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바다로 이름난 경남 통영의 작은 섬마을.
코로나19로 평범한 일상이 멀어진 지금, 곳곳에서 '쓰레기 대란'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쉽게 접합니다.집 밖을 나서기 쉽지 않은 요즘, 플라스틱이 기반이 된 배달과 포장 문화는 이제 일상이 됐고, 늘어나는 플라스틱 쓰레기에 전국 대부분 자치단체의 재활용 선별장과 쓰레기 매립장 등에서는 밀려드는 쓰레기를 감당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우리 눈에 쉽게 보이지 않지만, 이런 '쓰레기 대란'이 더 심각한 곳, 바로 우리나라 국토의 3면을 차지하고 있는 해안가와 섬마을 지역입니다.
국내 해안가와 섬마을은 사실 코로나19 이전부터 밀려든 해양 쓰레기로 오래전부터 신음하고 있습니다.
■ 해마다 10만 톤씩 쌓이는 해양 쓰레기…신음하는 바다
국내 연안과 바다에서 발생하는 해양 쓰레기는 한 해 평균 10만 톤 안팎입니다.
해양수산부 집계 결과, 우리나라에서 해마다 발생하는 해양 쓰레기는 18만 톤, 하지만 수거하는 양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7~8만 톤에 불과합니다.
수거되지 못한 채 남은 해양 쓰레기는 해안가와 섬 지역 곳곳에 방치돼 해양 경관을 훼손하고, 폐그물 등에 방치된 어구에 해양 생물이 걸리거나 갇혀서 죽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미세 플라스틱이 분해되지 않고 어류가 먹어, 먹이사슬을 따라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는 연구도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이 같은 해양 쓰레기는 만 5천km에 이르는 전국 해안선을 따라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어, 수거하는데 특히 어려움이 많습니다.
해양 쓰레기 가운데 67%는 육지에서 발생해 하천을 통해 바다로 흘러나오는 상황입니다.
육상에서 유입되는 쓰레기를 줄이고 바다로 흘러오는 오염원을 차단하는 것이 방치된 해양 쓰레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 정부는 '바다의 날'을 정하고 매년 '해양 쓰레기 정화 주간'을 지정해 운영하지만, 쌓여가는 해양 쓰레기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습니다.
■ '버리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쓰레기에 갇힌 섬마을 사람들
쪽빛 바다와 아름다운 해변으로 해마다 10만 명이 찾는 경남 통영의 작은 섬 비진도를 직접 찾아갔습니다.
비진도 외항마을 선착장에서 조금 걸어 섬 한쪽으로 가보니, 해안도로를 따라 해양 쓰레기가 끝없이 쌓여 있습니다.
집 안에서 쓸 밥상과 가구부터, 커다란 냉장고와 자전거, 밧줄과 엉킨 폐그물과 나뭇가지 등이 쓰레기 집하장을 방불케 했습니다.
이 같은 해양 쓰레기의 대부분은 지난해 여름 태풍 때 육지에서 밀려 떠내려온 것입니다.
대부분 노령층인 섬마을 주민들은 미처 치울 엄두가 나지 않아, 한곳에 쌓아둔 것입니다.
작은 섬마을 해안도로에 쌓여 있는 해양 쓰레기.
작은 섬마을에서는 해양 쓰레기는 물론 생활 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 처리도 쉽지 않습니다.면사무소가 있을 정도로 제법 규모가 큰 섬은 자체 청소차량과 인력이 종량제 봉투에 담긴 생활 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를 수거하지만, 규모가 작은 섬 지역은 관리 제외지역으로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생활 쓰레기는 불법임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소각해 처리하기도 하고, 재활용 쓰레기는 따로 모아뒀다가 민간 선박을 임차해 1년에 몇 차례 육지로 실어 나르는 것이 전부입니다.
섬마을 주민들은 발생하는 생활 쓰레기와 밀려드는 해양 쓰레기에 사실상 갇혀 살지만, 섬 이미지 등을 고려해 어디에다 쉽게 말하지 못하고 가슴앓이만 해 왔습니다.
이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대한민국의 작은 섬마다 모두 비슷한 상황입니다.
■ '해양 쓰레기 맡겨주세요'…경남 첫 전용 수거 운반선 '통영 아라호'
최근 경남 통영에서는 경남의 첫 해양 쓰레기 전용 수거 운반선인 '통영 아라호'가 취항했습니다.
길이 33m, 90톤급에 최대 20명이 탑승할 수 있는 이 선박은 5톤 청소차 2대를 실을 수 있고, 발전기와 소규모 인양 크레인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크기로 봐서 대형 선박도 아니고, 평균 속도도 13노트(시속 24km)로 결코 빠른 편이 아니지만, 이 선박은 작지 않은 임무를 안고 있습니다.
정기선이 가지 않는 통영 섬 지역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고, 생활 쓰레기는 물론 섬사람을 위한 생활용품 운반 지원 등도 가능합니다.
통영시는 당분간 섬마을 주민들의 요청을 받아 월간 운항 계획을 짜고, 통영 아라호가 유인도 44개 등 570개 통영 섬 구석구석을 누비게 할 계획입니다.
경남 첫 해양 쓰레기 수거 운반선 ‘통영 아라호’
지역 내 해안선 길이가 760km에 달하는 통영에는 무인도에 쌓여 있는 폐스티로폼 등 각종 해양 쓰레기도 적지 않은데요..접안시설이 없는 곳에는 '통영 아라호'와 함께 다니는 소형 '푼툰보트'와 바지선 등을 투입할 계획입니다.
오픈카처럼 덮개가 열리는 이 보트는 원래 낚시나 레저 등 여가 활동에 주로 쓰이는 것인데요. 작업자들의 탑승과 해양 쓰레기 수거에 맞게 특수 제작된 것입니다.
해양 쓰레기 전용 수거 운반선 취항 소식을 가장 반기는 분들은 당연히 섬마을을 지키고 살아온 섬 주민들입니다.
그동안 속 시원하게 털어놓지 못하던 해양 쓰레기, 생활 쓰레기 고민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섬 주민들은 구석구석 쌓여있는 해양 쓰레기가 사라지고 섬의 정주 환경이 나아져, 많은 관광객이 섬을 다시 찾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 해양 쓰레기 처리 기반 구축 시급…근본적인 해결책은?
쓰레기는 기본적으로 발생자 처리가 원칙입니다.
육지에서는 지방자치단체, 강과 하천은 환경부, 바다는 해양수산부가 맡아서 처리하고 있습니다.
육지와 강, 하천 등에서 처리되지 않은 쓰레기는 결국 바다로 흘러들어 가고,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특히 해양 쓰레기 처리 비용은 육지에서 처리하는 것보다 5~6배 이상 비용이 더 많이 든다고 합니다.
바다는 인간에게 풍요로움을 주지만, 바다의 자원을 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오염되지 않도록 관리가 필요합니다.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는 어민과 섬마을 주민들뿐만 아니라, 모두가 심각한 해양 쓰레기 문제에 조금 더 관심을 둔다면, 우리는 청정 바다를 후세에 물려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막 취항해 바다를 누비기 시작한 '통영 아라호'의 무사 운항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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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마을서 해양 쓰레기 운반선 첫 취항…‘제대로 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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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1-01-22 15:45:57
코로나19로 평범한 일상이 멀어진 지금, 곳곳에서 '쓰레기 대란'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쉽게 접합니다.
집 밖을 나서기 쉽지 않은 요즘, 플라스틱이 기반이 된 배달과 포장 문화는 이제 일상이 됐고, 늘어나는 플라스틱 쓰레기에 전국 대부분 자치단체의 재활용 선별장과 쓰레기 매립장 등에서는 밀려드는 쓰레기를 감당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우리 눈에 쉽게 보이지 않지만, 이런 '쓰레기 대란'이 더 심각한 곳, 바로 우리나라 국토의 3면을 차지하고 있는 해안가와 섬마을 지역입니다.
국내 해안가와 섬마을은 사실 코로나19 이전부터 밀려든 해양 쓰레기로 오래전부터 신음하고 있습니다.
■ 해마다 10만 톤씩 쌓이는 해양 쓰레기…신음하는 바다
국내 연안과 바다에서 발생하는 해양 쓰레기는 한 해 평균 10만 톤 안팎입니다.
해양수산부 집계 결과, 우리나라에서 해마다 발생하는 해양 쓰레기는 18만 톤, 하지만 수거하는 양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7~8만 톤에 불과합니다.
수거되지 못한 채 남은 해양 쓰레기는 해안가와 섬 지역 곳곳에 방치돼 해양 경관을 훼손하고, 폐그물 등에 방치된 어구에 해양 생물이 걸리거나 갇혀서 죽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미세 플라스틱이 분해되지 않고 어류가 먹어, 먹이사슬을 따라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는 연구도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이 같은 해양 쓰레기는 만 5천km에 이르는 전국 해안선을 따라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어, 수거하는데 특히 어려움이 많습니다.
해양 쓰레기 가운데 67%는 육지에서 발생해 하천을 통해 바다로 흘러나오는 상황입니다.
육상에서 유입되는 쓰레기를 줄이고 바다로 흘러오는 오염원을 차단하는 것이 방치된 해양 쓰레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 정부는 '바다의 날'을 정하고 매년 '해양 쓰레기 정화 주간'을 지정해 운영하지만, 쌓여가는 해양 쓰레기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습니다.
■ '버리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쓰레기에 갇힌 섬마을 사람들
쪽빛 바다와 아름다운 해변으로 해마다 10만 명이 찾는 경남 통영의 작은 섬 비진도를 직접 찾아갔습니다.
비진도 외항마을 선착장에서 조금 걸어 섬 한쪽으로 가보니, 해안도로를 따라 해양 쓰레기가 끝없이 쌓여 있습니다.
집 안에서 쓸 밥상과 가구부터, 커다란 냉장고와 자전거, 밧줄과 엉킨 폐그물과 나뭇가지 등이 쓰레기 집하장을 방불케 했습니다.
이 같은 해양 쓰레기의 대부분은 지난해 여름 태풍 때 육지에서 밀려 떠내려온 것입니다.
대부분 노령층인 섬마을 주민들은 미처 치울 엄두가 나지 않아, 한곳에 쌓아둔 것입니다.
작은 섬마을에서는 해양 쓰레기는 물론 생활 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 처리도 쉽지 않습니다.
면사무소가 있을 정도로 제법 규모가 큰 섬은 자체 청소차량과 인력이 종량제 봉투에 담긴 생활 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를 수거하지만, 규모가 작은 섬 지역은 관리 제외지역으로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생활 쓰레기는 불법임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소각해 처리하기도 하고, 재활용 쓰레기는 따로 모아뒀다가 민간 선박을 임차해 1년에 몇 차례 육지로 실어 나르는 것이 전부입니다.
섬마을 주민들은 발생하는 생활 쓰레기와 밀려드는 해양 쓰레기에 사실상 갇혀 살지만, 섬 이미지 등을 고려해 어디에다 쉽게 말하지 못하고 가슴앓이만 해 왔습니다.
이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대한민국의 작은 섬마다 모두 비슷한 상황입니다.
■ '해양 쓰레기 맡겨주세요'…경남 첫 전용 수거 운반선 '통영 아라호'
최근 경남 통영에서는 경남의 첫 해양 쓰레기 전용 수거 운반선인 '통영 아라호'가 취항했습니다.
길이 33m, 90톤급에 최대 20명이 탑승할 수 있는 이 선박은 5톤 청소차 2대를 실을 수 있고, 발전기와 소규모 인양 크레인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크기로 봐서 대형 선박도 아니고, 평균 속도도 13노트(시속 24km)로 결코 빠른 편이 아니지만, 이 선박은 작지 않은 임무를 안고 있습니다.
정기선이 가지 않는 통영 섬 지역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고, 생활 쓰레기는 물론 섬사람을 위한 생활용품 운반 지원 등도 가능합니다.
통영시는 당분간 섬마을 주민들의 요청을 받아 월간 운항 계획을 짜고, 통영 아라호가 유인도 44개 등 570개 통영 섬 구석구석을 누비게 할 계획입니다.
지역 내 해안선 길이가 760km에 달하는 통영에는 무인도에 쌓여 있는 폐스티로폼 등 각종 해양 쓰레기도 적지 않은데요..
접안시설이 없는 곳에는 '통영 아라호'와 함께 다니는 소형 '푼툰보트'와 바지선 등을 투입할 계획입니다.
오픈카처럼 덮개가 열리는 이 보트는 원래 낚시나 레저 등 여가 활동에 주로 쓰이는 것인데요. 작업자들의 탑승과 해양 쓰레기 수거에 맞게 특수 제작된 것입니다.
해양 쓰레기 전용 수거 운반선 취항 소식을 가장 반기는 분들은 당연히 섬마을을 지키고 살아온 섬 주민들입니다.
그동안 속 시원하게 털어놓지 못하던 해양 쓰레기, 생활 쓰레기 고민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섬 주민들은 구석구석 쌓여있는 해양 쓰레기가 사라지고 섬의 정주 환경이 나아져, 많은 관광객이 섬을 다시 찾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 해양 쓰레기 처리 기반 구축 시급…근본적인 해결책은?
쓰레기는 기본적으로 발생자 처리가 원칙입니다.
육지에서는 지방자치단체, 강과 하천은 환경부, 바다는 해양수산부가 맡아서 처리하고 있습니다.
육지와 강, 하천 등에서 처리되지 않은 쓰레기는 결국 바다로 흘러들어 가고,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특히 해양 쓰레기 처리 비용은 육지에서 처리하는 것보다 5~6배 이상 비용이 더 많이 든다고 합니다.
바다는 인간에게 풍요로움을 주지만, 바다의 자원을 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오염되지 않도록 관리가 필요합니다.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는 어민과 섬마을 주민들뿐만 아니라, 모두가 심각한 해양 쓰레기 문제에 조금 더 관심을 둔다면, 우리는 청정 바다를 후세에 물려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막 취항해 바다를 누비기 시작한 '통영 아라호'의 무사 운항을 기원합니다.
집 밖을 나서기 쉽지 않은 요즘, 플라스틱이 기반이 된 배달과 포장 문화는 이제 일상이 됐고, 늘어나는 플라스틱 쓰레기에 전국 대부분 자치단체의 재활용 선별장과 쓰레기 매립장 등에서는 밀려드는 쓰레기를 감당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우리 눈에 쉽게 보이지 않지만, 이런 '쓰레기 대란'이 더 심각한 곳, 바로 우리나라 국토의 3면을 차지하고 있는 해안가와 섬마을 지역입니다.
국내 해안가와 섬마을은 사실 코로나19 이전부터 밀려든 해양 쓰레기로 오래전부터 신음하고 있습니다.
■ 해마다 10만 톤씩 쌓이는 해양 쓰레기…신음하는 바다
국내 연안과 바다에서 발생하는 해양 쓰레기는 한 해 평균 10만 톤 안팎입니다.
해양수산부 집계 결과, 우리나라에서 해마다 발생하는 해양 쓰레기는 18만 톤, 하지만 수거하는 양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7~8만 톤에 불과합니다.
수거되지 못한 채 남은 해양 쓰레기는 해안가와 섬 지역 곳곳에 방치돼 해양 경관을 훼손하고, 폐그물 등에 방치된 어구에 해양 생물이 걸리거나 갇혀서 죽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미세 플라스틱이 분해되지 않고 어류가 먹어, 먹이사슬을 따라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는 연구도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이 같은 해양 쓰레기는 만 5천km에 이르는 전국 해안선을 따라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어, 수거하는데 특히 어려움이 많습니다.
해양 쓰레기 가운데 67%는 육지에서 발생해 하천을 통해 바다로 흘러나오는 상황입니다.
육상에서 유입되는 쓰레기를 줄이고 바다로 흘러오는 오염원을 차단하는 것이 방치된 해양 쓰레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 정부는 '바다의 날'을 정하고 매년 '해양 쓰레기 정화 주간'을 지정해 운영하지만, 쌓여가는 해양 쓰레기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습니다.
■ '버리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쓰레기에 갇힌 섬마을 사람들
쪽빛 바다와 아름다운 해변으로 해마다 10만 명이 찾는 경남 통영의 작은 섬 비진도를 직접 찾아갔습니다.
비진도 외항마을 선착장에서 조금 걸어 섬 한쪽으로 가보니, 해안도로를 따라 해양 쓰레기가 끝없이 쌓여 있습니다.
집 안에서 쓸 밥상과 가구부터, 커다란 냉장고와 자전거, 밧줄과 엉킨 폐그물과 나뭇가지 등이 쓰레기 집하장을 방불케 했습니다.
이 같은 해양 쓰레기의 대부분은 지난해 여름 태풍 때 육지에서 밀려 떠내려온 것입니다.
대부분 노령층인 섬마을 주민들은 미처 치울 엄두가 나지 않아, 한곳에 쌓아둔 것입니다.
작은 섬마을에서는 해양 쓰레기는 물론 생활 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 처리도 쉽지 않습니다.
면사무소가 있을 정도로 제법 규모가 큰 섬은 자체 청소차량과 인력이 종량제 봉투에 담긴 생활 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를 수거하지만, 규모가 작은 섬 지역은 관리 제외지역으로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생활 쓰레기는 불법임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소각해 처리하기도 하고, 재활용 쓰레기는 따로 모아뒀다가 민간 선박을 임차해 1년에 몇 차례 육지로 실어 나르는 것이 전부입니다.
섬마을 주민들은 발생하는 생활 쓰레기와 밀려드는 해양 쓰레기에 사실상 갇혀 살지만, 섬 이미지 등을 고려해 어디에다 쉽게 말하지 못하고 가슴앓이만 해 왔습니다.
이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대한민국의 작은 섬마다 모두 비슷한 상황입니다.
■ '해양 쓰레기 맡겨주세요'…경남 첫 전용 수거 운반선 '통영 아라호'
최근 경남 통영에서는 경남의 첫 해양 쓰레기 전용 수거 운반선인 '통영 아라호'가 취항했습니다.
길이 33m, 90톤급에 최대 20명이 탑승할 수 있는 이 선박은 5톤 청소차 2대를 실을 수 있고, 발전기와 소규모 인양 크레인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크기로 봐서 대형 선박도 아니고, 평균 속도도 13노트(시속 24km)로 결코 빠른 편이 아니지만, 이 선박은 작지 않은 임무를 안고 있습니다.
정기선이 가지 않는 통영 섬 지역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고, 생활 쓰레기는 물론 섬사람을 위한 생활용품 운반 지원 등도 가능합니다.
통영시는 당분간 섬마을 주민들의 요청을 받아 월간 운항 계획을 짜고, 통영 아라호가 유인도 44개 등 570개 통영 섬 구석구석을 누비게 할 계획입니다.
지역 내 해안선 길이가 760km에 달하는 통영에는 무인도에 쌓여 있는 폐스티로폼 등 각종 해양 쓰레기도 적지 않은데요..
접안시설이 없는 곳에는 '통영 아라호'와 함께 다니는 소형 '푼툰보트'와 바지선 등을 투입할 계획입니다.
오픈카처럼 덮개가 열리는 이 보트는 원래 낚시나 레저 등 여가 활동에 주로 쓰이는 것인데요. 작업자들의 탑승과 해양 쓰레기 수거에 맞게 특수 제작된 것입니다.
해양 쓰레기 전용 수거 운반선 취항 소식을 가장 반기는 분들은 당연히 섬마을을 지키고 살아온 섬 주민들입니다.
그동안 속 시원하게 털어놓지 못하던 해양 쓰레기, 생활 쓰레기 고민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섬 주민들은 구석구석 쌓여있는 해양 쓰레기가 사라지고 섬의 정주 환경이 나아져, 많은 관광객이 섬을 다시 찾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 해양 쓰레기 처리 기반 구축 시급…근본적인 해결책은?
쓰레기는 기본적으로 발생자 처리가 원칙입니다.
육지에서는 지방자치단체, 강과 하천은 환경부, 바다는 해양수산부가 맡아서 처리하고 있습니다.
육지와 강, 하천 등에서 처리되지 않은 쓰레기는 결국 바다로 흘러들어 가고,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특히 해양 쓰레기 처리 비용은 육지에서 처리하는 것보다 5~6배 이상 비용이 더 많이 든다고 합니다.
바다는 인간에게 풍요로움을 주지만, 바다의 자원을 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오염되지 않도록 관리가 필요합니다.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는 어민과 섬마을 주민들뿐만 아니라, 모두가 심각한 해양 쓰레기 문제에 조금 더 관심을 둔다면, 우리는 청정 바다를 후세에 물려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막 취항해 바다를 누비기 시작한 '통영 아라호'의 무사 운항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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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락 기자 outfocu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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