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위기, 그들만의 위기 아니다”…“한국 사회, 희생자들에 보상해야”
입력 2020.12.15 (21:42)
수정 2020.12.15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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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간난신고”
몹시 힘들고 어려우며 고생스럽단 의미로 자영업자들이 꼽은 올해의 사자성어입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한 올 한 해 형편은 또 다른 조사에서도 드러났습니다.
"노심초사".
중소상공인들은 몹시 마음 쓰며 애태운다는 의미의 이 사자성어를 꼽았습니다.
간난신고. 노심초사.
하지만 자영업, 소상공인들의 절박함은 몹시 힘들었다는 네 글자만으론 결코 표현할 수 없습니다.
미국의 정치 철학자 마이클 샌델 교수가 지난 5월, KBS 인터뷰에서 한국 사회에 던진 질문입니다.
반 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요?
우한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일상이 멈춰버린 어려움, 또 그 어려움이 일상이 된 올 한해.
무엇이, 얼마나 바뀌었을까요?
KBS는 지난 5월에 이어 시사IN, 그리고 서울대학교와 함께 코로나19 이후의 한국 사회를 다시 한번 심층 분석했습니다.
먼저 미래에 대한 전망은 길어진 방역전 탓인지 반년 사이에 더 비관적인 시선이 늘었습니다.
코로나19 이후에 가장 심각한 위기가 무엇일지도 물었는데요.
첫손에 꼽은 건 자영업입니다.
그 뒤를 청년 고용, 그리고 실직이 이었습니다.
감염병 재난인데도 건강보다는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컸던 겁니다.
목재가 가득한 공방, 각종 작업과 외부 강의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쓰임을 찾지 못한 채 쌓여 있습니다.
월세를 포함해 한달 유지비는 백만 원 정도입니다.
[김기남/공방 운영 : "코로나가 잠시 주춤했을 때 풀렸을 때 그 때 잠깐 한 2,300(만원). 지금 올해 전체로 해도 한 500만원 수입이 안 됐을 거예요."]
["(임대료를 좀 깎아줬다든가 그런 건 없어요?) 착한 임대 상인 뭐 TV로 많이 봤지만, 현실로는 제가 생각했을 때 대한민국에 1%도 안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27년 동안 도매업만 하던 최영민 씨는 지난 8월 홍대 거리에 오랜 꿈이었던 포장마차를 열었습니다.
[최영민/서울 마포구 : "체력이 있을 때 사람 많은 곳에서 내가 여태까지 쌓아온 노하우로 거기서 한 번 펼치고 싶었던 것 뿐이지"]
목이 좋은 자리라 월세만 천 만 원이 훌쩍 넘지만, 영업시간 단축이 반복되면서 하루 매출은 7~8만 원까지 떨어졌습니다.
결국 석달 만에 문을 닫았습니다.
[최영민/서울 마포구 : "(실내 포차는) 술을 먹는 곳인데 손님이 8시에 들어오신단 말이에요, 근데 9시까지 하면 저희는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멈춰버린 영업장, 기댈 곳은 정부 지원 뿐이지만 현실은 녹록진 않습니다.
상담 센터를 운영하다가 정부 지원 자금을 신청한 한 사례를 볼까요.
길어도 3주면 지급된다는 말과 달리 두 달 가까이 걸렸습니다.
애타는 마음에 여러 차례 문의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명확지 않았습니다.
[A씨/음성변조 : "(지원금이) 자영업자들한테는 국가가 함께 한다는 그런 든든함이거든요. (사회가) 함께 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더 확고해지는?"]
필라테스 강사 이향미 씨는 영업 중단 기간 동안 회원들에게 온라인 강의를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관할 강남구청이 경찰 고발까지 언급하며 제동을 걸었습니다.
[이향미/필라테스 학원장 : "휴원 공지문이 붙어있는 모습을 다 보셨거든요. (그런데도) 온라인 세션이나 영상 촬영을 하시면 안 된다. 청소랑 유지 관리,보수 업무만 해야된다고 정확하게 말씀 하셨어요."]
혼자하는 촬영도 안 된다는 말에 결국 국민 청원을 냈습니다.
[이향미 : "'우리만 영업을 하게 해주세요.' 이런 정도를 바라는 건 사실 아니거든요. 위험을 가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우리가 새롭게 해볼 수 있는 것까지는 막지 않았으면..."]
코로나19 방역의 최전방에 의료진과 정부가 있다면, 사회적 거리 두기는 자영업자들의 희생이 절대적입니다.
하지만 너나 없이 모두가 힘든 탓일까요?
자영업자에 대해 정부가 '상당액 이상'을 지원해야 한다는 응답에는 절반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임동균/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 "(자영업자들이) 사회 전체를 위해서 비용을 지불한 분들이란 것을 먼저 우리가 확인을 해야 됩니다. (그런 인식이 형성되면) 어떤 방식으로 보상할 것인가? 이제 이런 생각이 들죠."]
코로나 19 방역을 위해 더 많이 희생한 이들에게 우리 사회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마이클 샌델 : "코로나19 감염병이 드러낸 우리 사회의 심각한 불평등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한 광범위한 사회적 논의를, 이번 팬데믹 경험을 통해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을) 어떻게 팬데믹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보호하고 보상하고 감사하며 인정해야 할지 공론화해야 합니다."]
KBS 뉴스 우한솔입니다.
촬영기자:유성주 김재현 안민식/영상편집:김기곤/그래픽:최창준
<코로나19 이후 한국사회 인식조사>
표본: 만 18세 이상 남녀 1,050명
오차: 95% 신뢰수준(±3.0%p)
일시: 11월 23일~25일
조사방법: 웹조사
조사기관: 한국리서치
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간난신고”
몹시 힘들고 어려우며 고생스럽단 의미로 자영업자들이 꼽은 올해의 사자성어입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한 올 한 해 형편은 또 다른 조사에서도 드러났습니다.
"노심초사".
중소상공인들은 몹시 마음 쓰며 애태운다는 의미의 이 사자성어를 꼽았습니다.
간난신고. 노심초사.
하지만 자영업, 소상공인들의 절박함은 몹시 힘들었다는 네 글자만으론 결코 표현할 수 없습니다.
미국의 정치 철학자 마이클 샌델 교수가 지난 5월, KBS 인터뷰에서 한국 사회에 던진 질문입니다.
반 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요?
우한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일상이 멈춰버린 어려움, 또 그 어려움이 일상이 된 올 한해.
무엇이, 얼마나 바뀌었을까요?
KBS는 지난 5월에 이어 시사IN, 그리고 서울대학교와 함께 코로나19 이후의 한국 사회를 다시 한번 심층 분석했습니다.
먼저 미래에 대한 전망은 길어진 방역전 탓인지 반년 사이에 더 비관적인 시선이 늘었습니다.
코로나19 이후에 가장 심각한 위기가 무엇일지도 물었는데요.
첫손에 꼽은 건 자영업입니다.
그 뒤를 청년 고용, 그리고 실직이 이었습니다.
감염병 재난인데도 건강보다는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컸던 겁니다.
목재가 가득한 공방, 각종 작업과 외부 강의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쓰임을 찾지 못한 채 쌓여 있습니다.
월세를 포함해 한달 유지비는 백만 원 정도입니다.
[김기남/공방 운영 : "코로나가 잠시 주춤했을 때 풀렸을 때 그 때 잠깐 한 2,300(만원). 지금 올해 전체로 해도 한 500만원 수입이 안 됐을 거예요."]
["(임대료를 좀 깎아줬다든가 그런 건 없어요?) 착한 임대 상인 뭐 TV로 많이 봤지만, 현실로는 제가 생각했을 때 대한민국에 1%도 안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27년 동안 도매업만 하던 최영민 씨는 지난 8월 홍대 거리에 오랜 꿈이었던 포장마차를 열었습니다.
[최영민/서울 마포구 : "체력이 있을 때 사람 많은 곳에서 내가 여태까지 쌓아온 노하우로 거기서 한 번 펼치고 싶었던 것 뿐이지"]
목이 좋은 자리라 월세만 천 만 원이 훌쩍 넘지만, 영업시간 단축이 반복되면서 하루 매출은 7~8만 원까지 떨어졌습니다.
결국 석달 만에 문을 닫았습니다.
[최영민/서울 마포구 : "(실내 포차는) 술을 먹는 곳인데 손님이 8시에 들어오신단 말이에요, 근데 9시까지 하면 저희는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멈춰버린 영업장, 기댈 곳은 정부 지원 뿐이지만 현실은 녹록진 않습니다.
상담 센터를 운영하다가 정부 지원 자금을 신청한 한 사례를 볼까요.
길어도 3주면 지급된다는 말과 달리 두 달 가까이 걸렸습니다.
애타는 마음에 여러 차례 문의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명확지 않았습니다.
[A씨/음성변조 : "(지원금이) 자영업자들한테는 국가가 함께 한다는 그런 든든함이거든요. (사회가) 함께 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더 확고해지는?"]
필라테스 강사 이향미 씨는 영업 중단 기간 동안 회원들에게 온라인 강의를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관할 강남구청이 경찰 고발까지 언급하며 제동을 걸었습니다.
[이향미/필라테스 학원장 : "휴원 공지문이 붙어있는 모습을 다 보셨거든요. (그런데도) 온라인 세션이나 영상 촬영을 하시면 안 된다. 청소랑 유지 관리,보수 업무만 해야된다고 정확하게 말씀 하셨어요."]
혼자하는 촬영도 안 된다는 말에 결국 국민 청원을 냈습니다.
[이향미 : "'우리만 영업을 하게 해주세요.' 이런 정도를 바라는 건 사실 아니거든요. 위험을 가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우리가 새롭게 해볼 수 있는 것까지는 막지 않았으면..."]
코로나19 방역의 최전방에 의료진과 정부가 있다면, 사회적 거리 두기는 자영업자들의 희생이 절대적입니다.
하지만 너나 없이 모두가 힘든 탓일까요?
자영업자에 대해 정부가 '상당액 이상'을 지원해야 한다는 응답에는 절반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임동균/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 "(자영업자들이) 사회 전체를 위해서 비용을 지불한 분들이란 것을 먼저 우리가 확인을 해야 됩니다. (그런 인식이 형성되면) 어떤 방식으로 보상할 것인가? 이제 이런 생각이 들죠."]
코로나 19 방역을 위해 더 많이 희생한 이들에게 우리 사회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마이클 샌델 : "코로나19 감염병이 드러낸 우리 사회의 심각한 불평등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한 광범위한 사회적 논의를, 이번 팬데믹 경험을 통해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을) 어떻게 팬데믹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보호하고 보상하고 감사하며 인정해야 할지 공론화해야 합니다."]
KBS 뉴스 우한솔입니다.
촬영기자:유성주 김재현 안민식/영상편집:김기곤/그래픽:최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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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본: 만 18세 이상 남녀 1,05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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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11월 23일~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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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0-12-15 21:42:09
- 수정2020-12-15 22: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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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난신고”
몹시 힘들고 어려우며 고생스럽단 의미로 자영업자들이 꼽은 올해의 사자성어입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한 올 한 해 형편은 또 다른 조사에서도 드러났습니다.
"노심초사".
중소상공인들은 몹시 마음 쓰며 애태운다는 의미의 이 사자성어를 꼽았습니다.
간난신고. 노심초사.
하지만 자영업, 소상공인들의 절박함은 몹시 힘들었다는 네 글자만으론 결코 표현할 수 없습니다.
미국의 정치 철학자 마이클 샌델 교수가 지난 5월, KBS 인터뷰에서 한국 사회에 던진 질문입니다.
반 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요?
우한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일상이 멈춰버린 어려움, 또 그 어려움이 일상이 된 올 한해.
무엇이, 얼마나 바뀌었을까요?
KBS는 지난 5월에 이어 시사IN, 그리고 서울대학교와 함께 코로나19 이후의 한국 사회를 다시 한번 심층 분석했습니다.
먼저 미래에 대한 전망은 길어진 방역전 탓인지 반년 사이에 더 비관적인 시선이 늘었습니다.
코로나19 이후에 가장 심각한 위기가 무엇일지도 물었는데요.
첫손에 꼽은 건 자영업입니다.
그 뒤를 청년 고용, 그리고 실직이 이었습니다.
감염병 재난인데도 건강보다는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컸던 겁니다.
목재가 가득한 공방, 각종 작업과 외부 강의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쓰임을 찾지 못한 채 쌓여 있습니다.
월세를 포함해 한달 유지비는 백만 원 정도입니다.
[김기남/공방 운영 : "코로나가 잠시 주춤했을 때 풀렸을 때 그 때 잠깐 한 2,300(만원). 지금 올해 전체로 해도 한 500만원 수입이 안 됐을 거예요."]
["(임대료를 좀 깎아줬다든가 그런 건 없어요?) 착한 임대 상인 뭐 TV로 많이 봤지만, 현실로는 제가 생각했을 때 대한민국에 1%도 안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27년 동안 도매업만 하던 최영민 씨는 지난 8월 홍대 거리에 오랜 꿈이었던 포장마차를 열었습니다.
[최영민/서울 마포구 : "체력이 있을 때 사람 많은 곳에서 내가 여태까지 쌓아온 노하우로 거기서 한 번 펼치고 싶었던 것 뿐이지"]
목이 좋은 자리라 월세만 천 만 원이 훌쩍 넘지만, 영업시간 단축이 반복되면서 하루 매출은 7~8만 원까지 떨어졌습니다.
결국 석달 만에 문을 닫았습니다.
[최영민/서울 마포구 : "(실내 포차는) 술을 먹는 곳인데 손님이 8시에 들어오신단 말이에요, 근데 9시까지 하면 저희는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멈춰버린 영업장, 기댈 곳은 정부 지원 뿐이지만 현실은 녹록진 않습니다.
상담 센터를 운영하다가 정부 지원 자금을 신청한 한 사례를 볼까요.
길어도 3주면 지급된다는 말과 달리 두 달 가까이 걸렸습니다.
애타는 마음에 여러 차례 문의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명확지 않았습니다.
[A씨/음성변조 : "(지원금이) 자영업자들한테는 국가가 함께 한다는 그런 든든함이거든요. (사회가) 함께 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더 확고해지는?"]
필라테스 강사 이향미 씨는 영업 중단 기간 동안 회원들에게 온라인 강의를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관할 강남구청이 경찰 고발까지 언급하며 제동을 걸었습니다.
[이향미/필라테스 학원장 : "휴원 공지문이 붙어있는 모습을 다 보셨거든요. (그런데도) 온라인 세션이나 영상 촬영을 하시면 안 된다. 청소랑 유지 관리,보수 업무만 해야된다고 정확하게 말씀 하셨어요."]
혼자하는 촬영도 안 된다는 말에 결국 국민 청원을 냈습니다.
[이향미 : "'우리만 영업을 하게 해주세요.' 이런 정도를 바라는 건 사실 아니거든요. 위험을 가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우리가 새롭게 해볼 수 있는 것까지는 막지 않았으면..."]
코로나19 방역의 최전방에 의료진과 정부가 있다면, 사회적 거리 두기는 자영업자들의 희생이 절대적입니다.
하지만 너나 없이 모두가 힘든 탓일까요?
자영업자에 대해 정부가 '상당액 이상'을 지원해야 한다는 응답에는 절반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임동균/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 "(자영업자들이) 사회 전체를 위해서 비용을 지불한 분들이란 것을 먼저 우리가 확인을 해야 됩니다. (그런 인식이 형성되면) 어떤 방식으로 보상할 것인가? 이제 이런 생각이 들죠."]
코로나 19 방역을 위해 더 많이 희생한 이들에게 우리 사회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마이클 샌델 : "코로나19 감염병이 드러낸 우리 사회의 심각한 불평등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한 광범위한 사회적 논의를, 이번 팬데믹 경험을 통해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을) 어떻게 팬데믹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보호하고 보상하고 감사하며 인정해야 할지 공론화해야 합니다."]
KBS 뉴스 우한솔입니다.
촬영기자:유성주 김재현 안민식/영상편집:김기곤/그래픽:최창준
<코로나19 이후 한국사회 인식조사>
표본: 만 18세 이상 남녀 1,050명
오차: 95% 신뢰수준(±3.0%p)
일시: 11월 23일~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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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난신고. 노심초사.
하지만 자영업, 소상공인들의 절박함은 몹시 힘들었다는 네 글자만으론 결코 표현할 수 없습니다.
미국의 정치 철학자 마이클 샌델 교수가 지난 5월, KBS 인터뷰에서 한국 사회에 던진 질문입니다.
반 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요?
우한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일상이 멈춰버린 어려움, 또 그 어려움이 일상이 된 올 한해.
무엇이, 얼마나 바뀌었을까요?
KBS는 지난 5월에 이어 시사IN, 그리고 서울대학교와 함께 코로나19 이후의 한국 사회를 다시 한번 심층 분석했습니다.
먼저 미래에 대한 전망은 길어진 방역전 탓인지 반년 사이에 더 비관적인 시선이 늘었습니다.
코로나19 이후에 가장 심각한 위기가 무엇일지도 물었는데요.
첫손에 꼽은 건 자영업입니다.
그 뒤를 청년 고용, 그리고 실직이 이었습니다.
감염병 재난인데도 건강보다는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컸던 겁니다.
목재가 가득한 공방, 각종 작업과 외부 강의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쓰임을 찾지 못한 채 쌓여 있습니다.
월세를 포함해 한달 유지비는 백만 원 정도입니다.
[김기남/공방 운영 : "코로나가 잠시 주춤했을 때 풀렸을 때 그 때 잠깐 한 2,300(만원). 지금 올해 전체로 해도 한 500만원 수입이 안 됐을 거예요."]
["(임대료를 좀 깎아줬다든가 그런 건 없어요?) 착한 임대 상인 뭐 TV로 많이 봤지만, 현실로는 제가 생각했을 때 대한민국에 1%도 안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27년 동안 도매업만 하던 최영민 씨는 지난 8월 홍대 거리에 오랜 꿈이었던 포장마차를 열었습니다.
[최영민/서울 마포구 : "체력이 있을 때 사람 많은 곳에서 내가 여태까지 쌓아온 노하우로 거기서 한 번 펼치고 싶었던 것 뿐이지"]
목이 좋은 자리라 월세만 천 만 원이 훌쩍 넘지만, 영업시간 단축이 반복되면서 하루 매출은 7~8만 원까지 떨어졌습니다.
결국 석달 만에 문을 닫았습니다.
[최영민/서울 마포구 : "(실내 포차는) 술을 먹는 곳인데 손님이 8시에 들어오신단 말이에요, 근데 9시까지 하면 저희는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멈춰버린 영업장, 기댈 곳은 정부 지원 뿐이지만 현실은 녹록진 않습니다.
상담 센터를 운영하다가 정부 지원 자금을 신청한 한 사례를 볼까요.
길어도 3주면 지급된다는 말과 달리 두 달 가까이 걸렸습니다.
애타는 마음에 여러 차례 문의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명확지 않았습니다.
[A씨/음성변조 : "(지원금이) 자영업자들한테는 국가가 함께 한다는 그런 든든함이거든요. (사회가) 함께 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더 확고해지는?"]
필라테스 강사 이향미 씨는 영업 중단 기간 동안 회원들에게 온라인 강의를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관할 강남구청이 경찰 고발까지 언급하며 제동을 걸었습니다.
[이향미/필라테스 학원장 : "휴원 공지문이 붙어있는 모습을 다 보셨거든요. (그런데도) 온라인 세션이나 영상 촬영을 하시면 안 된다. 청소랑 유지 관리,보수 업무만 해야된다고 정확하게 말씀 하셨어요."]
혼자하는 촬영도 안 된다는 말에 결국 국민 청원을 냈습니다.
[이향미 : "'우리만 영업을 하게 해주세요.' 이런 정도를 바라는 건 사실 아니거든요. 위험을 가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우리가 새롭게 해볼 수 있는 것까지는 막지 않았으면..."]
코로나19 방역의 최전방에 의료진과 정부가 있다면, 사회적 거리 두기는 자영업자들의 희생이 절대적입니다.
하지만 너나 없이 모두가 힘든 탓일까요?
자영업자에 대해 정부가 '상당액 이상'을 지원해야 한다는 응답에는 절반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임동균/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 "(자영업자들이) 사회 전체를 위해서 비용을 지불한 분들이란 것을 먼저 우리가 확인을 해야 됩니다. (그런 인식이 형성되면) 어떤 방식으로 보상할 것인가? 이제 이런 생각이 들죠."]
코로나 19 방역을 위해 더 많이 희생한 이들에게 우리 사회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마이클 샌델 : "코로나19 감염병이 드러낸 우리 사회의 심각한 불평등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한 광범위한 사회적 논의를, 이번 팬데믹 경험을 통해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을) 어떻게 팬데믹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보호하고 보상하고 감사하며 인정해야 할지 공론화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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