%를 차지합니다.

노동계에서는 이토록 추락사망사고 비중이 높은 건 반복되는 관리부실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강호경/건설노조 부울경지부 사무국장 : "(건설현장에서) 대부분 추락사가 많습니다. 안전 통로를 확보하지 못하여 안전 통로가 부실하게 시공되고 관리가 부실해서 추락, 낙하하는 사고로서 많은 노동자가 산재를 당하고 돌아가시고 있습니다."]

지난해 산업재해 사망자 850여 명.

하루 평균 2명 넘는 노동자들이 일터로 나섰다가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산업재해 사업장의 사고 재발률은 97%.

한 번 사고가 난 사업장은 대부분 또 사고가 나고 있다는 겁니다.

반면에 중대재해가 난 사업장의 책임자에게 실형이 선고되는 비율은 0.4%, 산업재해로 노동자 한 명이 숨졌을 때, 기업이 내는 벌금은 평균 450만 원정도였습니다.

노동계가 중대재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입니다.

[이성희/민주노총 경남본부 사무처장 : "기업을 처벌할 수 있는 특별법을 만들어서 우리 사회가 노동자들에 대한 안전과 노동자들의 생명을 중시하는 사회로 바꾸자, 이게 중대재해처벌법의 저희가 제정을 요구하는 근본 취지다 이렇게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특히, 노동계는 50인 이하의 사업장이 산재 사망사고의 절반을 차지한다며 적용 범위 확대를 강조합니다.

[김병훈/마창거제 산재추방 운동연합 : "4년간 유예하겠다는 것은 50인 이하 사업장에서 준비할 기간을 주겠다는 건데, 다시 말하면 준비할 기간 동안 노동자들이 사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있는 거죠."]

이전에도 정의당 등 진보정당을 중심으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들려는 노력이 있었습니다.

고 노회찬 의원은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생기면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를 형사처벌하고 담당 공무원에게도 책임을 묻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김순희/정의당 경남도당 사무처장 : "그동안은 개인 부주의로만 치부되어 왔던 이것을 하나의 회사 내에 매뉴얼화되어서 더는 다치거나 죽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법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거대정당들도 이제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들겠다 나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행시기와 사업장 규모를 놓고 저마다 다르게 규정하고 있어 이견만 확인하다가 좌초될 거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게다가 경영계는 현행법의 처벌 수준만으로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반대합니다.

[임우택/경총 안전보건본부장/지난 2일 : "중소기업의 경우 재정적 또 여러 가지 인력의 부족으로 가혹한 처벌에 노출되어 기업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울 것으로 생각됩니다."]

기업에는 노동자 가운데 한 명이지만, 누군가의 자식이거나, 누군가의 남편이거나 아내이고, 아이들에게는 아버지나 어머니입니다.

삶을 이어가기 위한 노동이 삶을 끝내는 수단이 되지 않도록, 가족에게 다녀오겠다고 한 아침의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중대 재해를 없애야 한다는 요구에 정치권이 응답할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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