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와장창…핫도그 매장 유리문 깨고 사라진 손님은?

입력 2021.01.15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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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이었습니다.

멧돼지 한 마리가 유리문을 뚫고 상가 안으로 거침없이 들어섰습니다.

잠시 두리번거리더니, 곧장 계산대 안으로 걸어 들어가 점주를 공격합니다. 놀란 점주가 의자로 막아서다 넘어지기를 반복하고. 뒤쫓아오는 멧돼지를 피해 밖으로 뛰쳐나갑니다.

지난 3일 오후, 충북 청주시 용암동의 한 핫도그 매장에 멧돼지가 나타났습니다. 갑작스럽고도 격렬한 등장에 점주는 깜짝 놀랐습니다.

장사를 준비하던 김정기 씨는 "의자로 막다 도망 나왔는데 멧돼지가 뒤쫓아 나왔다"며 급박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불과 30초 사이에 벌어진 일입니다.

■ 순식간에 사라진 멧돼지…"최대 시속 50km"

피해 상가 일대 마을 주민들이 멧돼지를 처음 발견한 건 지난 3일 오후 12시 25분이었습니다.
충북 청주시 지북동 상수도사업본부 근처 마을에서 멧돼지를 봤다는 신고가 119에 들어왔습니다.

취재 결과, 멧돼지는 농촌 마을에서 도로를 건너 도시로 들어섰고, 마트와 우체국을 배회했습니다.
유리문을 깨고 매장으로 들어선 시간이 12시 40분이니, 첫 신고가 접수된 지 불과 15분 만에 2.5km 이상을 이동한 겁니다.

시속 10km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사실 멧돼지는 이보다 훨씬 빠릅니다. 학계에서는 한 시간에 50km를 달리고, 100m를 10초에 주파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도심에 등장한 시간만큼 사라진 것도 순식간이었습니다. 유해조수포획단이 신고를 받자마자 출동했지만, 멧돼지를 찾지 못하고 돌아갔습니다.

이날, 김 씨의 첫 번째 손님이었던 멧돼지는 유리문 수리비 20만 원을 외상으로 남기고 사라졌습니다.
지난 3일 충북 청주시 용암동의 한 상가에 출몰한 멧돼지가 부순 유리문(화면제공: 시청자)지난 3일 충북 청주시 용암동의 한 상가에 출몰한 멧돼지가 부순 유리문(화면제공: 시청자)


■늦가을~겨울철 집중 출몰… "가장 민감한 시기"

비록 주민들을 놀라게 했지만, 굳이 말하자면 멧돼지에게도 사정은 있습니다.

도심에 멧돼지가 주로 출몰하는 시기는 늦가을부터 겨울까지인데 이때가 민감한 시기라는 겁니다. 특히 11월12월그 해 태어난 새끼 멧돼지 독립하는 시기고, 12월1월발정기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소방청 자료를 보면,
119가 멧돼지 포획을 위해 출동한 3,998건 가운데 42.7%, 1,709건이 11월과 12월, 1월과 2월에 집중됐습니다.

국립생태원 김영준 동물관리연구실장은 "멧돼지들이 새로운 터전을 찾아 움직이는 과정에서 길을 한번 잘못 들어서면 바로 도심으로 들어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이 시기에는 "유해조수를 잡는다며 포수와 사냥개가 멧돼지를 쫓다 보면 놀라서 내려오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더 큰 문제는 멧돼지가 도심으로 진입한 뒤입니다. 도심에는 멧돼지가 산에서 들어보지 못한 소리와 불빛 등 자극이 넘칩니다. 멧돼지가 이런 자극들을 적으로 인식하고 긴장하게 되는 건데요. 결국 사람에 대한 공격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김 실장은 "인간이 볼 때는 난폭한 유해조수지만 멧돼지로서는 놀란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020년 멧돼지 신고 출동 건수, 자료제공: 소방청2020년 멧돼지 신고 출동 건수, 자료제공: 소방청

■"멧돼지 만나면 공격 말고 숨어야"

갑자기 멧돼지를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문가들은 도망칠 때 등을 보이지 말고 멧돼지를 똑바로 바라본 상태에서 가까운 나무나 바위 뒤로 숨으라고 조언합니다. 멧돼지가 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뛰어서 도망가서는 안 됩니다.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멧돼지는 달리기 선수입니다.

돌을 던지거나 소리를 치는 것도 자극을 줄 수 있어 피해야 합니다. 멧돼지는 사람을 공격하려고 도심에 들어온 게 아니라, 길을 잘못 들어선 것일 뿐이니까요.

지난 3일 충북 청주시 용암동에 나타난 멧돼지가 도심을 돌아다니고 있다(화면제공: 시청자)지난 3일 충북 청주시 용암동에 나타난 멧돼지가 도심을 돌아다니고 있다(화면제공: 시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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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식간에 와장창…핫도그 매장 유리문 깨고 사라진 손님은?
    • 입력 2021-01-15 15:53:37
    취재K

순식간이었습니다.

멧돼지 한 마리가 유리문을 뚫고 상가 안으로 거침없이 들어섰습니다.

잠시 두리번거리더니, 곧장 계산대 안으로 걸어 들어가 점주를 공격합니다. 놀란 점주가 의자로 막아서다 넘어지기를 반복하고. 뒤쫓아오는 멧돼지를 피해 밖으로 뛰쳐나갑니다.

지난 3일 오후, 충북 청주시 용암동의 한 핫도그 매장에 멧돼지가 나타났습니다. 갑작스럽고도 격렬한 등장에 점주는 깜짝 놀랐습니다.

장사를 준비하던 김정기 씨는 "의자로 막다 도망 나왔는데 멧돼지가 뒤쫓아 나왔다"며 급박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불과 30초 사이에 벌어진 일입니다.

■ 순식간에 사라진 멧돼지…"최대 시속 50km"

피해 상가 일대 마을 주민들이 멧돼지를 처음 발견한 건 지난 3일 오후 12시 25분이었습니다.
충북 청주시 지북동 상수도사업본부 근처 마을에서 멧돼지를 봤다는 신고가 119에 들어왔습니다.

취재 결과, 멧돼지는 농촌 마을에서 도로를 건너 도시로 들어섰고, 마트와 우체국을 배회했습니다.
유리문을 깨고 매장으로 들어선 시간이 12시 40분이니, 첫 신고가 접수된 지 불과 15분 만에 2.5km 이상을 이동한 겁니다.

시속 10km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사실 멧돼지는 이보다 훨씬 빠릅니다. 학계에서는 한 시간에 50km를 달리고, 100m를 10초에 주파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도심에 등장한 시간만큼 사라진 것도 순식간이었습니다. 유해조수포획단이 신고를 받자마자 출동했지만, 멧돼지를 찾지 못하고 돌아갔습니다.

이날, 김 씨의 첫 번째 손님이었던 멧돼지는 유리문 수리비 20만 원을 외상으로 남기고 사라졌습니다.
지난 3일 충북 청주시 용암동의 한 상가에 출몰한 멧돼지가 부순 유리문(화면제공: 시청자)

■늦가을~겨울철 집중 출몰… "가장 민감한 시기"

비록 주민들을 놀라게 했지만, 굳이 말하자면 멧돼지에게도 사정은 있습니다.

도심에 멧돼지가 주로 출몰하는 시기는 늦가을부터 겨울까지인데 이때가 민감한 시기라는 겁니다. 특히 11월12월그 해 태어난 새끼 멧돼지 독립하는 시기고, 12월1월발정기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소방청 자료를 보면,
119가 멧돼지 포획을 위해 출동한 3,998건 가운데 42.7%, 1,709건이 11월과 12월, 1월과 2월에 집중됐습니다.

국립생태원 김영준 동물관리연구실장은 "멧돼지들이 새로운 터전을 찾아 움직이는 과정에서 길을 한번 잘못 들어서면 바로 도심으로 들어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이 시기에는 "유해조수를 잡는다며 포수와 사냥개가 멧돼지를 쫓다 보면 놀라서 내려오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더 큰 문제는 멧돼지가 도심으로 진입한 뒤입니다. 도심에는 멧돼지가 산에서 들어보지 못한 소리와 불빛 등 자극이 넘칩니다. 멧돼지가 이런 자극들을 적으로 인식하고 긴장하게 되는 건데요. 결국 사람에 대한 공격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김 실장은 "인간이 볼 때는 난폭한 유해조수지만 멧돼지로서는 놀란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020년 멧돼지 신고 출동 건수, 자료제공: 소방청
■"멧돼지 만나면 공격 말고 숨어야"

갑자기 멧돼지를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문가들은 도망칠 때 등을 보이지 말고 멧돼지를 똑바로 바라본 상태에서 가까운 나무나 바위 뒤로 숨으라고 조언합니다. 멧돼지가 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뛰어서 도망가서는 안 됩니다.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멧돼지는 달리기 선수입니다.

돌을 던지거나 소리를 치는 것도 자극을 줄 수 있어 피해야 합니다. 멧돼지는 사람을 공격하려고 도심에 들어온 게 아니라, 길을 잘못 들어선 것일 뿐이니까요.

지난 3일 충북 청주시 용암동에 나타난 멧돼지가 도심을 돌아다니고 있다(화면제공: 시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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