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사실 목록에 빠진 학대 장면…왜?

입력 2020.12.09 (07:38) 수정 2020.12.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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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울산의 한 국공립어린이집에서 벌어진 보육교사의 학대 관련 의혹 지난 7일 보도해 드렸는데요.

그런데 경찰 수사내용에 일부 학대 사실이 누락돼 그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정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생후 32개월 된 남자아이가 누워있는 매트를 거칠게 잡아당깁니다.

아이는 책장 쪽으로 고꾸라지고 이마엔 커다란 혹이 생겼습니다.

[피해아동 부모/음성변조 : "점점 다쳐오는 횟수가 늘어나고 매번 갈 때마다 같은 모습, 같은 자세로 혼자 격리돼 있는 것처럼 있던 날이 많았어요."]

아이의 상처를 이상하게 여긴 부모가 경찰에 신고했고 학대 정황이 드러나자 경찰이 수사를 시작한 건 지난해 11월.

경찰은 지난해 9월부터 2달 분량의 어린이집 CCTV 영상을 확보해 수사를 벌였습니다.

그리고 올해 3월 27건의 행위를 학대로 인정해 사건을 검찰에 넘겼고, 현재 가해 보육교사 2명과 이를 방조한 원장에 대한 재판이 진행중입니다.

그런데 피해아동의 부모가 법원에 추가로 요청해 확보한 CCTV영상에서 확인되는 학대 정황 일부가 경찰이 확인한 내용에는 빠져있었습니다.

토할 때까지 억지로 물을 먹이고, 아이의 옷을 발로 밟거나 책장 뒤에 홀로 방치해 놓은 행위들입니다.

경찰은 "소리가 없는 화면 만으로는 범죄혐의가 불명확했다"라며 "영상을 추가 검토해 필요하면 보강수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사건 이후 가해 교사 2명은 해고됐지만, 학대 정황을 확인하고도 이를 신고하지 않은 원장은 3개월의 자격정지 처분만 받았을 뿐입니다.

이마저도 행정심판을 청구해 1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처분이 보류된 상태입니다.

피해아동의 부모가 보강수사를 요구하며 홀로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는 사이 원장은 문제의 어린이집에서 여전히 아이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73명이 이 어린이집에 들어가기 위해 입소 허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정입니다.

촬영기자:윤동욱/그래픽:박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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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죄 사실 목록에 빠진 학대 장면…왜?
    • 입력 2020-12-09 07:38:30
    • 수정2020-12-09 08:00:48
    뉴스광장(울산)
[앵커]

울산의 한 국공립어린이집에서 벌어진 보육교사의 학대 관련 의혹 지난 7일 보도해 드렸는데요.

그런데 경찰 수사내용에 일부 학대 사실이 누락돼 그 배경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정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생후 32개월 된 남자아이가 누워있는 매트를 거칠게 잡아당깁니다.

아이는 책장 쪽으로 고꾸라지고 이마엔 커다란 혹이 생겼습니다.

[피해아동 부모/음성변조 : "점점 다쳐오는 횟수가 늘어나고 매번 갈 때마다 같은 모습, 같은 자세로 혼자 격리돼 있는 것처럼 있던 날이 많았어요."]

아이의 상처를 이상하게 여긴 부모가 경찰에 신고했고 학대 정황이 드러나자 경찰이 수사를 시작한 건 지난해 11월.

경찰은 지난해 9월부터 2달 분량의 어린이집 CCTV 영상을 확보해 수사를 벌였습니다.

그리고 올해 3월 27건의 행위를 학대로 인정해 사건을 검찰에 넘겼고, 현재 가해 보육교사 2명과 이를 방조한 원장에 대한 재판이 진행중입니다.

그런데 피해아동의 부모가 법원에 추가로 요청해 확보한 CCTV영상에서 확인되는 학대 정황 일부가 경찰이 확인한 내용에는 빠져있었습니다.

토할 때까지 억지로 물을 먹이고, 아이의 옷을 발로 밟거나 책장 뒤에 홀로 방치해 놓은 행위들입니다.

경찰은 "소리가 없는 화면 만으로는 범죄혐의가 불명확했다"라며 "영상을 추가 검토해 필요하면 보강수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사건 이후 가해 교사 2명은 해고됐지만, 학대 정황을 확인하고도 이를 신고하지 않은 원장은 3개월의 자격정지 처분만 받았을 뿐입니다.

이마저도 행정심판을 청구해 1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처분이 보류된 상태입니다.

피해아동의 부모가 보강수사를 요구하며 홀로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는 사이 원장은 문제의 어린이집에서 여전히 아이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73명이 이 어린이집에 들어가기 위해 입소 허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정입니다.

촬영기자:윤동욱/그래픽:박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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