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채 폭행에 나체 사진까지…10년 지기 폭력의 끝은?

입력 2020.12.22 (16:45) 수정 2020.12.22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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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영정 사진 앞에서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던 유족.아들의 영정 사진 앞에서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던 유족.

최근 한 인터넷 게시판에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피투성이가 된 20대 남성의 얼굴. 사진 속 남성은 다름 아닌 십년지기 친구들에게 폭행을 당했습니다. 그는 사진이 찍힌 이 날 밤 결국 숨졌습니다.

이 같은 피해자의 억울한 죽음을 알리고,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는 글은 인터넷상에서 일파만파 퍼져갔습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피해자의 사진. 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피해자의 사진.

■ 골프채로 전신 구타하고, 사진까지 촬영한 '친구들'

강원도 속초에서 이 사건이 벌어진 건 이달 12일 새벽입니다. 피해자 A 씨와 가해자 최모 씨, 나머지 친구 2명은 전날 밤부터 사건 당일 새벽까지 술을 마셨습니다.

그리고 새벽 3시쯤, 인근 PC방 주차장과 길거리에서 가해자의 폭행이 시작됐습니다. 자신의 차에서 골프채를 꺼내 A 씨의 전신을 마구 구타했습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CCTV 영상에는, A 씨가 가해자 무리를 피해 도망가다가 이내 붙잡혀 다시 폭행당하는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가해자는 자신의 집까지 피해자를 데려가 폭력을 이어갔습니다. 얼굴을 수십 차례 때리고 계단에서 굴러 넘어뜨리는 등 폭행은 잔혹했습니다.

심지어 바로 옆에서 이들을 지켜본 친구 2명은, 가해자를 말리거나 피해자를 도와주기는커녕 피범벅이 된 A 씨의 얼굴을 촬영했습니다.

유족과 그 외 피해자 친구들은 이들이 해당 사진을 여기저기 유포도 했다고 주장합니다.

골프채로 피해자 A 씨를 구타하는 피의자 최 씨의 모습. 골프채로 피해자 A 씨를 구타하는 피의자 최 씨의 모습.

그렇게 피해자는 가해자 집에 방치됐고, 이날 밤 9시쯤 속초의 한 병원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 결과 사인이 뇌 경막하 출혈로 추정된다는 구두 소견을 내놨습니다.

■ "나체 사진 SNS에도 올려"…10년 이어진 괴롭힘과 폭행

피해자 A 씨의 오랜 친구들은 가해자 최 씨 무리의 이런 괴롭힘이 학창시절부터 계속돼왔다고 말합니다.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도 A 씨와 가장 친했던 친구 B 씨가 이 내용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리면서부터인데요.

중학생 시절만 해도 짓궂은 장난과 괴롭힘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고등학교 진학 뒤 최 씨 무리의 괴롭힘이 심해졌다고 B 씨와 친구들은 주장합니다.

A 씨의 나체나 속옷만 입고 있는 모습을 몰래 촬영하거나 굴욕적으로 합성한 사진 등을 친구들끼리 돌려보고 나중에는 이를 위한 페이스북 페이지까지 운영됐다는 겁니다.

모두에게 공개된 이 SNS 페이지는 속초지역 또래 친구들은 거의 다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고 합니다. 이 페이지는 최소 1년 이상 운영된 뒤 A 씨의 항의로 삭제됐습니다.

가해자의 골프채 폭행이 이뤄졌던 강원도 속초의 길거리.가해자의 골프채 폭행이 이뤄졌던 강원도 속초의 길거리.

폭행은 20대 이후 시작됐습니다. 가해자 무리와 술자리만 갔다 오면, 온몸에 멍이 들 정도로 맞고 왔다고 B 씨와 친구들은 말합니다.

사람 많은 술집에서 강제로 피해자의 옷을 벗겨 영상을 찍고 조롱하는 일은 예삿일이었다고 합니다. 올해 초 피해자 A 씨가 전역한 뒤로 이들과 함께 있다가 휴대폰과 지갑을 잃어버린 것도 수차례였습니다.

피해자는 B 씨 등 단짝 친구 2명과 있을 때 "가해자 무리와 거리를 두고 싶다"거나 "너희랑 있을 때가 좋다"는 말을 자주 했었다고 합니다. "코로나19 끝나면 같이 해외로 놀러가자"라고도 했던 A 씨. 하지만 적나라한 폭행의 실상까지는 이 친구들에게도 털어놓지 못했습니다.

■ 유족들 "살인죄로 처벌 받아야"

유족들은 황망할 뿐입니다. 이번 사건 이전에도 폭행과 괴롭힘이 오랜 시간 계속돼왔다는 게 더 큰 충격입니다.

이에 따라 유족들은 변호사를 선임해, 가해자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로 처벌받도록 수사기관에 변호인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경찰은 가해자 즉, 피의자 최 씨를 상해치사와 특수폭행, 재물손괴,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등 혐의로 구속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긴 상태입니다.

폭행 사건을 방관했던 친구 2명도 특수폭행 방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습니다.

경찰은 이외에도 유족과 친구들이 이야기하는 과거 폭행 사건들과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 등에 대해서도 종합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피해자 친구 B 씨가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 중 일부.피해자 친구 B 씨가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 중 일부.

■ "나도 피해자였다", "나도 가해자였다"는 또 다른 친구들

유족이 말한 바로는 피해자 A 씨의 장례식에는 코로나19 시국임에도 불구하고 4백 명에 달하는 친구들이 방문했습니다.

"나도 최 씨로부터 괴롭힘을 받았다", "나 또한 A 씨를 괴롭힌 가해자였다"는 수많은 친구가 유족 앞에서 통곡하고 사죄했습니다.

이 장면은 우리로 하여금 많은 생각이 들게 합니다. 도저히 뿌리가 뽑히지 않는 학교 폭력과 그 피해자들. 또 가해자들과 이들 못지않은 방관자들의 존재까지.

이번에 강원도 속초에서 발생한 이런 안타까운 사건이 전국 어느 곳에서나 또 반복되지 않으려면 우리는 모두 어떤 위치에서도 침묵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연관기사] 10년 이어진 ‘학교 폭력’…결국 사망까지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076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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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채 폭행에 나체 사진까지…10년 지기 폭력의 끝은?
    • 입력 2020-12-22 16:45:52
    • 수정2020-12-22 18:41:56
    취재K
아들의 영정 사진 앞에서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던 유족.
최근 한 인터넷 게시판에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피투성이가 된 20대 남성의 얼굴. 사진 속 남성은 다름 아닌 십년지기 친구들에게 폭행을 당했습니다. 그는 사진이 찍힌 이 날 밤 결국 숨졌습니다.

이 같은 피해자의 억울한 죽음을 알리고,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는 글은 인터넷상에서 일파만파 퍼져갔습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피해자의 사진.
■ 골프채로 전신 구타하고, 사진까지 촬영한 '친구들'

강원도 속초에서 이 사건이 벌어진 건 이달 12일 새벽입니다. 피해자 A 씨와 가해자 최모 씨, 나머지 친구 2명은 전날 밤부터 사건 당일 새벽까지 술을 마셨습니다.

그리고 새벽 3시쯤, 인근 PC방 주차장과 길거리에서 가해자의 폭행이 시작됐습니다. 자신의 차에서 골프채를 꺼내 A 씨의 전신을 마구 구타했습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CCTV 영상에는, A 씨가 가해자 무리를 피해 도망가다가 이내 붙잡혀 다시 폭행당하는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가해자는 자신의 집까지 피해자를 데려가 폭력을 이어갔습니다. 얼굴을 수십 차례 때리고 계단에서 굴러 넘어뜨리는 등 폭행은 잔혹했습니다.

심지어 바로 옆에서 이들을 지켜본 친구 2명은, 가해자를 말리거나 피해자를 도와주기는커녕 피범벅이 된 A 씨의 얼굴을 촬영했습니다.

유족과 그 외 피해자 친구들은 이들이 해당 사진을 여기저기 유포도 했다고 주장합니다.

골프채로 피해자 A 씨를 구타하는 피의자 최 씨의 모습.
그렇게 피해자는 가해자 집에 방치됐고, 이날 밤 9시쯤 속초의 한 병원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 결과 사인이 뇌 경막하 출혈로 추정된다는 구두 소견을 내놨습니다.

■ "나체 사진 SNS에도 올려"…10년 이어진 괴롭힘과 폭행

피해자 A 씨의 오랜 친구들은 가해자 최 씨 무리의 이런 괴롭힘이 학창시절부터 계속돼왔다고 말합니다.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도 A 씨와 가장 친했던 친구 B 씨가 이 내용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리면서부터인데요.

중학생 시절만 해도 짓궂은 장난과 괴롭힘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고등학교 진학 뒤 최 씨 무리의 괴롭힘이 심해졌다고 B 씨와 친구들은 주장합니다.

A 씨의 나체나 속옷만 입고 있는 모습을 몰래 촬영하거나 굴욕적으로 합성한 사진 등을 친구들끼리 돌려보고 나중에는 이를 위한 페이스북 페이지까지 운영됐다는 겁니다.

모두에게 공개된 이 SNS 페이지는 속초지역 또래 친구들은 거의 다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고 합니다. 이 페이지는 최소 1년 이상 운영된 뒤 A 씨의 항의로 삭제됐습니다.

가해자의 골프채 폭행이 이뤄졌던 강원도 속초의 길거리.
폭행은 20대 이후 시작됐습니다. 가해자 무리와 술자리만 갔다 오면, 온몸에 멍이 들 정도로 맞고 왔다고 B 씨와 친구들은 말합니다.

사람 많은 술집에서 강제로 피해자의 옷을 벗겨 영상을 찍고 조롱하는 일은 예삿일이었다고 합니다. 올해 초 피해자 A 씨가 전역한 뒤로 이들과 함께 있다가 휴대폰과 지갑을 잃어버린 것도 수차례였습니다.

피해자는 B 씨 등 단짝 친구 2명과 있을 때 "가해자 무리와 거리를 두고 싶다"거나 "너희랑 있을 때가 좋다"는 말을 자주 했었다고 합니다. "코로나19 끝나면 같이 해외로 놀러가자"라고도 했던 A 씨. 하지만 적나라한 폭행의 실상까지는 이 친구들에게도 털어놓지 못했습니다.

■ 유족들 "살인죄로 처벌 받아야"

유족들은 황망할 뿐입니다. 이번 사건 이전에도 폭행과 괴롭힘이 오랜 시간 계속돼왔다는 게 더 큰 충격입니다.

이에 따라 유족들은 변호사를 선임해, 가해자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로 처벌받도록 수사기관에 변호인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경찰은 가해자 즉, 피의자 최 씨를 상해치사와 특수폭행, 재물손괴,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등 혐의로 구속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긴 상태입니다.

폭행 사건을 방관했던 친구 2명도 특수폭행 방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습니다.

경찰은 이외에도 유족과 친구들이 이야기하는 과거 폭행 사건들과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 등에 대해서도 종합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피해자 친구 B 씨가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 중 일부.
■ "나도 피해자였다", "나도 가해자였다"는 또 다른 친구들

유족이 말한 바로는 피해자 A 씨의 장례식에는 코로나19 시국임에도 불구하고 4백 명에 달하는 친구들이 방문했습니다.

"나도 최 씨로부터 괴롭힘을 받았다", "나 또한 A 씨를 괴롭힌 가해자였다"는 수많은 친구가 유족 앞에서 통곡하고 사죄했습니다.

이 장면은 우리로 하여금 많은 생각이 들게 합니다. 도저히 뿌리가 뽑히지 않는 학교 폭력과 그 피해자들. 또 가해자들과 이들 못지않은 방관자들의 존재까지.

이번에 강원도 속초에서 발생한 이런 안타까운 사건이 전국 어느 곳에서나 또 반복되지 않으려면 우리는 모두 어떤 위치에서도 침묵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연관기사] 10년 이어진 ‘학교 폭력’…결국 사망까지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076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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