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낮췄는데 운행시간 그대로…버스운전사 ‘고충’

입력 2020.12.25 (07:41) 수정 2020.12.25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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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도심 도로의 제한 속도를 시속 50 또는 30㎞로 낮추는 이른바 '안전속도 5030' 정책이 전국에서 시행되고 있죠.

교통사고를 줄이자는 뜻인데 시내버스 운전사들이 생각지 못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제한 속도는 낮아졌지만 버스 운행 시간은 그대로라서 정해진 시간 안에 운행을 마칠 수 없다는 건데요.

양창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도심 기본 제한속도를 시속 50㎞로, 주택가와 보호구역 등은 30㎞로 낮추는 '안전속도 50-30' 정책.

여수에는 3년 전부터 도입됐고 도로교통법이 바뀌면서 내년 4월부터는 전국에서 시행됩니다.

도로는 더 안전해졌지만 시내버스 운전사에게는 어려움도 있습니다.

속도를 못 내게 되면서 주어진 운행 시간을 지키기가 훨씬 어려워졌다는 겁니다.

[김영철/민주버스노조 동양교통지회 지부장 : "이 현실에서는 운행 시간을 맞출 수가 없고, 그러다 보니까 차내 안전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시내버스 운전사들이 정해진 운행 시간과 배차 간격을 잘 지킬 수 있는 상황인지 직접 버스에 타서 확인해 보겠습니다.

1시간 20분 만에 정류장 90개를 거쳐 주파해야 하는 노선.

달리다 보면 시속 30㎞ 구간을 만나 속도를 줄이기 일쑤고, 예전보다 신호등도 훨씬 늘어 브레이크를 밟는 일이 잦습니다.

도로에 세워진 차량까지 피해 가며 승객을 태우고 시내를 주행하다 보면 시간은 점점 뒤쳐지고 맘은 급해집니다.

[김추현/시내버스 운전사 : "(지금 몇 분이나 뒤쳐진 거예요?) 한 15분 정도? 항시 (시간이) 부족하니까, 항시. 바빠요, 마음이."]

농촌 지역 도로는 그나마 속도를 낼 수 있는 환경.

하지만 고령자 승객이 많아 사고 위험이 큰 탓에 운전은 더 조심스럽습니다.

버스가 쉬지 않고 달렸고 승객이 많지 않았는데도 정해진 시간보다 10분쯤 늦게 종점에 도착했습니다.

같은 노선을 하루에 여러 차례 돌아야 하는 운전사들은 운행 시간 지연이 누적되면 연료를 넣거나 식사를 할 시간도 부족하다고 하소연합니다.

시간을 맞추기 위해 급하게 운전하다 차 안에서 사고가 날 위험도 큽니다.

[김추현/시내버스 운전사 : "시간 때문에, 이놈의 시간 때문에 못 맞추니까. (시간 맞추느라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심하시겠어요?) 많죠. 하루 일을 마치고 나면 다리가 후들거려요."]

10년 넘게 그대로인 시내버스 배차 간격과 운행 시간을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송하진/여수시의원 : "기사분들이 시간에 촉박하게 운전하다 보니까 과속 문제, 안전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노선 문제, 시간 배차 문제를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고..."]

여수시는 안전속도 5030 정책과 주 52시간 근무제 본격 시행 등에 맞춰 대중교통 체계를 개편하는 연구 용역이 지난해 4월부터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양창희입니다.

촬영기자:김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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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속도 낮췄는데 운행시간 그대로…버스운전사 ‘고충’
    • 입력 2020-12-25 07:41:39
    • 수정2020-12-25 08:16:18
    뉴스광장(광주)
[앵커]

도심 도로의 제한 속도를 시속 50 또는 30㎞로 낮추는 이른바 '안전속도 5030' 정책이 전국에서 시행되고 있죠.

교통사고를 줄이자는 뜻인데 시내버스 운전사들이 생각지 못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제한 속도는 낮아졌지만 버스 운행 시간은 그대로라서 정해진 시간 안에 운행을 마칠 수 없다는 건데요.

양창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도심 기본 제한속도를 시속 50㎞로, 주택가와 보호구역 등은 30㎞로 낮추는 '안전속도 50-30' 정책.

여수에는 3년 전부터 도입됐고 도로교통법이 바뀌면서 내년 4월부터는 전국에서 시행됩니다.

도로는 더 안전해졌지만 시내버스 운전사에게는 어려움도 있습니다.

속도를 못 내게 되면서 주어진 운행 시간을 지키기가 훨씬 어려워졌다는 겁니다.

[김영철/민주버스노조 동양교통지회 지부장 : "이 현실에서는 운행 시간을 맞출 수가 없고, 그러다 보니까 차내 안전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시내버스 운전사들이 정해진 운행 시간과 배차 간격을 잘 지킬 수 있는 상황인지 직접 버스에 타서 확인해 보겠습니다.

1시간 20분 만에 정류장 90개를 거쳐 주파해야 하는 노선.

달리다 보면 시속 30㎞ 구간을 만나 속도를 줄이기 일쑤고, 예전보다 신호등도 훨씬 늘어 브레이크를 밟는 일이 잦습니다.

도로에 세워진 차량까지 피해 가며 승객을 태우고 시내를 주행하다 보면 시간은 점점 뒤쳐지고 맘은 급해집니다.

[김추현/시내버스 운전사 : "(지금 몇 분이나 뒤쳐진 거예요?) 한 15분 정도? 항시 (시간이) 부족하니까, 항시. 바빠요, 마음이."]

농촌 지역 도로는 그나마 속도를 낼 수 있는 환경.

하지만 고령자 승객이 많아 사고 위험이 큰 탓에 운전은 더 조심스럽습니다.

버스가 쉬지 않고 달렸고 승객이 많지 않았는데도 정해진 시간보다 10분쯤 늦게 종점에 도착했습니다.

같은 노선을 하루에 여러 차례 돌아야 하는 운전사들은 운행 시간 지연이 누적되면 연료를 넣거나 식사를 할 시간도 부족하다고 하소연합니다.

시간을 맞추기 위해 급하게 운전하다 차 안에서 사고가 날 위험도 큽니다.

[김추현/시내버스 운전사 : "시간 때문에, 이놈의 시간 때문에 못 맞추니까. (시간 맞추느라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심하시겠어요?) 많죠. 하루 일을 마치고 나면 다리가 후들거려요."]

10년 넘게 그대로인 시내버스 배차 간격과 운행 시간을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송하진/여수시의원 : "기사분들이 시간에 촉박하게 운전하다 보니까 과속 문제, 안전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노선 문제, 시간 배차 문제를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고..."]

여수시는 안전속도 5030 정책과 주 52시간 근무제 본격 시행 등에 맞춰 대중교통 체계를 개편하는 연구 용역이 지난해 4월부터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양창희입니다.

촬영기자:김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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