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복지 사각’이 부른 안타까운 죽음

입력 2020.12.16 (07:49) 수정 2020.12.16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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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용 해설위원

끝내 주인에게 건네지지 못하고 문앞에 놓인 택배 상잡니다. 구청에서 보낸 방역 마스크가 들어있었습니다. 이 집에서 숨진 지 반년이 넘은 것으로 추정되는60대 여성의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고인의 30대 아들은 발달장애인으로 어머니가 숨진 뒤 노숙을 해왔습니다. 모자의 안타까운 사연은 뒤늦게 알려지게 됐습니다.

이 가구의 어려운 사정은 해당 구청에서도 제대로 몰랐다고 합니다. 어머니가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일단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가구로 분류된 겁니다. 그래서 긴급하게 복지지원이 필요한 '위기 가구' 조사 대상에서는 빠져있었습니다. 그러나 매달 28만 원의 주거급여가 전부, 개인사정으로 부양의무자의 소득조사가 필요한 생계와 의료급여는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부족한 생활비에 건강보험료는 10년 이상 밀렸고, 전기와 수도요금도 못 냈습니다. 2014년 이른바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정부와 정치권은 복지 확대를 위한 제도를 대폭 보완했습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과 긴급복지지원법을 개정하는 등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의 그물을 더 촘촘하게 해놨습니다. 그러나 이런 보완에도 빈틈을 파고든 사각지대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일일이 찾아가 보살펴주는 돌봄서비스도 아직은 독거노인 가구와 영유아 가구에 한정돼 있는 게 현실입니다.

노숙을 전전했던 30대 발달장애인 아들은 장애인등록도 안 돼 있었다고 합니다. 한 번 더 챙겨봤다면 하는 아쉬움이 짙게 남는 대목입니다. 코로나 시대, 비대면의 일상화가 낳은 비극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주인 잃은 이 택배 상자는 '문앞에 놓고 가세요'라는 요즘 흔하게 보는 주문이 아니라 나를 한 번 더 봐 달라는 호소였는지도 모릅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방배동모자 #비극 #송파세모녀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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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2-16 07:49:56
    • 수정2020-12-16 07:5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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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용 해설위원

끝내 주인에게 건네지지 못하고 문앞에 놓인 택배 상잡니다. 구청에서 보낸 방역 마스크가 들어있었습니다. 이 집에서 숨진 지 반년이 넘은 것으로 추정되는60대 여성의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고인의 30대 아들은 발달장애인으로 어머니가 숨진 뒤 노숙을 해왔습니다. 모자의 안타까운 사연은 뒤늦게 알려지게 됐습니다.

이 가구의 어려운 사정은 해당 구청에서도 제대로 몰랐다고 합니다. 어머니가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돼 일단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가구로 분류된 겁니다. 그래서 긴급하게 복지지원이 필요한 '위기 가구' 조사 대상에서는 빠져있었습니다. 그러나 매달 28만 원의 주거급여가 전부, 개인사정으로 부양의무자의 소득조사가 필요한 생계와 의료급여는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부족한 생활비에 건강보험료는 10년 이상 밀렸고, 전기와 수도요금도 못 냈습니다. 2014년 이른바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정부와 정치권은 복지 확대를 위한 제도를 대폭 보완했습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과 긴급복지지원법을 개정하는 등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의 그물을 더 촘촘하게 해놨습니다. 그러나 이런 보완에도 빈틈을 파고든 사각지대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일일이 찾아가 보살펴주는 돌봄서비스도 아직은 독거노인 가구와 영유아 가구에 한정돼 있는 게 현실입니다.

노숙을 전전했던 30대 발달장애인 아들은 장애인등록도 안 돼 있었다고 합니다. 한 번 더 챙겨봤다면 하는 아쉬움이 짙게 남는 대목입니다. 코로나 시대, 비대면의 일상화가 낳은 비극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주인 잃은 이 택배 상자는 '문앞에 놓고 가세요'라는 요즘 흔하게 보는 주문이 아니라 나를 한 번 더 봐 달라는 호소였는지도 모릅니다. 뉴스해설이었습니다.

#방배동모자 #비극 #송파세모녀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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