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UP!] 여성폭력 재판, 성인지 감수성을 높여라

입력 2021.01.05 (19:35) 수정 2021.01.05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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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사회전반에 성인지 감수성이 더 높아져야 한다는 조언의 목소리가 많죠.

여성피해자 폭력사건 재판은 그렇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여성단체가 분석해 본 결과, 재판이 오히려 피해자의 상처를 키우고 가해자에겐 면죄부를 주는 사례도 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앞으로 어떤 점들이 바뀌어야 할 지, 오늘 경남업그레이드에서는 재판의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조건들을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불법촬영에서 성폭력, 여성을 대상으로 한 혐오범죄까지.

여성이 안심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해 여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온당한 처벌이 요구되면서, 재판과정에서도 성인지 감수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경남지역 8개 여성폭력상담소가 참관한 여성폭력 사건 재판은 모두 104건.

지난해 8월 이후 석 달 동안 창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들로, 강력 성범죄 사건이 전체의 4분의 3을 차지합니다.

여성단체들은 엄중한 처벌이 요구되는 범죄에도 실상 솜방망이 수준의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특히 초범이나 심신미약 등을 이유로 최저형량에도 못 미치는 형량이 선고된다고 지적합니다.

참관했던 재판 가운데도 가해자가 술에 취해 범행했다는 이유로 5개 사건에서 감형이 이뤄졌습니다.

[김유순/경남 여성인권상담소 소장 : "가장 많이 나오는 것들이 주취이거든요. 그래서 술에 취해서 정신이 없었다든지 아무튼 그런 것들로 형량이 좀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고 있죠. 그런 것들이 계속 재판마다 등장하고 있는 것 같아요."]

재판 과정에서 2차 가해가 우려되는 상황도 벌어집니다.

성폭력 사건임에도 신상 등 민감한 정보가 드러나게 될 국민참여재판이 논의된다거나, 가해자 변호인이 피해자에게 왜 적극적으로 반항하지 않았느냐며 이른바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사례가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여성단체는 재판부가 가해자 변호인의 2차 가해가 될 수 있는 행동을 적극적으로 제지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이나리/진해성폭력상담소 소장 : "강간당하는 여성은 일반적으로 고함을 치거나 소리를 지르는데, 소리를 지른 것도 기억이 안 난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이야기한 것을 재판부나 검사가 아무런 제재가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재판부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게 유리해질 합의를 종용하는 듯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참관했던 재판에서 항소심 재판 7건 가운데 5건은 피해자가 1심 재판에서 명확히 합의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도, 또다시 합의할 시간을 주겠다며 재판이 연기되기도 했습니다.

[최정미/김해가정폭력상담소 소장 : "판사님이 합의하라고 권유하는 경우들이 사실은 있습니다. 이런 경우들은 정말 없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근데 피해자 보호보다는 가해자 인권에 좀 상당한 비중을 두지 않나 싶습니다."]

재판이 미뤄질수록 피해자와 가족들의 고통은 그만큼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가해자의 불성실한 태도로 재판이 길어지는 경우에도 재판부의 태도는 미온적입니다.

피고인이 군인이라는 핑계를 대거나 일반인이면서도 재판에 불참해 재판이 연기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후 재판에 성실하라는 충고만 할 뿐, 재판연기로 길어진 피해자의 고통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겁니다.

[송인옥/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상담원 : "재판장에서 성실하게 임하지 않는 가해자에게 어떤 처벌이라든지 다른 규제가 들어가야만 하는데, 그런 것들이 조금 없는 것들이 아쉬웠던 것 같아요."]

여성폭력 가해자도 피고인으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피해자의 입장과 의견이 무시된 채 가해자에게 유리하게 진행되는 재판이 공정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피해자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가해자에게 엄정한 재판이 단순한 처벌을 넘어 피해자의 상처를 돌보고 치유하는 과정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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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 UP!] 여성폭력 재판, 성인지 감수성을 높여라
    • 입력 2021-01-05 19:35:48
    • 수정2021-01-05 20:13:51
    뉴스7(창원)
[앵커]

사회전반에 성인지 감수성이 더 높아져야 한다는 조언의 목소리가 많죠.

여성피해자 폭력사건 재판은 그렇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여성단체가 분석해 본 결과, 재판이 오히려 피해자의 상처를 키우고 가해자에겐 면죄부를 주는 사례도 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앞으로 어떤 점들이 바뀌어야 할 지, 오늘 경남업그레이드에서는 재판의 성인지 감수성을 높이기 위한 조건들을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불법촬영에서 성폭력, 여성을 대상으로 한 혐오범죄까지.

여성이 안심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해 여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온당한 처벌이 요구되면서, 재판과정에서도 성인지 감수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경남지역 8개 여성폭력상담소가 참관한 여성폭력 사건 재판은 모두 104건.

지난해 8월 이후 석 달 동안 창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들로, 강력 성범죄 사건이 전체의 4분의 3을 차지합니다.

여성단체들은 엄중한 처벌이 요구되는 범죄에도 실상 솜방망이 수준의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특히 초범이나 심신미약 등을 이유로 최저형량에도 못 미치는 형량이 선고된다고 지적합니다.

참관했던 재판 가운데도 가해자가 술에 취해 범행했다는 이유로 5개 사건에서 감형이 이뤄졌습니다.

[김유순/경남 여성인권상담소 소장 : "가장 많이 나오는 것들이 주취이거든요. 그래서 술에 취해서 정신이 없었다든지 아무튼 그런 것들로 형량이 좀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고 있죠. 그런 것들이 계속 재판마다 등장하고 있는 것 같아요."]

재판 과정에서 2차 가해가 우려되는 상황도 벌어집니다.

성폭력 사건임에도 신상 등 민감한 정보가 드러나게 될 국민참여재판이 논의된다거나, 가해자 변호인이 피해자에게 왜 적극적으로 반항하지 않았느냐며 이른바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사례가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여성단체는 재판부가 가해자 변호인의 2차 가해가 될 수 있는 행동을 적극적으로 제지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이나리/진해성폭력상담소 소장 : "강간당하는 여성은 일반적으로 고함을 치거나 소리를 지르는데, 소리를 지른 것도 기억이 안 난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이야기한 것을 재판부나 검사가 아무런 제재가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재판부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게 유리해질 합의를 종용하는 듯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참관했던 재판에서 항소심 재판 7건 가운데 5건은 피해자가 1심 재판에서 명확히 합의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도, 또다시 합의할 시간을 주겠다며 재판이 연기되기도 했습니다.

[최정미/김해가정폭력상담소 소장 : "판사님이 합의하라고 권유하는 경우들이 사실은 있습니다. 이런 경우들은 정말 없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근데 피해자 보호보다는 가해자 인권에 좀 상당한 비중을 두지 않나 싶습니다."]

재판이 미뤄질수록 피해자와 가족들의 고통은 그만큼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가해자의 불성실한 태도로 재판이 길어지는 경우에도 재판부의 태도는 미온적입니다.

피고인이 군인이라는 핑계를 대거나 일반인이면서도 재판에 불참해 재판이 연기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후 재판에 성실하라는 충고만 할 뿐, 재판연기로 길어진 피해자의 고통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겁니다.

[송인옥/마산창원여성노동자회 상담원 : "재판장에서 성실하게 임하지 않는 가해자에게 어떤 처벌이라든지 다른 규제가 들어가야만 하는데, 그런 것들이 조금 없는 것들이 아쉬웠던 것 같아요."]

여성폭력 가해자도 피고인으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보장되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피해자의 입장과 의견이 무시된 채 가해자에게 유리하게 진행되는 재판이 공정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피해자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가해자에게 엄정한 재판이 단순한 처벌을 넘어 피해자의 상처를 돌보고 치유하는 과정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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