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새해 맞는 북·중 접경…봉쇄 언제 풀리나?

입력 2021.01.02 (08:18) 수정 2021.01.0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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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남북의창 신년특집, 이번엔 코로나19가 바꾼 북중 접경 지역 분위기를 알아보겠습니다.

북한은 코로나19 확산을 막는다며 지난해 1월 말부터 중국과의 국경을 걸어잠갔는데요.

필수 인원과 물자가 오갈 때만 가끔 국경이 열릴 뿐 북중 무역도 사실상 중단되다시피 했습니다.

중국내 대북 무역상들에게 배포되던 북한의 새해 달력도 올해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라고 하는데요.

북중 접경 단둥에서 오세균 특파원이 전해왔습니다.

[리포트]

길이 3천 미터, 왕복 4차선 도로의 신압록강 대교가 남신의주로 길게 뻗었습니다.

북한 쪽 국경 초소에는 군인들이 한가롭게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런데 아무도 없던 신압록강 대교에 북한 쪽에서 승용차 한 대가 포착됐습니다.

곧바로 탑승자가 차에서 내리더니 신압록강 대교 중앙에 설치된 국경 분리대의 문을 엽니다.

중국 번호판을 단 이 승용차는 국경 분리대를 다시 닫은 뒤, 탑승자를 태우고 쏜살같이 건너옵니다.

2014년 완공 이후 개통을 미뤄오던 신압록강 대교에서 양국 간 차량 통행이 언론에 포착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북한은 지난해 설 명절 직후인 1월 말 북중간 국경을 전면 차단했습니다.

차량뿐만 아니라 열차,항공편까지 줄줄이 입국이 금지되고 있습니다.

압록강과 북한 신의주가 내려다 보이는 압록강 철교 인근 10층 규모의 한 호텔.

현재 이 호텔은 통째로 격리시설로 지정되면서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제 뒤로 보이는 이곳 호텔에 지난달 22일, 북한에서 압록강 철교를 통해 건너온 중국인 60명이 집단 격리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호텔 관계자 : "언제 끝날 거 같냐면 그 사람들이 22일에 왔으니까 (격리 기간) 14일이면 1월 5,6일 쯤이예요."]

이들은 묘향산 여행사라고 쓰인 북한 측 관광버스를 타고 넘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로 북한을 오가며 무역이나 장사를 하는 화교들로, 국경 폐쇄로 일거리가 떨어지면서 귀국을 서둘렀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대북 소식통 : "국경을 봉쇄한 상태에서 물자가 들어가지 못하니까 물자 값이 엄청 뛰고 또 배 넘게 뛰었다는 소리가 들려요. 민간 쪽에서는 도둑들도 많이 생기고 사는 게 좀 힘들다고 그렇게 얘기들..."]

북중 교역 관문인 단둥 세관은 텅 비었습니다.

예년 같으면 연말 연시, 북으로 향하던 트럭들로 붐볐지만 지금은 썰렁할 정돕니다.

세관 인근에 있는 평양행 열차 국제화물 배송업체도 사정은 마찬가집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평양으로 배송될 물품들이 가득 쌓여 있습니다.

언제 보낼 수 있을지 기약이 없는 상황입니다.

[배송업체 관계자 : "지금 세관이 닫혀 있잖아요. 코로나 때문에 닫혀서 화물을 보낼 수 없어요. 국가에서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저희는 몰라요. 언제 열게 되면 통지해 줄 겁니다."]

북중간 민간무역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15년 문을 연 호시 무역구는 지난해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이 곳에 입주한 북한 업체는 무역업을 겸하는 식당 1곳 뿐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호시무역구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탭니다.

코로나19가 1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북중간 교역이 중단됐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호시무역구는 최근 한국과 일본 기업 유치에 나서고 있습니다.

[단둥 호시무역구 관계자 : "우리가 오늘 오후에 통관한 것이 한국 제품인데요, 수입세와 수입과징금과 관련해 면세 혜택을 받았어요."]

실제로 지난해 11월 북한의 대중국 수입액은 1억 6천만 원까지 내려앉았습니다.

지난 2019년 11월과 비교하면 99.9% 감소한 것으로, 중국으로부터 수입이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북한 당국이 국산품 애용을 강조하고 있지만, 중국산 제품이 많이 유통되는 장마당도 운영이 힘든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김용현/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중국하고도 교역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고 밀무역에 대한 단속도 상당히 심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이 북한 내부에서 시장에 의존하면서 그나마 근근이 버티고 있는 것이 현재 모습일 가능성이 높다."]

단둥 신구에 있는 공업단지. 앳된 얼굴의 북한 근로자들이 점심 식사를 마치고 열을 지어 작업장으로 이동합니다.

이들은 철저한 통제와 감시 속에 점심시간에 잠시 건물 밖으로 나올 수 있습니다.

[대북소식통 : "가족을 멀리 두고 온 사람들은 자식들이나 보고파서 빨리 가고픈 사람도 있고 이제 돈을 버는 게 목적도 있지만 그래도 일도 힘들고 가족도 그립고 자식들도 그리우니까 빨리 가겠다는 사람들도 있어요."]

북중 국경이 차단되면서 북한 근로자들이 유엔 안보리가 결의한 2019년 말 철수 시한을 넘기고도 중국에 체류하고 있는 겁니다.

이런 사정은 중국 내 북한 식당도 마찬가집니다.

북한식당 종업원들은 코로나19로 귀국이 늦어지면서 피로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북한 식당 종업원 : "원래 올해 들어가야 합니다. 그런데 1월달에 병이 발생했으니까 문 닫아서 국경 닫아서 못들어갔단 말입니다. 국경 열 때까지 여기서 기다려야 합니다. 조국을 위해서는 좋고 나를 위해서는 나쁩니다."]

북한은 이달 초 열리는 8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대북제재와 코로나19, 수해라는 삼중고를 이겨내기 위해 80일 전투를 벌였습니다.

중국이 지원하려던 11만 톤의 쌀도 북한이 받지 않았다는 게 국정원의 판단입니다.

북한은 국경 지역에 특수부대를 배치하고 국경에 접근하는 사람을 사살할 정도로 코로나19 방역에 예민한 상황입니다.

[김용현/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현재로선 코로나 때문에 북한이 봉쇄 정책을 풀 가능성은 그렇게 높지 않다 백신이나 또는 보건협력이 어느정도 진척이 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봉쇄를 풀면서 대외관계를 정치적인 부분이나 경제적인 부분에서도 풀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됩니다."]

북한은 최근 해외 공관에 코로나19 방역물품 준비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국경 폐쇄가 장기화될 경우 북한 경제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남북간 교류 재개도 조심스럽게 점쳐볼 수 있다는 점에서 차단된 북중 국경이 언제 다시 열리느냐가 정부 당국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단둥에서 오세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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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1-02 08:18:08
    • 수정2021-01-02 08: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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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남북의창 신년특집, 이번엔 코로나19가 바꾼 북중 접경 지역 분위기를 알아보겠습니다.

북한은 코로나19 확산을 막는다며 지난해 1월 말부터 중국과의 국경을 걸어잠갔는데요.

필수 인원과 물자가 오갈 때만 가끔 국경이 열릴 뿐 북중 무역도 사실상 중단되다시피 했습니다.

중국내 대북 무역상들에게 배포되던 북한의 새해 달력도 올해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라고 하는데요.

북중 접경 단둥에서 오세균 특파원이 전해왔습니다.

[리포트]

길이 3천 미터, 왕복 4차선 도로의 신압록강 대교가 남신의주로 길게 뻗었습니다.

북한 쪽 국경 초소에는 군인들이 한가롭게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런데 아무도 없던 신압록강 대교에 북한 쪽에서 승용차 한 대가 포착됐습니다.

곧바로 탑승자가 차에서 내리더니 신압록강 대교 중앙에 설치된 국경 분리대의 문을 엽니다.

중국 번호판을 단 이 승용차는 국경 분리대를 다시 닫은 뒤, 탑승자를 태우고 쏜살같이 건너옵니다.

2014년 완공 이후 개통을 미뤄오던 신압록강 대교에서 양국 간 차량 통행이 언론에 포착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북한은 지난해 설 명절 직후인 1월 말 북중간 국경을 전면 차단했습니다.

차량뿐만 아니라 열차,항공편까지 줄줄이 입국이 금지되고 있습니다.

압록강과 북한 신의주가 내려다 보이는 압록강 철교 인근 10층 규모의 한 호텔.

현재 이 호텔은 통째로 격리시설로 지정되면서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제 뒤로 보이는 이곳 호텔에 지난달 22일, 북한에서 압록강 철교를 통해 건너온 중국인 60명이 집단 격리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호텔 관계자 : "언제 끝날 거 같냐면 그 사람들이 22일에 왔으니까 (격리 기간) 14일이면 1월 5,6일 쯤이예요."]

이들은 묘향산 여행사라고 쓰인 북한 측 관광버스를 타고 넘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로 북한을 오가며 무역이나 장사를 하는 화교들로, 국경 폐쇄로 일거리가 떨어지면서 귀국을 서둘렀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대북 소식통 : "국경을 봉쇄한 상태에서 물자가 들어가지 못하니까 물자 값이 엄청 뛰고 또 배 넘게 뛰었다는 소리가 들려요. 민간 쪽에서는 도둑들도 많이 생기고 사는 게 좀 힘들다고 그렇게 얘기들..."]

북중 교역 관문인 단둥 세관은 텅 비었습니다.

예년 같으면 연말 연시, 북으로 향하던 트럭들로 붐볐지만 지금은 썰렁할 정돕니다.

세관 인근에 있는 평양행 열차 국제화물 배송업체도 사정은 마찬가집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평양으로 배송될 물품들이 가득 쌓여 있습니다.

언제 보낼 수 있을지 기약이 없는 상황입니다.

[배송업체 관계자 : "지금 세관이 닫혀 있잖아요. 코로나 때문에 닫혀서 화물을 보낼 수 없어요. 국가에서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저희는 몰라요. 언제 열게 되면 통지해 줄 겁니다."]

북중간 민간무역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15년 문을 연 호시 무역구는 지난해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이 곳에 입주한 북한 업체는 무역업을 겸하는 식당 1곳 뿐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호시무역구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탭니다.

코로나19가 1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북중간 교역이 중단됐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호시무역구는 최근 한국과 일본 기업 유치에 나서고 있습니다.

[단둥 호시무역구 관계자 : "우리가 오늘 오후에 통관한 것이 한국 제품인데요, 수입세와 수입과징금과 관련해 면세 혜택을 받았어요."]

실제로 지난해 11월 북한의 대중국 수입액은 1억 6천만 원까지 내려앉았습니다.

지난 2019년 11월과 비교하면 99.9% 감소한 것으로, 중국으로부터 수입이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북한 당국이 국산품 애용을 강조하고 있지만, 중국산 제품이 많이 유통되는 장마당도 운영이 힘든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김용현/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중국하고도 교역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고 밀무역에 대한 단속도 상당히 심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이 북한 내부에서 시장에 의존하면서 그나마 근근이 버티고 있는 것이 현재 모습일 가능성이 높다."]

단둥 신구에 있는 공업단지. 앳된 얼굴의 북한 근로자들이 점심 식사를 마치고 열을 지어 작업장으로 이동합니다.

이들은 철저한 통제와 감시 속에 점심시간에 잠시 건물 밖으로 나올 수 있습니다.

[대북소식통 : "가족을 멀리 두고 온 사람들은 자식들이나 보고파서 빨리 가고픈 사람도 있고 이제 돈을 버는 게 목적도 있지만 그래도 일도 힘들고 가족도 그립고 자식들도 그리우니까 빨리 가겠다는 사람들도 있어요."]

북중 국경이 차단되면서 북한 근로자들이 유엔 안보리가 결의한 2019년 말 철수 시한을 넘기고도 중국에 체류하고 있는 겁니다.

이런 사정은 중국 내 북한 식당도 마찬가집니다.

북한식당 종업원들은 코로나19로 귀국이 늦어지면서 피로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북한 식당 종업원 : "원래 올해 들어가야 합니다. 그런데 1월달에 병이 발생했으니까 문 닫아서 국경 닫아서 못들어갔단 말입니다. 국경 열 때까지 여기서 기다려야 합니다. 조국을 위해서는 좋고 나를 위해서는 나쁩니다."]

북한은 이달 초 열리는 8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대북제재와 코로나19, 수해라는 삼중고를 이겨내기 위해 80일 전투를 벌였습니다.

중국이 지원하려던 11만 톤의 쌀도 북한이 받지 않았다는 게 국정원의 판단입니다.

북한은 국경 지역에 특수부대를 배치하고 국경에 접근하는 사람을 사살할 정도로 코로나19 방역에 예민한 상황입니다.

[김용현/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현재로선 코로나 때문에 북한이 봉쇄 정책을 풀 가능성은 그렇게 높지 않다 백신이나 또는 보건협력이 어느정도 진척이 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봉쇄를 풀면서 대외관계를 정치적인 부분이나 경제적인 부분에서도 풀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됩니다."]

북한은 최근 해외 공관에 코로나19 방역물품 준비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국경 폐쇄가 장기화될 경우 북한 경제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남북간 교류 재개도 조심스럽게 점쳐볼 수 있다는 점에서 차단된 북중 국경이 언제 다시 열리느냐가 정부 당국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단둥에서 오세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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