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도 샐러리캡 도입…선수협 “의견 수렴 절차 없었다”
입력 2020.12.15 (17:43)
수정 2020.12.15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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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리캡(Salary cap/연봉상한제)은 팀 스포츠에서 전체 선수의 연봉 총액을 제한하는 제도입니다. 미국식 프로 스포츠 전통에 입각한 방식. NBA(미국프로농구)가 가장 먼저 도입했고 NFL(미국프로풋볼)과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도 이 제도를 시행합니다. 선수들 몸값이 지나치게 올라가 구단 운영이 적자가 되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취지로 만들었습니다.
국내 프로축구에 샐러리캡 개념이 적용된다는 소식이 '뉴스'가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축구는 미국 프로스포츠의 전통적 제도보다는 유럽식에 뿌리를 두고 있어서 낯선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또 어떻게 보면 미국식 제도를 도입할 만큼 프로축구에 변화가 절실했다고 해설될 만합니다.
프로축구연맹은 오늘(15일) 이사회를 열고 2023년부터 '비율형 샐러리캡 제도'를 도입하기로 의결했습니다. 비율형 샐러리캡은 구단의 총수입에서 인건비 지출이 일정 비율을 넘지 않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일반적인 샐러리캡과 다른 점은, 구단마다 총수입이 다르므로 샐러리캡 상한선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즉 부자 구단은 그에 걸맞게 높은 금액의 샐러리캡을 적용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은 구단은 상대적으로 낮은 선의 샐러리캡이 형성됩니다.
이 제도는 스페인 프로축구 라리가에서 시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습니다. 구단 살림살이보다 과도하게 책정되어온 인건비 지출을 줄일 수 있는 동시에, 구단의 투자 의욕을 꺾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미국 프로야구 MLB의 제도도 차용했습니다. 비율형 샐러리캡을 초과하는 구단에는 이른바 '사치세'로 불리는 벌금을 부과하는 것입니다. 이 부과된 사치세는 각 구단에 재분배됩니다.
프로축구연맹은 "제도의 도입 배경은 K리그의 지속 가능한 성장이 있다. 선수단에 투입되는 비용과 구단의 장기적 발전을 위한 토대인 각종 인프라 등에 대한 비용이 적정한 균형을 이뤄 '경기력'과 '흥행' 두 축의 동반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프로축구연맹은 비율형 샐러리캡과 함께 2023년부터 로스터(Roster) 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구단의 등록 선수를 일정 수 이하로 제한하는 제도입니다. 유럽 축구에서는 이미 시행 중인 제도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이탈리아 세리에A는 25명, 미국 MLS에서는 30명의 로스터 제도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K리그 구단들은 그동안 평균 40명이 넘는 등록 선수를 유지했습니다. 리그의 크기에 비해 지나치게 많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로스터 제도 도입을 결정했습니다. 다만 2023년부터 32명 로스터 제도를 시작해 2025년까지 28명으로 단계적으로 줄인다는 계획입니다.
3년 뒤부터 시작되는 두 가지 제도 변화에 앞서, 프로축구연맹은 당장 내년부터 승리 수당 제도의 점진적 폐지를 추진합니다. 이는 코로나 19로 인한 구단들의 재정적 어려움 호소에 따른 결정입니다. 내년부터 승리 수당 상한선을 1부 리그는 100만 원, 2부 리그는 50만 원으로 설정했습니다. 구단별로 다르지만, K리그는 그동안 승리 수당이 개인당 500만 원이 넘는 경우가 있어 과당 출혈 경쟁이 논란이 되어왔습니다.
샐러리캡 도입을 골자로 한 프로연맹의 제도 변화는 코로나 19 상황에 따른 구단들의 재정난이 가장 큰 동력으로 작용했습니다. 선수단 인건비 비율을 줄이고자 하는 노력은 그동안 꾸준히 있었지만, 마땅한 계기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19라는 비상 상황에 몰리면서 구단들의 위기의식과 공감대가 커졌다는 분석입니다.
다만 선수들 관점에서 프로연맹의 결정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샐러리캡은 고액 연봉자 선수들의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제도이고, 등록 선수 축소 역시 축구계 전체로 봤을 때는 일자리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진통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국프로축구 선수협회는 이사회 의결이 발표되자 "이번 이사회 의결사안에 직접적인 당사자인 선수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아직도 이런 중요한 결정을 내리면서 선수 의견을 수렴하지 않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면서 "협회장 등 회원들과 추후 충분한 논의를 거쳐,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을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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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0-12-15 17:43:47
- 수정2020-12-15 19:49:07

샐러리캡(Salary cap/연봉상한제)은 팀 스포츠에서 전체 선수의 연봉 총액을 제한하는 제도입니다. 미국식 프로 스포츠 전통에 입각한 방식. NBA(미국프로농구)가 가장 먼저 도입했고 NFL(미국프로풋볼)과 NHL(북미아이스하키리그)도 이 제도를 시행합니다. 선수들 몸값이 지나치게 올라가 구단 운영이 적자가 되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취지로 만들었습니다.
국내 프로축구에 샐러리캡 개념이 적용된다는 소식이 '뉴스'가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축구는 미국 프로스포츠의 전통적 제도보다는 유럽식에 뿌리를 두고 있어서 낯선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또 어떻게 보면 미국식 제도를 도입할 만큼 프로축구에 변화가 절실했다고 해설될 만합니다.
프로축구연맹은 오늘(15일) 이사회를 열고 2023년부터 '비율형 샐러리캡 제도'를 도입하기로 의결했습니다. 비율형 샐러리캡은 구단의 총수입에서 인건비 지출이 일정 비율을 넘지 않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일반적인 샐러리캡과 다른 점은, 구단마다 총수입이 다르므로 샐러리캡 상한선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즉 부자 구단은 그에 걸맞게 높은 금액의 샐러리캡을 적용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은 구단은 상대적으로 낮은 선의 샐러리캡이 형성됩니다.
이 제도는 스페인 프로축구 라리가에서 시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습니다. 구단 살림살이보다 과도하게 책정되어온 인건비 지출을 줄일 수 있는 동시에, 구단의 투자 의욕을 꺾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미국 프로야구 MLB의 제도도 차용했습니다. 비율형 샐러리캡을 초과하는 구단에는 이른바 '사치세'로 불리는 벌금을 부과하는 것입니다. 이 부과된 사치세는 각 구단에 재분배됩니다.
프로축구연맹은 "제도의 도입 배경은 K리그의 지속 가능한 성장이 있다. 선수단에 투입되는 비용과 구단의 장기적 발전을 위한 토대인 각종 인프라 등에 대한 비용이 적정한 균형을 이뤄 '경기력'과 '흥행' 두 축의 동반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프로축구연맹은 비율형 샐러리캡과 함께 2023년부터 로스터(Roster) 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구단의 등록 선수를 일정 수 이하로 제한하는 제도입니다. 유럽 축구에서는 이미 시행 중인 제도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이탈리아 세리에A는 25명, 미국 MLS에서는 30명의 로스터 제도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K리그 구단들은 그동안 평균 40명이 넘는 등록 선수를 유지했습니다. 리그의 크기에 비해 지나치게 많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로스터 제도 도입을 결정했습니다. 다만 2023년부터 32명 로스터 제도를 시작해 2025년까지 28명으로 단계적으로 줄인다는 계획입니다.
3년 뒤부터 시작되는 두 가지 제도 변화에 앞서, 프로축구연맹은 당장 내년부터 승리 수당 제도의 점진적 폐지를 추진합니다. 이는 코로나 19로 인한 구단들의 재정적 어려움 호소에 따른 결정입니다. 내년부터 승리 수당 상한선을 1부 리그는 100만 원, 2부 리그는 50만 원으로 설정했습니다. 구단별로 다르지만, K리그는 그동안 승리 수당이 개인당 500만 원이 넘는 경우가 있어 과당 출혈 경쟁이 논란이 되어왔습니다.
샐러리캡 도입을 골자로 한 프로연맹의 제도 변화는 코로나 19 상황에 따른 구단들의 재정난이 가장 큰 동력으로 작용했습니다. 선수단 인건비 비율을 줄이고자 하는 노력은 그동안 꾸준히 있었지만, 마땅한 계기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19라는 비상 상황에 몰리면서 구단들의 위기의식과 공감대가 커졌다는 분석입니다.
다만 선수들 관점에서 프로연맹의 결정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샐러리캡은 고액 연봉자 선수들의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제도이고, 등록 선수 축소 역시 축구계 전체로 봤을 때는 일자리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진통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국프로축구 선수협회는 이사회 의결이 발표되자 "이번 이사회 의결사안에 직접적인 당사자인 선수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아직도 이런 중요한 결정을 내리면서 선수 의견을 수렴하지 않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면서 "협회장 등 회원들과 추후 충분한 논의를 거쳐,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을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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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범 기자 kikiholic@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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