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마지막 우주쇼… 목성-토성 만났다!

입력 2020.12.21 (20:31) 수정 2020.12.22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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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의 행성태양계의 행성

■ 목성과 토성이 붙었다고요? 거의 그렇게 보입니다.

목성은 태양계의 행성 가운데 태양에서 5번째로 먼 행성입니다. 토성은 6번째고요. 목성의 지름은 139,820km로 지구의 11배입니다. 토성은 120,536km입니다.

두 행성 모두 지구에 비해 엄청나게 크지만, 워낙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 크기를 느낄 수 없죠. 햇빛을 받아야만 겨우 빛나는 하나의 점으로 보입니다. 더구나 태양과 지구 사이 평균 거리 1억 5천만km를 기준으로 하면 목성은 그 5.2배, 토성은 9.5배만큼 태양으로부터 떨어져 있습니다.

태양을 출발한 빛이 8분 20초가량 지나야 지구에 도착하는 것을 감안하면 목성과 토성의 간격은 생각만 해도 까마득합니다. 그런데 이 두 행성이 거의 붙었다고요? 지구에서 보기에 그럴 때가 있습니다.

목성-토성 일주(2020년 12월 20일, 보현산천문대)/한국천문연구원 제공목성-토성 일주(2020년 12월 20일, 보현산천문대)/한국천문연구원 제공

■ 20년에 한 번씩 만나는 목성과 토성.

목성이 태양을 도는 공전주기는 11.9년입니다. 토성은 29.5년이고요. 이렇게 제각각 태양을 중심으로 스스로 궤도를 돌다 보면 지구에서 볼 때 거의 일직선으로 자리할 때가 있습니다. 이런 배치가 거의 20년에 한 번씩 나온다고 합니다.

올해는 가장 가까이 근접한 오늘(21일) 눈으로 보는 두 행성의 각도가 0.1도라고 합니다. 이 정도면 거의 붙은 것으로 보이는 수준입니다.

고대 로마에서 병사를 뽑기 전 북두칠성 중에 손잡이 부분 2번째 별로 시력검사를 했다고 합니다. 2번째 별이라고 하지만 사실 1개가 아니라 2개입니다. 미자르-알코르 별이라고 하는데 2개로 구분해 보면 합격이고 1개로 보면 불합격이었다죠. 0.1도면 미자르-알코르보다 더 가까우니 치열한 경쟁을 뚫은 로마 병사도 구분하지 못할 만큼 가깝습니다.

달의 지름이 지구에서 보기에 0.5도인 것과 비교하면 달 지름의 5분의 1거리까지 근접한 겁니다. 이것을 목성과 토성의 '대근접'이라고 부릅니다.

■ 맨눈으로 쉽게 보기 어려운 목성-토성 '대근접'.

목성과 토성이 20년에 한 번씩 한눈에 들어온다고는 하지만, 이것을 실제 맨눈으로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올해처럼 해가 진 뒤에도 목성과 토성이 지평선 위에 남아 있으면 보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볼 수 없죠. 한낮에 하늘에 떠 있으면요? 태양이 너무 밝으니 목성과 토성이 그 빛을 반사한들 우리 눈에 들어올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이 2개의 행성이 지구에서 보기에 0.1도 안에 들어오는 것도 매우 드문 경우라고 합니다. 올해 목성-토성 대근접을 보신 분들은 대운이 깃든 것 같습니다.

이번에 맨눈으로 본 것이 수백 년 만입니다. 다음 대근접은 60년이 지나야 볼 수 있다는 이야기들이 있는데, 한국천문연구원에 문의하니 외국 기관의 발표를 인용한 것 같지만 직접 검증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목성-토성 대근접(2020년 12월 21일/보현산천문대/망원렌즈)/한국천문연구원 제공목성-토성 대근접(2020년 12월 21일/보현산천문대/망원렌즈)/한국천문연구원 제공

■ 목성의 위성과 토성의 띠가 한자리에.

아무튼, 어떻습니까? 내가 이 시기를 함께했다는 사실이 소중하지요. 위의 사진을 유심히 봐주십시오. 한국천문연구원이 오늘(12월 21일) 저녁 보현산천문대에서 목성과 토성이 근접한 장면을 망원렌즈로 확대해 촬영한 장면입니다.

토성은 주변에 원반처럼 펼쳐진 그 유명한 띠가 보입니다. 목성은 위성 4개가 1열로 서 있죠. 목성의 위성과 토성의 띠가 한 화면에 담겼다는 것 자체가 신비롭습니다.

■ 천체들의 우주쇼는 내년에도 계속됩니다.

2021년 5월 26일에는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완전히 가려지는 개기월식이 펼쳐집니다. 11월 19일에는 일부만 가려지는 부분월식을 볼 수 있고요.

3대 유성우도 기대됩니다. '사분의자리' 유성우는 1월 3일 밤과 자정을 넘어 4일 새벽에 많이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는 8월 13일 밤 달이 진 이후인 10시 17분부터 관측하기 좋다고 합니다. 쌍둥이자리 유성우는 12월 14일 낮에 가장 많이 떨어지지만, 밤과 자정을 넘어 15일 새벽에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이한 것은 내년부터 10년쯤 우리나라에서는 달이 태양을 가리는 일식을 보기 어렵습니다. 현대인들이 보기에는 일식이 장관이지만, 오래전에는 불길한 징조로 여겨지던 때가 있었죠. 일식이 불길한 징조라면 우리나라에 일식이 없을 앞으로의 10년은 불길한 일도 없기를 기대해도 좋을까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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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 마지막 우주쇼… 목성-토성 만났다!
    • 입력 2020-12-21 20:31:13
    • 수정2020-12-22 14:06:16
    취재K
태양계의 행성
■ 목성과 토성이 붙었다고요? 거의 그렇게 보입니다.

목성은 태양계의 행성 가운데 태양에서 5번째로 먼 행성입니다. 토성은 6번째고요. 목성의 지름은 139,820km로 지구의 11배입니다. 토성은 120,536km입니다.

두 행성 모두 지구에 비해 엄청나게 크지만, 워낙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 크기를 느낄 수 없죠. 햇빛을 받아야만 겨우 빛나는 하나의 점으로 보입니다. 더구나 태양과 지구 사이 평균 거리 1억 5천만km를 기준으로 하면 목성은 그 5.2배, 토성은 9.5배만큼 태양으로부터 떨어져 있습니다.

태양을 출발한 빛이 8분 20초가량 지나야 지구에 도착하는 것을 감안하면 목성과 토성의 간격은 생각만 해도 까마득합니다. 그런데 이 두 행성이 거의 붙었다고요? 지구에서 보기에 그럴 때가 있습니다.

목성-토성 일주(2020년 12월 20일, 보현산천문대)/한국천문연구원 제공
■ 20년에 한 번씩 만나는 목성과 토성.

목성이 태양을 도는 공전주기는 11.9년입니다. 토성은 29.5년이고요. 이렇게 제각각 태양을 중심으로 스스로 궤도를 돌다 보면 지구에서 볼 때 거의 일직선으로 자리할 때가 있습니다. 이런 배치가 거의 20년에 한 번씩 나온다고 합니다.

올해는 가장 가까이 근접한 오늘(21일) 눈으로 보는 두 행성의 각도가 0.1도라고 합니다. 이 정도면 거의 붙은 것으로 보이는 수준입니다.

고대 로마에서 병사를 뽑기 전 북두칠성 중에 손잡이 부분 2번째 별로 시력검사를 했다고 합니다. 2번째 별이라고 하지만 사실 1개가 아니라 2개입니다. 미자르-알코르 별이라고 하는데 2개로 구분해 보면 합격이고 1개로 보면 불합격이었다죠. 0.1도면 미자르-알코르보다 더 가까우니 치열한 경쟁을 뚫은 로마 병사도 구분하지 못할 만큼 가깝습니다.

달의 지름이 지구에서 보기에 0.5도인 것과 비교하면 달 지름의 5분의 1거리까지 근접한 겁니다. 이것을 목성과 토성의 '대근접'이라고 부릅니다.

■ 맨눈으로 쉽게 보기 어려운 목성-토성 '대근접'.

목성과 토성이 20년에 한 번씩 한눈에 들어온다고는 하지만, 이것을 실제 맨눈으로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올해처럼 해가 진 뒤에도 목성과 토성이 지평선 위에 남아 있으면 보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볼 수 없죠. 한낮에 하늘에 떠 있으면요? 태양이 너무 밝으니 목성과 토성이 그 빛을 반사한들 우리 눈에 들어올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이 2개의 행성이 지구에서 보기에 0.1도 안에 들어오는 것도 매우 드문 경우라고 합니다. 올해 목성-토성 대근접을 보신 분들은 대운이 깃든 것 같습니다.

이번에 맨눈으로 본 것이 수백 년 만입니다. 다음 대근접은 60년이 지나야 볼 수 있다는 이야기들이 있는데, 한국천문연구원에 문의하니 외국 기관의 발표를 인용한 것 같지만 직접 검증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목성-토성 대근접(2020년 12월 21일/보현산천문대/망원렌즈)/한국천문연구원 제공
■ 목성의 위성과 토성의 띠가 한자리에.

아무튼, 어떻습니까? 내가 이 시기를 함께했다는 사실이 소중하지요. 위의 사진을 유심히 봐주십시오. 한국천문연구원이 오늘(12월 21일) 저녁 보현산천문대에서 목성과 토성이 근접한 장면을 망원렌즈로 확대해 촬영한 장면입니다.

토성은 주변에 원반처럼 펼쳐진 그 유명한 띠가 보입니다. 목성은 위성 4개가 1열로 서 있죠. 목성의 위성과 토성의 띠가 한 화면에 담겼다는 것 자체가 신비롭습니다.

■ 천체들의 우주쇼는 내년에도 계속됩니다.

2021년 5월 26일에는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완전히 가려지는 개기월식이 펼쳐집니다. 11월 19일에는 일부만 가려지는 부분월식을 볼 수 있고요.

3대 유성우도 기대됩니다. '사분의자리' 유성우는 1월 3일 밤과 자정을 넘어 4일 새벽에 많이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는 8월 13일 밤 달이 진 이후인 10시 17분부터 관측하기 좋다고 합니다. 쌍둥이자리 유성우는 12월 14일 낮에 가장 많이 떨어지지만, 밤과 자정을 넘어 15일 새벽에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이한 것은 내년부터 10년쯤 우리나라에서는 달이 태양을 가리는 일식을 보기 어렵습니다. 현대인들이 보기에는 일식이 장관이지만, 오래전에는 불길한 징조로 여겨지던 때가 있었죠. 일식이 불길한 징조라면 우리나라에 일식이 없을 앞으로의 10년은 불길한 일도 없기를 기대해도 좋을까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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